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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님의 서재입니다.

후회 안 하는 재벌가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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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작품등록일 :
2024.08.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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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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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그 사람은 안 됩니다 (3)

DUMMY

<너와 나의 파레트>의 완고가 드디어 나왔다.

사방에서 연장 요청이 있었다. 팬들은 물론이요 부장까지도 연장을 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권했다.

어차피 <너와 나의 파레트> 이후 기대작까지는 약간의 텀이 있다는 거다.


우진환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괜히 외부 반응만 보고 연장했다가 작품의 완성도를 낮추는 일은 싫습니다.”

“솔직히 말해라. 이 작가한테 몰매 맞았지?”

“커흐흠! 아닙니다!”


아니긴 무슨.


‘연장이요? 와!!!!! 너무 좋지만 싫어요!!!’

‘뭐? 이 작가 다시 생각해 봐. 연장하면 돈이 얼만데!’

‘전 재열 님께 깊은 영감을 받았어요. 한낱 인기, 한낱 돈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낮추는 짓은 안 할 거예요. 이미 제 속에서 완결된 이야기를 다시 늘여 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아세요? 시청자들이 바로 알걸요? 절대 싫어요. 싫어요! 나가세요 인마!’

‘뭐?! 인마?! 야 이 작가, 이 작가! 왜 이래!’


이나리는 그간의 설움(그렇게 많진 않았다)을 가득 담아 우진환을 몰아냈다.

당황한 우진환은 손쓸 틈도 없이 쫓겨났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나리의 말이 맞았다.

신나서 괜히 연장했다가 혹평을 맞은 드라마가 얼마나 많았던가.

우진환은 좋은 분위기를 망치기 싫었다.


“여기서 끝내는 게 완결성도 있고 좋습니다. 시청자들이 한창 아쉬워야 블루레이 낸다고 했을 때 수요도 많이 잡히죠.”

“흐음······ 블루레이 작업 바로 들어갈 거야?”

“옙!”

“빨리빨리 해. 불판 식기 전에!”


그리하여 12부작으로 완결을 맞게 된 <너와 나의 파레트>.

11부 끄트머리에서 드디어 밝혀진 남주는 예정대로 도준우였다.

그럴 기미를 읽었음에도 박현섭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팬들은 울부짖었다.


- 아무리 세탁을 했어도 쓰레긴데 말이 되냐 이게......

- 우리 현섭이 씨발 10년을 짝사랑을 했는데요

- 우리 현섭이 가은이바라기였는데요

- 우리 준우 노력했는데 그거 본 애들은 없니....

- 개화나...... 블루레이내놔 ㅅㅂ

-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 아 장난하지 마!!!!!!!! 니네 이러고 다음화에 이거 도준우 꿈이었다고 할거지!!!!!!!!!

- 됐다 시발 현섭아 넌 나랑 만나자

└ 가라

- 이게 말이 돼? 아니 진짜 말이 돼? 말이 된다고 생각해??

- 솔직히 박현섭이 먼저 키스만 했어도 아니 그때 키스했어야지그니까현섭아!!!!!!!!

- 현섭아너남주가하고싶다면서대체왜그랬냐

- 내가 다 서러워

- 다음화 그냥 안 볼래.... 둘이 내내 꽁냥대고 현섭인 혼자 남겨졌을거 아냐.....

- 탈력감 오진다......


체감상 거의 대부분의 팬들이었다.

그토록 파문이 컸다. 그날의 시청률은 기어이 20%를 찍었다.

실시간 검색어 1위부터 5위가 전부 <너와 나의 파레트>의 것이었다.


KBC 특별 기획 어쩌고?

뭐랬더라. 차마 조기 종영을 할 수는 없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댔던가.


백재열이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다.

그는 지금 바다액터스 연기 지도실에 앉아 새로운 대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너와 나의 파레트> 11부도 방영했으니 촬영은 진작 끝났고, 이제는 새로운 대본을 토대로 수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마혜진 작가의 신작, <역성의 늪>.

느와르 언더커버물 드라마로 과거에 꽤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무엇보다도 서연주가 좋아했던 배역도 있고.

캐스팅 물망에 올랐다고 하는 배우들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했다.

별문제 없는 사람들이었다는 거다.


“캐릭터 분석은, 좀 해 봤나?”

“예. 목표만을 위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캐릭터였습니다.”

“욕망이 곧 목표인 인물이로군. 그래, 동력은 뭐였지?”

“간단합니다. 욕망, 달리 말하자면 열망이죠. 대단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열망.”

“깔끔하군. 그래, 어떤 인물들은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지만, ······.”


‘이런 인물은 작가가 일부러 단순하게 설정했다고 봐야죠. 모든 인물에게는 과거가 있어야 하지만, 그게 저마다 무게감 있고 복잡한 사연이라면 힘들어져요. 그러니까 이런 인물은 차라리, 단순하게 설정해서 임팩트를 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거예요.’


목승현의 목소리 위로 자연스럽게 서연주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귓가를 맴도는 그 목소리 덕에 백재열은 한결 수월하게 ‘김의철’을 분석할 수 있었다.

권력으로 욕망을 휘두르면서, 목표에 온 생을 다 건 인물.


“김의철에게 도박은 곧 삶입니다. 돈이라는 수단을 얻은 후 공허해졌던 인생이, 도박이라는 갖가지 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자, 그럼 그런 인물을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까.”


분석 후에는 자연스럽게 표현이 따른다.

목승현은 대본을 쥐고 대사를 한 줄, 한 줄 곱씹는 백재열을 보며 기대로 부풀었다.


그는 오랜만에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 심지어는 방송 시간까지 체크해 가며 실시간으로.

오로지 백재열의 연기가 궁금해서 그랬다. 함께 연기하는 이들은 백재열의 리드에 따라 빛을 내다가도 점멸했다.


그는 꼭 스위치를 들고 있는 주인 같았다.

주변을 압도하는 아우라를 아무렇지 않게 내는 사람.

누군가의 연기를 돋보이게 했다가도 시선도 가닿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사람.


목승현은 백재열이 타고난 기세를 편하게 펼쳐 놓을 자리가 있었으면 했다.

박현섭의 감정선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지만, 그 인물은 결국 평범한 대학생이다.

백재열이 타고난 아우라를 펼칠 수 없어 답답해했을 게 눈에 뻔히 보였다. (물론 백재열은 전혀 답답하지 않았다.)


김의철은, 그런 의미에서 백재열에게 딱 맞는 배역이었다.

누구보다도 먼저 김의철을 볼 수 있게 된 게 기쁘게 느껴질 정도로.


“동물로 이미지화해 본다면, 느긋한 표범에 가깝겠죠.”

“여유로운 듯하면서도 누구보다도 빨리 먹잇감을 낚아채는?”

“그렇습니다. 그러니 초반에는, 음, 이렇게······.”


초반부 김의철은 전형적인, 대중이 상상하는 이미지의 재벌이었다.

백재열은 지문을 따라 소파에 앉아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생각했다.


핍진성이 좀 떨어지는군.

김의철처럼 형제를 죽여 상속금을 독차지한 놈들은 오히려 더 여유롭다.

반기를 드는 놈들은 다 죽이고 돈으로 묻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이 정도 재산이 있으면······.


대본에서 아쉬운 점을 찾으며 연습을 마친 백재열은 1-2부 대본을 정리했다.


“리딩이 며칠이라고 했지?”

“일주일 뒤입니다.”

“다들 놀라겠군.”

“······재벌이 재벌 역을 맡은 건 좀 재밌는 광경이긴 합니다.”

“하하, 그런 거 말고.”


목승현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는 오늘도 몹시 흡족한 얼굴이었다.

수업을 처음 시작했던 순간 이외에는 거의 늘 저런 표정이었다.


‘웃음이 많으시군.’


서연주도 웃음이 참 많은데.


“그러고 보니.”

“예.”

“백 배우는,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예?”

“연차가 쌓인 뒤에나 들어야 할 질문이긴 하지. 하지만······ 백 배우에게는 이른 질문이 아니야. 자네를 원하는 사람은 점점 더 늘어날 거야.”


그러니 자신이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

그 무수한 사람, 배역, 작품, 그리고 반응에 휘둘리고 싶지 않으면.

질문의 요지는 그거였다.


백재열은 대답을 미뤘다. 어떤 연기를 하고 싶냐니.


“저에게 연기는 이해의 과정입니다.”

“사과 하나를 이해하는 데도 다양한 관점이 쓰이네. 누군가는 사과를 그저 과일로 이해할 거고, 누군가는 백설공주를 떠올릴 테고, 혹은 유명한 기업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 그게 다 이해의 관점인 거야. 자네는 어떤 관점으로 이해를 해 나갈 건지, 그걸 묻고 싶었네.”


질문은 거기서 끝났다.

목승현은 아직 백재열에게서 들을 대답이 없다는 걸 알았다.

연기를 시작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신인 배우.

세상을 뒤흔들었으며 진심으로 연기에 골몰하는 대단한 배우.

그럼에도 ‘나만의 관점’을 갖추기엔 부족한 시간이었을 수 있다.


‘오히려 그래서, 마냥 대단해 보이기만 한 연기를 할 수 있었을지도······ 아니, 아니지. 그건 아니다. 자신만의 관점을 갖추고 나면 그때야말로 완벽히 살아 숨 쉬는 예술이 되겠지.’


“한번 고민해 보게나.”


그러니 그건 숙제였다.

기한도 정답도 없는 숙제.


“······예.”

“답을 찾게 되면 넌지시 말이나 해 주고. 궁금해서 말이야.”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떤 연기를 하고 싶냐니.


‘어떤 연기법이 옳은지에 대한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지금에 와서는 명확히 구분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고. 그래도 내가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백재열은 대본을 매만지며 연기 지도실을 빠져나왔다.

언젠가 살짝 민망한 얼굴로 털어놓았던 서연주의 진심이 떠올랐다.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연기자.

자신은 대중으로부터 영감을 받으니, 그걸 자신의 연기로 돌려주고 싶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나는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가.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을까.


“끝나셨어요?”

“아, 선배님.”


바깥에는 서연주가 앉아 있었다.

목승현이 이따금 서연주를 위해 시간을 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오늘이었구나.


“······왜, 왜 그렇게 보세요? 뭐 묻었나?”


매니저에게서 손거울을 받으려는 서연주에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건 아닙니다. ······선배님은 어떤 연기를 하고 싶으십니까?”

“······갑자기요?”

“······숙제를 받아서요.”

“아. 으음······.”


금세 풀어진 서연주가 팔짱을 끼고 고민에 잠겼다.


“누나, 선생님 기다리고 계실 텐데······.”

“잠깐만. 으으음······.”

“나중에 말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우선은 늦기 전에 들어가시죠.”

“······영감을······ 주는 연기?”

“······영감을요?”


매니저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괜히 목승현에게 밉보이지 말라고 들여보내기 직전.

서연주가 시선을 올렸다.

백재열은 예상했다. 전생과 같은 이야기를 하겠구나, 하고. 서연주가 언제부터 그런 마음을 먹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니까.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확실히 알았어요. 재열 씨한테, 영감을 많이 받았거든요.”

“······저한테요?”


그런데 그 답의 맥락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사람들한테 받은 영감, 사람들에게 되돌려주고 싶다던 과거의 서연주는 어디로 가고,


“저도 재열 씨 같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뭐라고?

백재열의 눈이 조금 커다래졌다.


“저······ 같은 연기를요?”

“······가, 갑자기 제가 너무, 진지해졌나 보다. 아하하, ······저 이만 들어가 볼게요.”


그는 보았다.

황급히 들어가는 서연주의 귓바퀴를.

발갛게 달아오른 그 작은 귓바퀴를.


매니저는 그걸 미처 못 봤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게, ······이게 뭐지?


백재열은 이걸 마냥 좋아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졌다.

사태 파악을 잘했는지, 못했는지,

자의를 벗어난 입꼬리만 자꾸 씰룩거릴 뿐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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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재벌 3세의 망나니 재벌 연기 (1) 24.09.18 327 16 13쪽
» 그 사람은 안 됩니다 (3) 24.09.17 434 24 11쪽
24 그 사람은 안 됩니다 (2) 24.09.16 479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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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고대하던 첫 방송 (2) 24.09.07 1,028 31 12쪽
14 고대하던 첫 방송 (1) +1 24.09.06 1,051 36 12쪽
13 한여름의 제작발표회 (2) 24.09.05 1,047 34 12쪽
12 한여름의 제작발표회 (1) 24.09.04 1,096 3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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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2) 24.09.01 1,213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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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3) 24.08.30 1,342 3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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