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조선인 프랑스 외인부대 [인도차이나 베트남 전쟁] 2
그렇게 종수, 영환, 영무, 와타루, 다케시, 샘 등등은 인도차이나로 가게 되었다. 영환이 중얼거렸다.
"좆같은 내 인생..."
전투 경험이 없는 외인부대원들은 이번 상황을 몹시 기대하고 있는 듯 했다. 미국에서 온 흑인 샘 또한 신이 난 상태였다.
"왜 그리 죽상인가? 미군과 싸우는 것도 아니고 고작 베트민 상대하러 가는거라고!"
일본계 프랑스인 다케시 또한 전쟁을 기대하는 듯 했다.
"우린 훨씬 압도적인 무기로 싸울거라고. 자네들이 예전에 겪었던 전쟁하고는 다를걸세."
와타루가 투덜거렸다.
"그 쪽 지역으로 가면 단순히 적하고만 싸우는게 아닐세. 이질, 설사, 말라리아 등과 싸워야 한다고. 우기철에 참호에 있으면 그야말로 지옥일세."
독소전 참전 경험이 있는 동유럽 출신 외인부대원들이 태평양 전쟁에 대해 궁금해했고, 다케시가 이를 통역해주었다. 그러자 동유럽 출신 외인부대원들이 말했다.
"태평양 전쟁이 아무리 힘들어봤자 우리가 겪었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걸세!"
독소전을 경험한 러시아 제국군 출신의 루보프가 물었다.
"영하 40도의 추위를 느껴보았는가?"
소련군 출신의 아르티욤 또한 외쳤다.
"우린 전투 한 번에 수십명은 기본으로 죽는다고!"
우크라이나 출신의 바딤이 말했다.
"우린 진정한 지옥을 맛보고 왔지."
종수가 말했다.
"우린 이오지마의 유황 냄새 풍기는 땅굴 속에서 싸웠네!"
다케시가 말했다.
"그만 좀 해라. 다 통역하기 힘들어."
인도차이나로 출발하기 전, 모두 예방 접종을 맞았다. 잠시 뒤 예방 접종을 맞은 팔이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인도차이나에 가서도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하고 모기약도 온 몸에 발라야 할 것 이다. 외인부대원들 사이에서는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었다가 고자가 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와타루가 말했다.
"먹는게 좋을거야! 나도 말라리아 예방약 먹어봤는데 아무렇지도 않다고!"
잠시 뒤, 아주동 쉐프(준위 계급. 앞으로는 준위라고 통칭)이 와서 인도차이나에서의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지루한 설명이 이어지다가, 준위님께서 콘돔을 꺼내시고 설명해주셨다.
"인도차이나에는 꽁까이라고 불리는 매춘부들이 있다! 이들은 베트민과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아군을 마취시켜서 납치한 다음 정보를 캐낸다! 그러니 가급적 꽁까이와의 접촉은 금지한다! 거시기 잘려서 도랑 속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명심해라! 우리가 갈 곳에서는 적과 민간인을 구분하기 힘들다! 그리고! 성병 감염 예방을 위해서 콘돔을 무조건 착용한다!"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그 외에 인도차이나의 문화, 특성, 베트민들의 게릴라 전술에 대해 배웠다. 준위님께서 칠판에 중대 전술 기지를 그리고 방어 전술을 설명해주셨다.
"이렇게 둥근 중대 전술 기지를 건설하고, 1소대, 2소대, 3소대가 각각 120도씩 책임 구역을 경계할 것 이다! 베트민 특공조들이 철조망을 폭약통으로 파괴하고 공격해올 수 있다! 각 소대의 청음초에서는 혹시 땅을 파고 베트민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절대 졸지 말고 경계를 철저히 한다! 주간에는 수색 작업을 하고, 야간에는 매복 근무를 할 것 이다!"
일주일 뒤, 종수와 동료들은 인도차이나에 도착해서 진지를 건설하게 되었다. 영무가 외쳤다.
"그래도 우기가 아니라 다행입니다!"
만약 우기였으면 진지 건설하는 와중에 개인호에 물 들어차서 철모로 물 빼내야하고 난리도 아니었을 것 이다. 보급 받은 모기약을 온 몸에 발랐는데도 이 좆 같은 모기들이 온 몸에 들러붙어서 피를 빨아먹었다. 독소전 참전자인 루보프, 아르티욤, 바딤, 그리고 경찰 출신의 샘 모두 손사레를 치며 모기를 쫓아내야 했다. 한창을 진지 건설하는데 샘이 갑자기 고함을 쳤다.
"으억!! 왓더퍽!!"
엄청나게 커다란 왕지네가 수 많은 다리를 움직이며 기어가고 있었다. 이걸 본 영무가 외쳤다.
"잡으십시오! 식량입니다!!"
엄청나게 덩치가 큰 샘이 질색을 하며 외쳤다.
"시발 저걸 어떻게 먹어!! 워어!! 저리 가!!"
진지 구축을 하는데 노린제, 개미 등이 계속해서 괴롭혔다. 종수가 동료들에게 개미가 군화 속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이렇게 잘 여미라고! 안 그러면 저 새끼들 군화 속으로 들어와서 다 물어뜯어!"
계속해서 땅을 파고 말뚝 밖고 외곽에 철조망 이중 삼중으로 설치하고 조명 지뢰 설치하고 대단히 바빴다. 태평양 전쟁때는 종수와 동료들을 애먹였던 그 지옥같던 미군의 조명지뢰였다. 와타루가 말했다.
"그래도 대동아 전쟁때보단 편하겠군!"
그 때, 젊은 여자들이 이 곳으로 와서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밀짚모자에 이오자이를 입은 여인들이 웃으면서 진지 공사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던 것 이다. 와타루가 외쳤다.
"저...저거 냅두면 안될텐데?"
저렇게 아이들이나 여자, 노인을 시켜서 진지 구축에 대한 정보를 베트민에게 빼돌릴 가능성이 높았던 것 이다. 고작 레죠네얼, 이등병 계급이었지만 종수는 삽을 내려놓고 마을 여인들에게 가서 손짓하며 외쳤다.
"이 쪽으로 오지 마십시오!! 저리 가십시오!!"
하지만 마을 여인들은 가는척 했다가 다시 와서 계속 기웃거렸다. 임팔 작전 초기때 우호적이었던 주민들하고는 묘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결국 종수는 여인들을 냅두고 진지 건설을 했다. 그런데 행정반의 꺄프랄 쉐프(병장, 하사관 중간 계급)이 한 베트남 여인과 시시덕거리기 시작했다. 영환이 그 광경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저 사람 행정반 아니냐?"
와타루가 말했다.
"분위기 개판이구만."
"장교들이 알아서 하겠지."
종수, 영환, 와타루, 영무는 크레모아, 조명 지뢰, 대인 지뢰의 위치를 암기해두었다. 이건 이오지마 전투 이후에 몸에 숙달된 버릇이나 다름 없었다. 다케시 녀석이 와서 물었다.
"왜 암기해두는거야?"
"그래야 적이 쳐들어왔을때 바로 그 쪽으로 사격을 가하지. 가능하면 사격 연습도 해두는게 좋을텐데..."
진지 주변에 화집점이 여러 군데 설정은 되어 있었지만 야간 사격 훈련 일정은 아직 안 정해진 상태였다. 와타루가 말했다.
"게릴라 상대로 싸운다고 해도 분위기가 너무 흘러빠졌어."
진지 작업이 끝나고 야간에 경계 근무를 해야 했기에 종수와 동료들은 잠시 눈을 붙였다. 그리고 종수는 영무 녀석하고 야간에 보초를 서게 되었다. 종수와 동료들은 1소대 소속이었고, 1소대 전방에서 야간 경계를 섰다. 태평양 전쟁 시절 야음을 틈타 미군 기지를 기습하던 때가 떠올랐다. 비록 화력이 열세더라도 야간에 경계 근무를 소흘히 하면 어떤 참사가 나는지 잘 알았기에 종수는 졸지 않고 열심히 경계를 섰다.
찌루룩 찌루룩
곳곳에서 벌레 소리가 들렸다. 종수는 태평양 전쟁때의 습관대로 곳곳의 지형지물의 위치를 모두 암기해둔 상태였다. 간간히 조명탄이 쏘아올려져서 어둠 속을 밝혔다.
퍼엉!!
조명탄이 다시 꺼졌다. 종수는 2시 방향에 마을 쪽 에서 엷은 불빛이 스며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곳 주민들의 프랑스에 대한 여론이 어떻지?'
이 지역 주민들이 베트민에게 협조할지 여부가 무척이나 중요했지만 종수로서는 현재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태평양 전쟁과는 달리 이번에는 외인부대가 적보다 강력한 무기를 소유하고 포병 화력 또한 압도적이고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수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다.
'이오지마 때 양키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보급받은 담배를 피우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냥 모포 뒤집어쓰고 피울까?'
여기가 태평양 전쟁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 긴장할 필요 있나 생각이 들었다. 슬쩍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는데 2소대 쪽에서 조명 지뢰가 터졌다.
퍼엉!!
중대 진지에 비상이 터졌다.
"전원 전투 배치!! 전원 전투 배치!!!"
하늘 위로 붉은색 조명탄이 쏘아올려졌고, 어둠 속에서 예광탄이 번쩍였고 중대 기지 중간에 있던 박격포 또한 조명지뢰가 터진 곳으로 박격포탄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사격 끝에 병사들이 조명 지뢰가 터진 곳을 가서 수색해보았다. 하지만 베트민의 시체는 커녕 핏자국이나 왔다 간 흔적조차 없었다. 2소대장이 욕을 씨부렸다.
"날짐승이 조명 지뢰를 밟은 모양이군!"
그렇게 첫 야간 경계가 끝나고, 다음날 종수는 참호에서 잠을 자며 휴식을 취했다. 일어나보니 몸 위로 불개미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또 다시 진지 구축을 하는데, 1소대가 오늘 밤 야간 매복 작전을 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꿀꺽!'
야간 매복 작전은 상당히 까다로운 작전이다. 크레모아, 지뢰 등을 이용하여 킬링 존(살상 구역)을 만들어두고, 베트민들이 킬링 존에 들어왔을때 크레모아를 터트린 다음 기관총으로 모든 화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만약 베트민 부대의 규모가 더 크다면 역으로 당할 수도 있는 위험한 작전이다. 뿐만 아니라 크레모아를 너무 일찍 터트린다면 베트민들은 킬링존에서 다 도망간 다음 역습을 해올 수도 있다.
이런 지역에서 지도와 실제 지형은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미리 수색을 해서 지형을 잘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매복 작전을 여러 번 해서 지형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것 이다. 하지만 이번이 첫 매복 작전인 만큼 위험성이 더 컸다.
잠시 뒤, 1소대는 소대장이 이끄는 바게트 팀, 선임 하사관이 이끄는 라따뚜이 팀으로 나뉘었다. 종수, 영환, 영무, 와타루, 다케시는 바게트 팀으로 소대장을 따라갔다. 어두워지면 베트민들이 활개를 치기 때문에 완전히 어둑해지기 전에 빨리 가서 자리를 잡아야 했다. 소대장님이 열심히 지도를 봤지만 왠지 지형을 잘 못 찾으시는 것 같았다. 종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좀 있으면 해 지겠네.'
한참을 헤매다보니 늪이 나왔다. 이제 한 시간만 있으면 해가 질 것 이었다. 소대장은 이 늪을 가로질러 가라고 명령을 내렸다. 종수는 늪가에서 한가로히 시간을 보내는 물소 떼를 바라보았다. 늪지대를 가로지르다가 저 물소 떼와 부딪치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좆되는 상황이었다.
'이...이게 무슨!!!'
하지만 종수와 동료들은 레죠네얼일 뿐이었고 결국 소대장이 시키는대로 총이 젖지 않게 방수포로 감싸고 위로 치켜들고 늪지대로 들어갔다. 늪지대의 물은 불알까지 차올랐고, 곧이어 허리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늪지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던 물소 떼의 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므어어 므어어어!!!"
"악!!"
베트민에게 들키면 안되기 때문에 최대한 조용히 움직여야 했기에 소대원들은 비명조차 못 지르고 계속해서 늪을 건넜다. 기어이 물소떼가 외인부대원들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으아악!!!'
총소리를 냈다간 베트민들이 이 늪지대를 향해 박격포, 기관총을 쏟아부을 것 이었기 때문에 총을 쏠 수도 없었다. 결국 소대장은 외인부대원들에게 늪에서 빠져나가라고 명령을 내렸다. 종수와 동료들은 온 몸이 젖고 거머리가 들러붙은 상태에서 늪에서 탈출했다. 그렇게 첫 매복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이렇게 병신 같을수가!!'
다음 날 종수와 동료들은 주간에 수색을 나갔다. 수색을 가면서 인근 지형을 꼼꼼하게 정찰했다. 아직까지 베트민과의 교전은 없었다. 어떠면 이 인근은 베트민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지역일지도 모른다.
그러다 갑자기 종수, 영환, 와타루, 영무, 샘, 다케시, 루보프, 아르티욤, 바딤은 다른 부대로 들어가게 되었다. 바로 샤를 예거(본편 스토리에 등장했던 엘랑 예거의 아들이자 예전 인도차이나 전쟁 외전때 등장한 갓 보임한 소대장)의 소대로 들어가게 된 것 이다. 영환이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대가 싸우다가 전멸이라도 당한건가? 왜 이렇게 많은 인원이 보충되는거지?"
다케시가 말했다.
"꽁까이(베트남 매춘부)들한테 단체로 성병을 옮았다더군! 그래서 전투 불능이 된 인원이 많은가봐!"
어찌되었건 종수와 동료들은 제발 자신의 첫 소대장인 샤를 예거가 제대로 된 사람이기를 바랬다. 전쟁터에선 소대장의 역할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과연 젊은 샤를은 의욕이 넘치는 소대장이었고, 주간에 하는 수색 임무를 자신의 소대가 맡겠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타진했다.
이번에도 열심히 진지를 만드는데 베트남의 젊은 여인들이 찾아와서 부이용 중대장에게 뭔가를 따지고 있었다. 종수가 물었다.
"뭐라는건가?"
다케시가 눈을 찌푸리고 말했다.
"소대장이 여자를 임신시켰다더군."
"뭐...뭐라고?"
샤를 예거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고, 이 베트남 여자가 거짓말을 하는거라고 부이용 중대장에게 당당히 외쳤다. 종수는 이 광경을 보고는 한숨이 나왔다.
'임질이나 걸려라...'
프랑스 장교들은 정신 상태가 글러먹었던 것 이다.
'황군이나 여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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