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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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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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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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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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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 마기의 강

DUMMY

카지락스타의 거처 안에는 어린 수인족들이 지낼 수 있도록 따로 공간을 확장하였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고향을 잃은 상처를 떠안고 있다.

그 중에는 부모의 생사도 모른 채 이끌려온 아이들도 있었고, 눈앞에서 처참히 죽어가는 광경을 바라보며 무력감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런 공간은 언제 만들었데.”


“칼, 왔어요?”


수인족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는 세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모를 정도로 세라는 아이들에게 필사적으로 어울려 주고 있었고 나는 어깨를 톡 치며 존재감을 어필하였다.


세라는 이마에 맺힌 땀을 그제야 닦아내며 날 향해 밝은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지금부터 마창을 찾으러 가는 나보다 어째 세라가 더 힘들어 보인다?”


“그걸 이제 알았어요?”


그러고 보니 세라는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돌보았다고 했었지.

웬만한 각오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세라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때 세라의 뒤에서 수줍게 날 올려다보고 있는 수인족 꼬맹이가 눈에 들어왔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곧바로 시선을 피해보였다.


“어? 너는 분명.”


“알고 있는 아이예요?”


“응.”


수인족의 영토, 비호국에서 우롱이와 함께 길을 걷다 내게 부딪혀 넘어졌었던 꼬마였다.

인간보다는 짐승에 가까운 모습, 그때보다 조금 더 성장한 듯 보인다.


늑대 꼬맹이의 이름은 자칼.


이번 사건으로 인해 부모를 잃었다고 한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내게 부딪혀 넘어진 아이를 감싸며 내게 아량을 베풀어달라고 했던 자를.

아이를 위해 자신은 언제든지 희생할 수 있다는 각오를 내비쳤던 자.


결국, 기시단의 야망에 의해···


“이만 가볼게.”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응. 이번 일만 잘 마무리되면 이 아이들을 데리고 카말린으로 가자, 숨어서 조용하게 지낼 수 있는 땅을 알고 있거든.”


니콜라이가 왕에게 하사받은 영지가 떠올랐다.

계약을 통해 영지를 사용해도 된다는 확언을 받았으니 문제는 없었다.


무엇보다 꽉 막힌 공간에서 하늘도 올려다보지 못한 채 이 어린 아이들을 계속 지내게 할 순 없었다.


여기에 있는 아이들은 기시단에 의해 소중한 존재와 보금자리를 잃은 존재들.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다.

유하의 자질이라며 대단한 듯 열성을 내던 마이즈.

이런 힘을 지니고 있어도 죽었던 자들을 살려내진 못한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하자.

이미 슬픔을 간직하게 되었지만 이들이 다시 미소 지을 수 있는 세계를 위해서.


---


락타베이나의 마법으로 나와 반더람, 노바는 엘리움이 마기를 품은 보석을 삼킨 곳으로 워프하였다.


이곳부터는 나를 포함한 3명이서 앞으로 들이 닥칠 시련을 극복해내야만 한다.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


심연의 목소리도 이번만큼은 날 속이려 들지 않았으며, 이 미궁에 대해서는 딱 잘라서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우연이라곤 허나, 칼공의 덕분에 마계의 입구를 찾을 수 있게 되었소.”


엘리움이 내게 이끌린 덕분에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반더람의 말대로 진짜 우연이 아닐 수 없었다.


“입구라고는 하지만 이곳에는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공간은 보이지 않네요.”


협곡의 틈 가장 안쪽의 막다른 벽을 매만지던 노바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용안 덕분에 어두워도 주변을 훑어보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노바의 말대로 입구로 보이는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미궁의 입구는 만든 이의 취향에 따라 감춰져 있는 것도 있으니, 어찌 보면 이것 또한 시련이라 볼 수도 있지.]


“숨겨진 입구라, 일단 부수는 걸로 시작해볼까?”


“화끈하지 않소이까, 좋소. 도와주겠소이다.”


반더람이 내 옆에 다가와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이에 노바는 눈치껏 뒤로 빠졌고 나와 반더람은 서로 합을 맞춘 상태에서 막다른 벽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쿠웅!!!!


드래곤의 비늘을 두른 내 일격과 적막수왕 반더람의 묵직한 한 방에도 불구하고 공간은 진동만 해댈 뿐 벽이 부서지지는 않았다.


웃긴 건, 작은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 느낌은 2계층의 지배자를 있는 힘껏 때렸을 때와 비슷했다.

그때도 이렇게 충격을 흡수하는 것 같았으니까.


“···부수는 건 힘들 것 같고, 다른 장치가 있는지 찾아보자.”


“발톱을 꺼낸다면···흠,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소.”


다소 민망해진 우리 둘은 서둘러 화제를 전환시켰고, 노바는 일찍이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그렇게 노바를 향해 등을 돌린 반더람과 내 뒤로 상당히 껄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하암! 어느 자식이 이리 거칠게 두드리나 면상이나 한 번 보자.


“벽이 말을 하네요?”


허리를 숙이고 있던 노바가 손가락으로 방금 쳤던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 어디보자 수인족, 요정,·········넌 뭐냐?


벽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돌로 이루어진 두 팔이 투드득 소리를 내며 생겨났고, 보름달 같은 두 눈이 주변을 환하게 비추며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말하는 벽은 반더람과 노바의 정체는 금방 파악하였지만 나에 대해서는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오히려 정체가 무엇이냐며 되묻기에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사람, 아니 드래곤? 아니지. 좀비 비슷 무리한 거?”


“칼공은 드래곤이지 않소.”


“어떻게 보면 요정이기도 하죠.”


- 뭐하는 연놈들이냐 니들은.


세 명이서 옹기종기 모여 내 정체에 대해 의논하는 분위기로 흐르자 잠자코 보고 있던 벽이 어이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드래곤이 어찌 요정이기도 하단 말이오.”


“적막수왕님껜···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수인족은 요정과 달리 금제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내 정체에 대해서는 드래곤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모종의 사건이 이 세계에 들이 닥칠 것이란 것을 락타베이나에게 듣고 그저 협조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확실한 건 엘프는 아니지.”


“칼공은 드래곤이오.”


“마족···도 아니라고 하기에는 얽힌 게 있어서 단언 할 수는 없겠네요.”


- 아니, 이제 됐으니까 내게 관심 좀···


“그래도 굳이 선택하라면 역시 인간이지 나는.”


“칼공, 농으로 치기엔 심하지 않소이까.”


“유하님은 인간이시니 가장 근접한 건 아무래도 인간이죠.”


- 그러니까, 이제 그런 거는 상관 안···


“네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몰라도 나 그냥 사람으로 쳐주면 안 될까?”


쿠웅!!!!!!


말하는 벽이 왜 화가 난건지는 모르겠지만 대뜸 팔을 휘둘러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 상관없다! 셋 다 이곳에서 죽게 될···


“어쨌든 입구를 찾은 것 같으니 서두르도록 하죠.”


스르릉.


보름달과 같은 벽의 양 눈동자를 베어버린 노바는 검과 요선을 거두어들이며 두 동강 난 벽을 넘어 안 쪽으로 걸어 나갔다.


“뭘 말하려고 했던 거지?”


“문지기로서 지켜야할 소양을 말한 것은 아닐지, 우선 노바양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가는 게 어떻소.”


[그래, 고작 벽 따위가 내뱉은 말이 뭐가 중요하겠느냐. 지금부턴 마창의 단서를 찾는 것에 집중하자구나.]


“응, 그러자.”


반더람과 나는 노바를 뒤따라 벽을 넘어 안으로 들어섰다.


---


강이 나타났다.

말하는 벽을 넘어 짧은 통로를 지나온 우리들 앞에 짙은 마기를 품은 거대한 폭의 강이 맞이해 주었다.


뒤를 돌아, 왔던 길을 확인하니 어느 새 통로는 막혀있었고 우리가 지나왔던 길의 흔적은 완벽하게 지워져 있는 상태였다.


“이곳이 마계인 것이오?”


“마계는 맞지만 아직은 미궁의 경계에 걸쳐있다고 봐야겠죠.”


노바는 요선을 꺼내 한 장을 반더람의 허리에 감으며 대답했다.

나도 등에서 요선을 꺼내 공중에 떠올랐고 이대로 강을 건너려는 순간.


슉!!


“응?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오.”


“미궁의 장치에 의해 날아서 강을 건넌다는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거겠지.”


그래 이래야 미궁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지.

이곳부터는 마계의 미궁이 틀림없어 보였다.


대지는 연보라색의 흙으로 깔려있었고 주변 식물을 비롯해 하늘까지 비슷한 색깔을 내비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기운, 노바는 마기가 확실하다고 대답해주었다.


마계는 중간계와 단절된 이후로 평범한 방법으로는 절대 넘나들 수 없는 곳이다.


우리들은 미궁이라는 배를 이용해 마계로 건너온 것이라 봐야했다.

배를 타고 마계에 도달했다 하여도 절차를 거쳐야만 정식으로 마계에 입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그 첫 번째 시련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강을 건너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 특별해 보이지는 않구려.”


강물을 손에 담아 냄새를 맡으며 반더람은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노바는 반더람의 말에 동의하며 내게 말했다.


“마기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면 제게도 별 무리는 없어 보이네요.”


“그럼 헤엄쳐서 가자, 다들 수영할 줄 알지?”


“기본 소양이지 않소.”


“마나 호수에서 곧장 헤엄을 쳤었어요.”


물색깔이 살짝 탁해서 거부감이 들긴 했지만 이건 오염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마기에 의한 영향이다.

그런 마인드로 나는 거침없이 강에 뛰어들었다.


뒤이어 반더람과 노바도 강에 몸을 맡겼고, 우리들은 한 번 더 원 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슉!!


전신이 흠뻑 젖은 상태로 지금 일어난 상황에 의문을 느끼는 셋.

나는 옷과 머리의 물기를 짜내며 말했다.


“날아서도 안 되고, 헤엄쳐서도 안 되면 뗏목이라도 만들어서 건너라는 건가.”


그냥 뱉어본 말에 불과했지만 반더람이 덥석 물더니 곧바로 뗏목으로 쓰일 나무를 찾아 나섰다.


다행이도 주변에는 듬성듬성 나무들이 자라나 있다.

하나같이 마기를 양분 삼아 자라서 그런지 크기도 크기이지만 상당히 억세며 튼튼했는데 반더람은 손등으로 몇 번 두드려보더니 품에 딱 안기는 나무를 힘으로 뽑아내었다.


뿌드드득!!!!


반더람이 한 덩치 하긴 했지만 대지에 내린 뿌리를 생각한다면 절대 쉽게 볼 만 한 작업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무를 뽑아내는 것처럼 간단히 들어올린다.


얼마나 힘을 줬는지, 뿌리째 뽑아버린 것도 모자라 반더람의 팔에 짓이겨져 나무는 한 순간에 두 동강 나버리고 말았다.


쿵!!


“어이쿠! 생각보다 쉽게 뽑히는구려.”


그때, 거목의 뿌리가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움직이더니 반더람의 목을 휘감았고, 이내 전신을 옭아매어 움직이지 못하도록 꽉 붙들어 매었다.


“적막수왕!”


“선의 청록검.”


나는 서둘러 요선을 꺼내는 것과 동시에 손톱을 꺼냈고, 노바도 나와 마찬가지로 요선을 꺼내며 검을 뽑아 도와주려 했지만 우리 둘은 요선을 다시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투드드득!!!!


“뿌리는 다소 질긴 것이, 뗏목을 고정시키는 데 딱 적합해 보이지 않소?”


호랑이 발톱을 세운 곳을 중심으로 종이를 찢어내는 것처럼 손쉽게 속박을 풀어내는 반더람.

노바도 그렇지만, 반더람도 급작스러운 상황에 대한 대처가 매우 차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뿌리는 제가 잘라서 정리하도록 할게요.”


이왕 검을 뽑은 거 뭐라도 베어야 하지 않겠냐는 표정으로 노바는 반더람이 뽑은 나무의 뿌리를 잘라내었다.


“앞으로 3개정도만 더 뽑으면 될 것 같소. 칼공께서는 뗏목을 연결시켜주시구려.”


“응, 알았어.”


나는 이왕 하는 거 신경사슬을 좀 더 정밀하게 컨트롤 할 수 있도록 연습 요량으로 꺼내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히 작업을 시작한지 30분도 되지 않아 어린 시절 로망으로만 가졌던 통나무 뗏목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어디 잘 뜨는지 한 번 보겠소.”


반더람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채 번쩍 들어 강에 뗏목을 휙 던졌다.


나와 노바는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는데 뗏목이 강에 닿은 순간 쿵하는 소리와 함께 뗏목이 사라졌다.


“······.”


“풉, 아 미안. 괜찮아?”


“괜찮으세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사라진 뗏목은 반더람의 머리위로 정확하게 떨어졌는데, 문제는 뗏목이 절묘하게 균형을 유지하여 정수리에 중심을 잡고 수평을 유지하고 있어 상당히 우스꽝스런 모습이 연출 되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터져버린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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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21. 기시단과 신기 아토비악의 힘 19.08.19 102 1 14쪽
133 21. 마족의 비밀, 금서 19.08.15 86 1 16쪽
132 21. 신기 흑월도 19.08.14 87 1 13쪽
131 21. 리벤지 매치 19.08.13 83 1 11쪽
130 21. 지켜내기 위한 싸움 19.08.12 8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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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21. 세계를 향한 분노 19.08.07 96 1 13쪽
127 21. 미니엄의 능력 19.08.06 86 1 13쪽
126 21. 마계의 실력자들 19.08.05 82 1 14쪽
125 20. 돌파하라. 19.08.01 78 1 13쪽
124 20. 마계의 입구, 문지기 19.07.31 88 2 13쪽
123 20. 폐쇄구역 19.07.30 99 1 11쪽
122 20. 노바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19.07.29 103 2 19쪽
121 20. 맹수에 가까웠던 남자 19.07.25 92 1 13쪽
120 20. 반더람의 과제 19.07.24 82 1 11쪽
119 20. 3인의 힘 19.07.23 99 1 12쪽
» 20. 마기의 강 19.07.22 104 1 12쪽
117 20. 마계편. 칼, 요정령 노바, 적막수왕 반더람 팀 결성 19.07.18 91 1 14쪽
116 19. 자색의 보석, 각성 19.07.17 93 1 12쪽
115 19. 태양의 뒷면 19.07.16 129 1 14쪽
114 19. 칼 VS 천체 사로스 여왕 19.07.15 92 1 16쪽
113 19. 창공의 신기를 거머쥔 자 19.07.11 84 1 13쪽
112 19. 백은금의 바우몰리, 바락 킬몰 19.07.10 90 1 11쪽
111 19. 행동개시, 잠입 19.07.09 100 1 12쪽
110 19. 요정여왕? 19.07.08 89 1 15쪽
109 18. 다시 무린으로 19.07.05 1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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