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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님의 서재입니다.

후회 안 하는 재벌가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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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작품등록일 :
2024.08.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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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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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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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한여름의 제작발표회 (1)

DUMMY

8월 둘째 주.

제작발표회가 열리는 호텔의 대형 연회장.

<너와 나의 파레트>는 본래 기대를 한 몸에 사는 종류의 작품은 아니었다. 제작발표회 전부터 그런 분위기를 타려면 스타 작가나 스타 연출자, 혹은 톱급으로만 구성된 출연진이 필요하다.

이나리는 신인 작가였고 우진환은 그리 유명하지 않은 연출자, 서연주는 아직 화제성이 그리 크지 않은 배우였다. 그나마 기대를 해 볼 만한 것은 정윤성 정도.

전작으로 크게 떠서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정윤성이 이 드라마의 ‘기대 요소’였다.


“기자분들 이쪽으로 와서 명단 확인 후 입장 부탁드립니다!”

“다들 질서 있게 움직여 주세요!”

“기자 명단 확인은 이쪽입니다!!”


그랬는데 지금 제작발표회가 열리는 홀 앞은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다.

‘대형 스타 작가가 이를 갈고 나온 드라마’라고 홍보해도 사람이 이렇게 많지는 않을 거다.

마찬가지로 SBC에서 보도자료에 ‘천재 재벌’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넣은 홍보 효과만은 아니었다.

‘천재’, ‘신동’, ‘혜성’. 그런 타이틀은 차라리 흔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귀한가.


“쟤네 연예부 애들 맞아? 처음 보는데?”

“설마 사회부에서 나온 거예요? 드라마 제발회에?”

“와 씨, 아무리 백재열이 있다고 해도 저건 좀 너무했다.”

“지금 우리도 들어갈 자리 없는데, 뭐 하나라도 건져 보겠다고······ 애쓴다, 애써.”

“야야, 빨리 들어가기나 해. 이러다 들어가지도 못하게 생겼다.”

“오늘 다들 백재열 얘기만 하겠죠?”

“솔직히 그렇지. 백재열 아니면 볼 거 뭐 있냐?”

“왜요, 정윤성 있잖아요.”

“걘 건덕지가 없잖아, 건덕지가. 캐스팅 다 끝나고 갑자기 합류한 재벌 3세, 서브남주까지 승승장구······ 이런 구린 냄새가 없다고.”


‘재벌 3세’.

그것도 ‘돌연 촬영이 시작한 드라마에 끼어든 재벌 3세’는 귀했다.


업계 관계자들이 많이 왔다고 해도 기자들의 수를 이길 순 없었다.

그들은 티저 예고편을 확인하고도 무언가 외압이 있었으리라고 예상했다. 그깟 짧은 예고편쯤 그나마 잘 나온 것만 모아서 보여 줘도 충분하다. 그들은 오늘 공개될 하이라이트 영상을 기다렸다.

거기서 밝혀질 것이다. 재벌 3세의 발 연기가.

그리고 기자들은 그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를 밝히게 되리라.


그렇다. 그들은 예상하는 게 아니라 바라고 있었다.

성화그룹의 외압이 있었기를. 그래서 ‘재벌 갑질’ 따위의 단어를 헤드라인에 박아 넣을 수 있기를.


‘어휴, 저러니까 기레기 소리 듣지.’


데일리엔터 소속 기자 홍규식은 아무도 모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야, 넌 어떨 것 같냐?”

“예?”

“어떨 것 같냐고. 여기 기자들 이미 기사 다 써 온 눈치구만.”


홍규식의 선배는 기레기들과는 살짝, 아주 살짝 다른 사람이었다.

홍규식이 부정적인 헤드라인 하나, 긍정적인 헤드라인 하나를 들고 올 수 있었던 것도 선배 덕이다.

세상만사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정해 두고 생각하지 말라는 가르침 덕에.


“저는······ 왠지 좀 다를 것 같은데요.”

“그래?”

“예. 확실히 다를 것 같습니다. 티저만 봐도 연기 잘하던데요.”

“그리고.”

“또, 배후가 아무리 성화그룹이라 해도 SBC 드라마 요즘 시원찮지 않습니까. 정윤성까지 데려왔는데 찬물 끼얹긴 싫었을 겁니다. 평타 칠 수 있는 드라마, 폭망하긴 절대 싫었을 거고요.”

“그러니까, 실제로 연기를 잘해서 섭남이 된 걸 수도 있다?”


홍규식은 끄덕였다.


“너 기사 안 써 왔지?”

“그게······.”

“잘했다, 인마.”


선배가 씩 웃었다.


“맨날 기레기 소리 듣고 살아도, 필자는 있는 그대로 쓰고 평가는 독자의 몫인 거야. 정론직필의 언론인이 되어야 한단 말이지. 그런 면에서, 그 관점 아주 훌륭해.”

“감사합니다!”

“어디······ 예. 데일리엔터 김예은, 홍규식입니다.”


프레스석 출입증을 받아 목에 건 둘이 호텔의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연회장에 자리 잡고 앉은 일행이 일제히 노트북을 펴고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어디 한번 보자고. 우리 후배 말이 맞을지.”


홍규식은 무엇보다도 하이라이트 영상이 기대됐다.

순차적으로 공개된 티저 예고편 속의 백재열이, 하이라이트 영상 속에서는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궁금했다.

티저에서 보였던 것만큼이나 연기를 잘할까? 캐릭터의 색은 확실히 잡은 것 같던데. 그게 편집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겠지?


그리고 그는 왜 갑자기 배우가 된 것일까. SH ENM 산하의 보이저필름이라는 투자사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그저 투자자로 활동하려나 싶었다.

그랬던 그가 어째서 갑자기 배우로 카메라 앞에 뛰어든 걸까.


“<너와 나의 파레트> 제작발표회 시작하겠습니다. <너와 나의 파레트>는 청춘남녀의 로맨스를 ······. ······ 배우분들 모시겠습니다. 큰 박수로 환영 부탁드립니다.”


누군가는 재벌 3세의 비싼 취미 아니겠냐고 비아냥거렸지만, 홍규식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배우들의 연기가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것은 그들에게 저마다의 서사가 있기 때문이다.

저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고, 저마다 인물을 해석하는 방향이 다르다.

그래서 홍규식은 기다려졌다. 백재열이 어떤 사람인지. ‘재벌 3세’, 그 타이틀 옆에 ‘배우’라는 단어를 추가한 백재열은, 과연 어떤 사람일지.

그래, 홍규식은 그런 걸 바랐다. 백재열에게만 있을 특별한 서사를.


배우들이 차례로 무대 위로 올라가 포즈를 취하고 내려간 뒤.

드디어 그의 차례가 왔다.


“다음으로 박현섭 역의 백재열 배우님이십니다.”


- 찰칵찰칵찰칵!!!


무대 위로 셔터음이 파도처럼 밀려갔다.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태도는 누구보다도 당당했다.

단정한 정장이 몹시도 잘 어울리는 얼굴. 기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뻔히 알면서도 여유로운 태도가 돋보였다.

앞서 올라왔던 서연주와 정윤성에게서도 배우 특유의 아우라가 풍겼다. 그러나 백재열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재벌이라서 그런가?

애초에 배우로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무대 아래를 내려다보는 눈이 지긋하다. 무뚝뚝한 얼굴이 느긋하게 웃어 보였을 적에, 홀에 앉아 있던 모두는 위압감이 실려 있던 그 기세가 부드럽게 누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고, 그걸 뜻대로 다루는 힘.

그게 백재열에게 있었다.


*


제작발표회 시작 전 대기실.


“사, 사람 원래 이렇게 많이 와요?”

“와, 나도 이런 건 처음 보네.”

“작가님,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어쩌다 보니 배우들 틈에 섞여 있게 된 이나리 작가는 발발 떨고 있었다.

사람이 정말이지 너무나도. 너무나도 많이 온 것이다.


‘호텔 대형 홀을 빌릴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이름 있는 작가가 아니라면 굳이 같이 올라가진 않아도 된다고 하던데!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배가 아프다고 할까? 아니면 두통? 기절? 실신?!’


“어휴! 뭐 이렇게 많이 왔어?”


뒤늦게 대기실로 들어선 우진환만 아니었더라면 이나리는 벌떡 일어나 외쳤을 것이다.

‘저 갈래요!’ 하고.


“사람 많이 올 거라고는 안 하셨잖아요 감독님······!”

“뭐야 왜, 왜 이래?”

“작가님이 아무래도 많이 긴장하신 것 같아요.”

“이 작가, 청심환 먹었지?”

“네······!”

“그럼 됐어. 어차피 이 작가한테는 질문 별로 안 올 거야. 누가 질문해도 이 작가의 진심을 보여 주면 돼! 진짜 사랑하잖아, 이 드라마!”

“사랑하죠······! 그러니까 여기까지 왔죠······!”

“그래, 그럼 됐어! 나만 믿어!”

“근데 감독님은 믿음이 안, 재열 님 오셨어요!!”


제일 늦게 도착한 건 백재열이었다. 투자사 관련한 일이 겹쳐 잠깐 보고 왔더니 이 시간이다.

문 비서는 오늘도 훌륭했다. 백재열의 뒤를 따라 들어오며 모두에게 다과를 하나씩 안긴 것이다.


“늦었습니다.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분위기가 영 어수선하다. 서연주는 이나리 작가를 달래다 우진환에게 토스한 참이었고, 정윤성은 자기 얼굴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외 비중이 커 함께 무대로 올라가게 된 조연들은 이나리를 보며 웃고 있다.

그리고 우진환과 이나리는 이제 막 들어온 백재열을 하염없이, 그야말로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재열 씨!”

“재열 님!!”


오디오가 겹쳤다. 백재열은 하나씩 말해 보라는 듯 양손을 들어 ‘워워’ 했다.

무슨 동물들도 아니고. 우진환이 이나리의 앞을 차지했다. 이나리가 시무룩한 눈으로 우진환을 노려본다.


“저만 믿으십쇼!!”

“예?”

“오늘 기자놈들, 하이라이트 영상 보면 아주 깜짝 놀랄 겁니다. 말도 안 되는 그런 소리들, 싹 다 들어갈 갈 거고요!!”


우진환은 아주 자신만만했다. 방영 전 드라마의 방향을,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를 맛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 하이라이트 영상. 거기에 혼을 갈아 넣은 듯싶었다.

자세히 보니 낯빛도 아주 거무죽죽한데, 표정만 환하다.


“저, 저는 배우님만 믿어도 되나요?!”


눈치 살피던 이나리 작가가 끼어들었다. 백재열은 자신을 간절히 올려다보는 이나리를 향해 물을 뻔했다. ‘저를요? 갑자기요?’


“······저야 당연히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러지 않았던 건 저 뒤편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서연주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보다는 우리 드라마의 일등공신을 믿어 주시는 게 어떠십니까, 작가님.”

“이, 일등공신이요?”

“예. 서연주 선배님 말입니다.”

“?”


서연주의 눈이 동그래졌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명실상부한 우리 드라마 원톱 여주인공 아니십니까. 저도 현장에서 서연주 선배님 덕에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연기를 정말 잘했다면, 그건 다 선배님 덕분입니다.”


백재열의 눈에는 서연주의 뒤에서 황당한 눈빛을 보내는 정윤성 따위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서연주가, 한창 아름다운 서연주가 쑥스럽게 웃으면서 “별말씀을 다 하세요.” 하는데, 어떻게 다른 게 눈에 들어올 수 있겠는가.


“그렇군요······. 작가에게 배우가 영감을 주듯, 배우도 배우에게 영감을 주는 거군요!”

“그러게, 둘이 맨날 촬영장에서 붙어 있더니. 일대일 코칭이었어요? 연주 씨 진짜 대단하다.”

“아, 그런 건 아니고······ 저도 많이 배웠는걸요.”


그래서 그는 이나리 작가가 무언가 이상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서연주를 보며 웃기에 바빴다.

오늘의 서연주는, 언제나처럼 눈부셨다.


작가의말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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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너 누구랑 사귈 거야 (2) +1 24.09.14 685 33 12쪽
21 너 누구랑 사귈 거야 (1) +1 24.09.13 789 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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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착각은 재벌 3세도 괴물 배우로 만든다 (2) 24.09.11 842 28 13쪽
18 착각은 재벌 3세도 괴물 배우로 만든다 (1) +1 24.09.10 918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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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싫은데요 (1) 24.09.08 950 31 15쪽
15 고대하던 첫 방송 (2) 24.09.07 971 29 12쪽
14 고대하던 첫 방송 (1) +1 24.09.06 985 33 12쪽
13 한여름의 제작발표회 (2) 24.09.05 987 32 12쪽
» 한여름의 제작발표회 (1) 24.09.04 1,032 30 11쪽
11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4) +1 24.09.03 1,094 28 12쪽
10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3) 24.09.02 1,104 35 11쪽
9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2) 24.09.01 1,139 26 11쪽
8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1) +2 24.08.31 1,236 30 12쪽
7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3) 24.08.30 1,262 36 11쪽
6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2) 24.08.29 1,381 39 13쪽
5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1) 24.08.28 1,500 47 11쪽
4 재벌이 사랑하면 답도 없다 (3) 24.08.27 1,599 43 12쪽
3 재벌이 사랑하면 답도 없다 (2) +1 24.08.26 1,887 46 14쪽
2 재벌이 사랑하면 답도 없다 (1) +2 24.08.26 2,636 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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