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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님의 서재입니다.

후회 안 하는 재벌가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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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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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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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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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착각은 재벌 3세도 괴물 배우로 만든다 (3)

DUMMY

정윤성이라고 드라마의 방향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었는지 몰랐던 건 아니다.

그가 여태껏 잠자코 있었던 이유는 백재열의 연기에 완전히 눌려서였던 것만도 아니다.

어딘가 이상해지는 도준우의 캐릭터. 거기에 의문이 들었어도 가만히 있었던 이유.


‘망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가질 수 없다면 부숴 버리겠어.

······이런 마음가짐까지는 아니었다.

다만 도준우는 이미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는 톱스타다. 불러 주는 곳은 많았다. 드라마 하나쯤 망한다고 무수한 러브콜이 단숨에 뚝 끊기진 않는다.

망해도, 정윤성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촬영장에서 희희낙락하는 백재열과 서연주를 보고 있자면 심기가 뒤틀렸다.

아무리 백재열이 연기를 잘한대도 ‘백재열이 끼어서 드라마가 망했다’라는 소문이 돌 만한 티끌을 묻히고 싶었다.

늘어가는 비중과 반비례하는 시청률. 그것이 정윤성이 바라는 그림이었다.


그랬는데 도준우를 남주로 확정하고 중반부부터 확실하게 밀자니.


“왜 그랬어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니, 그냥 두면 당신이 원톱 자리 먹었을 텐데, 왜 나한테 양보했냐고요.”

“······싫으십니까?”

“싫겠, 아니, 왜 그랬냐니까?”


정윤성은 백재열이 그걸 그냥 받아먹을 거라고 예상했다.

작품 전체를 보는 눈이 그에게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비중을 늘려 준다는데 신인이 싫다고 하겠는가.

그래서 그는 백재열을 이해할 수 없었다. 굳이 멀어지는 그를 붙잡아 말을 건 건 그런 까닭이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게 드라마를 위해 더 나은 길일 것 같았다고요.”


백재열 또한 정윤성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저래?

남주 시켜 준다니까?

너 남주 하고 싶어서 이 드라마 들어온 거잖아. 애초에 계약도 그랬을 거고.

그거 지켜 주겠다는데 왜 저런 얼굴이지?

궁금한 게 있으면 빨리 제대로 물어봐라. 한시라도 더 서연주랑 같이 있어야 하니까.


“······진짜, 그것뿐이에요?”

“예. 그뿐입니다. 저는 우리 드라마가 계속 잘됐으면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애정으로 만들고 있는 작품인데 용두사미라는 말을 듣고 싶지도 않고요. 그걸 위해서는 초기 방향대로, 도준우가 남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정말 그뿐이었다.

‘(서연주가 주연인) 드라마가 잘되어야 해서’.

정윤성은 진심이 한가득 담긴 눈을 마주하고 할 말을 잃었다.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대본이나 같이 맞춰 보시죠.”

“······먼저 가 계세요.”

“예.”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면서 정윤성은 뒤늦게 수치심이 밀려왔다.

갑자기 끼어들어 온 관심을 가져간 백재열이 꼴도 보기 싫으니까,

급도 낮은 주제에 나는 찬밥 취급하는 작가와 감독도 짜증 나니까,

이 드라마 하나쯤 망한다고 내 앞길에 문제 생기는 거 아니니까.

그래서 드라마가 망하길 바랐다.


정윤성에게 <너와 나의 파레트>는 이제 백재열에게 남길 오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오늘 촬영은 어쩐대요?”

“일단 그대로 갈 장면은 찍는단다. 세팅 좀 바꿔야 하긴 하는데, 야 빨리빨리 움직여라!”

“여기 라인 정리 좀 해 주세요!!”

“갑니다!!”


그러느라 잊고 있었다.

한 작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가는지.

땀과 열정, 그리고 애정이 얼마나 커다란 시간으로 환원되어 작품으로 탄생하는지.

작품이 안타깝게 졸작으로 끝나더라도 그 노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은 심지어 졸작으로 끝날 작품도 아니었다.

그런 작품을 훼손하려고 든 거다.

고작 열패감 때문에.


“하······ 씨······ 쪽팔리게.”


정윤성은 세팅된 머리를 붙잡고 고개를 수그렸다.

신인 때 가지고 있던 열정. 인기와 유명세에 취해 잃어버렸던 그 불꽃이 다시 천천히 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그래, 저런 녀석도 한 작품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나도 해야지.”


어느덧 정윤성의 머릿속에서는 백재열이 한 작품, 한 작품을 진심으로 아끼는 열정 넘치는 신인 배우가 되어 있었다.

백재열은 단지 서연주의 커리어를 아끼는 것뿐이었는데도.


그렇게 정윤성은 구두 리허설 중인 백재열과 서연주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배우가 연기 열심히, 잘하면 좋은 거지. 작품 완성도도 높아지고. 이제 연주한테 집적거리지도 않는 것 같고. ······근데 대본 맞춰 보자는 말은 하지 말걸 그랬나.’


그리하여 촬영장에서 단둘이 보낼 시간을 잃은 백재열이었다.


*


일주일 뒤.

3부 방영 이후.

<너와 나의 파레트> 팬들은 슬슬 분명하게 양분화되고 있었다.


- 그래서 남주 누군데

- 아니 얘들아 아무리 봐도 남주 박현섭이잖아 할 필요도 없는 얘길 또하고 있네;;

- 도준우 완전 나쁜남자 공식 아님? 개과천선시켜서 남주 시키겠다는 작감의 의도를 좀 봐라

- 쓰레기 빨아 쓰지 마세요

- 박현섭은 결정적으로 소꿉친구라 긴장감이 제로.... 10년 봤는데 없던 맘이 생길 거면 진작 생겼어야지

- 도준우 오늘 fox짓 미쳤음 진짜 레전드 퐉스;;;;;;;;;

- 솔직히 내가 이가은이어도 박현섭 선택한다 도준우 너무; 어장관리삘;

- 그래서 남주 언제 알려줄건데 작감아ㅜㅜㅜㅜㅜㅜㅜ

- 애들 이난리 난거 보면 마지막화에서나 나올듯... 남주 누군지... ㅆㅃ......

- 개같애 왜 재밌어가지고.......


3부 시청률은 12.3%.

예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SBC의 올해의 드라마!

열연을 펼치는 주연 세 배우의 주가가 치솟았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광고, 화보, 인터뷰, 예능 요청. 주가 상승의 증거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백재열, 서연주, 정윤성. 그 셋 중에 어떤 배우가 제일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느냐 하면······.


“당연히 우리 백 배우 아니겠습니까, 하하!”

“영광이네요, 백 배우님. 이렇게 뵐 수 있을 줄은 나 몰랐어요. 솔직히 만나게 된다면 투자자와 작가 아닐까, 생각했거든.”

“저도 영광입니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사람 일이 이렇게 되네요.”


그렇다.

단연 백재열이었다.


서촌의 고급 한정식집.

마혜진 작가, 백재열, 바다액터스 대표 탁주형, 그리고 SBC 부장 곽동기와 제작사 실장까지.

SBC의 주관하에 다섯 사람이 모인 미팅 자리는 제법 화기애애했다.


마혜진도 백재열을 원하고,

곽동기도 백재열을 원하고,

탁주형은 마혜진을 원한다.


세 사람이 이루는 아름다운 랑데부!


“저는 사실 비중에는 큰 욕심이 없습니다.”

“어이구, 탁 대표님이 욕심 없는 분은 아니실 텐데.”

“어휴, 저는 언제나 저희 배우 의사가 최우선이죠.”


셋이서 아름답게 손 잡고 있는 풍경에서 탁주형만 아쉬움을 삼켜야 했지만.

백재열 본인이 욕심이 없다는데 뭐 어쩌겠는가. 신인이 마혜진 작가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다.


“아쉽네요. 사실 전 재열 씨가 욕심 있다고 하면 주연도 줘 볼 생각이었거든요.”


아니, 역시 너무너무 아쉽다!

탁주형은 백재열의 옆얼굴을 힐끔거렸다. 그는 미동이 없었다.


“처음부터 그 배역으로 제안한 건, 재열 씨가 얼마나 야망이 큰지 궁금했던 거라서요.”

“야망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제안 주신 배역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어떤 면에서?”

“우선······ 젊은 재벌이라는 점에서, 저랑 아주 잘 맞죠.”


테이블 위로 짧은 웃음이 지나갔다. 백재열은 진심이었다.

이입이 되는 구석이 있어야 연기를 하든 말든 하지 않겠는가.

물론 서연주가 돈이라고는 한 푼도 없는 서민 역할을 마음에 들어 했었다면 어떻게든 공통점을 찾아내 볼 작정이었지만.

이번엔 운이 좋았다.


“단순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거잖아요.”


······서연주가 그 역할을 참 좋아했어서.

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백재열은 과거의 기억을 되짚었다. 그건 언제부터인가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러니까 드라마 전체에서 보면, 저 배역은 단순히 주인공을 일깨워 주는 인물이 아니야. 목표를 위해 자기 자신마저도 내던져 버릴 수 있는 캐릭터란 말이죠. 이 장면 봐. ······이 눈빛, 너무 멋지지 않아요?’


“2부 대본에 그런 지문이 나오지 않습니까. 도박의 세계에 뛰어든 신흥 재벌. 그런데 눈빛이 보통이 아니다. 그걸 보고 1부로 다시 돌아가 봤습니다. 주인공이 보는 ‘도박의 세계’를 잘 묘사해 두신 첫 장면으로요. 그랬더니 작가님께서 이 인물로 무엇을 하고 싶으셨는지 알겠더군요. ······, ······, 그런 의미에서 좋았습니다.”


백재열은 ‘이 장면 봐’부터 뒤는 싹 빼고 앞만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내놓았다.

대본에서 포장지를 고른 건 오롯이 백재열의 몫이었다. 포장도 근거가 있어야 하니까.


“······그러니까, 기획서랑, 1-2부 대본만을 보고······ 그런 해석을 했단 말이죠.”

“그런 점에서 매력을 크게 느꼈습니다. 목표를 위해 자기 자신마저도 내던져 버릴 수 있는, 그 점에서요. 그것이 결국 주인공에게 큰 영감을 주게 되지 않습니까.”

“무슨, ······드라마를 이미 꼭, 본 사람처럼 얘기하네요.”

“그만큼 기획서가 상세했고, 작가님께서 1부와 2부 대본에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잘 닦아 두신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봤지. 서연주랑 같이.

봤는데 봤다고 말하면 안 된다.


“······알겠, 알겠어요. 그래요. 일단, 알겠어요.”


근데 반응이 왜 저러지?

백재열은 몰랐다. 마혜진이 던진 ‘젊은 재벌’로 표현된 배역이, 아직은 마혜진조차도 방향을 다 잡지 못한 배역일 줄은.

그리고 지금 본인의 말이 마혜진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전생의 그는 이 작품에 얽힌 비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까.


다만 그걸 알고 있는 마혜진 본인과 제작사 실장, SBC 부장 곽동기는 놀란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연기력도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은 했지만······ 작품 해석 능력이 이렇게까지 뛰어나다고?’

‘대체 어디서 그런 힌트를 얻은 거지? ······정말 2부의 그 장면만 보고는 저런 해석까지는 안 나왔을 텐데. 설마 1부의 그 장면인가? 아님 기획서의 주인공 설정?’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백재열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괴물이 되기 시작했다.

마혜진 작가는 식사를 하다 말고 짐을 챙겼다.


“······좋네요. 그런데, 오늘 미팅은 좀 빨리 마무리해야겠어요.”

“일정 있으시면 추후에 다시 뵙는 걸로 하셔도 됩니다.”

“아뇨. 일정 없어요. 근데 재열 씨가 나한테 너무 큰 영감을 줘서. 들어가서 대본을 좀 써야겠어.”

“아.”

“아, 그리고 계약서는, 임 실장님, 최대한 빠르게 부탁드려요. 조건은······ 알죠?”


제작사 실장을 보는 마혜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임 실장은 단박에 그 의사를 알아챘다.

사사로운 조건 때문에 이런 배우를 놓쳤다간, 마혜진의 분노가 제작사를 뒤흔들 것이다.


그렇게 대작가는 영감을 안고 급하게 자리를 나섰다.

자리에 있던 모두가 가지각색의 눈으로 백재열을 바라봤다.


오로지 백재열에게만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은 줄도 모르고.


‘뭐지? 어쨌든 배역은 내 것이 되었으니까 됐다. 근데 영감이라니, 뭐지? 설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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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각은 재벌 3세도 괴물 배우로 만든다 (3) 24.09.12 831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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