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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님의 서재입니다.

후회 안 하는 재벌가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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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작품등록일 :
2024.08.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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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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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3)

DUMMY

서연주는 어이가 없었다.

체감상 백만 년 만에 전화를 걸어 놓고 대뜸 하는 말이, 뭐?

하나뿐인 언니 일하는 거 힘들지 않냐고는 못 물어볼 망정!


“너는, 임신하면 말버릇 고칠 거라더니.”

[아 옆에 어차피 애 없어!! 아니 지금 그게 문제야?!]


왜 말을 안 했느냐고?

내 마음이다, 내 마음. 흥.


“어, 그게 문제야.”

[아 정말!! 후. 그래 됐어. 알겠어. 그래서!]

“어 그래서.”

[진짜 그렇게 잘생겼어? 화면빨이야? 실물보다 화면이 훨씬 나은 사람도 있다는데, 어? 어때? 백재열도 그래?]


알겠다면서, 끝까지 그 사람 얘기.

어휴, 그래. 내가 서연이한테 뭘 기대하겠어.

서연주는 입술을 비죽거렸다.


“너는 무슨, 언제 봤다고 백재열, 백재열이야. 그리고 그런 게 궁금해서 전화했니? 내 안부는 안 궁금하고?”

[그래서~ 그래서 진짜 어떤데. 역시 좀 보정빨이 들어가긴 했지? 화면 색감도 장난 아니던데.]

“야. 네 남편보다 훨씬 잘생겼거든?”

[내 남편보다 못생겼으면 안 되지. 그럼 성격은? 성격은 어때? 드라마 재벌들처럼 싸가지가 없나?]


주차장 한쪽에서 전화를 받던 서연주는 세트장을 힐끔거렸다.

아직 스태프들은 촬영 준비가 한창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쨌거나 그는 사실을 답했다. 동생한테 이 정도 얘기는 어렵지 않으니까.

서연이는 집요한 구석이 있어서 적당히 대답해 주지 않고 넘기면 끝까지 캐물었다.

나중에 안 귀찮으려면 지금 답하는 게 나았다.


“아냐, 성격 좋아. 되게 잘해 줘.”


그리고 실제로도 백재열은 사람들에게 잘했다.

커피를 사 오면 꼭 모두의 것을 사 왔고, 한 번도 말이나 행동을 함부로 한 일이 없었다.

평생을 남 위에만 있어 본 사람이라 그런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위압감 비슷한 건 어쩔 수 없었는데, 가끔은 그것마저도 편견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친절했다.


[언니한테 잘해 줘?]

“어. 잘해 줘.”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느라 서연주는 그냥 넘기면 안 될 질문에 대충 대답해 버렸다.


[둘이 뭐 있어?]

“뭐 있······ 뭐? 뭐라고?”

[왜 언니한테 잘해 줘? 둘이 좀 친해졌어? 좀 호감도 있고 그래? 현장에서 연애 같은 거 해도 돼? 배우들은 스캔들 조심해야 되는 거 아냐?]

“미, 미쳤니?”

[당황했네? 당황했어? 마음이 좀 있구만? 와, 서연주 그렇게 안 봤는데.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너 계속 헛소리할 거면 끊어!”

[왜~ 솔직히 말해 봐~ 가족 아니면 누구한테 솔직, ······.]


- 뚝


서연주는 그대로 통화를 종료했다.


- 우우웅


그러기 무섭게 다시 전화가 왔다.


[서연이]


“이 끈질긴 기집애가······.”


서연주는 버튼을 꾹 눌러 화면을 껐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황스러웠다. 자꾸 사소하게 자신을 살피던 백재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목이 마를 땐 물을 쥐여 주고,

현장이 더울 땐 작은 손 선풍기를 건네고,

대본을 읽을 땐 어떻게 알았는지 회색 색연필을 가져다주던 사람.

원래 이렇게 세심한가 싶은 의문이 들던 사람.


지난번에 먹었던 망고 케이크는 또 얼마나 달고 맛있었는지.

그의 다정한 눈빛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같이 먹으면 더 좋을 거란 말에 냉큼 케이크 접시를 가져오던 행동도.


‘마음이 좀 있구만?’


“쓸데없는 말을 해서······!”


서연주는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원래 그런 사람인 거다. 원래 세심하고, 누구 챙겨 주기 좋아하는 사람.

그런데 정말 다른 사람한테도 그랬던가? ······그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니, 다른 사람에게도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마음이 괜히 꽁해졌다.


‘잠깐만, 이걸 내가 왜 신경 쓰고 있지?’


서연주는 자기 뺨을 착착, 가볍게 때리며 세트장으로 들어섰다.

금방 사라질 생각들일 거다.

다음 장면도 백재열과 함께하는 씬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인데, 그게 다 무슨 상관이야.


인문대학 건물 뒤편, 양옆으로 화단이 있는 길에서 바삐 움직이는 스태프들 사이 백재열이 서 있었다.


“재열 씨 덕에 반응 죽이던데요?”

“연기 처음이라는 거 진짜예요? 하나도 안 믿겨.”

“아니, 티저도 이를 갈고 뽑아 놓으셨더라고요. 아 물론 재열 씨 연기가 있어서 빛났지만!”


그는 스태프들 사이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모두가 백재열을 좋아했다. 그는 편견 속의 재벌 3세처럼 오만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았다. 어찌나 돈을 잘 쓰는 재벌인지, 종종 보내오는 간식차와 밥차는 언제나 환영받았다.

거기다 연기까지 잘한다. 화제성과 파급력은 말할 것도 없다. 드라마 홍보를 시작하자마자 ‘성화그룹 회장 손자’가 나오는 드라마라며 티저 예고편의 조회수가 미친 듯이 올랐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KBC 기획 드라마 이야기로 가득하던 커뮤니티를 백재열과 <너와 나의 파레트>가 뒤덮었다.


서연주는 그 반응들을 살피며 어쩔 수 없이 설렜다.

처음으로 주연 자리를 차지한 작품이다. 기대작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하면 되니까.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누군가는 알아봐 줄 테니까.

그래도 기다리는 일은 고될 수밖에 없다.

그랬는데, 그 기다림을 백재열이 지워 준 거나 다름없었다.


“저 혼자만 잘해서 그게 되나요. 다들 열심히 해 주신 덕입니다.”

“그래도 재열 씨 덕이 크다는 건 아무도 부정 못 해요.”

“선배님.”

“어, 연주 씨 오셨어요!”

“저도 정말, 재열 씨랑 같이 작품 해서 정말 좋아요.”


서연주는 그래서 활짝 웃었다. 그는 기대작이 아니었던 작품을 단숨에 기대작으로 만들었다.

백재열과 합을 맞추다 보면 ‘진심’이 느껴져서 놀라는 일이 잦았다. 어떻게 캐릭터를 구체화하고 이입했길래 그런 진정성 넘치는 연기를 할 수 있는 걸까. (서연주는 그게 순도 100% 진심일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저번의 조언도 그렇고 배우는 게 많았다. 연기를 오래 해 온 사람과의 경험은 이래서 귀중한데 나는 동생의 헛소리나 신경 쓰고 있고······


“선배님.”

“네?”


백재열은 그쯤에서 일부러 말을 걸었다.

머릿속에서 생각의 타래가 실처럼 길어질 때 서연주는 입술을 혀로 훔치곤 했다. 방금 그랬던 것처럼.

또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백재열은 눈치 빠르게 대본을 내밀었다.


“오늘도 대사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제가 먼저 부탁드리려고 했는데.”


서연주가 멋쩍은 얼굴로 웃었다. 준비된 벤치에 나란히 앉아 대본을 넘기니 수선스러웠던 마음도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니까 오늘은, ······.”


그때 백재열의 손길이 서연주의 머리에 닿았다.

서연주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 죄송합니다. 먼지가 붙었길래요.”

“······괜찮아요.”


‘너무 가깝, 잖아.’


시선이 얽힌 거리가 좁았다. 백재열이 조금만 고개를 기울이면 서연주의 이마에 입술이 닿을 만큼.

서연주는 바로 연기를 시작했다.

태연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콩닥거리는 맥박을 제외하고서는.


*


오늘도 카메라는 열심히 돌아간다.


미술대학 뒤편의 길.

이가은이 울고 있다.


“진짜, 이번에는 정말, 날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흐엉······.”

“그만 좀 울어.”

“흐으, 헝, 흐어엉······.”


이가은은 쓰레기 콜렉터다.

어떻게 된 게 만나는 놈마다 죄다 문제가 있었다.

바람 피우고 헤어지자고 한 놈, 돈 빌려 가고 안 갚은 놈, 선생질을 하다하다 가스라이팅까지 시도하던 놈.

이번에 도준우도 그랬다. 도준우는 ‘어장 관리 하는 놈’의 대표격이었다.

이가은을 만나고 나서 개과천선한다는 설정이지만, 어쨌거나 초반에 이가은이 한 번쯤은 상처받아야 했던 거다.


그런 이가은을 달래 주는 건 언제나처럼 박현섭이다.


“다신 안 만나면 되지. 어?”


부드러운 목소리에서 슬픔이 묻어난다. 이가은은 이기지 못할 울음에 눈치채지 못했지만,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다.

박현섭도 이가은 못지않게 슬프다는 사실을.

그렇다. 눈앞에서 좋아하는 여자가 서럽게 울고 있는데 슬프지 않을 남자가 어딨겠는가.

슬프고 화도 나고 그놈이 원망스럽다.


그중에서도 제일 큰 건 이가은이 울음을 그치길 바라는 마음이다.

손 뻗어서 눈물을 닦아 주려던 박현섭, 이가은의 대사에 행동을 멈춘다.


“이쯤 되면, 흐엉, 내가 잘못된 인간인 것 같아······.”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내가, 내가 잘못된 인간이라, 자꾸 이상한 놈들만 꼬이는 거야······.”

“아니라니까!”


백재열은 기분이 이상했다.

눈앞에서 자책하는 이가은이자 서연주를 보고 있자니 안쓰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

의도했던 것보다 언성이 커진 건 그 탓이다.

빨간 눈시울이 잔뜩 커져서 자신을 바라보자 백재열은 깨달았다.

그래, 나는 박현섭이다. 서연주는 내 앞에서 이런 식으로 자책한 적 없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저 박현섭일 뿐이다.


“히끅, ······흐어엉······.”

“미안해, 소리쳐서 미안해. 울지 마, 응?”


하지만 백재열은 이제 어느 정도 박현섭과 동화되어 있었다.

안 그래도 서러운 애를 괜히 다그쳤다는 죄책감이 올라왔다.

그는 울고 있는 이가은에게, 서연주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너한테 화낸 거 아냐.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전생의 서연주는 한 번도 그의 앞에서 운 적이 없었다. 끽해야 슬픈 영화를 보았던 날 정도.

그래서 그는 서연주가 괜찮은 줄로만 알았다. 집을 비우는 시간이 그렇게 많았으면서 서연주가 혼자 울었을 거라고는 상상도 안 했다.


그러나 이제는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이런 얼굴로 울었겠구나.

어쩌면 이렇게 자책했을지도 모른다.


모조리 생각으로 그려 내는 상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백재열은 서연주가 혹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가능성,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웠다.


만약 정말 울었다면, 한 번이라도 지금처럼 서럽게 목 놓아 울었다면, 사과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무턱대고 잘못을 빌 수도 없고.

과거의 나는 대체 왜 그랬을까. 내가 밉다. 밉고 싫다. 서연주가 울음을 그쳤으면 좋겠다.


그는 조심스럽게 이가은을, 서연주를 끌어안았다.

훌쩍거리는 어깨를 가만히 토닥였다.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낮게 속삭이면서.

괴로운 낯 위로 눈물이 한 방울 뚝, 떨어졌다.

애틋한 장면 위로 번진 파동.

화룡점정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진환이 터질 듯한 심장 박동을 느꼈다.

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콧구멍 사이로는 뜨거운 열정, 아니 콧김이 거세게 뿜어져 나왔다.


‘됐다!!! 됐다고!!!!!!’


그는 할 수만 있다면 빌딩에 매달려 포효하고 싶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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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너 누구랑 사귈 거야 (1) +1 24.09.13 789 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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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착각은 재벌 3세도 괴물 배우로 만든다 (2) 24.09.11 842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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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2) 24.09.01 1,139 26 11쪽
8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1) +2 24.08.31 1,236 30 12쪽
7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3) 24.08.30 1,262 36 11쪽
6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2) 24.08.29 1,381 3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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