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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님의 서재입니다.

후회 안 하는 재벌가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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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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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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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고대하던 첫 방송 (2)

DUMMY

<너와 나의 파레트> 1부.

이가은의 시점으로 연 이야기는 이제 막 개강한 3월부터 시작된다.

이가은은 휴학을 끝내고 돌아온 3학년으로, 슬슬 진로 고민 없을 수가 없는 시기.

그러나 지금 이가은은 개강파티 자리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고 있다.


- 그러니까, 걔가 걔랑 사귀었다가 걔 친구랑 바람이 난 거야!

- 와······.

- 그래서 작년에 둘이 한바탕 엄청 싸웠잖아. 하여튼, 이래서 과CC는 안 돼.

- 정말 난리도 아니었구나. 근데 나도 연애는 이제 안 하려고.

- 하긴, 가은이도 연애하면서 고생 많이 했지~

- 왜요? 선배도 무슨 일 있었어요?

- 별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 맞아, 별일은 아냐. 쓰레기가 좀 많았어.

- 야, 너는 쓸데없이.

- 왜~ 맞잖아~


거기서 삽입되는 회상 장면.

박현섭의 등장씬이기도 했다. 이가은이 다른 남자와 입을 맞추려 할 때 끼어들어 감정선을 훅 끌어 올리는 박현섭.


“와, 저 장면을 초반에 넣으셨네요?”

“아끼지 말고 팍팍 넣어야지, 팍팍!”


어느덧 스크린에 집중한 스태프들 사이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아주 짧은데도 임팩트는 대단한.

박현섭이라는 캐릭터를 넘어 백재열이라는 배우를 시청자에게 새겨 줄 만한 장면.


“내가 찍었지만 대박이다. 이야, 누가 찍었어도 대박이었겠어.”


혀를 내두르는 촬영감독 옆에서 우진환이 낄낄거렸다.


“재촬영한 보람이 있죠?”

“저런 게 나오면 백 번이고 찍어야지!”

“감독님, 백 번은 안 돼요!”

“저런 게 나오는데?!”

“그, 그럼 오십 번만······!”


다시 화면에 집중하자. 드라마는 물 흐르듯 흘러갔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죄다 연애에 관한 것들이고, 이따금 복학한 사람들이나 수업에 관한 이야기가 섞이기도 한다.


눈치를 보다 슬그머니 술자리를 빠져나가는 이가은. 3월인데도 쌀쌀해서 괜히 몸을 움츠리게 된다. 그 모습이 공연히 쓸쓸하다.

이제 막 새로 시작하는 3월인데 왜 이렇게 입이 쓴지. 하여튼 괜한 말을 해서, 괜한 게 생각나게 해.


- 그래, 뭐. 나 남자 보는 눈 없다. 그런데 뭐.


투덜거리며 편의점으로 걷는다. 자고로 대학생이라면 술을 마시면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하는 법 아니겠는가.

그랬는데 편의점 근처 골목에서 누군가 확! 튀어나온다.


- 헉!


부딪혀 넘어질 뻔한 이가은을 굵은 손이 붙든다.

완벽한 클리셰로 그려 낸 도준우의 등장씬이었다.


“이야, 저것도 좋다! 역시 남주!”

“근데 좀······ 아까보단 임팩트가 아쉽긴 하다, 그쵸.”

“어쩔 수가 없어요 그게. 어? 같은 장면이라도 배우에 따라 천차만별이잖아. 그거지, 그거.”

“그래, 이 장면만 놓고 보면 괜찮다니까. 근데 재열 씨 거 보고 보니까 이런 거지 지금.”

“지금 윤성 씨 잠깐 나간 거 맞지? 휴.”


계속 이어지는 드라마는 박현섭과 이가은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도준우의 출연 비중도 상당하지만, 아직 박현섭과 이가은만큼의 케미는 살지 않는다.

그 풋풋하고 어색한 썸이 초반부 이가은과 도준우의 핵심이었으니까.


“근데 그······ 저희 남주 박현섭 아니죠?”

“아니, 둘이 이미 사귀는데?”


반면 박현섭과 이가은은 10년지기 소꿉친구다. 어색하면 그게 더 문제라는 소리다.


“뭐야? 케미 미쳤는데?”

“와씨, 박현섭 눈빛 뭐예요? 아니 저걸 어떻게 10년을 두고 몰라? 작가님, 작가님! 여주가 너무 눈치가 없는 거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저도 박현섭이 저렇게 이가은을 사랑할 줄은 몰랐어요! 으허엉! 너무 좋아!”

“감독님, 이거 괜찮은 거냐구요!”

“아니 어쩐지! 촬영장에서 두 분 그렇게 가까워 보이더라니! 카메라는 거짓말을 못 한다니까?”


그래서 우정으로 포장된 애정 어린 눈빛과 대본에 적혀 있던 스킨십들을 가감 없이 보여 주었는데······.

술에 취해 한껏 벌게진 사람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둘을 돌아보았다.

안 그래도 붙어 앉아 있던 서연주와 백재열이 모두의 주목을 받는다.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니긴, 아니긴! 아까도 다 봤어요 제가! 물 자꾸 따라 주던 거!”

“그야 같은 소속사 선배님이시고, 제가 선배님 팬이라 그럽니다.”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예요~ 친구가 오빠가 되고 오빠가 남편이 되고~ 그럼 어?!”

“팬이 오ㅃ, 아니지 누나? 연주?”

“여언주우?!?!?”


취한 사람들이 일제히 괴성을 내질렀다.

돌고래 군단 같다. 좀 제정신이 아닌.


“대애바악~ 연주래!!!!!”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분위기를 화끈하게 달궈 주는 마법의 화제에는 몇 가지가 있다.

정치, 종교, 그리고 연애.

술까지 잔뜩 들어갔고, 몇 달간 촬영장에서 지지고 볶으며 가까워진 사람들은 순식간에 단합해 불길을 키웠다.


물론 다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진짜 사귀는 것처럼 보였으면 말을 꺼내지도 못했을 거다. 언제 어디서 새어 나갈지 모르는 게 말인데.


“촬영장에서도 둘이 계속 붙어 있더니!!!”

“어머어머, 어떡해! 우리 진짜 현커 하나 나오는 거예요? 남주도 바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제가! 지인짜 두 분이 그런 사이시면! 바꿔 드릴게요!!”

“와! 작가님 화끈하다!”

“말만 하세요!! 바꿔 드릴게요!!! 제가 하겠습니다!!!!”

“바꾸긴 뭘 바꿔 인마!!”

“아 또 인마래! 인마라고 부르지 말라고요!!”

“인마가 인마지 그럼 뭐라고 불러!!”

“와! 둘이 싸운다 싸운다!”

“작가랑 감독이 싸운다!”

“전 작가님한테 겁니다!”


와! 와! 터지는 함성.

그 속에서 백재열은 서연주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라도 기분 나빠 하고 있으면 무슨 핑계를 만들어서든 데리고 나가려고.

그랬는데······.


“아이, 정말.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다들 너무 취하셨어!”


손사래 치는 그 얼굴이 굳지 않았다.

백재열은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애써 진정시켰다.


“그러지 말고, 다른 내기 하나 하는 거 어떠십니까.”

“내기?!”


술에 취해 짐승처럼 변해 버린 사람들에게서 먹이를 빼앗는 법은 간단하다.

더 큰 먹이를 주는 것이다.


“시청률 내기요. 1화 시청률 내기.”

“아! 당연히 해야지! 자! 저는! 감독으로써!”

“잠깐잠깐잠깐!”

“뭐야 왜!”

“아니이! 큰 거 거실 분이 먼저 하시면 안 되죠! 저부터 합니다. 저는 첫방 4퍼!”

“에라이 씨! 야! 그건 거느니만 못하다. 나는 6퍼!”

“오~ 그럼 난 6.5!”

“장난하십니까들?! 8!”


테이블 위에 손이며 현금이 탕탕 놓였다.

그 꼴을 지켜보던 우진환이 고개를 크게 내저으며 외쳤다. 8!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너무 센 거 아냐?”

“이제 막 나가네?”

“그, 그럼 저는 8.3이요!!”

“이야~ 이 작가 괜찮겠어?!”


SBC 드라마 제작국의 대몰락 시대.

5%를 간신히 넘겼다가도 더한 상승세를 찍지 못하고 침몰하기 마련이던 드라마들.

제작진들은 SBC에 대한 그 기억이 강렬해서 그런지 좀처럼 높은 숫자를 부르지 못했다.

백재열도 그 점은 이해했다. 톱이라고 할 만한 배우도 정윤성 하나뿐이라 더 그럴 테다.


본래도 5% 언저리에서 시작해서 10%로 마무리했던 드라마였다.

신인 작가에 애매한 PD가 붙은 것치고는 잘 완결했다고, 배우들의 힘이 컸다고 평가받았던 드라마.

그 배우들은 지금도 여전하다. 아직은 이름을 알리지 못했지만 훗날 더 유명해질 조연들까지. 연기력 하나는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단 뜻이다.

어느새부터인가 촬영장의 분위기가 한층 더 달아오르기도 했었고.


거기다, 지금은 시작도 전부터 관심도가 높았다.

그러니까 전생보다는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사기도 충천시킬 겸 높은 숫자 한번 불러 주는 것도 좋겠지.


- 탁


백재열이 지갑을 꺼내 그 안에 든 현금과 수표를 모조리 테이블에 올려놨다.

액수를 가늠한 건 휘둥그레진 주변 사람들뿐이었다.


“전 첫방 10%에 걸겠습니다.”

“미쳤다.”

“와······.”

“우와······.”

“미쳤, 우와, 와······.”

“무, 무슨 수표가 저렇게, ······.”

“저게 재벌의 지갑, 와······.”

“저 7.8로 참전합니다!!!”

“저, 저는 6.4요.”

“저는 8.7!!”

“나 7.5!!”

“무슨, 7.5는 내 거야!! 야 조연출 빨리 받아 적어!!!”


돈에 눈이 돌아간 사람들이 소수점 단위로 숫자를 선점하기 시작했다.

서연주가 그 모습들을 보며 잔웃음을 터트렸다.

수표를 좀 더 뽑아 놓을 걸 그랬나. 그 웃음에 백재열은 마음이 충만해졌다.

행복한 난장판이었다.


*


[‘너와 나의 파레트’ 10.1%로 성공적인 출발!]

[‘너와 나의 파레트’ 첫방 10.1%! SBC가 칼을 갈았다]

[‘너와 나의 파레트’ 첫방 시청률 10.1%... 이게 바로 ‘백재열 효과’?]


“전 솔직히 부장님이 돈 받으신 줄 알았어요.”

“마 작가님, 제가 어디 그럴 사람입니까?”

“그래서 놀랐다는 거예요. 솔직히 여태 공개된 영상은, 잘한 거 짜깁기해 놨을지 누가 알아.”

“마 작가님 신중하신 거 저희가 다 알죠. 그래서 천천히 고민해 보십사 말씀드렸던 거고요.”

“그건 감사해요. 솔직히 SBC에서 나한테 기대하고 있을 거 뻔히 아는데, 글이 너무 안 풀려서 나도 미안하긴 했어요.”

“어휴, 아닙니다, 그런 거야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작가님.”


평창동의 한 작업실.

SBC 드라마 제작국 부장 곽동기는 출근도 전에 연락을 받았다.


[시간 괜찮으세요?]


그 한 문장으로 곽동기를 여기까지 불러낸 사람은 SBC가 삼고초려 끝에 겨우 모셔 온 스타 작가였다.

장르물의 명장이라고 불리는 작가, 마혜진.


그는 최근 한 배우에 관한 이야기를 사방에서 듣고 있었다.

잘 키워서 독립시킨 보조작가 이나리,


‘으허엉! 작가님! 저 뮤즈 찾은 것 같아요! 저 진짜! 이 배우 없이는 못 살겠어요 어떡하죠?!?!’


원하는 건 다 맞춰 주겠다고 해 놓고, 가장 안 풀리는 역할에는 신인 배우를 추천한 부장 곽동기,


‘작가님, 보시면 아실 겁니다. 그 배우의 어떤 연기를 보고 제가 그 역할을 추천했는지요.’


당장 그 드라마와 맞붙어야 할 운명의 KBC 드라마 제작국 부장 엄종환,


‘SBC도 고민이 많을 겁니다. 재벌 3세가 돈으로 밀고 들어왔는데, 이거 뭐 하필 성화그룹이라 내쫓을 수도 없고. 드라마 하나 버린 거 아닙니까. 저희는 그럴 일 절대 없죠. 그래서 작가님, 다음 작은 저희랑 함께하시는 게 어떤지······.’


그 외의 업계 사람들에, 잊을 만하면 그 이름을 띄워 주는 실시간 검색어까지.

마혜진은 신작 집필이 막히면 오히려 더 사람들을 만난다. 캐릭터는 실제 사람으로부터 오고 영감을 주는 사건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어야 찾아오는 법.

그 덕에 그는 최근 1달간, 과장 없이 ‘백재열’이라는 이름을 100번은 넘게 들었다.

지금 연예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그였다. 성화그룹 회장 손자 백재열. SH ENM 사장 조카 백재열. 보이저필름 이사 백재열.


“근데 어제 본방 보니까 알겠더라고.”


마혜진은 궁금했다.

자신에게 배워 배우 보는 눈 하나는 까다로운 이나리가 왜 그렇게 난리인지.


“보통 배우가 아니던데요.”

“저희도 연기하는 거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곽동기가 뭘 믿고 자신에게 그 배우를 추천하는 건지.


“그래서 직접 한번 만나 보고 싶은데. 어때요?”

“당연히 직접 만나 보고 결정하셔야죠. 제가 날짜 잡아 보겠습니다.”


그래서 귀중한 시간을 내어 그 드라마를 봤다.

그리고 제작발표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죄다 찾아봤다.


마혜진은 이제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어졌다.

그가 대체 언제부터 배우를 꿈꾼 것인지. 무엇이 그를 진심으로 연기하게 만드는지.


“기대하고 있을게요.”


10%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세운 그 첫 방송 이후, 백재열에게 쏠리는 관심은 마혜진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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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너 누구랑 사귈 거야 (1) +1 24.09.13 789 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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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착각은 재벌 3세도 괴물 배우로 만든다 (1) +1 24.09.10 918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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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싫은데요 (1) 24.09.08 950 31 15쪽
» 고대하던 첫 방송 (2) 24.09.07 971 29 12쪽
14 고대하던 첫 방송 (1) +1 24.09.06 985 33 12쪽
13 한여름의 제작발표회 (2) 24.09.05 987 32 12쪽
12 한여름의 제작발표회 (1) 24.09.04 1,031 30 11쪽
11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4) +1 24.09.03 1,094 28 12쪽
10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3) 24.09.02 1,104 35 11쪽
9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2) 24.09.01 1,139 26 11쪽
8 니네 드라마엔 백재열 없지? 우린 있음 (1) +2 24.08.31 1,236 30 12쪽
7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3) 24.08.30 1,262 36 11쪽
6 재벌 3세 낙하산? 혹은 천재 배우 (2) 24.08.29 1,381 3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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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재벌이 사랑하면 답도 없다 (2) +1 24.08.26 1,885 46 14쪽
2 재벌이 사랑하면 답도 없다 (1) +2 24.08.26 2,635 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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