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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님의 서재입니다.

후회 안 하는 재벌가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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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작품등록일 :
2024.08.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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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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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1)

DUMMY

‘대본이 배우에게 언제나 친절하진 않아. 사실 언제나 불친절하지. 배역의 서사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장면으로만 보여 주잖아? 알아맞혀 보라는 것처럼. 근데 또, 작가는 대본을 읽는 사람에게 필사적으로 힌트를 주려고 해. 언제나. 이런 걸 보면 대본이 약간 츤데레 같기도 하다? 그래도 그 힌트 열심히 잡아서 술술 풀어 나가면 얼마나 재밌는데. 재열 씨도 한번 해 볼래요?’


어떤 대본은 배역에 관한 결정적인 힌트를 하나 숨기고 있지만,

어떤 대본은 배역에 관한 가벼운 힌트를 곳곳에 뿌려 놓았다.


백재열이 느끼기에 <너와 나의 파레트> 대본은 전자였다.

처음 받았던 세 장면이 아니라, 그다음에 온 대본에 작가가 ‘박현섭’에 대한 거대한 힌트를 던져 준 것이다.


‘앞으로는 달라질 거야.’라는 거대한 힌트를.


흔한 캠퍼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여주 이가은을 짝사랑하는 소꿉친구 박현섭.

이가은을 오래 짝사랑하면서도 친구라는 자리를 잃는 게 두려워 고백하지 못한다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추가 대본이 생기기 전에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백재열은 그걸 열심히도 읽었다.

대본 분석하는 법은 소속사에서 붙여 준 선생에게 배우지 않더라도 알고 있었다.

연애를 막 시작했던 시절, 연기에 빠져 살았던 서연주가 툭하면 재잘거리곤 했으니까.


분명 박현섭은 이전 생의 백재열이 ‘멍청하다’고 욕할 만한 캐릭터였다.

얻는 건 없으면서 도움은 도움대로 준다. 심지어 이가은이 남주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것까지 도와준다.

이게 멍청한 놈이 아니면 뭐겠는가.

사랑한다면 쟁취해야지. 마치 전생의 자신처럼.


전생의 백재열은 은근한 애정 공세로 이가은, 아니 서연주의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그 애정 공세에 박현섭이 하는 것과 같은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나서 도와주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박현섭은 보답을 바라지 않았다. 전생의 백재열은 돌아올 서연주의 마음을 기대했고.


‘근데 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군.’


쉰을 넘긴 나이까지 살아 봐서 그런가.

혹은 서연주를 잃어 봐서 그런가.

잃을까 두려워 안주하겠다는 마음이 전만큼 멍청해 보이진 않았다.

박현섭에게 이가은은 그토록 소중한 것이다.

백재열에게 서연주가 그토록 소중했듯이.


그러므로, 박현섭은 이가은이 못된 놈들을 만나고 울 적마다 힘들었을 테다.

애지중지 아껴 온 첫사랑이자 친구가 마음고생 하는 걸 지켜보는 게 쉽지만은 않았겠지.

그래서 도피성 유학을 택한 거고.


그랬는데······.


‘아휴, 저희 이 작가가 재열 님 연기하시는 거 보고 막, 영감이 막 샘솟는다네요. 그래서 말인데 저번에 드렸던 대본 수정본하고 추가······ 대본입니다. 얼마 안 됩니다! 하핫!’


딱 그 정도로 단순했던 게, 추가로 받은 대본에서 감정에 무게감이 실렸다.

소중해서 지켜만 봐 왔던 사랑을 이제는 자신이 나서서 지켜 주겠다는 마음으로.

너무 확 바뀐 거 아닌가? 의문이 들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대본이 수도 없이 수정되는 현장은 그도 과거에 몇 번 들어 봤다. 이 현장이 그런 현장인 것이다.


거기다 백재열은 바뀐 박현섭이 마음에 들었다.

애초에 이게 맞다. 지켜보기만 하긴 무슨.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다 기어이 남한테 빼앗길 거면 무슨 소용이 있나.

소중히 여기려면 가까이 두고······ 물론 내가 잘했다는 건 아닌데. 하여튼.


한참 대본을 들여다보며 캐릭터 분석인지 서연주 생각인지 모를 것이 한참 이어졌다.

그렇게 만들어 낸 게 박현섭이었다.

백재열의 진심이 다분히 담긴 박현섭.

그게 그렇게나 열광을 받을 줄, 백재열은 꿈에도 몰랐다.


*


오늘의 장면은 남주 도준우와 서브남주 박현섭이 이가은을 두고 조용한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이었다.


주연 셋이 회화과라는 점을 물씬 살린 이 씬은 도준우와 박현섭이 어찌나 유치하고 우스워지는지가 관건이었다.

가벼운 몸싸움까지 들어가 있어 정윤성과 백재열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했다.


“이거 그냥······ ‘그 장면’ 아냐?”

“그니까······ 완전 대놓고 ‘그 장면’인데?”

“와······ 어쩐지 요즘 너무.”

“박현섭 촬영이 많았지?”

“네. 아니, 눈치 보니까 감독님들은 다 알고 계셨던 것 같은데요.”

“그건 당연하지 인마. 근데 왜 우리한텐 말 안 해 줬던 거야?”

“뭐······ 기자한테 새어 나갈까 봐?”

“아······.”

“근데 대박이긴 하네요. 처음엔 분명 단역이었는데, 갑자기 신분 상승······.”

“말만 단역이래 놓고 처음부터 섭남으로 들어온 거 아냐? 이게 말이 돼?”

“에이, 설마. ······아닌가. 성화니까 그럴 수 있나.”

“어쨌든 시끄럽긴 하겠다. 그래도 뭐······.”

“방송 나가면 다른 의미로 시끄러워질 텐데요. 그거 아셔서 밀어붙이신 거겠죠.”


어쩐지 수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었던 스태프들은 오늘의 촬영 장면을 보고 확신했다.

쟤 단역이 아니라 서브남주구나?


모를 수가 없는 장면이었다.

대놓고 남주와 신경전을 벌이는데, 그것도 밀리지 않는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는데, 누가 그런 장면을 단역한테 주겠는가!

자고로 단역은 남주에게 완전히 밀리든 어떻든 여주의 마음을 흔들 여지가 없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이미 백재열은 단역치고 너무 많은 장면을 촬영했다.


그걸 눈치챈 건 스태프뿐만이 아니었다.


‘형, 씨발 이게 말이 돼?’


백재열과 붙는 장면의 주인, 정윤성. 그는 대본을 받자마자 알아차렸다.


‘윤성아, 진정 좀 하고.’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원톱 남주라고 해서 들어왔더니, 이거 누가 봐도 서브남주 끼워 넣은 거잖아!!’

‘야 차 밖으로 들리겠다.’

‘들으라고 해 씨발!! 아!! 사기 계약 아니냐고 이거!!’

‘진정, 진정, 야, 잠깐만 들어 봐 윤성아.’

‘뭐!! 뭘 들어, 뭘! 이미 대본까지 다 나왔는데 내가 뭘 또 들어!!’

‘너랑 이렇게 대놓고 대결하는 씬은 처음이잖아. 네가 여기서 연기력으로 압살해 주면 감독 생각도 바뀔걸?’

‘아 씨발 뭔 소리야! 그동안 찍은 장면이 몇 갠데!’


매니저는 그런 정윤성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존심이 세다. 다행스럽게도 연기력은 자존심보다 조금 더 낫다.

그러므로, 잘하는 걸 추켜세워 주면 된다.


‘그거 다 그냥 티키타카였잖아. 대사만 안 씹으면 그냥 넘어가는. 이 장면 봐라. 얼마나 중요한 장면이냐? 어? 사실상 백재열은 섭남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여기 달려 있는 거야. 섭남도 남주만큼 시청자들 웃기고 설레게 해야 한다고. 너도 알잖아?’

‘······그래서.’

‘그니까! 네가 보여 주라는 거지. 정정당당하게 연기로. 설령 감독이 성화 무서워서 계속 섭남으로 밀고 간다고 해도, 첫방 나가고 나면 후반부에는 비중 흔적도 없이 사라질걸?’


그리고 솔직히 매니저도 짜증 났다.

성화그룹. 그래 성화그룹 대단하지. 근데 왜 그 대단한 권력으로 정윤성을 건드리고 앉아 있냐고.

그 탓에 지금 애꿎은 자신이 정윤성을 달래느라 고생 중이지 않은가.


‘그러니까······ 연기로 보여 주면 된다는 거지.’

‘그래! 너 인마 너 연기를 얼마나 잘해! 어? 굳이 연애 안 해도 로맨스 연기 끝장나게 하는 놈이!’

‘그건 말리지 마. 나 서연주는 꼭 꼬셔야겠어.’

‘미친, 어후, 일단 알겠으니까. 이날 촬영은 그렇게 가자.’


그리하여 촬영 당일.

정윤성은 평소와 같이 웃는 얼굴이었다.


“어휴, 오늘 같은 장면은 꽤 어려운데. 잘될지 모르겠네요.”

“선배님이 이끌어 주시면 잘 따라가겠습니다.”

“이끌긴, 내가 어떻게 재열 씨를 이끌어요. 무서운 소릴 하네. 하하!”


그 표정을 가까이서 본 백재열은 귀신같이 알아차렸다.

이놈 뭔가 뒤틀렸군.

아무리 표정 관리 잘하는 인간이래도 마음까지 다스리지 못하면 어딘가에서는 티가 나기 마련이다.

말투는 기본이고 미묘하게 덜 말린 입꼬리, 적의가 묻어나는 눈, 혹은 뒷짐 진 손 등.


정윤성은 눈에서 적의를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30대 초반이라더니 어리다, 어려.


“재열 씨.”


정윤성이 촬영 전 감독에게 부름을 받아 자리를 비웠을 때였다.


“네, 선배님.”

“오늘 촬영 쉽지 않을 텐데, 너무 긴장하진 말고요.”


서연주도 상황을 모르지 않는지 생수를 하나 건네 왔다.

백재열은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끄덕였다.


“네, 선배님도 너무 걱정 마시죠.”

“혹시 어려운 부분 있으면 그냥 감독님한테 가서 말하세요. 저도 돕고는 싶은데, 이번 장면에서는 감독님 도움 받는 게 나을 거예요.”

“네, 그러겠습니다.”

“참, 그리고 또 혹시나······ 저분이 무리한 액션 취하시면······.”

“잘 피하겠습니다.”

“응원할게요.”


둘은 촬영장에서 자주 마주치며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이가 되어 있었다.

서연주는 슬슬 백재열이 유독 자신에게 부드러워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착각이겠지.’


그냥 넘겨 버린 차였다.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조연출의 신호에 서연주가 백재열을 힐끔이다 이젤 앞에 앉았다.

감독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정윤성도 자리를 찾아갔다.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큐!”


신호가 들려온 그 순간.

백재열은 침착하게 숨을 내쉬었다.


사랑 때문에 유치해지는 그 순간,

백재열이라고 그런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저 사람은 뭐야?’

‘아, 우리 매니저. 이번에 바뀌었어.’

‘근데 웬 꽃?’

‘내 팬이래. 귀엽지 않아요?’

‘······.’

‘내 데뷔작부터 최근 작품까지 정말 다 본 거 있지. 나도 까먹었는데, 매니저는 기억하고 있더라.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

‘······버릴까?’

‘팬이 준 걸 버리면 쓰나. 괜찮으니까 들어가서 화병에 꽂아.’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이에요, 오빠.’


일하러 왔으면 일이나 할 것이지 담당 배우한테 꽃? 꼬오오옻?

요즘 매니저 놈들은 하나같이 다 빠져 가지고 성덕이니 뭐니 그게 다 무슨 소리인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당시 백재열은 마음씨 넓은 연상으로서 아량을 베풀려고 했었다.

서연주의 ‘오빠’ 소리에 다 무너질 줄은 몰랐지.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질투와 시기라는 감정 또한 그렇다.

백재열은 자신을 향해 질투를 불태우는 정윤성에게, ‘진짜 질투’가 무엇인지 기꺼이 알려 주기로 했다.


애초에 연애를 우습게 아는 놈이 이길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그날 압살당한 건 정윤성이었다.


작가의말

익일 연재분은 18시 50분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한동안 유입 증가를 위해 연재 시간이 변동될 예정이니 참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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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3) 24.08.30 1,263 36 11쪽
6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2) 24.08.29 1,383 39 13쪽
»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1) 24.08.28 1,502 4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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