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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님의 서재입니다.

후회 안 하는 재벌가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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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작품등록일 :
2024.08.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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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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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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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착각은 재벌 3세도 괴물 배우로 만든다 (1)

DUMMY

‘선생님이 보시기엔 백재열 씨, 어떻습니까?’


“어떻긴······.”


목승현. 연극판의 거물.

무려 40년을 넘게 연극 무대 위에서 살아온 배우.

산전수전을 다 겪고도 무대를 떠나지 않았던 거목.

그야말로 살아 있는 전설.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게 된 탁주형 대표에게 부탁받아 백재열을 가르치게 된 연기 선생.


그는 일전에 탁주형에게 들었던 단순한 질문을 떠올렸다.


[‘너와 나의 파레트’ SBC의 새로운 성공 신화 써내려간다]

[‘너와 나의 파레트’ 연기를 이해하고 싶었던 백재열의 열연]

[‘너와 나의 파레트’ 백재열, 재벌 3세 낙하산? 재벌 3세 천재 배우였다!]


인터넷을 도배한 기사가 트리거였다.

볼 때마다 가르친 것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제자의 이름이.

이따금 그는 연기에 오래 골몰한 연구자 같은 말을 했다. 거기에 담긴 깊은 고찰은 늘 목승현을 놀라게 했다.

언젠가는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고 묻기까지 했었지. 그때 백재열은 왜인지 씁쓸한 표정이 되었다.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가지기 힘든 절망의 흔적이었다. 목승현은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성화그룹의 백정문 회장을.


어쩌면 백재열이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되기까지, 어떤 큰 사건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집안에서.

그렇게 목승현은 착각과 진실을 반씩 섞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사연이 있는 천재.’


목승현은 백재열이 ‘연기를 처음 배운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았다.

그는 첫날 보았다. 도저히 배우라고는 할 수 없는 발음과 발성을. 기본기부터 쌓아 갈 날이 한참 멀어 보여 암담했었더랬다.

그랬는데 고작 3일 후 백재열은 천생 배우 같은 발성을 내었다. 발음만큼이나 발성도 왕도가 없다고 일컬어지는 기본기였다.

그나마 후자는 타고날 수도 있다지만, 쑥쑥 느는 발음을 보라. 대단한 수준의 발전이었다.


“보면 모르나.”


목승현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 괴물은 태어나 처음 본다.

탁주형은 부연했다. 어떤 배역을 소화할 수 있을지가 궁금한 거라고.

배우가 장기적으로 자라기 위해 어떤 영양분을 주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목승현은 단언하지 않는다.

그건 세월이 그에게 남긴 지혜였다.

그토록 신중한 사람인 걸 알아 탁주형은 그를 존경해 왔다.

그랬는데.


‘다.’

‘······?’

‘뭐든, 다.’

‘······예?’

‘다 할 수 있을 거야. 주형 씨가 웬 괴물을 나한테 맡겼어.’


그리고 세상에 그 괴물의 윤곽이 드러나는 중이다.

목승현은 기사를 조금 더 보다가 창을 내렸다.


“다음······ 다음엔 또 어떤 걸 보여 줄 거냐······.”


당장 내일의 연기 수업에서도 목승현은 또 한 번 놀라게 될 것이다.

그는 이제 그 놀라움이 무척 기꺼웠다.

괴물 같은 천재의 성장을 언제 또 가까이서 볼 수 있겠는가.


목승현은 어느덧 그의 얼굴 위에 다양한 배역을 덧씌워 보기 시작했다.

처음 백재열을 맡았을 적의 꺼슬꺼슬한 불편함은 녹아 사라진 지 오래였다.


*


바다액터스 대표 탁주형은 턱수염을 기른 거친 이미지와는 달리 감수성이 섬세한 사람이었다.


‘여보 제발 나랑 같이 이것 좀 봐 줘 진짜 재밌다니까? 내가 우리 배우들이 나온 드라마라서 이러는 게 아니에요. 저것 좀 봐! 봐! 백재열 아니 박현섭 눈에서 꿀이 떨어지잖아! 쟤네 사귄다니까!’

‘알았다고, 알았다고. 본다고 했잖아!’

‘재방 말고 본방으로 봐 주면 안 돼? 제바아아알.’

‘아! 진짜 피곤해 죽겠는데!’

‘내가 그래서 준비했지. 여보를 위한 비타민~’

‘드라마가 비타민이라고 하면 너 진짜 죽는다.’

‘······한 번만 봐줘요.’


좋아하는 장르는 드라마, 영화를 불문하고 무조건 멜로와 로맨틱코미디로······ 그는 1화를 보자마자 이 드라마의 성공을 예견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가은이 낯선 박현섭의 얼굴을 본 1부 마지막 장면에서,

그리고 도준우와 박현섭의 본격적인 신경전이 시작된, 이가은이 둘을 보며 ‘왜 저래?’ 하는 2부 마지막 장면에서 시청률이 치솟았다고 한다.


그 지표는 꽤 다양한 이들의 발등에 불을 붙였다.


“아 예, 예, 대본 보내 주시면 검토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바다액터스 홍보팀, 네? 광고요? 아 네, 네.”

“어휴, 감독님!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주시고, 네? 아~ 연주 씨요? 잘 지내고 있죠!”

“바다액터스 홍보팀입니다. 네, 인터뷰 제의 감사합니다.”


불길이 바다액터스 홍보팀으로 옮겨붙는 건 예견된 일이었다.

전화기와 메일, 어느 하나라고 할 것 없이 연락이 함박눈처럼 쏟아졌다.

탁주형은 요즘 늘 하회탈이었다. 싱글벙글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의 마음은 아주 든든했다.

실장과 고르고 골라 쌓아 놓은 대본과 시나리오의 양만큼이나 아주 두둑하고 든든했다.


“촬영 바쁠 텐데 미팅 괜찮대요?”

“어어~ 안 그래도 자기도 차기작 생각하고 있었대~”

“작품 욕심 많나 보네. 하긴, 광고보다는 작품이 욕심날 배경이긴 하죠.”

“그치~ 광고가 다 무슨 상관이겠어~”

“그럼 광고 제안은 그냥 다 거절하시려고요?”

“아니~ 그래도 어떻게 배우한테 들어온 건을 본인한테 말을 안 하고 커트해~”

“······말투가 왜 그러세요?”

“내가 뭘~”

“미쳤나······.”

“하핫~ 아주, 내가 요즘 아주,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니까, 어?”


탁주형의 위장 지분 90%를 차지한 건 당연히,

누가 뭐래도 마혜진 작가의 차기작 대본이었다.

늘 마혜진 작가와 함께하는 제작사를 통해 들어온 그 대본은 편성도 확정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너와 나의 파레트> 방송국인 SBC로.


조금만 들여다봐도 SBC와 마혜진이 백재열을 엄청나게 원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뿐인가. 제안 들어온 배역의 비중도 굉장히 높았다.

잘만 하면 주연으로도 밀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표님, 배우님 오셨습니다.”

“아 그래?! 어서 들어오시라고 해!”


탁주형은 소중히 품에 안고 있던 대본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옆에 앉아 있던 실장이 그걸 보고 고개를 내저었다.

가끔 보던 얼굴이었다. 소속 배우에게 좋은 대본이 들어오면 늘 나오던 얼굴.

근데 오늘은 그 정도가 심했다.


‘저거 보고 질색이라도 하면 어쩌나.’


다행스럽게도 비서와 함께 들어온 백재열은 무던한 얼굴로 마주 앉았다.


“이게 다 재열 씨한테 들어온 대본입니다!”


탁주형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산처럼 쌓인 대본을 밀었다.

백재열은 탁주형이 왜 하회탈이 되었는지 단박에 알아챘다.

가장 위에 있던 대본 앞장에 적힌 이름이 눈에 들어왔던 덕이다.


[작가: 마혜진]


드라마를 잘 안 봐도 한국에서 마혜진 이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로코퀸이라 불리는 작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장르물의 명장.

그의 대본은 아무나 구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랬는데 탁주형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 마 작가님 아시죠? 그 작가님이 재열 씨 연기를 아주 좋게 보셨다고. 꼭 한번 만나 보고 싶다고 보내 주신 겁니다.”

“그렇습니까.”

“미팅 전에 대본도 보고 와 달라고 하셨는데. 어때, 생각 있어요?”


탁주형은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생각 있겠지.

당연히 있겠지.

마혜진인데.

망해도 대박이라는 마혜진인데!


당연히 하겠지!


백재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목을 보아하니 아는 드라마다. 서연주가 촬영 스케줄 속에서도 열심히 시청했던 그 드라마.


‘김의철은 정말······ 매력적인 배역인 것 같아. 어쩜 이런 캐릭터를 구상하셨을까요?’

‘연주 씨 요즘 매일 김의철 얘기만 하네요.’

‘이사님이 보기에도 그렇지 않아요? 봐요. 배우가 또 어쩜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만나 보고 싶어요?’

‘네?’

‘만나서 사인이라도 받아 보고 싶냐고요.’

‘······그, 그게 돼요?’


백재열은 이왕이면 서연주가 좋아했던 그 배역을 연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번엔 그 사인 내가 해 줄 거다.


“하핫! 그렇죠? 좋아요, 좋아. 그럼 이건······ 음······ 그래도 한번 봐 보실래요? 재열 씨 앞으로 들어온 대본들이니까, 봐 두면 공부가 되긴 할 건데······.”


탁주형은 슬쩍 백재열의 눈치를 살폈다.


“아잇, 근데 재열 씨가 귀찮으시면, ······.”

“아뇨, 주시죠.”


백재열이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그 대본들은 다시 탁주형의 앞으로 갔을 거다.


“문 비서.”

“예.”


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비서는 실장이 건네준 종이가방에 척척 대본을 챙겼다.

탁주형은 제법 만족스러웠다. 처음에는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어째 연기 자체에 욕심도 많아 보이고, 잘하기도 잘한다.


사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백재열에게 여러 배역을 맡겨 보고 싶었다.

지금은 경험을 쌓을 때가 아닌가. 굳이 주연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작은 역할이라도 더 들어가서 현장 경험을 쌓고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중요한 때.

그런 기회를 백재열이 잡을 수 있었으면 했다.


그런 이유로 종이가방 속의 대본과 시나리오는 모조리 색이 다른 역할이었다.

비중도 천차만별이었고.


거기서 어떤 대본을 고를까. 더 고르긴 할까? 당장 차기작은 마혜진 작가 걸로 들어가길 원하겠지. 하지만 그다음 작품은?

탁주형은 그게 몹시도 궁금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럼 마 작가님하고 미팅은 ······.”


탁주형과 이 실장은 대략적인 스케줄을 설명했다.

진행 방향을 들은 백재열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저렇게 무던하지? 원래 저런 타입인가?’


차기작이며 광고, 인터뷰 제의를 어떻게 처리할 건지 늘어놓던 이 실장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재벌로 태어나 원체 관심에 익숙한 사람이라 그런가.

이만한 제의를 받은 신인이 쉽게 보일 법한 감탄이나 감동, 신난 기색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 건은 스킵하죠. 굳이 인터뷰를 늘릴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의견을 내놓는 걸 보면 집중을 안 하고 있는 건 아닌데······.


“······자, 더 궁금하신 거 없으시면 오늘 미팅은 이 정도입니다.”

“궁금한 거 있습니다.”


그때 백재열의 눈이 빛났다.

이 실장은 직감했다. 지금부터가 진짜라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잘한 일정을 정리하고 난 뒤에 꺼내는 저 말이, 진짜일 거라고.


“혹시 서연주 배우는 다음 계획이 어떻게 됩니까? 아, 이건 바다액터스 이사로서 묻는 질문입니다.”

“예?”

“네?”

“드라마가 떠서 서연주 배우도 한창 몸값 올릴 때인데, 신중하게 가야죠. 이미지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차기작 선택은 아주 신중하게 진행해야 ······.”


‘······?’


뭐지?

이 실장은 버퍼링이 걸렸다.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이 사람?



작가의말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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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3) 24.09.02 1,105 35 11쪽
9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2) 24.09.01 1,139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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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3) 24.08.30 1,263 36 11쪽
6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2) 24.08.29 1,383 3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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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재벌이 사랑하면 답도 없다 (2) +1 24.08.26 1,888 46 14쪽
2 재벌이 사랑하면 답도 없다 (1) +2 24.08.26 2,638 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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