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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님의 서재입니다.

후회 안 하는 재벌가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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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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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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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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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2)

DUMMY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진환의 제안은 통과되었다.

곽동기는 ‘당장 홍보 포스터부터 뿌려. 티저는, 티저는 있냐?’ 하고 닦달을 시작했다.


그리하여 <너와 나의 파레트>는 당당히 황금시간대를 차지했다. 원래 그 시간대에 들어갈 수 있었던 드라마는 맥없이 밀려났다. 잡음은 곽동기가 잡았을 테다.


그리고 이제 고비가 하나 남아 있었다.


“아니 서브남주가 자기가 서브남주인 걸 모르면 어떡해요? 이거 몰래카메라죠? 실제 상황 아니죠?”


원하는 시간대를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해야 하는 실무진만 큰일이 났다.

그러나 적어도 현장 스태프들이나 편집팀은 요즘 일할 맛 난다고 싱글벙글이다.

그냥 보기에도 흥미진진하니 방영 후 시청률이 기대되는 거다.

드라마는 까 봐야 안다고들 해도 연차가 적은 스태프일수록 김칫국을 거하게 들이켜는 건 어쩔 수가 없는 일.


싱글벙글, 화기애애, 룰루랄라, 뭐 대충 그런 상황 속에서 우진환은 혼이 났다.

그것도 외주 홍보사 직원에게.


“지금 장난, ······아니, 아니에요.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바가 있었겠죠.”

“아니 그게······.”


외주 홍보사 직원은 을 중의 을이다. 누가 뭐래도 을! 갑을병정까지 생기면 정!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 장난하냐 당장 포스터만 해도 세 명 메인 구도로 나가야 하는데 그럼 배우가 얼마나 놀라겠냐 심지어 성화그룹 회장 손자인데 심기 거슬렀다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그런 짓을 했냐 물론 서브남주 싫어하지 않겠지만 일단 속였다는 데 방점이 찍히지 않겠느냐 그래서 언제 말할 생각이냐 나 일해야 된다 언제 말할 생각이냐고!!!’


뭐 이런 잔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저희 티저랑 포스터랑 지금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저는 방영일까지 2달도 안 남았다는 점에서 당장······ 내일부터 진행하고 싶은데요.”

“동의합니다. 예. 오늘부터라도 진행해야죠.”

“그러려면······.”


회의실에 모여 앉은 모두의 눈이 우진환에게로 쏠렸다.

우진환은 제작 PD를 바라보았다.

제작 PD는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얼른 고해성사 하고 오시죠.”



이것이 곽동기 부장과 면담을 끝낸 낮에 있었던 일.

지금도 볕이 쨍쨍한 낮.


정확히 말하자면 면담 다음 날의 낮.

우진환 PD와 이나리 작가, 그리고 투자제작사, 보이저필름 실장 최종숙은 고급 한정식집의 룸에서 백재열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리를 떨고, 손톱을 깨물고, 초연하게 웃고.


“이 작가, 이 작가가 재벌 3세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 것 같아?”

“모, 모르죠. 전 평생 서민이었는데.”

“아니 그래도 상상력을 좀 발휘해 봐, 어? 작가잖아!”

“그럼 감독님은, 지금 이 상황 어떻게 연출할 것 같으신데요?”

“이게 드라마야?!”

“아니 감독님이 먼저······!”

“드라마가 따로 없긴 하네요.”

“실장님은 침착해 보이시는데, ······뭐 들으신 거라도 있어요?”

“아뇨. 따지고 보면 제가 상사를, 그것도 임원을 속이는 데 동참한 거잖아요. 같이 심각할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외롭지 않네요. 하하.”

“······.”


사실 백재열이 평범한 신인 배우라고 생각하면 두려워할 것이 없다.

오히려 감사하라고 큰소리칠 상황이다. 단역으로 들어왔는데 주연으로 상승시켜 준 것 아닌가.


그러나 백재열은 평범한 배우가 아니었다.

무려 재벌이다. 그것도 어마무시한 재벌.

백재열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평생 놀고먹을 수 있을 거다. 주식 배당금이 어마어마하게 떨어지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

드라마 하나를 엎는 것도, 사람을 하나 묻는 것도······


- 드르륵


문이 열리자 우진환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셨습니까!”

“오시는 데 힘드셨죠? 하하 얼른 앉으세요!”

“뭐 드시고 싶으신 거라도 있으세요?”


백재열은 그 긴장된 분위기를 보고 ‘음?’ 했다.

드릴 말씀이 있다더니 장소 선정도 그렇고 필사적으로 웃는 얼굴들도 그렇고.

뭔가 수상하다.


“차가 좀 막혀서 늦었습니다.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어휴, 아뇨! 기다리긴요! 저희도 방금 왔어요!”

“더 늦으셨어도 됐을, 아, 아니, 그러니까 더 늦으셨어도 얼마든지 상관없단 뜻이에요, 하하!”


일단 백재열은 자리에 앉았다.

전생에서도 이런 비슷한 순간들이 있었다. 상대가 무조건 아쉬운 상황.

그는 이런 상황에서 취해야 할 태도를 알았다. 물 한 모금 마셔 주고, 정중하게 미소하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이실직고할 것이다. 그게 무엇이 됐든 말이다.


실제로 그들은 백재열에게 촬영에 어려움은 없는지, 뭐 더 필요한 건 없는지, 연기가 너무 좋다든지, 그런 시답잖은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나 싶을 정도였다. 뭐 정말 큰 실수라도 했나?


그들은 음식이 세팅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사실······ 이미 눈치채고 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재열 님이 저희 드라마의 서브남주입니다.”

“아, 그렇군요.”


뭐야, 그런 얘길 하려고 부른 거였어?

백재열은 김이 샜다.


“······.”

“······.”

“알······ 고 계셨던 거죠?”


백재열은 빙긋 웃었다.

모르겠냐. 내가 전생에 드라마며 영화며 투자를 얼마나 했는데.

서연주가 전생에 드라마를 얼마나 봤는데.

작정하고 숨긴 배역이 아닌 이상 대본을 조금만 봐도 대충 안다.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 서브남주를 맡길 거란 생각은 안 들어서 확신이 좀 늦긴 했지만.

늘어나는 촬영, 대놓고 이가은에게 다가가는 박현섭, 좀 더 로맨틱해도 괜찮다는 디렉팅까지.

모든 환경이 외치고 있었다. 백재열 너 서브남주라고.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굳어 있던 세 사람에게서 일제히 안도의 한숨이 터졌다.


“믿지 않을 수가요. 그런 연기를 보여 주셨는데요.”

“마, 맞아요. 저도 보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 연기 이번이 처음이시라는 거 사실인가요?”

“이번 드라마 이사님 덕에 날개 달고 날아갈 것 같습니다. 저희도 아주 기대가 큽니다.”

“그래서 저희가 홍보를 아주 제대로 해 보려고 작심했습니다! 저희만 믿으십쇼!”

“마, 맞아요! PD님이 재열 님도 있는데 드라마 못 띄우면 멍청, 헙······.”

“뭐라고 이 작가?!”

“왜, 왜 그렇게 콧김을, 무슨 고릴라처ㄹ, 헙······!”

“뭐 인마?!?! 지금 술 먹었다고 이러는 거야?!”

“시, 실장님 살려 주세요!”

“두 분 진정하세요!!”


그리고 이어지는 백재열을 향한 찬양,

및 콩트.


그러거나 말거나 백재열은 아무렴 상관이 없었다.


단역보다는 주연이 좋은 건 당연하다.

비중이 늘어나면 그만큼 촬영할 기회도 늘어난다는 거니까.

거기다 서브남주?

여주랑 붙을 수밖에 없다. 서연주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많아진다는 거다.


카메라 앞에서 서연주를 응시하고 있으면 감출 수 없는 활력이 전해져 왔다.

서연주는 더 이상 창백하게 질리지 않았고,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한 번도 꺾여 본 적 없는 사람처럼.


백재열은 그게 좋았다.

아직은 연기가 어떻게 서연주를 살리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너와 나의 파레트>는 그 첫걸음인 셈이었다.


“자 그럼, 한 잔씩들 하실까요? 우리 드라마 대박을 위해!”

“대박을 위해! ······빠, 빨리 PD님도 하세요! 저 그만 노려보시고요!”

“하하, 좋습니다. 대박을 위해.”

“<너와 나의 파레트> 대박을 위해!”


- 깡!


술이 달게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백재열은 그 순간에도 서연주를 생각하고 있었다.


*


6월 둘째 주.

<너와 나의 파레트> 홍보 포스터와 티저가 순차적으로 공개됐다.


[정윤성X서연주 ‘너와 나의 파레트’ 상큼발랄한 캐릭터 포스터 본격 공개!]

[SH ENM 백재열, ‘너와 나의 파레트’에서 신인 배우로 인사한다]

[‘너와 나의 파레트’ 정윤성X서연주의 청춘 로맨스, 티저 공개로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너와 나의 파레트’ 서브남주는 예정된 것이 아니다?]


간간이 끼어 있는 잡음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건 티저 영상에 대한 관심을 부추기는 장작이 되었다.


- 솔직히 ㅅㅎ 빽으로 들어간거 다보임ㅋㅋ 3사 중 하필 S인 것도 그렇고ㅋㅋ

- 간만에 볼만한 로코 하나 나오나 얼마나 기다렸는데ㅅㅂㅜㅜ....

- 돈 없고 간절한 배우들은 어쩌냐? 안 그래도 박터지는데 웬 재벌놈한테 자리 뺏겼네

- 작감도 존나 불쌍함 특히 작가 신인이라면서? 하필 입봉작에 저딴놈 들어와서 어카냐

- 야 니네 티저 안 보고 왔지 당장 보고 와 ㅃㄹㅃㄹㅃㄹ

└ 얼굴+돈만 믿고 나대는 발연기를 내가 왜....

└└ ㅅㅂ발연기아니니까당장가서보고오라고!!!!!

└└└ 뭐야??

- 같이 묶인 내배우는 무슨 죄ㅜㅜ?

- 얘들아 욕 조심해 ㅅㅎ 법무팀 미친놈들이래 걍 미친놈들

- ㅈㅇㅅ이랑 ㅅㅇㅈ 얼굴합 나쁘지 않아서 존나 기대했는데 개빡쳐

- 여기 왜 안 본 놈들밖에 없냐????

- 야 티저 미쳤어

- 갑자기 왜들 저래?

└ 빨리 가서 보고 와

- 몰라 돈 먹었음?

└ 빨리 가서 보고 와

- 와 시발 나 걍 내배우만 보고 넘기려고 했는데 저거 뭐야?????

- 쟤 왜 연기 잘해?

- 연기를 잘한다고? 너 진짜 돈 먹었니?

└ 빨리 가서 보고 와

- 쟤 뭐야 무서워;;

└ 빨리 가서 보고 와

- 와 미쳤다 벌써 갓드다 빨리 가서 보고 와


부정적인 흐름은 잘만 이용하면 큰 이슈를 만들 수 있다.

‘우리 드라마 미치도록 잘 만들었어요’보다는 ‘우리 드라마에 개자식 하나 있어요’가 대중들 구미 당기기에 좋다는 뜻이다.

물론 그 화제성의 방향을 긍정적인 쪽으로 틀 수 있느냐. 그건 화제의 중심에 따라 갈린다.


이 경우는 화제의 중심, ‘백재열’에게 꿀릴 것이 없으니,


- 뭐임?? 돈 먹이고 배역 억지로 만들었단 말 다 구라죠 저런건 돈 주고 데려와야죠

- 드까알

└ 배까알로 바꿔라

└└ 배(우는)까(봐야)알(앎)

- 내배우 미치도록 잘생겼다

- 처음에 ㅂㅈㅇ밖에 안 보여서 ㅈㅇㅅ 머리 자른거 뒤늦게 깨달음;

└ 헐 머리 잘랐구나

- 첫방 언제야 그래서 나 너무 설레 얘들아

- 제발 기본만 해줘 진짜 제발 나 많은거 안 바래 그냥 기본 청춘로코만 해주라ㅜ

- 영상 너무 예쁘다 볼맛나겠는데


여론이 뒤바뀌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아마 어중간한 연기였더라면 이렇게까지 열광적인 반응은 아니었을 거다.

백재열이 온 진심을 노골적으로 보여 주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모두가 박현섭의 진심이 곧 백재열의 진심인 걸 모르고, 그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언니!!!]

“엄마, 깜짝이야.”

[언니는 무슨, 왜 나한테 말을 안 해!!!]


그건 서연이. 서연주의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뭘, 뭘 말을 안 해 내가.”

[저런 개존잘 배우랑 작품 한다고 왜 말을 안 해 줬냐고!!!]



작가의말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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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3) 24.09.02 1,103 35 11쪽
»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2) 24.09.01 1,139 26 11쪽
8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1) +2 24.08.31 1,236 30 12쪽
7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3) 24.08.30 1,262 3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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