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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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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00
추천수 :
725
글자수 :
748,164

작성
19.07.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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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20. 노바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DUMMY

본래 마구의 과제는 좀 더 난이도가 있다고 한다.

늘어나는 무게뿐만이 아닌 환경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더욱 어렵게 진행될 예정이었다고 하는데, 문제는 반더람의 압도적인 괴력에 애초에 소용없을 것이라 판단하여 제외시켰다고 한다.


뭐, 본심은 더 이상 반더람에게 던져지고 싶지 않아서겠지만 말이다.


- 마구의 시험을 통과해서 정말 기쁘마구! 드디어 해방이마구! 어서 사리지마구!


3가지 감정이 묻어나는 스펙터클한 마구의 변화구에 우리들은 그저 웃어보였다.


“정말 고생하셨소, 내 일찍 틀에서 벗어났더라면 편하게 끝냈을 것을 말이오.”


- 괜찮마구, 그러니 어서 가라마구. 얼굴 보기도 싫은마구!


“그래, 알았으니까. 너무 보채지 좀 마라.”


우리들은 마구의 배웅을 받으며 각 절벽의 끝 거목 두 그루의 뿌리가 엮여 만들어진 다리를 건넜다.


튼튼하기도 했으며 굵었기에 셋이서 나란히 걸어도 폭이 남을 정도여서 조심히 건너야할 필요도 없었다.


다리를 다 건너자 마구는 마토끼와 마찬가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훌쩍 떠나버렸다.


“갈까?”


내 말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들은 시야가 차단된 안개의 숲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걷는 와중, 돌연 반더람이 중얼거리며 주변을 빙 둘러보았다.


“안개가 자욱하구려.”


“한 눈 팔다가 떨어지지나 마.”


숲이라고는 했지만 주변은 거의 텅 비어있는 수준이다.

바닥에 난 풀들은 듬성듬성 나있었고, 나무라고 해봤자 살아있는 것은 없고 온통 메말라 죽은 마계의 나무밖에 없었다.


때문에 나뭇잎이 없어 하늘을 훤히 올려다 볼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안개에 의해 가려진 탓에 보이지 않았다.


한 눈 팔지 말라는 말에 노바는 웃음기를 머금은 채 대답했다.


“그럼 다 같이 손이라도 맞잡고 걸을까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아?”


“조금 불편하지 않을까 싶소.”


덩치와 키가 워낙 크다보니 손을 잡고 걷는다면 반더람이 중앙을 맡아야만 한다.

반더람은 그런 답답함은 질색하는 모양인지 한사코 거부하며 걸어 나갔다.


[저 노바라는 요정령, 어떠냐?]


‘뭐가?’


[네 놈의 반려로서 어떠냐고 물어본 것이다.]


‘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자빠졌어. 심심하냐?’


갑자기 뜬금없이 물어보는 말에 나는 기도 차지 않는 투로 대답했다.


[생긴 것도 비단처럼 곱게 생겼고 차분한 것이 네 반쪽이 된다고 생각하면 꽤나 잘 어울릴 것 같구나.]


뜬금없이?

그것도 이 타이밍에?


미궁에 들어오고 빨리 나아가자는 말은 해도 이런 얘기를 심연이 한 적 있었나?


‘너, 또 무슨 꿍꿍이 있는 건 아니지? 포르미루, 2계층의 지배자랑 맞춰서 날 속인 것도 그냥 넘어가 줬더니···’


[네 놈의 성장을 기대하고자 벌인 일이었다. 하지만 설마 이 몸이 만든 미궁이 그곳에 버젓이 있을 줄은 몰랐느니라.]


‘아 그래, 뭐 거짓이 아니라면 지금은 여기 상황에만 집중하자.’


빠르게 화제를 전환시키려는 내 노력은 심연의 목소리에게 통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말이다, 레이나라는 엘프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냐?]


“아 진짜 아까부터 왜 그러냐니까?”


“무엇이 말이오?”


“왜 그러세요?”


속으로 대답한다는 게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터져버렸다.

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아니라며 먼저 길을 걸어 나갔고, 둘은 의아한 채 내 뒤를 따라왔다.


[동요하는 것을 보니 진짜구먼.]


‘아니라니까 진짜.’


[그럼 내 말에 대답이나 해보 거라, 저 노바라는 요정은 어떠냐?]


아니 진짜 이 녀석이 왜 이러지?

한동안 조용한가 싶더니 갑자기 말이 분수처럼 터져 나오는걸 보면 진짜 무슨 꿍꿍이가 있는 모양인데?


‘함께 미궁을 돌파하는 동료지. 강하면서도 냉정하게 상황을 주시할 줄도 아는 요정. 이제 됐냐?’


[내 말은 평가가 아닌 이성으로서 어떠냐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함께 미궁을 돌파하는 동료라고. 대체 무슨 대답을 기대하는 거야?’


[쯧, 역시 이런 건 이 몸과 맞지 않구먼.]


‘뭔 말이야?’


심연의 목소리가 중얼거린 말에 의아한 채 물어보자, 갑자기 목에 걸려있던 미리나델의 펜던트가 아주 약한 빛을 발산하며 부르르 떨렸다.


[고작 그런 걸로 계기가 된다는 것이 우스울 뿐이다.]


부르르!


‘뭐야 이거, 설마···’


나는 미리나델의 펜던트를 꺼내보았다.

아직도 약한 빛을 내뿜으며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심연의 목소리가 한 마디 할 때마다 이런 반응을 보였는데, 설마 너희 둘 대화가 가능한 거였냐?!


[뭘 놀라고 있느냐,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느냐.]


‘아니, 난 미리나델의 목소리를 못 듣잖아. 말해, 둘이서 무슨 꿍꿍이를 벌이고 있는 건지.’


부르르


아니 그러니까 저는 못 듣는다니까요? 미리나델씨.


그때였다.

정신없이 걸으며 둘의 계략을 밝혀내기 위해 몰두하고 있던 나머지 눈앞에 거대한 물체가 있는 지도 몰랐다.


부딪히려는 순간, 황급히 내 어깨에 손을 올려 멈추게 한 노바는 아까 전과 마찬가지인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내게 말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노바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자 심연의 목소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괜히 신경 쓰게 만들어서···


함께 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미궁에 들어와서 자기소개 비슷 무리한 것을 나눈 적이 있었다.


노바는 인간들에 한해서 겁이 많다고 한다.

워낙 미모가 뛰어났던 탓에 별의 별 일을 다 겪었다고 한다.


때문에 노바는 강한 것을 떠나 인간들의 욕망에 트라우마가 생기게 되었고 요정계에 틀어박힌 생활을 이어왔다고 했다.


단순히 이쁘다라는 기준으로 보면 요정여왕 엘리움에 손을 들어주겠지만, 노바에겐 성숙함과 아름다움이 함께 겸비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보면 이성에게 더욱 끌리는 요정이란 느낌을 받았다.


지금 이렇게 마주하고 있지만, 내가 생각해도 노바는 정말 매력적인 요정이란 생각이 들 정도니까.


특히 탁한 은발은 그녀의 차분함을 더욱 부각시켜 주었으며 신비로움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니 스쳐지나가더라도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인데, 노바에게 있어선 그저 콤플렉스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노바양의 말대로 정신을 쏙 빼놓고 있는 것을 보아, 어디 불편한 것은?”


내가 반응이 없자 반더람도 스리슬쩍 물어왔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힘차게 고개를 양 옆으로 저었다.


“아니, 전혀! 그보다 빨리 다음 과제로 넘어가야지.”


“잠시 만요. 아무래도 저게 다음 과제인 모양이에요.”


서두르려는 발걸음을 노바가 불러 세우며 손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곳을 보니 안개에 둘러싸인 채로 놓인 거대한 거울 하나가 떡 하니 서있었고 나는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뒷걸음질 쳤다.


- 내 이름은 마러, 두 번째 시련의 과제 시험관. 셋 중 도전할 자는 누구?


“여기선 거울이 말도 하네.”


“미궁이란 곳은 참 신기한 것들이 많은 것 같소.”


감탄을 하고 있는 와중, 노바가 자신을 지목하며 거울 앞에 섰다.


“제가 이번 과제의 도전자에요.”


- 오호···이것 참, 지금까지 본 어떠한 존재들보다도 아름다운 자로군. 아주 마음에 들어.


“···감사해요.”


아름답다고 말해주는데 화를 낼 수는 없지 않은가?

노바가 짧게 감사를 전하자 거울은 다시 말을 이었다.


- 자, 도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둘은 훠이훠이!


“컨셉이 마음에 안 드는데.”


“성격이 그리 좋지는 않아 보이는구려.”


마치 짐짝 취급하듯 대하는 태도에 나와 반더람은 괜스레 한 마디씩 중얼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시험관의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녀석의 말에 따라야만 한다.


노바는 거대한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았다.

반더람의 전신을 담아낼 수 있을 정도로 컸기 때문에 거울에 비친 노바의 모습은 한 없이 작았으며 안개 낀 텅 빈 배경은 공허하게 느껴졌다.


“이제 뭘 하면 되죠?”


- 잠시만 기다려줄래, 시험에 앞서 준비가 조금 필요하거든.


그 말을 끝으로 거울은 한 동안 잠잠히 노바의 전신을 비출 뿐이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하자, 주위에 깔린 안개들이 조금씩 거울에게 흡수되기 시작했는데.

그 상태로 또 한 동안 대기를 하고 있자 짙은 안개는 감쪽같이 사라진 채 황폐한 주변을 확인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메마른 대지였지만 살짝 회색빛이 감돌았으며 마기의 영향 때문인지 돌처럼 딱딱했다.

몇 미터 간격으로 띄엄띄엄 죽은 마계의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기이한 느낌을 주며 자리를 잡고 있었고 하늘은 대지와 마찬가지로 칙칙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용안을 통해 빙 둘러보았지만 들어오는 풍경은 이것이 전부, 생각 이상으로 엄청 넓은 규모의 땅임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이 두 번째 과제의 무대 인듯하오.”


“죽음이 드리운 땅에 놓인 거대한 거울 하나라······이번 과제 역시 어떤 건지 예상조차 가지도 않는걸.”


[분위기만 그럴싸하게 보일 뿐이지 실상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허다하지.]


‘네가 만든 미궁은 뭐 특별하다 이거지?’


어쨌든 두 번째 시련의 과제가 시작되었다.

이번 차례는 요정계 최고 전력인 노바.


그녀는 여전히 거울 앞에 선 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긴장감이나 또 다른 위화감 같은 기색은 비치지 않았다.


“과제에 앞서 자신을 고조시키고 있는 모양이오.”


“응, 저게 요정계 최고 전력인 노바의 본 모습이겠지.”


---


- 이제 조금만 더 기다려줘, 곧 준비 끝나니까.


“······.”


노바는 말없이 기다리기만 하였다.

시련을 앞두고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고 있는 것 같았고 눈에는 결의만이 서려있었다.


창!!


돌연. 거대한 거울이 깨지며 그곳으로 한 인영이 불쑥 튀어나왔다.


전신은 마기의 영향에 의해 검게 물들어 있었고 사뿐하게 지면에 발을 디딘 뒤, 노바에게 다가가 눈을 마주쳐왔다.


“이건···제 모습을 흉내 내신 건가요?”


- 아름다워, 지금까지 봐온 어떤 존재들보다도 가치가 느껴지는 육체야. 거울은 정면만 비추니까, 주위에 퍼트린 마기로 너의 입체를 본 떠야만 하거든.


이 목소리, 거대한 거울 마러의 목소리와 일치했다.


노바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마러는 자신의 변화한 육신을 내려다보며 황홀감에 젖어있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완벽히 따라한 덕분에 노바가 걸치고 있는 의상도 구현되어 있었는데, 시험관이란 본분을 완전히 잊은 듯 보였으며 노바가 입을 열지 않았다면 한 동안 새로운 육신에 대해 감탄만 해대었을 것이 분명해보였다.


- 내 정신을 봐, 그래 과제를 치러야지.


“그래서 이곳을 넘어가려면 어떻게 하면 되죠?”


- 간단, 간단.


똑같은 모습이었지만 하는 행동과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

차분한 인상과 함께 성숙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게 노바라면, 노바의 모습을 한 마러는 뇌쇄적이며 퇴폐시한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마러는 고혹적인 자세로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대며 말을 이었다.


- 육체적인 능력까지 완벽히 재현해냈지만 거기까지, 사용하고 있는 도구까지는 재현해내지 못해. 이곳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순전히 자신의 육체능력만을 사용하여 날 굴복시켜야만 해.


“그 말은 요선이나 선의 청록검의 사용은 금지라는 거군요.”


- 정답. 그리고 한 가지 더 알려줘야 할 것이 남아있어.


“뭐죠?”


갑자기 마러가 노바의 턱 끝을 살며시 잡아당기며 음흉해 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모습은 역시 이번 시련 또한 제한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행동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 대가가 필요해, 내가 재현해낸 존재는 육체능력에 봉인이 걸려버리지. 무슨 말인지 알아?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게 넘겨야만 한다는 뜻이야. 그것이 소중한 것일수록 원래의 힘에 가까워지는 방식. 그래, 예를 들어 보석같이 빛나는 눈동자나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 같은.


마러는 혀를 살짝 내밀어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노바의 턱에 얹은 손가락을 풀며 마러는 퇴폐시한 눈웃음과 함께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대가로 도구는 당연 안 되겠죠?”


- 잘 알고 있네, 그리고 날 상대하는 도중 육체 이외의 물체를 사용할 시 자동적으로 미궁에서 쫓겨나게 되어있으니 명심하구.


대가를 바쳐야만 봉인되어진 육체의 힘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그것도 자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일수록 되돌려 받는 힘은 본래 지니고 있는 능력에 가까워진다.


그럼 대가를 바치지 않는 현재의 노바는, 노바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마러보다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시 이런 식으로 나오지 않으면 미궁의 시련이라고 할 수 없지.

마기로 재현해낼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궁의 시스템을 이용하여 도구의 사용을 제한시킨다.


노바는 요선과 선의 청록검 같은, 도구를 다루는 것에 천부적인 능력을 지닌 요정이다.

단순히 육체레벨로 겨루는 방식은 맞지 않는다는 말인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번 과제는 반더람 또는 내게 좀 더 유리할 수밖에 없어보였다.


요선과 검을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힘까지 봉인당한 상태로 과연 노바의 모습을 똑같이 재현해낸 마러를 이길 수 있을까.


“어쩔 수 없이 대가를 바칠 수밖에 없겠구려.”


반더람도 미궁의 부조리함에 혀를 내두르며 그렇게 대답했다.

거기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어쩔 수 없이 가 아니야, 대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도록 애초에 설계되어 진거지.”


힘을 되돌려 받기 위해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마러에게 바친다면 힘을 돌려받더라도 결국은 패널티를 지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대가로 지불하는 것은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 하나라도 상관없나요?”


- 내가 가지지 못하는 물건 따위는 관심 없어, 오로지 너라는 존재의 소중한 것들 중 하나든 둘이든 내 것이 될 수 있다면 중요도에 따라 힘의 봉인을 풀 수 있지.


“그렇군요. 잘 알겠어요.”


- 그래, 그래서 내게 무엇을 지불할거지? 아름다운 목소리? 아니면 완벽한 미를 추구하는 얼굴? 예술적인 균형의 육체도 좋은데···하아, 자 말해!


마러는 지금 몹시 흥분상태에 달해있었다.

미적으로 완벽한 존재가 자신의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바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마러는 흘러가는 1초가 매우 괴로운 듯 어서 빨리 대가를 지불해줬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며 양 팔을 부여잡았다.


“···기대와 달리 실망하실 지도 모르겠네요.”


- 뭐?


“이런 외형, 원한다면 가져가셔도 상관없어요. 제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비치는 것이 아니니까요.”


-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미적으로 완벽함을 추구하고 있으면서도···


더 이상 못 들어주겠는지 노바는 도중에 말을 자르며 지불할 대가를 입에 담았다.


“저는 제 신념을 대가로 지불하겠어요.”


- 뭐?! 잠깐, 그게 뭐니! 아니, 이게 아니야! 기다려!


자신의 신념을 대가로 지불한다.

노바에게 있어 남들 눈에 비치는 외적 모습은 그리 중요치 않게 생각한다.

요정으로서, 요정들의 령으로서, 세계수를 통해 이 세계에 태어난 이상 사명을 안고 신념을 굳혔던 맹세.


노바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자신으로 있게 해준 일편단심의 올곧은 마음이다.


“그런 것을 대가로 지불해도 되는 거야?”


“걱정 하지 마세요, 이 순간 사라질지 몰라도 제 안에 굳게 자리 잡은 모두와의 염원은 더욱 견고하게 쌓여 또 하나의 믿음으로써 신념이 굳혀지게 될 테니까요.”


걱정을 담아 말한 내 말에 노바는 싱긋 미소 지으며 내게 대답해주었다.

대가로 지불하는 순간까지, 노바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다.


- 고, 고작 이런 것 따위를···!


“대가를 지불 했으니 시작해도 되겠죠?”


- 신념 같은, 거짓말이야! 가장 소중히 여길 리가 없잖아!


“부정하려 들지 마세요.”


노바의 전신으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마러에게 스며들어간다.

마러는 믿고 싶지 않겠지만 미궁의 시스템에 의해 판독한 결과, 노바가 지불한 대가는 정당하다고 판별되었고 그렇게 마러는 노바의 신념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나와 반더람은 서로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였다.


“만약 이 과제를 내가 받게 되었다면 통과하지 못했겠소.”


“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지불해야만 본래의 힘에 가까운 기운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반더람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두를 지킬 수 있는 힘이오.”


“하하, 그건 그렇겠네, 그 괴력을 대가로 지불하면 봉인을 푼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네.”


내 말에 반더람은 시원스레 웃으며 노바에게 시선을 옮겼다.

나도 다시 노바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등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생각에 잠겼다.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은 뭘까?

내 감정에는 솔직한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애매하네.’


[훗, 유하의 자질을 지닌 네 녀석도 단정 지을 수 없는 걸 이 두 녀석은 지니고 있구먼.]


‘내 말이, 그러니 모두에게 인정받는 존재겠지.’


[그래서 어떠냐? 저 노바라는 요정 말이다. 가장 소중한 것이 신념이라고 했다만, 성격도 야무진 게 마음에 든다면 이 몸도 허락해주마.]


‘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냐? 뭐 그래도 저런 여성이라면 역시 누구나 마음에 품고 싶어 하겠네.’


[마음에 든다는 말이구나, 옳지 이 몸도 솔선수범해서 도와주마.]


심연의 목소리에겐 미안하지만 그럴 일은 없네요.

그 대답에 나는 농담처럼 가볍게 넘기며 노바를 바라보았다.


‘내게 있어 너무 완벽해, 남들 시선이 두려울 정도라니까. 아 이런 생각도 김칫국이겠지? 노바는 아무런 감정도 없을 테니까.’


노바에게 신념을 받게 된 마러는 심정이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미궁의 시험관으로서 이런 마음가짐 따위는 전혀 불필요했기 때문이다.

세상 밖에 나갈 일도 없었고, 세계를 위해 헌신할 희생조차 불필요한 건더기에 불과했다.


아무런 필요도 없는 것을 건네받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것 따위를 가장 소중히 생각할 수 있지?


마러는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가졌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노바를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흔들림 없이 아름다운, 절대 바라지 않을 것만 같은 보석 같은 눈동자.

노바의 신념을 전해 받고 그 시선을 마주하니 못 버틸 것 만 같다.


“저희들은 갈 길이 멀어서 이만 끝내도록 할게요.”


- 잠깐!


퍽!!!


노바의 뒤 돌려차기가 마러의 안면에 아주 깔끔하게 들어갔다.

마치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무희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다.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퍼부어지는 노바의 공격에 마러는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신념을 받아들인 시점에서 시험관으로서의 의욕을 상실한 듯 보였다.


“가차 없구려.”


“신념을 쌓기 전의 노바는 냉철한 요정이었나 보네.”


쉴 틈 없이 퍼부어지는 공격.

반더람의 말대로 가차 없이 마러의 전신을 골고루 두들기고 있다.

자신과 똑 닮은 모습임에도 감정 따윈 내비치지 않았다.


노바는 이런 상황일 것을 예상하고 미리 집중을 한 것일까?

정신통일도 어떤 의미에서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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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9. 백은금의 바우몰리, 바락 킬몰 19.07.10 91 1 11쪽
111 19. 행동개시, 잠입 19.07.09 100 1 12쪽
110 19. 요정여왕? 19.07.08 89 1 15쪽
109 18. 다시 무린으로 19.07.05 1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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