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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님의 서재입니다.

후회 안 하는 재벌가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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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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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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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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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재벌이 사랑하면 답도 없다 (1)

DUMMY

깊게 돌이켜보지 않아도 되었다.

아내가 얼마나 연기를 좋아했는지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서연주의 ‘살아 있는 얼굴’은 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할 적에만 나왔다.


‘아, 여보 왔어?’

‘드라마 보고 있었어?’

‘응, 당신이 투자했다는데 봐야지.’

‘그래? 어땠어.’

‘정말 재밌더라. 주연 배우 연기가 너무 좋아. 다들 씬 스틸러로 나온 배우 얘기만 하는데, 나는 그 배우가 그렇게 돋보이려면 같이 연기하는 사람들이 맞춰 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그렇게 재밌게 봤어?’

‘저 선배랑 예전에 같이 작품 했던 적 있거든. 어떤 마음가짐으로 했을지가 보여서 더 좋았어.’

‘전체적인 드라마 짜임새는 어때. 꽤 재밌어 보여서 투자한 거긴 한데.’

‘당신 안목이야 어디 안 가지. 반응 안 봤어? 다들 재밌다고 난리야.’


‘무슨 책을 그렇게 읽어?’

‘어머, 언제 왔어요?’

‘아까. 소리 낸 거 못 들었어?’

‘미안. 너무 흥미진진해서······.’

‘어디 보자······ 마이클 베인의 연기론······. 저번에도 이 책이었던 것 같은데.’

‘아냐, 저자가 달라. 오래 활동한 배우들은 어쩜, 다들 이렇게 자기만의 연기론을 확고하게 구축해 나가고 있을까.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한 업계에서 오래 일한 사람은 다들 그렇게 되지. 자기만의 철학이 생겨.’

‘나도 가지고 싶다. 나만의 연기 철학.’

‘서연주의 사랑 철학은 어때.’

‘······어디서 그런 이상한 대사를 배워 와서.’

‘저번에 본 대본에 있었는데, 역시 별로지? 투자 안 하길 잘했어.’

‘자기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그래. 그런 건 오히려 능글맞게 해야 한다구요. 자, 봐 봐. 눈은 이렇게, 입은 조금 더 능청스럽게 웃고······. 그래.’

‘어때, 당신의 사랑 철학은. 내가 좀 알고 싶거든.’

‘······어우, 느끼해.’

‘웃고 있으면서.’

‘내가 당신 사랑하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요.’


‘재열 씨, 바빠요?’

‘어, 아냐, 왜. 급한 일이야?’

‘아니, 급한 건 아니고. ······나 작품 하나 들어가고 싶어.’

‘그래? 어떤 작품인데. 봐 봐.’

‘이거. 나랑 아직도 연락하는 선배가 있는데, 여기 조연이 나한테 딱이라고······.’

‘조연? 연주야, 너 조연 들어가기엔 몸집이 너무 큰데. 아까워 네가.’

‘하지만 배역이 정말 좋아. 시나리오도 흥미진진하고. 당신이 한번 봐 주면 안 돼?’

‘알겠어. 이것만 하고 금방 볼게. 거기에 두고 나갈래?’

‘······응. 기다리고 있을게.’


그러나 백재열은 그 시나리오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 작품은 흥행하지 못했다. 영화 팬에게는 좋은 평을 받았지만 대중은 사로잡지 못한 작품.

네가 안 들어간 게 다행이었다고 웃었던 것 같다. 서연주의 표정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토록 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나 때문에, 나를 위해서, 매번 참고, 누르고, 마음을 죽이면서, 20년간.

그렇게 있었구나.


백재열은 촬영장 한구석에 앉아 앵글 앞을 마음껏 활보하는 서연주를 보며 한참 생각했다.

그게 왜 그렇게 좋았을까.

그게 무엇이었기에 서연주를 살리고 죽였을까.

나는 왜 그걸 이해하지 못했을까.


그 연기라는 게.

뭐가 그렇게 좋았길래.


촬영이 끝나 갈 무렵, 백재열은 그게 알고 싶어졌다.

서연주가 그다지도 사랑했던 연기라는 걸 이해하고 싶어졌다.


“슬슬 가자.”

“네.”


그는 촬영이 끝나기 직전 조용히 촬영장을 빠져나갔다.

운전대를 잡은 비서가 골목을 내려가며 물었다.


“괜찮게 보셨습니까?”

“어. 너무 좋았어. 좋더라.”

“시청률은······ 어떻게 보십니까?”

“좋겠지, 뭐.”


차창 너머로 시선을 고정한 그가 비서의 말에 의식 없이 입을 움직였다.

머릿속에는 연기하던 서연주만이 가득했다.

변함없이 아름답고 싱그러운 서연주. 사랑스러운 서연주. 아직 꺾이지 않은 서연주.


떠올리니 심장이 아프게 고동쳤다.

내가 꺾은 거다. 조연이라도, 아니 단역이라도 연기를 할 수만 있다면 행복할 거라던 사람을.


······그러나 지금은 다시 돌아왔지.

대체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25년 전으로 돌아온 거다.

백재열은 자신이 오랜 시간을 거슬러 왔음을 그제야 절감했다.

이 모든 일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그렇다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다는 뜻 아닌가.

두 번째 삶. 그 영화 같은 기회 속에서는.


서연주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난 생에서 나 때문에 고생했던 거, 이번 생에서는 넘치도록 보상받았으면 한다.

그토록 좋아하는 연기를 계속하면서, 오래 웃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한번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


다시 결혼하고 싶다는 건 아니다.

지척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조금 더 친해지고,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


어쨌거나 중요한 건 이거였다.


“문 비서.”

“예.”

“서연주 씨 소속사, 거기 어디였더라.”

“바다 액터스입니다.”

“거기 인수 좀 진행하자.”

“예???”


그러려면 전생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백재열은 다짐했다. 서연주를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


바다 액터스 사무실.

규모가 작은 기획사답게 사무실도 좁다. 그나마 백재열을 맞이한 대표실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었다.


‘거기 인수 좀 진행하자.’


이 말을 하고 며칠 지나지도 않아 세부 조율이 끝났다.

문 비서, 그러니까 백재열의 수행비서로 붙여진 문건우는 일을 꽤 잘하는 편이었다.

물론 밀어붙일 돈이야 충분하지만 시간은 금이다. 시간을 줄이는 데 문건우가 한 건 했다고 들었다.


“저희 기획사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하나같이 연기력 출중한 배우들이 모여 있는 기획사가 아닙니까. 함께 일해 보고 싶었습니다.”


기획사 대표는 감동이라도 받은 모양이었다.

아이돌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엔터사도 아니고, 규모 작은 배우 기획사일 뿐인데 무려 성화그룹 손자가 관심을 가져 주다니.

심지어 자신이 오로지 연기력만 보고 배우를 데려온 것까지 알고 있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배우들, 정말, 정말이지, 말씀하신 대로 연기력 하나는 출중합니다. 이번 기회에 공격적으로 홍보에 나서서 제가 이번엔 꼭, 배우들 전부 빛 보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감격스럽지 않을 리가.

인수 금액은 ‘잘해 왔다. 앞으로 더 잘해 보자.’라는 인정과도 같았다.

노력과 진심을 알아주는 말보다 더 갚진 것.


‘이번에는 꼭, 꼭, 더 잘해야지. 우리 배우들, 더 빛 볼 수 있게끔······!’


대표는 천천히 감정을 갈무리했다.

도장을 찍기 전,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었다.


“저, 그런데 이사님, 그······ 조건 하나 붙은 것 말입니다.”

“예.”

“그게 무슨······ 의미인지.”


백재열은 설마설마하는 대표의 눈을 보며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말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제가 배우로 데뷔하려고 하는데, 바다 액터스에서 가능하게 해 줬으면 해서요.”

“······그 혹시 연기는 경험이, ······.”

“없습니다.”

“그럼, 어릴 적에 재능 있단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백재열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게 문제가 됩니까? 바다 액터스 배우들은 연기 하나로는 어디서 안 밀린다던데.”


그건 서연주가 해 준 이야기였다.


‘우리 소속사 정말 다들 연기 하나는 어디 가서 안 밀려. 대표님이 배우 하고 싶었는데, 자기가 연기하는 것보다 남의 연기 보는 눈이 훨씬 좋아서 소속사 차렸대.’

‘그럼 감독을 하지. 왜 그랬대?’

‘그것보다는 연기 하나로 승부하는 배우들이 잘되는 걸 보고 싶었다나 봐. 하여튼 그러니까, 소속사 옮기라는 말은 삼가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백 이사님.’


기획사 이름을 듣자마자 떠올랐던 기억이었고.


“아, 아뇨! 안 됩니다! 당연히! 데뷔시켜 드려야죠! 이사님도 어디 가서 연기로 안 밀리게 해 드리겠습니다!”


대표는 손사래를 쳤다.

문제가 된다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게 대표의 입장이었다.

고작 그거 하나를 못 해서 이 천금 같은 기회를 놓쳐? 대표는 제정신이었다.


“어휴, 제가, 제가 다 해 드려야죠. 저희 연기 트레이너도 아주 훌륭하고, 예, 아주 좋습니다. 이사님 덕분에 더 좋은 선생님도 모실 수 있겠네요, 하하!”

“그런데 말입니다.”

“······예?”

“하나 더 있습니다.”

“······뭔가요 그게?”


백재열의 눈이 의미심장하게 빛났다.

대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일생일대의 기회이자 두 번 다신 없을 순간.


바다 액터스 대표는 무슨 미친 짓을 해서라도 이 기회를 잡을 준비가,

아니, 준비가 되지 않았더라도,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잡을 것이었다.


“······. 이렇게 진행했으면 하는데요.”

“······예?”


그리고 그는 곧 하얗게 질리고 만다.


*


3주 후.


[연주야 부탁이 있다.]

“네? 갑자기요? 저 지금 촬영장 도착했는데?”

[그래서 하는 부탁이다.]

“······말해 보세요.”


서연주는 바다 액터스 대표 탁주형에게 걸려 온 전화를 떠올렸다.

난데없었다. 촬영에 집중해야 할 배우에게 부탁이라니.

그건 다행히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냥 현장에서 후배 좀 살펴 달라는 거지.

그 후배는 이제 막 데뷔하는 신인이었다.

서연주가 들어간 드라마에서, 단역으로.


참고로 서연주가 들어간 드라마는 지난달부터 이미 촬영이 한창이었다.

이제 와서 새 배우가 끼어들 틈바구니는 없다.

그 새 배우가 성화그룹 손자가 아니었다면 그랬을 거다.


[우리 이제 한식구야, 어? 그냥, 뭐야, 후배, 후배 대하듯이 해 줘. 이사, 아니 재열 님, 아니 재열 씨도 그게 편하대. 의식하지 말고 편하게, 신입 후배 대하듯이 조금만 챙겨 주면 돼. 부탁 좀 하자.]


의식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많이 의식하고 있으면서.

어쨌거나 서연주는 그렇게 백재열을 만났다.

성화그룹 회장 손자에 SH ENM 사장 조카, 그리고 소속사의 실 소유권자······.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지.

그 많은 돈을 가지고 왜 이런 미니시리즈 드라마에, 그것도 단역으로 출연하겠다고 했을까.

더 유명한 감독의 영화에 출연할 수도 있었을 텐데.


단역이래도 작품의 사이즈에 따라 배우의 몸집이 달라진다.

다른 제작자나 연출자의 눈에 띌 가능성은 큰 작품에서 높지, 평타만 치자는 드라마에서는 높지 않으니까.

······재벌 3세에게는 관련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우리 소속사는 왜 샀을까?

배우 기획사로 제일 유명한 곳으로 갈 수도 있지 않았나.

탑급 배우를 잔뜩 배출한 그런 곳. 배우 기획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거기.


그래도 서연주는 프로였다.

그런 의문을 낯 위로 드러내지 않고 상냥하게 웃었다.

잘 살펴야 할 사람이다. 현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어쨌거나 대표님이 부탁했고, 한식구가 맞긴 하며, 심기 거슬러서 좋을 일 없으니까.


“그런데 제가 호칭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름으로 편히 불러 주시면 됩니다.”

“아, 네. 재열 씨.”


거기서 백재열이 갑작스럽게 웃었다.

입꼬리가 팽팽하게 말려 올라가서 도무지 숨길 수 없는 웃음이었다.

뒤늦게 손으로 입가를 가렸지만 그래 봤자 뭐 하나.

서연주가 그걸 다 봤는데.


‘뭐지? 진짜 이상한 사람······.’


백재열의 첫인상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8 ods
    작성일
    24.09.14 17:42
    No. 1

    1화에서 보여준게 무슨 환상같은게 아니라 그냥 촬영장면이었네 로맨스물에서 1화부터 여주인공이 다른남자랑 키스하는것부터 보여주는건 되게 참신한 것 같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ods
    작성일
    24.09.14 17:45
    No. 2

    남주인공이 자기 아내가 다른남자랑 키스하고있는거 보고 반하는데 이게 뭔지 모르겠음 내가 뭘 잘못읽었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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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싫은데요 (1) 24.09.08 950 31 15쪽
15 고대하던 첫 방송 (2) 24.09.07 969 29 12쪽
14 고대하던 첫 방송 (1) +1 24.09.06 984 33 12쪽
13 한여름의 제작발표회 (2) 24.09.05 987 32 12쪽
12 한여름의 제작발표회 (1) 24.09.04 1,031 30 11쪽
11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4) +1 24.09.03 1,093 28 12쪽
10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3) 24.09.02 1,103 35 11쪽
9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2) 24.09.01 1,138 26 11쪽
8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1) +2 24.08.31 1,236 30 12쪽
7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3) 24.08.30 1,261 36 11쪽
6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2) 24.08.29 1,381 39 13쪽
5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1) 24.08.28 1,499 47 11쪽
4 재벌이 사랑하면 답도 없다 (3) 24.08.27 1,598 43 12쪽
3 재벌이 사랑하면 답도 없다 (2) +1 24.08.26 1,883 46 14쪽
» 재벌이 사랑하면 답도 없다 (1) +2 24.08.26 2,631 52 12쪽
1 이혼 후 전여친을 만났다 +2 24.08.26 3,039 5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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