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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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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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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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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
글자수 :
74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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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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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 이무기와 구미호

DUMMY

“할아버지.”


“······.”


“···? 할아버지. 일어날 시간이야.”


어둠에 물들었던 시야에 조금씩 빛이 새어 들어왔다.

눈이 너무 부셨기에 인상을 찡그리자 옆에서 누군가 내 양 입을 장난스레 쭉 늘어뜨리기 시작했다.


“으, 어어···?”


“이상한 표정, 잠이 덜 깬 할아버지 얼굴은 재밌어.”


벌떡!


급히 상체를 일으키자 옆에서 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놀던 이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몸을 뒤로 젖혔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분명 포르미루랑 대치하고 있다가···”


“할아버지 또 이상한 소리 시작, 포르미루는 누구? 악몽? 할아버지는 가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음.”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내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나는 그제야 친숙하게 말을 건네는 소녀의 시선을 응시하였다.


은은하게 빛나는 은발에 순금을 그대로 녹여 만든 것 같은 황금색의 눈동자.

나는 이 소녀를 본 적이 있다.


3계층, 내 미래에 나타났던 소녀.

압도적인 힘으로 검은 뿔을 제압했던 바로 그 소녀이다.


나는 갑작스레 변한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했다.

딱딱한 나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소녀는 그제야 옆에 놓인 나무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는다.


의자의 다리가 무척이나 길었던 탓에 소녀의 발은 바닥에 닿지 않았으며 허공을 휘저으며 내게 다시 말을 걸어왔다.


“포르미루는 뭐야?”


이 소녀는 호기심이 왕성한 모양이다.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기 전까지는 끝까지 물어볼 심산으로 보인다.


“으···머리가 너무 아픈데, 어떻게 된 거야? 안나 또 내게 뭔 짓 한건 아니지?”


[???]


“할아버지한테 장난 안쳤음, 기억상실? 어제 일 기억 안 나는 상태?”


[????]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 좀 해주라.”


“할아버지보고 이무기라고 했어. 할아버지는 공격하지 않고 피하기만 했어. 그래서 쓰러졌어.”


“그런 일이 있었나? 으음, 생각해내려 해도 도저히 떠오르지 않네.”


“안나가 복수하려 했지만 할아버지가 인간을 상대로 힘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해서 사용 안했어. 칭찬 해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그래, 안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구나. 이대로 착하게만 자라주렴, 속 썩이지 말고 제발.”


내 몸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팔을 들려고 한 것도 아닌데 멋대로 움직이며 소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한다.


소녀는 칭찬을 받아 기분이 좋아진 모양인지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었고 작은 탁자 위의 바구니에서 막대사탕을 한가득 집어 들었다.


“안나, 칭찬 한 번에 사탕 하나! 그런데, 날 쓰러뜨린 녀석들은 그냥 돌아간 거야?”


“할아버지는 진 게 아니야. 힘을 사용했으면 그런 악당들은 1초 만에 이길 수 있었음.”


막대사탕의 껍질을 벗기며 안나는 그렇게 대답했고, 사탕을 입에 물며 이길 수 있는 상대임에도 왜 당하기만 하는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래, 안나 말대로 악당들이 얼마나 모이던 내 상대는 안 되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인지 다시 한 번 팔이 절로 움직여 소녀의 머리를 재차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래서 녀석들은?”


“다시 온다고 했어. 할아버지가 싸울 의지를 안 보였다면서 그냥 갔거든. 그리고 머리 쓰다듬어줬으니 사탕 하나 더 먹어도 됨?”


---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황상 다시 미래를 엿보고 있는 중인 듯하다.

이번에는 내 자신에게 깃들어있는 상태로 말이다.


[여기는 대한민국인가?]


둘이 살기에 딱 적당한 크기의 오두막집에 나온 미래의 나와 소녀는 폭포가 흘러내리는 곳까지 아침 산책을 한 뒤 땔감을 모아 돌아왔다.


전기는 물론 사람들도 잘 찾아오지 않을 산림 속에서 터를 잡은 모양이었고, 소녀는 이런 생활에 매우 익숙한 듯 거침없이 온 숲속을 누볐다.


[하긴 능력만 있다면 이런 생활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겠네.]


오두막집으로 되돌아온 뒤, 소녀는 능수능란하게 땔감들을 자재창고에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정리하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몇 분도 되지 않았다.


이게 다 마법 덕분이다.


마나 불응으로 인해 마법을 쓰지 못하는 내게 있어서 땔감이 의지를 가진 것 마냥 알아서 정리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탐날 수밖에 없는 능력이다.


안나가 그렇게 정리를 하고 있는 동안, 미래의 나는 물고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리가 끝난 것을 확인한 뒤 안나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안나, 불 좀 지펴놔!”


“응, 알았어.”


안나는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불을 지필 준비를 하였다.


정리하는 동안 미리 몇 개 꺼내놓은 땔감을 가지런히 모은 뒤 안나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뒤적였고 이내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라, 라이터?! 난 분명 마법으로 해결할 줄 알았는데.]


내가 너무 기대를 한 것일까.

라이터가 나올 줄은 정말 예상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둘의 아침식사가 끝나고 난 뒤의 일상은 극히 평범했다.


호수 주변을 산책하고, 낚시를 했으며, 산에 난 약초를 채집하거나, 밭을 정리하고 모포를 말리는 등.

뭔가 바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평화로운 오후를 보낼 뿐이다.


미래의 내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안나는 새와 다람쥐 같은 작은 동물들과 뒹굴거나 깊게 땅을 판 뒤 그 속에 들어가 낮잠을 취하고 마법으로 몸을 띄워 하늘을 누볐으며 꽃을 따서 먹는 등.


마찬가지로 조금 특별하긴 했지만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직 녀석들이 나타나기 전의 미래인가.]


처음 봤던 미래와 비교했을 때 너무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풍경이다.

내가 바란 일상은 이런 것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말이다.


사건이 들이닥치기 전의 지구는 이렇구나.


“할아버지.”


햇볕을 받으며 마당에서 누워 쉬고 있던 내 곁으로 안나가 총총걸음으로 다가왔다.


“어제 왔던 인간 왔어.”


“그래? 으챠, 손님이 왔으면 맞이해줘야지. 안나는 차라도 내오렴.”


“손님이 아니라 할아버지를 죽이려는 적이야.”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거든.”


목숨이 노려지고 있다는 말에도 여유가 넘쳐흐르는 태도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사건이 벌어지기 전의 시간대라는 것을.


“저 왔습니다.”


“미안하지만 어제 일은 기억이 안나, 그래서 요 녀석이 대강 말해줬거든.”


“할아버지 괴롭히지 마. 악당 녀석.”


안나가 슬그머니 내 앞에 서며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냈다.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말의 무게는 확연히 틀렸다.


[저 사람이 날 죽이기 위해 온 자라고···? 고등학생이잖아.]


검은 머리에 갈색 눈동자.

키는 175CM 보다는 좀 더 큰 정도.

학교 수업이 끝나고 바로 이곳으로 온 모양인지 가방과 교복을 입고 있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


하지만 외관상으로는 평범할지 몰라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안에 잠재된 기운은 심상치 않았다.


“어제 일 때문에 그런 거야? 그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사과의 의미로 사탕 사왔는데 이걸로 봐주면 안 될까?”


학생이 난감하게 웃으며 가방을 앞으로 메더니 성큼 다가왔다.


신장이 170cm가 넘다보니 안나와 나는 고개를 들어야만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안나는 더 이상 다가오지 마라는 의미에서 대지에 금이 갈 정도로 힘을 주었지만 학생은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


“자! 편의점에서 가장 큰 걸로 고른 거야. 아, 이가 상할 수 있으니 한 번에 다 먹으면 안 된다? 두고두고 먹으라는 의미에서 특별히 사온 거니까.”


꿀꺽.


[아직 어린애구만, 사탕 하나에 거의 반은 넘어와 버렸네.]


안나는 자신의 얼굴 전체를 가릴 정도로 큰 막대사탕을 마주하자마자 소리가 들릴 정도로 크게 침을 삼켰다.


안나의 뒤에 서있던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리고 있다.


“요 녀석, 가만 보니 거짓말 했겠다?”


“성의를 봐서 이 사탕으로 대충 넘어가주겠음.”


막대사탕을 낚아챈 안나는 그대로 등을 돌리고 오두막집으로 들어갔다.


“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설명해 줄래?”


“네!”


---


“그런 일이···그럼 너는 그 구미호와 같이 살고 있고, 우연히 안나의 기운을 감지해냈다는 말이지?”


이곳에 온 학생의 이름은 강진호.

문화고등학교 2학년생이라고 한다.


능력에 눈을 뜬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본인 말로는 후천적 능력자라나 뭐라나?


어제는 구미호와 같이 온 모양이지만 어제 일로 인해서 보복이 두려웠던 것인지 오늘은 강진호 혼자서 왔다고 한다.


다름 아닌 내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


“내가 누굴 가르칠 입장은 안 되는데···”


“예? 분명 어제는 절 제자로 받아주신다고 그랬는데요?”


[내 성격상 대충 돌려보내려고 지어낸 말이었겠지.]


미래의 나는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한동안 생각에 잠긴 척만 하고 있었다.


[어떻게 돌려보낼까 생각하기 시작했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어제의 일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단 말이지.”


“노, 농담이 아니라 진짜 기억이 안 나시는 거예요?”


진호의 얼굴에 당혹감이 묻어나왔다.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그저 조크로 받아들였던 모양인지 조금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뭐 하러 거짓말을 하겠어. 진짜 기억이 안나.”


“그, 그럼 저는 어떻게 하면···”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지 진호는 고개를 푹 떨어뜨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미래의 나는 이야기라도 들어보자는 생각인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안 좋은 일이라도 겪고 있는 모양이지?”


“···뭐 그렇죠. 제게 이런 능력이 생겨날 줄은 상상으로도 절대 하지 않았거든요.”


“보통은 초능력이 생기면 좋아하지 않나?”


“처음에는 들뜨긴 했지만···역시 이런 비 일상은 제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이후론 거치적거리기만 할 뿐이에요.”


능력을 얻게 된 이후로 진호는 다른 이들에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바로 영적 세계.


귀신이나 사람들의 영혼이 진호의 눈에 비춰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것뿐이라면 다행이죠. 간섭까지 가능한 탓에 잘못해서 실수라도 했다간···”


살아있는 인간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거나 심각할 경우 소멸까지 벌어지게 된다고 진호는 말했다.


“···그 힘 한 번 볼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제자로 받아들인 이유를 알 것 같으니까.”


“저, 정말인가요?”


내 대답에 진호의 얼굴은 금세 환해졌다.


“네가 가진 능력을 내게 사용해봐.”


“잠시 만요!”


환해졌던 얼굴이 금방 어두워져갔다.

살짝 뒷걸음질까지 쳤는데, 내게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상당히 꺼려하는 모습에 미래의 내가 진정시켰다.


“괜찮아. 한 번 사용해봐.”


“어제의 일을 기억 못 하시는 건 아마 제 힘 때문이에요. 첫 번째는 어떻게든 조절할 수 있었지만 두 번째 일 땐 쓰러졌었어요.”


[상대의 영혼에 간섭이 가능하다고 했으니, 그것 때문에 기억을 잃었던 모양이네.]


“괜찮아, 기억만 잃었을 뿐이지 죽지는 않아.”


“그래도···”


“걱정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나는 그리 쉽게 죽지 않아.”


죽지 않는다는 내 말에 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을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거죠? 당신이 인간이 아닌 이무기라서 그런 건가요? 저는 불안해요. 저 때문에 누군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게.”


진호의 말에는 진정성이 묻어있었다.

생명을 존중하는 한 남자의 마음이 전해져왔다.


한 발자국 멀어진 둘의 간격.

미래의 내가 한 발자국 내딛는 것으로 다시 가까워졌다.


그리고 웃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안 죽어, 왜냐하면 내가 죽는 날은 정해져있으니까.”


“···알겠어요. 이무기씨의 말이니 믿을 게요.”


한참을 뜸들이던 진호가 드디어 결심이 선 모양인지 천천히 다가와 내 이마에 손바닥을 내밀었다.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을 정도의 간격을 둔 채로 눈을 감고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집중을 하는 모습을 보였고 미래의 나도 진호를 따라 눈을 감았다.


“···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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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21. 마족의 비밀, 금서 19.08.15 86 1 16쪽
132 21. 신기 흑월도 19.08.14 86 1 13쪽
131 21. 리벤지 매치 19.08.13 81 1 11쪽
130 21. 지켜내기 위한 싸움 19.08.12 8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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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21. 미니엄의 능력 19.08.06 86 1 13쪽
126 21. 마계의 실력자들 19.08.05 8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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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20. 마계의 입구, 문지기 19.07.31 88 2 13쪽
123 20. 폐쇄구역 19.07.30 98 1 11쪽
122 20. 노바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19.07.29 103 2 19쪽
121 20. 맹수에 가까웠던 남자 19.07.25 9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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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20. 마계편. 칼, 요정령 노바, 적막수왕 반더람 팀 결성 19.07.18 91 1 14쪽
116 19. 자색의 보석, 각성 19.07.17 93 1 12쪽
115 19. 태양의 뒷면 19.07.16 129 1 14쪽
114 19. 칼 VS 천체 사로스 여왕 19.07.15 92 1 16쪽
113 19. 창공의 신기를 거머쥔 자 19.07.11 84 1 13쪽
112 19. 백은금의 바우몰리, 바락 킬몰 19.07.10 9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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