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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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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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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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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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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파일18# 원래 (4)

DUMMY

172

**

**


한 시간 뒤.

검찰청.

취조실.

약간 어두운 등과 책상, 그리고 다섯 개의 의자가 존재하는 공간에 네 명이 앉아 있었다.

박수호와 이신후. 그리고 강명길.

마지막으로 최경자 사건의 담당 검사였던 이수안 부장 검사가 새롭게 개미 사건의 책임자로 참관한 가운데, 박수호가 입을 열었다.

“정말 저들을 설득하지 않으실 겁니까?”

“미안하지만, 나는 단순히 그들을 지켜주면서 서로를 연결해주고, 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만 제시할 뿐이야. 내가 그들을 제어할 권한은 없네. 다시 말해 난 그냥 동네에 나이 많이 먹은 늙은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그래도 말을 해주시면-”

“자네를 걸고넘어지는 치졸한 조건은 제외됐지 않은가. 그 정도면 내가 할 일은 다 한 것으로 보는데. 그들의 조건은 간단하네, 죄에 맞는 처벌을 받도록 법을 개정할 것. 그거 하나면 끝이야.”

“그게 쉽지 않다는 건 법 공부하신 분이라면 아시지 않습니까.”

“사기꾼은 사기 친 돈의 액수를 최저 임금을 기준으로 징역형을 결정한다는 것과, 살인범은 계속 무기한 교도소에 처박혀 있다는 것, 그리고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으면 그 또한 합의와 상관없이 음주 등의 운전자의 중대한 과실이 확인되면 살인으로 처리하자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었던 내용이야.”

“하지만, 법이라는 것은 국회에서 오랜 기간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부작용이 최소화 할 수-”

“벌써 이십 년이 지났네.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도 아니고 이제는 과거 산업 발전과 낮은 국민 의식 수준을 핑계로 넘어갈 단계가 아니야. 이제는 다 알고 있어. 자신의 손에 있는 돈이 투자자가 한평생 모은 돈이라는 걸, 사람은 한번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고, 연관된 사람들은 평생 고통받는 다는 걸, 음주나 한 손 운전 과속 등은 사고가 날 위험이 높다는 걸. 다 알아! 모두가 아는 세상이 왔는데도 언제까지 미룰 건가! 언제까지 미개한 법 아래 국민들을 위험에 방치해 둘 거야! 언제까지 법 없이도 서로 살 정도 순한 인간들을 어리석은 자로 만들 건가!”

강명길의 고함이 취조실에 가득 찬 가운데, 말없이 앉아 있던 이수안이 날카로운 눈동자로 강명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기에 대한 범위 설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문제가 심한지 당신도 아시지 않습니까. 교통사고도 기계 결함에 의한 사고도 있고, 잘못 만들어진 도로나 시설로 인해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살인이야 저도 동의하지만, 나머지는 너무 과한 처사로 인해 오히려 져도 되지 않을 형량까지 살 수 있는 겁니다. 너무 어린애 같은-”

“수십억을 해 먹어도 이 년을 살면 끝나는 게 사기꾼과 음주 운전자야. 그들에게 부과된 죄가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 건가.”

“하지만, 정말로 진실로 사업하다가 망한 이들도 있을 거 아닙니까. 음주 운전자도 일을 해야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주고 죄 없는 운주 운전자 가족도 먹여 살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평생 감옥으로 들어간다면, 누가 피해자들에게 합의금을 주고 피해를 복원해 줍니까. 설마, 그들을 대신 정부가 보조해서라도 그들을 징벌하자는 건 아니겠지요?”

“그럼. 자네는 진심으로 사업하려고 한 이들에게 가해지는 죄는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그리고 죄 있는 자도 돈을 벌어서 속죄하라고 생각하고 있고?”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나를 왜 구속한 건가? 나는 진실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생각하고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있는 건데? 그리고 나도 청장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자네 논리대로라면 나는 죄가 없는 거니 풀어주게나.”

말하면서 이수안 검사에게 그가 수갑이 채워 양손을 내밀자. 이수안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청장님! 지금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자네야말로 궤변을 늘어놓고 있지 않은가! 죄를 지었으면 응당 보상은 물론이고, 합당한 벌을 받아야지. 언제까지 경제 논리 하에 죄인들을 풀어주고, 다시 그 죄인들에 의해서 또 다른 피해자들이 생기는 걸 지켜볼 것인가?”

“하지만-”

“사기, 음주 및 과실 운전, 성폭행은 재범률이 높아! 살인도 수만 적었지 그렇고. 자네가 재범 때문에 피해당한 피해자들 앞에서 그런 말을 지껄일 수 있을지 궁금하군. 아니, 자네 아내가 성폭행 피해자 중 하나니까. 그녀에게 물으면 되겠군.”

그의 질문에 이수안은 입을 꾹 다물었고, 이신후가 달래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이수안 검사님의 말씀은 너무 극단적인 방법으로 이 일을 진행했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니 너무 성내지 마시고, 그들에게 인질들은 풀어주라는 선에서-”

“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이미 내 손을 떠난 상황이야. 박수호를 걸고넘어지지 말라는 전달한 것으로 할 일을 다 한 셈이니, 그만 말하게.”

말을 마치고 눈을 감아버린 그였고, 잠시 조용하던 취조실은 박수호의 목소리에 의해서 시끄러워졌다.

“죄 없는 저와 정우아를 죽이려고 한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네도 이미 알겠지만, 왕은 나 혼자가 아니고, 왕마다 중요시하는 가치관과 꿈꾸는 세상은 달라. 그들 중 몇 명과는 다르게 나는 그 법을 방관하는 자까지 처벌하는 걸 원하진 않네.”

“방관이라...”

“자네가 그간 주변 사람들의 실수나 비리를 알고도 눈 감아 주었다는 정황 증거를 받은 적이 있지. 이신후가 그리 가르쳤다는 것도 알고 있다네.”

그의 말에 박수호의 입가에 쓴 미소가 맺혔다.

“그렇습니까...”

“물론, 자네는 경고를 다른 사람 몰래 하는 모습을 보여서 조금 다르기는 해. 그래서 나는 자네를 건드리지 말라고 전화로 요구했지. 하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적고, 대부분은 어떻게 해서든 죄를 지은 이들을 모두 처벌하려고 하지.”

“죽음으로 말입니까?”

“나도 과하다는 의견이지만, 어쩌겠나. 그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부패와 비리 그리고 부조리를 끝내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방식이 잘못됐지 않습니까.”

“삼일 운동이 일본에는 중죄지만, 우리나란 국민들에게는 독립운동이고, 일본은 윤봉길 의사를 테러범으로 보지만, 우리 국민들은 독립 운동가로 보고 있듯이, 나는 오늘 경찰청에서 벌어진 일은 범죄가 아닌 운동으로 보고 있다네. 아마 미래의 한국에선 저들을 운동가로 평가하고 역사책에도 쓰일 수 있겠지.”

강명길의 말에 이수안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

“광주 민주화 운동도 그러했지 않은가. 그 외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일들도 그렇고, 그때 그들은 범죄자 취급을 받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욕을 먹었지만, 지금은 역사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민주화 항쟁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나. 우리들도 훗날 운동가로 기록될 것임을 나는 의심치 않고, 그들의 행동을 지지한다네.”

“언제부터셨습니까?”

“뭐를 말인가.”

“개미가 되신 거 말입니다.”

박수호의 질문에 그가 회한이 서린 눈동자로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십 년도 넘었지.”

“오래되셨군요.”

“오래라... 솔직히 다른 왕에 비해선 나는 오래되진 않았어. 내가 알기론 이십 년도 더 된 사람도 있다고 들었네.”

세 사람의 얼굴이 굳어진 가운데 강명길의 말은 계속됐다.

“나는 그전까지만 해도, 흐르는 대로 살자는 주의였어. 대법원장 딸인 우리 아내 덕분인지 몰라도, 때 타지 않은 상태로 막히지 않고 승진했지. 그래서 생각보다 굵직한 사건을 맡은 적이 없었는데... 그러다가 한 사건을 맡게 됐네.”

잠시 말을 멈춘 그가 이수안을 바라보았다.

“내가 말해도 괜찮겠나.”

그의 말에 이수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허락으로 알겠네.”

대답 대신 이수안은 취조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고, 박수호의 눈짓에 이신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하. 저도 들었던 이야기라 나가보겠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이신후까지 문을 열고 나가고 두 사람이 남았을 때, 강명길이 입을 열었다.

“이수안 사건도 알고 있는 건가?”

“범인도 못 잡은 사건 아닙니까. 이미 공소시효도 지났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그렇지.”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더군요. 용의자가 한 명도 적혀 있지 않다는 겁니다. 아무리 시간대가 밤이고 인적이 드문 한강 변에서 일어났다고 해도, 용의자에 대한 설명이 단 한 줄도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정확히는 삭제된 걸세.”

“삭제요?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용의자들 모두 국회의원이나 그룹의 자식들이었으니까.”

“음... 시효가 지나면서 아예 삭제한 겁니까?”

“그렇지.”

“돈이나 권력 때문이라도-”

“원래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다고들 하지 않는가...”

말을 흐리는 강명길의 입가엔 씁쓸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한 명인 건 확실합니까?”

“뒤에서 가격당한 다음 정신을 잃어서 피해자는 정확한 인원도 모르는 상황이야. 단지 비교적 깔끔한 상태로 봐서 한 명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 중일 뿐이지.”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지는 않았고요?”

“몇 년 동안 감시했지만 찾을 수 없었네.”

“그건 다행이군요.”

“다행이라...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공포에 떠는 피해자를 보면 그런 소리를 하지 못할 거야. 아무튼 용의자는 다섯 명이 있었고, 그들 모두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의 자식들이었네. 문제는 그때 당시는 블랙박스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고, 주변 카메라도 거의 없는데다가, 그때 당시 사건 현장은 갈대숲으로 가득해 목격자도 없었다네.”

“피해자가 그런 곳으로 간 이유는 뭐랍니까?”

“사진 기사였어. 야경 포인트라고 알려진 곳으로 가려다가 변을 당했지. 그 일 이후로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집안일을 주로 하는 가정부로 살고 있어. 집에서 사진을 수정하는 일도 부업으로 하고 있다더군.”

“결혼 전에 벌어진 일이겠군요.”

“그렇지. 사실 두 사람이 만난 것도, 미제가 된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된 거야. 그러다가 서로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가게 된 거고.”

“그래서 그 사건이 어째서 당신이 개미가 된 계기가 된 겁니까?”

“그건...”

강명길이 눈을 질끈 감으며 작게 읊조리듯 말했다.

“내가 증거를 삭제한 관계자였네.”

“이수안 검사는 그걸 알고 있습니까?”

“아니, 만약 저 유리 너머 듣고 있으면, 지금 난리 치고 있겠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쿵. 쿵쿵.

유리 벽이 크게 흔들렸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박수호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권력이나 돈에 굴복하실 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자네 한 시간 전에 우리 딸을 본 적이 있지?”

“예.”

“참 밝아 보이는 아이지만... 사실 예전엔 문제아였어. 머리만 좋을 뿐, 행실도 불량하고, 술, 담배에... 후~ 마약까지 손댈 뻔했지. 다행히 마약은 절대 손대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그건 건드리지 않았지만, 문제는 단속에 걸렸다는 거야.”

“그걸 약점 잡혔다는 겁니까?”

“아무래도 밝혀지는 순간, 명문대로 진학 예정이었던 딸의 인생은 날아가 버리는 거였으니까. 딸이 어떻게든 알려지는 거 막아달라고 두 손을 모아서 비는데... 부모어 어쩌겠나.”

“그 증거품 순진하게 다 삭제하신 건 아니겠죠.”

“당연히 가지고 있네. 문제는... 그것이 드러나는 순간, 결혼까지 한 내 딸의 인생이 망가진다는 점이지.”

“하지만, 여전히 개미로 들어가게 된 이유는 설명하지 않으셨습니다.”

“협박이네.”

“협박?”

작게 고개를 끄덕인 그가 수갑이 채워진 양손을 들더니, 손바닥으로 얼굴을 한번 쓸어내린 다음 입을 열었다.

“여왕이 진실을 들먹이며, 내게 접근했지. 그리고 참여를 종용했어. 애초에 그녀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던 나는 나쁜 일은 절대 시키지 않는다는 말에 가입했고, 어느 순간 왕이 되어 있더군.”

“다른 왕들은-”

“나는 다른 왕들의 정체도, 포섭 방법도 모르네. 하지만 분명한 건, 나처럼 협박에 의해 넘어간 자들도 있다는 거지.”

“즉, 피해자와 연관되어 있지 않은 사람 중에도 개미에 속한 이들이 있다는 거군요.”

“그래. 나를 노예 개미라고 불렀지.”

“노예라...”

“그러다가 내가 몇 차례 큰 사건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자, 여왕이 나를 조금씩 승진시키더니, 왕가지 임명하게 됐고, 그다음엔 아시다시피 온건한 여왕의 방식보다는 급진적이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원한 왕들과 연합하게 된 거라네. 물론, 이번 일도.”

“협박에 의한 겁니까?”

“정확히는 왕들이 나를 협박했다네. 나도 어느 정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따른 것도 있고, 여왕도 그러라고 했지.”

“여왕이 누군지는 말씀 안 하시겠군요.”

“당연하지 않은가. 참고로 그 증거 여왕에게 있다네. 만약 자네가 그 증거를 받아내고 싶다면 딱 하나 유일한 방법이 있어.”

그의 말에 박수호는 상체를 그에게 기울였다.

“그 방법이 뭡니까?”

“가입해.”

“가입이라면-”

“개미에 들어오게나.”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박수호는 의자에 등을 기대었고, 그런 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 지은 강명길이 말을 이었다.

“역시 자네는 들어올 생각이 없나 보군.”

“당연한 거 아닙니까.”

“고등학생 시절 김도훈을 죽이려고 파이프까지 들었는데, 그때와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뭐지?”

“애초에 같은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때는 경찰은 물론이고, 주변인들 대부분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제가 직접 해결하려고 했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주변에 저를 믿어주는 이들이 있고, 다른 방법으로도 해결할 만한 능력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그런 방법을 쓸 이유가 없죠.”

“하지만, 누구보다 범죄에 대해 경멸하지 않았나.”

“경멸한다고 해서 다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인간입니다.”

“인간이 뭐가 어때서?”

“인간은 불안전한 존재. 실수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가 정신적으로 멀쩡하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박수호는 강명길의 머리 위에 존재하는 숫자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망각, 또는 환상 등. 인간은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잊거나, 현실처럼 느껴지는 가짜를 만들어냅니다. 또는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무언가는 눈앞에 확연히 보기도 하죠.”

“직접 눈앞에서 김명호가 자네를 때린 기억도 의심해서, 굴러떨어져 심정지 상태가 되었을 때 구해 준 거란 말인가?”

“다른 사람을 제가 생각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그렇게 생각해서 사람을 죽인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음... 결국,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면 놔뒀을 거라는 뜻인가... 여왕님이 언젠간 자신들에게 올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군.”

그의 말에 살짝 얼굴이 굳어진 박수호가 싱긋 웃었다.

“생각이 같다고 제가 그들에게 들어갈 거라는 생각이 우습군요.”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말하는 자에게 끌리는 법이지. 나도 그래서 개미의 일원으로 열심히 사람을 늘리고, 이런 운동까지 계획한 거 아니겠나.”

“단순히 그것 때문입니까?”

“뭐가 말인가.”

박후호의 오른손이 책상 위로 올라가더니, 검지로 책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툭.

툭.

툭.

“당신 딸의 인생을 걱정해서, 이번 일까지 벌인 분이,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어서요.”

“증거가 없지 않나. 증거가. 내가 이렇게 말해도, 내가 노망났다, 정신병이 걸렸다고 회피하면, 어차피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한 모든 내용은 아까 자네가 말한 망상이 되어 버리지 않나.”

툭.

“결국, 왕이라는 증거를 찾아내고, 딸의 미래를 위협해서 굴복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증거를 가진 여왕이라는 자의 정체를 제가 스스로 알아내기 전까지는 입을 열지도 않을 거고, 지금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자들을 설득하는 일도 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군요.”

“그렇지. 역시 우리 지청 에이스답게 이해가 빨라. 크게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그가 수갑이 채워진 자신의 양손을 들어 올리면서 능청스럽게 말했다.

“이렇게 되어 있어서 말이야. 아. 언론에다 흘려서 나를 압박할 생각은 하지 말게. 어차피 지금쯤이면 인질극은 끝나 있을 테니까.”

“그게 무슨-”

문이 벌컥 열리더니, 그곳에서 하얗게 질린 얼굴의 이신후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호야! 지금 경찰청에서 인질범들이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정말입니까!”

“그래. 인질들은 전부 무사하고, 분신자살한 네 명이 있는 청장실에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모양이다.”

“혹시 다른 사람이 자살을 시도한 건-”

“인터넷 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모양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박수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강명길에게 달려갔다.

그의 멱살을 잡은 박수호.

“자살도 당신이 명령한 거야?!”

“노예 개미인 그들은 살인이라는 죄를 저질렀다. 원래 죽었을 인간들이 속죄하길 원해서 그러라고 한 것뿐일세.”

환한 미소까지 지으며 말하는 강명길의 멱살을 붙잡은 박수호의 손등에 소름이 돋아났다.


작가의말

후... 오늘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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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파일18# 원래 (3) 19.11.02 182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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