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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안 하는 재벌가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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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작품등록일 :
2024.08.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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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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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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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443

작성
24.08.26 19:50
조회
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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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글자
8쪽

이혼 후 전여친을 만났다

DUMMY

아침에 눈을 뜬 백재열은 웃음이 나왔다.

전날은 그가 최종 목표로 두었던 시가 총액 6조의 종합 콘텐츠 기업을 집어삼킨 날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지난한 세월이 필요했던가.

마침내 그는 집안 어른들의 견제와 간섭에서 벗어나 마음껏 행동할 수 있는 지위를 가졌다.


“벌써 일어났어? 깨우지.”


답잖게 늦잠을 잔 건 그런 까닭이다.

전날 새벽까지 개국공신이라 불릴 만한 이들과 거나하게 한잔 걸치고 들어와서.

그 새벽에도 백재열을 반겼던 아내는 오늘도 먼저 일어나 식탁에서 그를 반겼다.


한때 대한민국을 미모와 연기로 휩쓸었던 아내.

운명적인 첫 만남 날 그는 직감했었다. 이 사람은 정말 대단한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씻고 와. 밥 먹자.”

“설마, 직접 한 거야?”

“응. 오랜만에.”

“아주머니 부르지 그랬어. 괜히 힘들게.”


식탁 위는 진수성찬이었다. 백재열은 아내의 음식과 따로 부리는 가정부의 음식을 구분할 줄 알았다.

아내는 그런 사람이었다. 가정부가 있어도 가끔은 꼭 제 손으로 한 음식을 먹이고 싶어 하는 사람.


백재열은 기분 좋게 씻고 나와 아내와 함께 밥을 먹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아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작심했는지.


“우리 이혼하자.”

“······뭐?”


깨작깨작. 밥이 줄어드는 게 영 보이지 않아 오랜만에 잔소리를 하려던 참이었다.

아내는 백재열이 숟가락을 놓기가 무섭게 입을 열었다.


“이혼하자고.”

“갑자기 그게 무슨, 무슨 소리야 연주야.”

“한 번 더 말해 줘?”

“아니, 아니. 연주야. 여보. 나 힘들었던 거 이제 다 끝났고 보상받는다니까.”

“그러니까, 그래서, 그래서 지금까지 기다린 거야. 거봐, 당신이 잘될 줄 알았어. 축하해. 이젠 정말, 시장에서 당신 회사 무시하고는 살아남질 못하겠다.”


바라본 아내는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얼굴이었다.

어느새부터인가 생기가 사라져 백색이 된 얼굴. 나직하지만 변화는 없는 어조.


백재열은 슬슬 야속해지기 시작했다.

어제는 결혼한 지 딱 20년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변변찮은 작품으로 영 힘을 쓰지 못하던 아내에게 좋은 작품을 골라 주었던 게 누구였던가.

아내가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그 시절에 흠 하나 나지 않도록 애지중지해 주었던 게 누구였던가.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성화그룹 회장의 손자이자 보이저필름 사장 백재열이었다.


‘고마워, 다 당신 덕이야. 정말 고마워.’


당시 아내는 백재열이 골라 준 작품에 들어가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질 나쁜 언론플레이에 휘말릴 뻔한 아내를 번번이 구해 주었던 것도 백재열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명실상부한 톱스타. 아내는 한때 그랬었다.

그러나 아내는 그와 결혼하고 몇 년 후 자연스럽게 은퇴를 선언했다.


‘작품이 전만큼 잘 안 들어오네······.’

‘어쩔 수 없지. 세상에 여배우는 많고, 제작사들도 결혼한 여배우보단 미혼인 여배우를 더 선호하는 거 알고 있었잖아.’

‘······그건 나도 알지. 그런데 여보, 나 작품 하나만 구해다 주면 안 돼? 작은 거라도 괜찮은데······.’

‘지금은 시기가 좀 그래. 알잖아. 그리고 너 작은 거 들어가기엔 몸집이 너무 커졌다, 연주야. 작품도 잘 생각해서 들어가야지.’

‘······응. 무리한 부탁 해서 미안해.’

‘아냐. 기다리면 들어오겠지. 내가 종종 현장 돌아다니면서 생각하는 건데, 너보다 연기 잘하는 사람 없어.’

‘······응. 고마워.’


솔직히 얘기하자.

시기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 성화그룹 회장의 손자다. 그가 원한다면 못 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는 사업에 집중해야 했다. 아내의 활동을 반대하는 집안 어른들과 언성을 높이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내가 항상 반겨 주는 게 그렇게 좋았다.


그러니까 그건 조금 나중에 고려할 일이다.

사업이 대성하면.

사사건건 간섭하는 집안사람들에게서 벗어나면.

단둘이서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아내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때야말로 최고의 대우를 해 줄 수 있을 테니까.


오로지 그 방법뿐이라고 생각했다.

재력만이 품위를 잃지 않게 하고 명예만이 신념을 지켜 주니까.


“하, 연주야.”

“······.”

“우리 어제 20주년 기념일이었던 건 알아?”

“······.”

“내가 늦은 건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냐. 나도 일찍 나오려고 했는데, 다들 신나서, 너도 알잖아, 얼마나 중요한 건이었는지. ······연주야.”

“······.”

“왜 말이 없어, 너. 왜 그러는데. 왜, ······.”


아내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백재열은 한숨을 삼키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손목을 쥐는 손만큼은 부드러웠다.

백재열은 그런 남편이었다. 그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했다. 언제까지고 사랑할 자신이 있었다.


“내가 싫어.”

“뭐?”

“내가 이젠 당신이 싫다고.”


······그런데 아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마주친 눈이 낯설었다. 백재열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이혼하자.”


서연주는 그렇게 말을 맺었다.

백재열은 알았다. 이런 눈을 한 그녀는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걸.

그가 사랑했던 눈이었다. 그리고 잃어버린 지 아주 오래된 눈이었다.


그런데 그 눈을 한 서연주가 말한다. 너랑은 끝이라고.


심장이 쿵, 떨어졌다.


*


이혼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처리됐다.

가정 법원 앞에서 멀어지는 전 아내를 보며 청승을 떨 시간 같은 건 없었다.


“백재열 씨! 한 말씀만 해 주시죠!”

“서연주 씨! 여기 봐 주세요! 서연주 씨!”


소식을 듣고 몰려온 기자들이 둘을 가만히 두지 않았던 탓이다.

백재열은 비서의 안내를 따라 급히 차에 올랐다.


“대표님,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래.”


도장을 왜 찍어 줬을까.

서연주는 왜 이혼을 하자고 했을까.

되돌아보면 서연주는 언제나 하나만을 바랐다.


‘나 다시 연기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

‘이 작품 말이야. 작가님이, 나 생각하면서 쓰셨대. 내 데뷔작, 그거 보면서.’

‘여보, 나 오디션 한번 봐 볼까 하는데······.’

‘연기하고 싶다.’


······그거였나?

그간 듣고도 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흘렸던 그것들.

재벌가 며느리가 무슨 연기냐며 엄포를 놓는 어른들에게 반항하기 싫었던 과거의 백재열이 거기에 있었다.


창밖으로 기자들이 멀어졌다. 눈을 몇 번 깜빡이니 차가 속력을 내는지 풍경도 흐려졌다.

그 속에는 이미 멀어진 서연주가 있었다.

다시 연기를 해 보고 싶다고 말하는, 유명한 배우의 연기론을 찾아다 읽는, 당신 사업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손잡아 주는,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카메라 앞에만 서면 온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던.

그랬던 서연주.


그마저도 금세 사라진다.

눈앞의 풍경이 어지럽게 뒤섞였다.

백재열은 한껏 찡그리고 눈을 깜빡거렸다.


“······.”

“······액션!”

“······.”

“······이사님, 이사님?”

“······?”


그렇게 깜빡거리길 한참.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이 차에서 내렸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차에서 내렸다 뿐인가.

눈앞의 풍경은 도로나 건물이 아니었다.


“어, 얼른 들어가. 이러다 들킬지도 몰라······.”

“잠깐만, 가은아.”


웬 남녀가 으슥한 골목, 가로등 아래서 속닥거리고 있었다.

주저하는 여자를 남자가 붙잡는다. 여자가 돌아보면 남자는 어느덧 가까워졌다.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듯한 입술에 시선을 내리깐 여자, 망설이다가도 천천히 눈을 감는다.


애정 행각을 벌이는 저 남녀, 웬,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서연주.”


멀리서 보아도 망설이는 여자의 얼굴은 예뻤다.

그래, 백재열은 이 순간을 똑똑히 기억했다.


25년 전, 백재열이 서연주에게 첫눈에 반했던 이 순간.

꿈에서도 잊어 본 적 없었다.


마침내 남자와 여자가 입을 맞춘다.

잠시 뒤에 떨어져 수줍게 웃는 여자의 낯에는 생기가 가득하다.

하얗고 무기질하던 낯은 온데간데없이 행복만이 가득 차서.


“컷!”


턱, 숨이 막힌다.

백재열은 그 순간 서연주에게 다시 한번 반했다.

동시에 깨달았다.


내 잘못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0 n7******..
    작성일
    24.09.10 13:10
    No. 1

    25년전? 회귀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습관성탈골
    작성일
    24.09.15 00:46
    No. 2

    지나고나면 별거 아닌문제도 그당시엔 부담스러운 것일수도 있지. 재벌3세 라고 안그러겠어?
    유산도 걸리고, 테클 들어올것도 걸리고,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도 걸리지. 다 그런거야.
    회귀한 재벌3세 정도되면 뭐가 문제겠어? 인생 쉽겠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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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재벌이 사랑하면 답도 없다 (2) +1 24.08.26 1,882 46 14쪽
2 재벌이 사랑하면 답도 없다 (1) +2 24.08.26 2,628 52 12쪽
» 이혼 후 전여친을 만났다 +2 24.08.26 3,034 5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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