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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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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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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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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두더지

DUMMY

‘누가 봐도 저거 자고 있는 거지?’


[물어볼 필요 없이 자고 있구먼.]


공간도약을 통해 이동되어진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그래도 폭발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이동한 거리치고는 상당하긴 했지만 말이다.


까마귀를 먹고 체력을 보충한 나는 요선을 사용하여 녀석이 날아온 방향을 거슬러 갔고, 얼마 가지 않아 두더지를 찾을 수 있었다.


잠을 자고 있는 듯 상체를 숙이고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재는 요선을 거두고 거리를 조금 벌린 뒤 모래 언덕위에 몸을 숨긴 채 한동안 상황을 주시하였다.


까마귀도 상당한 덩치를 자랑했지만 저 두더지 녀석은 정도를 넘어섰다고 봐야했다.

전신을 생각하면 거대한 산이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같고 팔을 한 번 휘두르면 자연재해와 다를 바 없었다.


‘직접 마주하니 스케일이 장난 아니네. 뻥 뚫린 시야라 역시 정면 돌파밖에 없겠다.’


[도브 바말린이란 인간이 사냥했다는 재앙급 몬스터 비왕이 저 정도지 않겠냐?]


아직 소화되지 않았을 까마귀 고기를 떠올리며 괜히 배를 한번 쓰다듬은 뒤 모래 언덕에 등을 기대고 숨을 골랐다.

생존을 위해서긴 하지만 역시 몬스터를 먹는다는 것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달고 있었기 때문인지 꺼려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카지락스타의 힘을 물러 받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몬스터를 섭취하고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란 것도 사실이었다.


그 말은 재앙에 가까운 몬스터들이 이 앞에 즐비해있다면 나는 힘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미궁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그들을 포식하며 나아가야한다는 것을 뜻했다.


즉, 저 앞에 잠들어있는 두더지와 전투를 벌인 다면 나는 필시 녀석을 먹어야만 한다.


‘두더지에 비하면 차라리 까마귀 고기가 훨씬 나아.’


안타깝게도 미궁의 몬스터는 죽고 난 뒤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사라지게 되어있었다.

다행이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 전에 충분히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었지만, 따로 챙길 수 없다는 점에서 사냥 뒤에는 반드시 포식을 해야 한다는 게 짐승과 다르지 않았다.


[저 큰 덩치를 생각하면 이동은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군, 그렇다면 저 자리에 무언가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심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까마귀는 곧바로 날 추적해 왔지만 저 두더지는 왜 쫒아오지 않았을까?

단지 몸을 이끌고 움직이는 게 버거웠기 때문에?


이 넓은 사막을 요선을 통해 바라본 소감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러다 뜬금없이 마주한 녀석들이 까마귀와 두더지였다.


‘내 생각도 그런 게, 저 두더지는 일정 범위 안에 적이 들어오지 않으면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것 같고.’


무엇보다 미궁의 몬스터는 죽은 뒤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소멸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사라지는 까마귀에게 작은 물건 하나가 떨어졌는데, 그것은 바로 철로 만들어진 열쇠였다.


투박한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처럼 보였는데, 까마귀가 사라지고 나온 것을 보면 저 두더지와 연관이 있다는 것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까마귀 사냥 뒤에는 두더지 사냥이라, 어쨌든 빨리 끝내자 이젠 힘을 아끼지 않아도 되니까.’


미궁에 들어오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밖에는 레이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무작정 들어왔기 때문에 어쩌면 날 찾겠다고 미궁에 들어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리에 일어서며 모래를 툭 털어내었다.

까마귀를 단숨에 제압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양 팔과 다리에 광기를 주입시켰다.


덩치가 아무리 크든 상관없이 힘으로 찍어 눌러 속전속결로 끝내버릴 심산이었다.

우선 광기의 영향이 미궁의 재앙급 몬스터에게도 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기시단의 광기가 통한다는 것은 녀석들의 힘은 그 아래에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충분히 사냥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속전속결로 끝내야만 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두더지의 능력은 폭발하는 탄환을 내뱉는다는 점.

단순하게 설명하면 이렇지만 문제는 그 위력이었다.


공간도약을 하기 전, 내가 서있던 장소로 추정되는 공간에 거대한 구덩이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2계층에서 내가 화풀이로 지배자를 패며 공간을 파괴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였다.


쓸데없이 넓은 사막이 무대인 이유는 저 두더지가 내는 폭발에 의해서 공간이 파괴되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이었을 것이다.


4계층은 그렇게 설계되어졌다.

그러니 내가 전력을 내보이며 까마귀를 때려잡아도 2계층과 달리 4계층의 공간은 멀쩡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폭발에 의한 공간의 파괴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으니 저 두더지가 낼 수 있는 위력은 좀 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공격을 퍼부을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하겠지.


그 말은 파괴력에 관해서는 내 전력보다도 높을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는 뜻이고, 까마귀가 방어에 치중되어 있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두더지가 공격에 치중되어 있을 것이란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과도 같았다.


그러니 숨 쉴 틈도 주어서는 안 된다.

에너지를 얼마나 소모하든 상관없다.

주저하다가 사냥에 실패하면 본능에 의한 변질화가 진행될 것이고 광기의 바다에 의해 내 의식은 잠식되어, 나를 잃게 된다.


그것은 내가 죽을 수 있는 진정한 죽음 중의 또 다른 길이기도 하다.


[무식하게 큰 덩치를 지니고 있어 가까워 보일 뿐이고 실제로는 상당한 거리임을 알고 있겠지?]


‘상식이잖아, 저 녀석 덩치만큼이나 걱정도 태산이네.’


광기에 의해 양 팔과 다리에 붉은 기운이 피어올랐고 나는 요선을 꺼내 공중에 떠올랐다.


“요선, 최대한 기운을 불어넣어 줄 테니 신호를 보내면 최대 속력으로 녀석에게 날아가 줘.”


펄럭!


맡겨만 달라는 듯 허리에 감긴 요선이 내 눈앞에 물결치며 대답해보였다.

나는 부족하지 않도록 요선에게 기운을 계속 불어넣어줬다.


아예 작정하고 기운을 주입시키니 요선은 점점 짙은 분홍빛을 넘어 광기의 기운처럼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반투명한 천이 지금은 몇 백 명의 피를 적신 것 마냥 진한 색을 내뿜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나비의 날갯짓과 같던 요선은 맹금류의 힘찬 날갯짓처럼 펄럭여보였다.


‘너도 내가 신호를 보내면 광기를 신경사슬에 흘러 보내줘.’


[신경사슬에도 광기를 주입시키면 총 5군데가 된다. 부분 변질화의 의의를 잊은 것이냐.]


‘잊은 게 아니야, 괜찮아 바로 휘두르면 되니까.’


[그래 알았다.]


“후우~자, 요선아 지금이다!”


슈왁!!!


신호가 끝나기 무섭게 요선은 마치 성난 것처럼 거친 비행을 보여주었다.


“크워어어어어!!!!”


순식간에 사막의 하늘을 가로지르며 녀석에게 가까워지자 두더지의 상체가 일으키며 괴성을 터트렸고 화산이 용암을 내뿜듯 뜨거운 숨결이 전신에 부딪혀왔다.


[곧바로 공격할 모양이다.]


녀석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것은 거대한 탄환을 쏘아내기 위함이다.

저것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서둘러 끊어내어야만 한다.


‘이 정도 거리면···!’


촤르르르륵!!!!


비행을 하며 거리를 계산하고 있던 난 곧바로 신경사슬을 꺼내었다,

그것도 늘릴 수 있는 대로 늘리며 심연에게 서둘러 대답했다.


‘광기 부탁한다!’


신경사슬에 붉은 기운이 흐르며 물들어가기 시작했고, 곧바로 휘둘렀다.

신경사슬에도 요선처럼 집어넣을 수 있는 최대치의 기운을 불어 넣었고 길이는 물론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두더지에게 향한다.


쐐애애애액!!!


두더지와 나의 거리는 어느 새 100M 엄청난 속도였다.

요선의 비행이 아니었다면, 나는 발이 푹 빠지는 사막을 내달려 도달해야만 했다.


신경사슬이 휘둘러진 순간에도 요선은 여전히 붉게 변한 상태로 속도를 내보였고 어느 새 50M 안으로 들어섰다.


얼마나 빨랐으며 두더지는 아직도 공격을 내뱉지 못하고 있을까.

그리고 광기를 두른 신경사슬이 녀석의 볼을 꿰뚫으며 주변으로 광기가 퍼져나갔다.


“크워어···!!”


까마귀처럼 광기에 반응을 보였지만 덩치가 있었기 때문인지 움찔하는 정도로만 그치고 다시 공격을 내뿜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내가 바란 것은 완전히 마비시키는 것이었지만 통하지 않는다면 몇 번에 걸쳐서라도 때려 박으면 그만이다.


녀석의 볼을 관통한 신경사슬을 회수하는 대신 부분 변질화를 한 번 더 적용시킨 뒤 옷을 꿰매는 것 마냥 주둥이를 봉인할 생각이었다.


녀석의 주둥이가 관통당할 때마다 신경사슬에 적용된 부분 변질화의 광기가 퍼져나가며 전신을 마비시켜간다.


그 결과 녀석은 공격 한 번 내보이지 못하고 주둥이가 봉인되어버렸다.


두더지의 뒷목에 발을 디디고 있던 나는 그제야 힘을 실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걷어찼다.


크기만 보면 작은 벌레가 인간을 상대로 찝쩍거리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전달된 위력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녀석의 몸이 앞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퍼져나간 광기에 의해 가누지를 못했다.


나는 요선을 조종하여 쓰러지는 두더지에게 다가갔고, 신경사슬을 거두고 부분 변질화가 적용된 팔과 다리에 전력을 끌어올려 공격을 먹였다.


드래곤의 비늘을 둘렀지만 내가 퍼붓는 공격에 내 자신에게도 영향을 끼칠 정도의 위력을 억지로 담아 내질렀다.


쾅!!! 쾅!!! 쾅!!!


“크···워어···!!!”


역시 공격에만 치중된 모양이었는지 까마귀에 비해 덩치만 컸을 뿐, 맷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속 시원하군.]


“마지막이다.”


한 번 더 양 팔에 부분 변질화를 적용하였다.

내 공격에 의해 녀석의 거대한 목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상태이다.


폭탄이 터진 것처럼 살점이 떨어져나간 탓에 공격은 물론 상체를 일으켜도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번 공격으로 두더지의 머리와 몸을 분리시킬 작정이다.

확실하게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


[재앙급을 두 마리 사냥할 정도면 인간들 중에선 너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자는 없겠군.]


‘재앙이라도 급이 있겠지, 같은 드래곤이라 해도 차이가 있는 것처럼 말이야. 무엇보다 인간들은 전략을 짜잖아.’


이번 싸움은 말 그대로 괴물 대 괴물의 단순무식한 힘의 충돌에 불과했다.

능력을 활용하여 싸운 것이 아니라 단순히 퍼부으면서 싸운 것뿐이다.


똑같은 상황이라 할지라도 상대가 다르면 전투 스타일도 달라진다.


힘의 격차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면 몰라도, 도브 바말린 같은 전설적인 사냥꾼이라면 아무리 격차가 난다고 해도 힘겹지 않을까?


[그나저나 제법 잘 먹는구나.]


‘이걸 맛있어서 먹겠냐? 살아서 돌아가려고 억지로 먹는 거지.’


두더지의 속살은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모래알과 같은 색이었다.

그리고 그 맛은 소름 돋을 정도로 모래를 씹는 것과 같은 맛이다.


평가는 맛이 없다.

이것이면 끝났다.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던 까마귀 고기가 몇 배는 나은 수준이다.

그래도 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목구멍으로 집어넣고 꿀꺽 삼켰다.


두더지를 잡는 시간은 정말 순식간이었지만 그만큼 힘을 펑펑 써대었다.

까마귀를 잡았을 때와 비교해본다면 빠져나가는 기운을 갈무리하지 못해 낭비했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그 영향으로 녀석에게 마무리 일격을 날렸을 때 광기는 심약해진 상태를 파고들어 변질화를 불러일으켰지만 곧바로 사냥감을 포식하자 억제시킬 수 있었다.


‘후~조금 쉬자.’


맛도 없는 것을 억지로 먹은 탓에 체하는 것은 아닐지······.


쓸데없는 걱정과 함께 두 다리를 쭉 펴고 팔로 상체를 지탱한 뒤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두더지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마음의 안정을 다스릴 겸, 편히 쉴 생각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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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20. 마계의 입구, 문지기 19.07.31 89 2 13쪽
123 20. 폐쇄구역 19.07.30 99 1 11쪽
122 20. 노바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19.07.29 104 2 19쪽
121 20. 맹수에 가까웠던 남자 19.07.25 93 1 13쪽
120 20. 반더람의 과제 19.07.24 82 1 11쪽
119 20. 3인의 힘 19.07.23 100 1 12쪽
118 20. 마기의 강 19.07.22 104 1 12쪽
117 20. 마계편. 칼, 요정령 노바, 적막수왕 반더람 팀 결성 19.07.18 91 1 14쪽
116 19. 자색의 보석, 각성 19.07.17 94 1 12쪽
115 19. 태양의 뒷면 19.07.16 130 1 14쪽
114 19. 칼 VS 천체 사로스 여왕 19.07.15 93 1 16쪽
113 19. 창공의 신기를 거머쥔 자 19.07.11 85 1 13쪽
112 19. 백은금의 바우몰리, 바락 킬몰 19.07.10 9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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