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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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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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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82
추천수 :
725
글자수 :
748,164

작성
19.07.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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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 백은금의 바우몰리, 바락 킬몰

DUMMY

여왕의 돌발 행동 때문에 상황이 묘하게 흘러갔다.

공간도약을 시전하기 전, 여왕이 중간에 미리나델의 펜던트를 낚아채버린 탓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좌표로 이동한 우리는 수많은 인간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오!!”


미리나델의 펜던트가 서서히 빛을 잃어가자 한 번 더 신기한 듯 천진난만한 반응을 보이는 여왕.

주변에 포진해있는 병사들에겐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난폭하게 펜던트를 휘두르고 있었다.


미리나델을 가지고 노는 요정여왕이라, 요선의 입장에선 상당히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겠는데.


“우읍···!”


레이나는 멀미약을 복용했음에도 밀려오는 오심에 무릎과 양 손을 대지에 꿇은 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먹고 있었다.

병사들도 그 모습을 보며 살짝 당황한 표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괴한들.

한 명은 목걸이를 쥐불놀이마냥 미친 듯이 돌려대고 있고, 한 명은 아예 큰 절을 올리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아, 진짜 쉴 틈 없이 활약해주시네.”


그리고 나는 둘의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내가 바라지 않아도 항상 좋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정도면 나는 확실히 악운에 강한 편이리라.


[일이 복잡해지기 전에 한 놈도 놓치지 말거라.]


대화가 통하면 좋겠지만, 그런 기대는 이제 가지지도 않았다.

대게 이런 패턴이라면 무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마니까.


지금처럼 말이다.


“음, 흉악한 몬스터들로 우글대는 대지에 귀여운 아가씨들이? 그것도 갑자기 돌연 나타난다? 이 바락 킬몰! 천체 사로스 여왕 직속 시엘로 부기사단장의 눈은 속일 수 없지.”


2M가 넘는 신장에 잘 말아 올린 콧수염.

관리를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인지 스프링과 같은 탄력이 느껴진다.


나이가 좀 있어보였지만 탄탄한 근육질은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었고, 빛바랜 거대한 해머는 숱한 전투경험을 쌓은 프로 중의 프로라는 인상을 남겼다.


“이쪽이 그나마 가장 멀쩡해 보이는군.”


거구의 남성은 펜던트를 휘두르는 이상한 여성과 바닥에 엎드려 심호흡을 하는 여성을 슬쩍 보다 내 앞으로 다가왔다.


“이곳은 마계 토벌을 위해 성황 루셈도가 선포한 대지, 그대들은 어디 출신이지?”


한 쪽 어깨에 해머를 기댄 채 수염을 매만지는 남성.

이름이 바락 킬몰이라고 했지.

딱 보기에도 이 무리에서 가장 강한 녀석이다.


용안을 통해 내재된 기운을 보니 제이본보다도 훨씬 방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제이본도 인간 축을 벗어난 강함인데도 말이다.


“출신은···그것보다 내가 시간이 많지 않아서 한가하게 이러고 있으면 안 되거든?”


“흐응! 그렇다면 이 백은금의 바우몰리로 응징 뿐! 성황의 기사들이여, 루셈도의 병사들이여 여신 아리아의 이름으로 불법 침입자들을 생포할 수 있도록!”


[멋도 모르는 놈이 아리아의 이름을 입에 담는구나.]


심연의 목소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새침하게 대답했고 나는 곧바로 신경사슬을 꺼내 후방에 신호를 날리려는 병사의 양 손목을 묶어 끌어당겼다.


“으, 으어어어어!!!”


“아아!!”


“우읍!”


여왕은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마냥 내가 휘두른 신경사슬을 호기심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며 손에 쥐고 있던 미리나델의 펜던트를 휙 던져버렸다.


[저, 저 몹쓸···!]


‘괜찮아!’


신경사슬에 끌려온 병사를 저항하지 못하도록 팔로 목을 살짝 조르는 것과 동시에 곧바로 펜던트를 낚아챘다.


마이즈에게 이식받은 신경사슬 여러모로 정말 유용하기 짝이 없었다.


“전원! 동작 그만!”


바락 킬몰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숲을 울렸다.


젠장! 저 목소리 때문에 또 몰려오면 귀찮아지는데.


“상당히 놀라운 재주를 부리는 아가씨로군. 역시 무린에 들어올 정도면 실력에도 자신 있다는 소리겠지.”


당연하겠지만 여왕과 레이나는 이미 병사들에 의해 포박 당해버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상당한 조직력을 보여주었다.

여왕은 신경사슬에만 반응하고 있었고, 레이나는 멀미에 의해 무기력한 상태였으니 솔직히 쉽게 제압당할 수밖에···


때문에 바락 킬몰은 나를 위험 분자로 인식하고 모두를 물러나도록 명령했다.


“저 둘은 그대의 부하인가? 상당히 상태가 좋지 못하군, 무린의 몬스터에게 당하기라도 한 것인가.”


“부단장님! 이 여자, 엘프입니다.”


레이나를 포박한 병사들 중 한명이 멀미로 인해 마법이 풀린 뾰족한 귀를 확인하고 곧바로 보고하자 바락 킬몰은 수염을 매만졌다.


“엘프? 이종족이 끼어있는 파티라니 보기 드문 조합이군. 그나저나 내 부하를 인질로 삼아 이 상황을 벗어나보겠다는 것인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은 사양이야. 이대로 보내주면 못 본 척 넘어가줄게.”


“이 바락 킬몰! 수상한 자들을 못 본 척 넘어가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제발 조용히 좀 말해주면 안 되나?

뭔 말을 할 때 마다 괴성을 질러대니, 안 되겠다.


“보니까 부하를 생각하는 상관 같은데, 서로 인질을 걸고 1대1로 붙는 건 어때?”


“크하하하하!!! 당돌한 아가씨로군, 이 바락 킬몰의 근육이 느껴지지 않는가!”


느껴져, 엄청 부담스럽게.


“그래서 제안은? 잊은 건 아니겠지? 이곳이 무린이라는 것 말이야. 그쪽도 피해는 최대한 피하고 싶을 텐데.”


“좋다! 비록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긴 하나 이 바락 킬몰의 근육을 느끼고도 대범한 그대의 의지를 빌어 받아들이도록 하지.”


무린은 몬스터들의 땅.

신경사슬의 속도를 본 바락 킬몰은 나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제압하는 과정에서 전력에 큰 구멍이 생겨버린다면 이후 나타나게 될 지도 모를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것에 애를 먹을 것이 분명하니까.


나는 병사의 목을 조르고 있던 팔을 풀었다.

등을 떠밀어 바락 킬몰에게 보내자 병사는 얼떨떨한 채 동료들 틈으로 복귀하였다.


“이것은 자신감인가.”


“확실하게 끝내기 위해서 배려해준 거야, 그러니 약속은 꼭 지켜.”


“여신 아리아님과 사로스 여왕님을 모시는 바락 킬몰! 한 번 내뱉은 말은 지키는 남자이다.”


그것 참 좋네.


“그런 의미에서 모두가 납득이 갈 수 있게 단 한 번 공격을 받아줄게.”


주변에는 수많은 인간 병사와 기사들이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다.

단숨에 끝내버려도 상관없지만 여기선 어떻게 뒤통수를 칠지 모르니 힘의 격차를 확실하게 느끼게 해줄 생각이다.


가장 강한 녀석의 일격을 받아내고도 내가 이긴다면 두 말하지 않을 테니까.


“자신감을 넘어 오만한 아가씨로군. 이 바락 킬몰과 백은금의 바우몰리가 있다면 천하에 두려울 것은 없으니! 1T급 내려찍기!”


붕!!!


와, 기술이름 되게 대충 지었다.


쿵!!!


쩌적!


곰도 한 방에 나가떨어질 만큼 거대하고 무식하게 무거워 보이는 해머를 내 정수리에 꽂은 바락 킬몰.


나는 한 방을 허용하긴 했지만 그냥 맞아준다고는 안 했었다.

정확히 내려찍는 위치를 파악한 뒤, 드래곤의 비늘을 꺼내 방어해 보였고 충격을 받는 순간 비늘은 타격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과 동시에 반발력을 일으켜 바락 킬몰의 육중한 육체를 휘청 이게 만들었다.


내가 서있는 자리를 중심으로 무린의 대지에 미약한 균열이 발생했을 정도의 위력이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아쉬우면 한 번 더?”


해머에 찍히고도 멀쩡하게 서있는 날 보는 수많은 인간들의 시선에는 경악이 비췄다.


바락 킬몰 또한 상당히 놀란 듯 보였으며 여왕과 레이나만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크흠! 상대가 아가씨라 힘이 덜 들어간 모양이군.”


대충 봐도 뼈도 못 추리고 바로 사망했을 정도의 위력이었는데?


“부단장님!”


위세와 다르게 내가 너무 멀쩡하게 서 있으니 얼굴이 붉게 물든 바락 킬몰은 헛기침을 한 뒤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해대었고 뒤에 있던 병사들과 기사단원들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난 괜찮으니 한 번 더 휘둘러봐.”


그래, 내가 원하는 반응이 이거다.

경악을 넘어 전원 전력을 상실해버려라.


“그럴 수는 없지. 이번에는 그쪽이 들어와야 수지가 맞지 않겠나.”


이 녀석, 뒤에 있는 단원들을 의식하고 있다.

사기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내 공격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똑같이 멀쩡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병사들의 사기는 다시 증진될 테니 말이다.


너의 의도를 알아차린 이상 그렇게 흘러가도록 할 수는 없지.


“OK. 그럼 사양 않고.”


“···오, 케 뭐?”


[힘 조절 잘해라, 혹시라도 죽여 버린다면 더 귀찮은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바로 앞에서니 키 차이가 어마무시하다.

덩치도 그렇고 이건 뭐 사람을 상대하고 있는 게 아니라 무린의 헤비트롤을 상대하고 있는 느낌이다.


손톱은 당연하게도 꺼내지 못한다.

헤비트롤의 가죽도 손쉽게 찢어버리는 걸 인간상대로 사용하면 죽이려드는 거니까.


바락 킬몰은 뭉개 죽일 듯이 휘둘렀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무이전왕, 기시단에 의해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이다.


이들도 결국 피해자인 것이다.

피해자들끼리 치고 박고 죽이는 것은 기시단이 바라는 것.

세계의 전력을 줄이고 힘을 쟁취하기 위한 녀석의 치밀한 전략.


거대한 힘을 지니고 있음에도 음지에 몸을 숨기고 세계를 거머쥐려는 야망.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다.


금제, 이 세계의 진실에 걸린 금제가 풀린다면 결국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수많은 인간들도 세계의 전력이라는 소리다.


모두를 지켜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

기시단의 바람대로 움직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천천히 손목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관용이 아닌 현실적으로 다가간다.


“비록 지금의 너와 나는 힘을 겨룰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 진실이 밝혀진다면 힘을 보태줘.”


“?”


뻑!!!


“커···헉!!!!! 소, 손이 아닌 발을······!!!”


쿠웅!!!


손목을 푸는 행위에 주먹을 휘두를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녀석은 쓰러지는 순간 마지막 정신력을 발휘하여 억울한 듯 내뱉었다.


거대한 나무가 쓰러지는 것처럼 육중한 울림을 전하며 그렇게 바락 킬몰은 깔끔하게 들어간 앞발차기에 의해 기절을 하였고 그걸 직관한 기사단원과 병사들은 바락 킬몰의 이름을 외치며 전력을 상실하였다.


---


“약속 잘 지키는 사람들이 난 좋더라, 그리고 너희 대장이 일어나면 알려줘 난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고.”


“아, 알겠습니다···”


노련한 기사와 병사들은 무리하게 달려들지 않았다.

상관이 쓰러졌다 하여도 동의하에 이루어진 승부였으며 하물며 이곳은 무린이다.

당장 큰 전력이 쓰러졌는데 내게 들이댄다는 것은 몬스터들의 먹이를 자처하는 행위였으며, 그렇게 주어진 임무에 차질이 생긴다면 그것만큼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이다.


“그럼 난 간다.”


“아!”


친구와 헤어지는 것처럼 손을 흔들며 뒤돌아 가는 날 보며 여왕도 똑같이 병사들에게 손을 흔들곤 뒤를 따라왔다.


“안녕히 계세요.”


겨우 진정이 된 레이나는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었고 병사들은 그 모습에 어이가 없었지만 이내 바락 킬몰을 수습하는 것으로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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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20. 마계편. 칼, 요정령 노바, 적막수왕 반더람 팀 결성 19.07.18 91 1 14쪽
116 19. 자색의 보석, 각성 19.07.17 94 1 12쪽
115 19. 태양의 뒷면 19.07.16 129 1 14쪽
114 19. 칼 VS 천체 사로스 여왕 19.07.15 92 1 16쪽
113 19. 창공의 신기를 거머쥔 자 19.07.11 84 1 13쪽
» 19. 백은금의 바우몰리, 바락 킬몰 19.07.10 91 1 11쪽
111 19. 행동개시, 잠입 19.07.09 100 1 12쪽
110 19. 요정여왕? 19.07.08 89 1 15쪽
109 18. 다시 무린으로 19.07.05 1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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