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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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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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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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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 까마귀

DUMMY

[아직 익숙하지도 않은 힘을 뭣 하러 사용해서 이 고생을 하는지.]


‘전신이 증발해버리는 것보다는 낫잖아. 이미 벌인 일 가지고 뭐라고 하지 마 피곤하니까.’


거대 두더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파로에의 능력을 사용한 나는 입안에 들어간 모래를 뱉으며 몸을 털었다.


파로에를 통해 얻은 능력은 다름 아닌 공간도약이었다.

잿빛가루의 공간에서 수련을 할 당시 파로에와 정신융합을 통해 능력을 양도 받았다.

그녀는 내게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선뜻 자신의 힘을 내주었다.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였다.

정신융합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쪽 세계에 오고난 뒤 처음 겪었던 현상이었으니까.


카지락스타는 내게 모든 힘과 능력을 양도한 탓에 내 안에 오롯이 흡수되었다.


파로에는 해야만 하는 일이 남아있는 관계로 지금 당장은 공간도약 뿐이라며 미안해했지만, 나는 그 능력을 선뜻 받을 수 없었다.


백설십장과 공간도약은 지금의 파로에를 있게 만들어준 능력이다.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능력 중 하나를 내게 아무렇지 않게 넘겨준다고 말한 것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심장 반쪽을 떼어내 주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몇 번에 걸쳐 거부를 해도 그녀는 어떻게든 날 설득하려 들었다.


공간도약은 본래 돌아가야 할 자리를 찾아 가야만 한다면서, 그리고 심연은 이쯤 되면 받아들여야 할 줄도 알아야한다며 이 이상 이기적이게 굴지 말라고 날 나무랐다.


결국 나는 그녀의 의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마이즈의 신경사슬을 이어서 세 번째로 파로에와 정신융합을 통해 공간도약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능력을 받아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숙련도를 쌓아야만 했는데, 여기서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였다.


공간도약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세계를 구성하는 3대 물질 중 하나인 마나를 다뤄야만 하는 것이다.


공간도약은 공간을 관장하는 여신 아리아의 권능에서 파생되어 나온 능력 중 하나이다.

하지만 파생되어진 이유가 유하라는 태초의 인간에 의해 발생된 현상이라 유하의 근원이라 볼 수 있는 마나에만 발동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마나 불응이라는 체질을 지니고 있다.

유하의 자질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얻은 능력 중 하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나 불응 탓에 유하의 근원인 마나를 다룰 수 없게 되었다.


마나 불응만 아니었다면 나는 대마법사가 될 수 있었다며 파로에가 설명해주었다.

그것도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절대 이루는 것이 불가능한 경지를 내다보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은 단 하나의 능력에 의해 허무하게 막혀버린 것이다.


대마법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운 마음은 딱히 들지 않았지만, 파로에에게 기껏 받은 능력을 받아놓고도 쓰지 못하게 되었다는 부분에서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런데 파로에는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인지 걱정은 하지 말라며 내게 다른 방안을 알려주었다.


마나 불응이라 할지라도 생체 에너지를 마나로 강제 변환하면 아주 짧은 순간동안 유지되는 마나를 이용해 공간도약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복잡한 체계로 이루어진 마법은 역시 무리였지만, 공간도약은 마법과는 개념자체가 달랐으며 극히 소량으로도 발동하는 것이 가능했기에 감각만 충분히 익혀놓으면 능력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말은 쉽지만 역시 생체 에너지를 마나로 변환시키는 것은 문제란 말이지. 무엇보다 마나가 금방 소멸되어버리니 공간도약을 발동시키며 위치를 계산하는 것도 어렵고.’


그리고 생체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광기를 쓰는 것과 같은 패널티를 떠안고 있다.


그런데도 내가 공간도약을 사용한 이유는 생체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폭발에 휘말려 육체의 재생에 사용되어질 에너지가 더 극심할 것이라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쓸데없이 멀리 도약했으면 그 큰 녀석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구나.]


‘···다음부턴 좀 더 소량으로 돌려볼게.’


[부분 변질화부터 재생, 그리고 공간도약까지. 슬슬 위험한 상태에 이르지 않았느냐?]


‘아직까지는 버틸 만 한데 문제는 두더지랑 까마귀 그리고 여전히 미궁 속이라는 점?’


[그 말이 위험하다는 것이지 않느냐.]


‘진정해! 혹시나 변질화가 진행되면 그 상태로 미궁의 시련을 통과할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파바바바박!!!


“···!”


[감지가 되지 않으니 영 불편하구나.]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빠르게 날아온 까마귀는 내가 서있던 자리에 검은 깃털을 비처럼 쏟아내 보이며 바로 앞에 착지해보였다.


파박!!


“끼아악!!!!”


까마귀의 검은 부리가 쩍 벌어지며 괴성을 질러대었지만 나는 이미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


“전략을 바꾼 거뿐이야!”


깃털을 피한 나는 곧바로 심연에게 부탁해 양 팔과 다리에 부분 변질화와 비늘을 꺼냈다.

4부위에 시뻘건 기운이 둘러지니 광기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솔직히 벅찬 느낌이 들었다.


까마귀는 나를 발견하고 착지를 했겠지만, 나는 녀석의 뒤를 잡아버렸다.


두 다리에 부분 변질화를 적용시킨 뒤 내 육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출력을 끌어올리니, 신경사슬의 공격을 확실하게 감지하고 피했던 것과 달리 이번 움직임은 잡아내지도 못하였다.


게다가 부분 변질화가 적용된 부위를 한 번 휘두르면 잠식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변에 광기를 퍼트린다.


두 다리에 피어오르던 광기의 기운이 퍼지며 까마귀의 육체에 영향을 끼쳤다.

괴성을 내지르고 있던 녀석은 헛바람을 집어 삼키며 마치 감전된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어보였는데, 그것은 광기에 의한 본능적인 두려움과 공포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까마귀의 움직임을 봉쇄하리란 것은 생각지 못한 결과였지만 덕분에 확실하게 두 주먹을 꽂아 넣을 수 있었다.


퍼벅!!!


왼손으로 녀석의 날갯죽지에 꽂아 넣었다.


“끼아아아악!!!!”


그리고 오른손으로 다른 날갯죽지에 꽂아 넣었다.


“끼아아아······!”


뿌드득!!!


까마귀의 두 날개에서 굵은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금속처럼 단단했던 깃털도 부분 변질화와 비늘을 두른 내 주먹의 공격을 막아내진 못했다.


기이하게 꺾인 날개와 함께 괴성을 내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을 치던 녀석이 또 한 번 더 주위에 퍼진 광기의 기운에 짓눌려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몬스터라 그런지 특별한 능력은 지니고 있지 않았지만 확실히 순수한 강함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내 작은 육체는 녀석의 한입거리에 불과해 보였지만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부분 변질화와 드래곤의 비늘, 그리고 육체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힘으로 찍어눌러버린다.


이것이 바로 힘의 우위를 점한 싸움방식.


[어서 끝내라, 이 정도의 힘을 끌어내었는데도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역시 보통 녀석이 아니라고 봐야겠지.]


3가지 힘을 끌어내 휘둘렀음에도 날개를 꺾은 것 외엔 별 다른 타격도 주지 못한 사실에 심연은 서둘러 마무리 지을 것을 권했다.


승부는 이미 내게 기울어진 상황이지만 방심은 절대 금물이었다.사용하기 꺼려했던 공간도약과 부분 변질화를 내보인 시점에서 손해가 막심했다.


나는 한 번 더 두 팔에 부분 변질화를 적용시킨 뒤에 높게 점프한 뒤에 곧바로 머리를 찍어 내렸다.


쿠득!!


파앙!!!


거대한 힘의 파동에 모래의 파도가 일어나며 까마귀가 파묻혔다.

2계층과 달리 공간의 파괴는 일어나지 않는 걸로 보아 정말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공간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일격은 2계층의 지배자에게 퍼부었던 공격보다도 높은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끼에···악···!!”


대가리와 부리가 뭉개진 상태를 보면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숨이 붙어있었다.


[아직도 숨이 붙어 있을 줄이야.]


‘한 번 더 광기를 부탁해.’


여유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적들의 강함을 생각하면 무리를 해서라도 빨리 헤쳐 나가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었다.

나처럼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기에 빨리 숨통을 끊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이런 끈질긴 녀석이 아직 한 마리 더 남아있었으니까.


---


[버틸 수 있겠느냐.]


‘와···진짜 위험한데.’


상상 그 이상으로 까마귀의 맷집과 생명력이 장난 아니었다.

까마귀의 숨통을 완전히 거두기 위해 추가로 6번의 부분 변질화를 적용해야만 했는데 녀석은 공격에 특화되어 있는 게 아니라 방어에 모든 능력이 치중된 것 같았다.


[덩치 큰 놈은 아직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 아직 괜찮다고 봐야겠지, 휴식 좀 취해라.]


‘휴식 이전에 이런 식으로 난이도가 계속 올라가면 그땐 정말 끝이야.’


완전히 곤죽이 되어버린 까마귀의 위에 대자로 누우며 몸에 힘을 쭉 빼내었다.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요깃거리라도 준비해놨더라면 이렇게까지 고생을 하진 않았겠지.]


‘미궁을 우습게 본 내 실책이야······.’


후회해도 늦었다는 건 알고 있다.

인간인지라 그런 생각에 휩싸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밑도 끝도 없이 계속 후회하다가는 나만 힘들어진다는 것을 3계층에서 미래를 본 것과 창공의 정원에서 심연을 마주한 것으로 깨달은 터라 생각을 그만 두었다.


[자기 팔을 뜯어 먹으라고 할 수도 없고, 난감하군.]


‘그러니까···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속 편하겠어.’


작렬하는 태양의 눈부심도 용안을 멀게 할 수는 없었다.

태양을 똑바로 주시한 상태에서 심연과 대화를 나누던 와중에 나는 서둘러 상체를 일으켰다.


[왜 그러냐?]


‘내 팔을 뜯어 먹을 정도라면, 이 녀석으로 보충하면 되는 거잖아.’


짓뭉개진 까마귀의 거대한 몸체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있던 나는 좋은 생각이지 않냐, 는 식으로 대답해보였다.


[몬스터라 하여도 먹을 수만 있다면 상관은 없겠지.]


무엇보다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었기에 나는 곧바로 뛰어내려 검은 깃털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까마귀주제에 크기는 와이번보다 크다보니 섭취를 한다면 에너지를 보충하기에 부족함은 없어보였다.


깃털이 워낙 단단했기 때문에 속살은 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겠군.]


‘지금이라면 철도 소화시킬 수 있어.’


겉모습은 까마귀와 똑같았지만 엄연히 몬스터이다.

그렇지만 잘못 먹었다가 탈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은 들지도 않았다.


대상을 썩게 만드는 능력을 거두는 대신 손톱을 날카롭게 세운 다음 푹 찌른 다음 도려내었다.


크기가 워낙 커서 대충 찔러 넣고 손을 빼내면 살점이 한가득 딸려온다.


그런데 미궁에 존재하는 몬스터라 그런가······.


아니면 그냥 이 녀석이 까마귀라서 그런가, 속살이 까매도 너무 까매서 살짝 거부반응이 들긴 했지만 나는 입속으로 집어넣어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식감은 아삭하기도 했으며 돌을 씹는 것처럼 딱딱하게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럴 때면 비주얼 때문에 석탄을 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다행이도 전혀 역겹지 않았다.


그냥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식감에 익숙해질수록 점점 더 먹기 쉬워져갔다.


그렇게 나는 생존을 위해 미궁의 몬스터를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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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20. 폐쇄구역 19.07.30 99 1 11쪽
122 20. 노바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19.07.29 103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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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20. 마계편. 칼, 요정령 노바, 적막수왕 반더람 팀 결성 19.07.18 91 1 14쪽
116 19. 자색의 보석, 각성 19.07.17 93 1 12쪽
115 19. 태양의 뒷면 19.07.16 129 1 14쪽
114 19. 칼 VS 천체 사로스 여왕 19.07.15 92 1 16쪽
113 19. 창공의 신기를 거머쥔 자 19.07.11 84 1 13쪽
112 19. 백은금의 바우몰리, 바락 킬몰 19.07.10 90 1 11쪽
111 19. 행동개시, 잠입 19.07.09 100 1 12쪽
110 19. 요정여왕? 19.07.08 89 1 15쪽
109 18. 다시 무린으로 19.07.05 1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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