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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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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최근연재일 :
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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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파일18# 원래 (6)

DUMMY

174

**

3월 1일. 삼일 절 날을 노려 개미라는 테러 단체가 경찰청을 점거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네 명이 불에 타 죽었으며, 확인 결과 분신한 이들은 얼마 전 실종된 강력 범죄 경력이 있는 출소자들인 것으로 드러난다.

그곳에서 탈출한 박수호 경사가 왕으로 밝혀진 강명길을 취조하던 와중, 이상할 정도의 광기를 보이는 그의 모습에 어색함을 느끼고, 간단한 사정정취 후 풀어줄 이들을 붙잡게 한다.

그 과정에서 오십육 명의 사람들이 개미라고 자수했으며, 대다수는 자신들의 단순한 업무 과실로 인해 피해가 커진 것을 약점 잡혀 동참한 것으로 알려진다.

개미들과 주변 이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총 열네 명의 용의자들을 추렸고, 그들 중 세 명에게서 화학 반응이 나와 체포했지만, 그들 모두 사건을 부정하고 있는...


XX일보 기사에서...

**


두 시간 뒤.

검찰청 취조실에서 박수호는 자기 눈앞에 앉아 있는 삼십 대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녀 화장기가 거의 없는 얼굴이었지만, 하얀 피부와 짙은 쌍꺼풀과 높은 콧대로 이국적인 미모를 뽐내고 있었는데, 그녀를 무심한 얼굴로 바라보며 박수호가 말했다.

“미국에 유학까지 다녀오신 전도유망한 프로파일러분께서 총을 쏠 줄은 몰랐습니다.”

그의 말에 그녀는 생긋 웃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옆에 인질로 붙잡혀 있었다니까요. 그 과정에서 가루가 흩날렸고, 억울하게 제가 붙잡힌 거예요.”

“하지만, 그러면 다른 곳에 집중되어야 하는데, 화학 반응이 당신 소매에서 나타났습니다. 마치 직접 총을 쏜 사람처럼 말이죠.”

“범인들이 그 옷을 강제로 입혀놨다니까요.”

“조금 전에는 붙잡혀 있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옷 이야기는 물어보지 않으셨잖아요.”

“그 이야기까지 한꺼번에 하셨어야죠.”

“그런 이야기를 해서 쓸데없이 의심 받을까 봐 두려웠거든요.”

“경찰 대학도 나오신 분이라면 적극적인 해명이 더 빠르게 의혹을 해소하는 데 좋다는 것도 모르셨습니까?”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인종만 달라도 차별하는-”

“여긴 한국입니다.”

“어차피 말했어도, 제 말 따위는 믿지 않으시잖아요.”

그녀의 말에 박수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예.”

그처럼 그녀도 웃어 보였는데,


1


박수호는 그녀 머리 위에 있는 푸른색 숫자를 힐끔 보고는 입을 열었다.

“미국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대처가 빠르고 철저해서 당황했을 거고, 어떻게든 벗어나야겠지만, 독사 같은 놈이 자신을 물어버렸으니, 많이 두려우실 겁니다.”

그의 말에 살짝 눈가를 파르르 떤 그녀가 떨림 하나 없이 또박또박 말했다.

“어떻게 말해도 자기 식대로 생각하고 말씀하시니, 변호사가 오기 전까지는 묵비권을 행사하겠어요.”

“이혜민씨 좋을 대로 하시죠.”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문으로 걸어가다가 멈춰 섰다.

“아! 자수는 늦었으니까. 다른 개미들이 누군지 말해야 죄가 경감될 겁니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박수호는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고, 바로 앞에 있는 문으로 들어갔다.

그곳도 전에 있던 곳과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고, 그곳에는 전에 자신과 대화를 나누었던 사십 대 남성이 앉아 있었다.

“김지환씨 이제 말할 생각이 드셨습니까?”

“미안하지만 나는 묵비권을-”

“이혜민. 아니지 병정개미가 모든 걸 자백했습니다.”

병정이라는 단어에 김지환의 미간에 주름이 살짝 나타났다.

자리에 앉은 박수호가 자기 앞에 있는 서류를 슬쩍 들추며 말했다.

“물론, 다른 이에 대한 말은 안 하고 당신에 관해서만 입을 열더군요. 당신이 모든 걸 계획하고, 당신이 직접 그들을 죽였다고 말이죠.”

그의 말에도 묵묵부답인 김지환이었고, 박수호는 느긋하게 몸을 의자에 기대었다.

“변호사가 오고 나서 말씀하셔도 되지만, 총 반응이 나타난 세 사람 중, 다른 사람마저 김지환씨가 범인이라고 하면 주범이 되시는 겁니다. 다수를 살해한 국내 첫 테러범으로 기록되는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지만. 이것도 말씀하지 않으시겠죠.”

여전이 침묵하는 그였고, 박수호는 서류의 한 부분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말했다.

“이름 김지환, 아프가니스탄에서 특수 작전을 수행한 엘리트 병사출신으로, 경찰 기동대에 특채로 합격. 뛰어난 사격 실력과 지휘 능력을 인정받아 의례적으로 사십의 나이에 부대장으로 고속 승진. 경력이 화려하신 분이,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자신과 같은 병정개미. 거기에 배신까지 당하고. 배신이 아니라면 혹시 팽 당하는 건가. 어쩌면 과거 이명환과 같은 아파트 주민을 납치한 정민기씨를 총으로 쏘아 죽였고, 저와 이관수씨를 쏘다가 동료를 부상 입힌 기동대 소속 저격수 김안범씨도 당신을 주범으로 지목할 수 있겠군요. 그리되면-”

“거짓말. 그들은 절대 그럴 리 없어.”

확신하는 듯한 김지환의 목소리에 박수호는 자신의 두 손을 깍지를 끼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만큼 그들과 끈끈한 무언가라도 있습니까? 부모나 형제는 아닐 거고. 연인?”

그의 질문에 검푸른 숫자의 색깔이 연해졌는데, 박수호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연인이라고 배신하지 않는 건 아니죠. 당신도 저에 관해서 이야기를 들었으면, 저와 다른 여자와 벌어진 일을 잘 아실 거 아닙니까. 상황에 따라 목숨을 구해준 사람을 버리기도 하는데, 당신 그녀 목숨을 구해 준 거 아니지 않습니까?”

박수호의 말을 들으면서, 김지환의 머리 위 숫자가 다시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음...”

“말씀 안 하시는 거 보니, 주범이 맞거나, 그렇게 하기로 이미 예정되어 있었군요. 역시 개미들의 단결력은 대단합니다. 왕인 강명길도 일부러 미친 사이코패스로 연기해서 시선을 끌려고 노력하더니, 연인에게 죄까지 뒤집어씌우고, 그걸 받아들이다니... 정말 무서운 단체군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박수호가 문으로 걸어갔다.

“저기-”

쿵.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박수호는 못 들은 것 마냥 바로 문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왼쪽으로 걸어간 그는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두 곳과 똑같은 구조로 된 방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박수호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사내가 한 명 앉아 있었다.

박수호보다는 살짝 적은 체구였지만, 날카로운 눈매가 인사적이어는데, 그 눈매로 자신을 쏘아보는 그에게 박수호가 손을 흔들었다.

“반가워 친구.”

그의 말에 눈썹을 꿈틀거리기만 할 뿐, 다른 취조실의 사람들과 동일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그였다.

자기에 앉은 박수호가 머리를 거칠게 긁적였다.

“다른 두 사람이 서로 연인이라면서 자신들이 아닌 네가 주범이라고 하고 있는 건 알아?”

그의 말에도 상대는 무표정을 고수했다.


1


초록색.

“원래 범죄 조직이 한 명의 희생해서 죄를 몰아받으면, 나머지가 그의 가족을 돌봐주고 나중에 나오면 지원해주고 그러잖아. 뭐... 문제는 너는 가족도 없고, 그들도 이번 사건 피해 보상비 배상하라고 판결 나오면 너를 지원하는 것도 힘들어지는 게 문제지만, 그렇다고 개미에선 너를 도와줄 순 없어. 네가 나중에 나와서 취직한 곳은 내가 전부 조사할 거거든. 내가 죽더라도 내가 구해준 사람들 전부 그 뒤를 쫓을 거고. 이말 뜻이 뭔 줄 알아?”

왼손을 들어 올린 박수호가 아래로 내리쳤다.

탕!

“인생 밑바닥을 전전하게 될 거다 이 말이야. 네가 죽을 때까지 영원히 쭈우욱. 그 사실을 과연 개미들이 모를까? 아니 알걸? 아는 대도 그러는 이유는 뭔지 알아? 네가 고아에다가 너를 겁주려고 쌓아놨지만 쓸모가 없는 이 서류 뭉치와 같기 때문이다.”

왼손으로 서류첩 뭉치를 밀어버렸고, 서류첩이 떨어지면서 낸 소음에 김안범의 몸이 움찔했다.


1


붉은색으로 변하는 그의 숫자를 바라보며 박수호는 살짝 일그러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김안범. 너는 나와 이관수씨 살인 미수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야. 그런데도 두 사람은 너를 주범으로 지목했어. 주범으로 지목 되면 넌 최소 사형이야. 지금 국민들이 강력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높여야 한다고 말해서 언제 사형이 시행될지도 모르는데, 두 사람은 그런 너를 절벽으로 밀고 있어.”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숫자처럼 시뻘겋게 얼굴이 달아오른 김안범이 고함을 질렀다.

“그럴 리 없어! 나는 아니야! 나는 대장 말을 듣고 했을 뿐이라고! 그의 명령을 따라서 쏘긴 했지만, 나는 너를 죽이라는 명령을 듣지 않고 이관수를 노렸다고! 그것도 하체만! 그런데 그놈 앞에서 얼빵하게 서 있는 병신 같은 놈이 도망치다 넘어지는 바람에 맞은 거잖아! 나는 절대 너나 이관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어! 나는 왕이 아니라 여왕의 말을 듣는 개미일 뿐이야! 우리들은 살인이나 강간, 성폭행 등의 중죄를 범한 사람이 아닌 자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아!”

툭.

툭.

툭.

박수호가 대답 없이 검지로 책상만 두드렸고, 김안범이 다시 입을 벌렸다.

“내 말을 믿어줘! 나는 밑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분신자살을 생각하지도 않았어. 그냥 총 쏘면서 인질극 벌이는 척하다가, 인질들 속에 숨어 버리면 되는 줄 알았단 말이야. 그런데 그들이 그런 미친 짓까지 할 줄은 정말로 몰랐어! 정말이라니까! 나는-”

“오케이. 알았으니 진정하고. 내가 여기 펜이랑 종이 줄 테니까. 네가 들은 거 그대로 적어. 그래야 내가 그걸 보고 타당하다 싶으면 조서를 써주도록 하지. 그리고 나와 이관수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는 그들에게 넘기고. 자 받아.”

박수호가 그에게 펜과 수첩을 넘겼고, 수갑이 채워진 양손으로 그것을 받은 김안범에게 박수호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다른 사람 취조하고 올 테니까. 다 쓰고 있어.”

말을 마치고, 박수호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김안범이 글을 쓰고 있는 가운데, 박수호는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작성하다가 명훈 형사가 들어오자, 그에게 폰을 내밀었다.


-펜으로 자살 시도 못하게 옆에서 감시하세요.-


박수호의 말에 명훈 형사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꿀꺽.

“알았다.”

박수호는 다시 김안범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 형사님에게 보내면 다른 사람 취조하던 와중에도 내게 네가 쓴 게 도착할 거야. 개미가 확실하게 아니라는 건 그간의 일로 알 테니까. 이 사람 말만 믿고, 혹시 다른 자가 들어와서 네가 어떤 진술을 했는지 묻더라도 절대 하지 마. 알았어?!”

그의 말에 김안범이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오직 너만 말한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그래.”

박수호는 문을 열고는 다시 이혜민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살짝 굳어 있던 이혜민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호호. 오셨네요.”

“애써 여유로운 척하고 있는 거 다 압니다. 당신 연인인 김지환을 믿고 있는 거 같은데, 미안하지만 그는 제 작전에 넘어가 버렸습니다.”

작전이라는 단어에 이혜민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죄수의 딜레마. 머리 좋은 범인들이 알면서도 당하죠. 특히 죄를 범하고 들어가는 교도소가 어떤 곳인지 잘 아는 경찰들이나 대학물 먹은 범죄자의 경우엔, 범죄자들보다는 평균적으로 자수하거나 실토하는 시간이 빠릅니다. 왜냐하면, 확정적인 증거나 정황 증거가 잡혔을 때, 죄를 경감받으려면 최대한 빠르게 자백해서 선처를 호소하는 게 유리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미안하지만, 그는-”

“사실 그가 아니라 김안범이 진술했고, 그 진술을 가지고 김지환을 압박했습니다. 그 결과 그는 당신과 자신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 모두 같이 고심해서 작전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한 마디로 모두가 공범이다라고 말했죠.”

그의 말에 처음으로 그녀의 눈가가 파르르 떨린 가운데, 박수호가 그녀와 책상을 중심으로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아마 그는 모두가 공범이 되면, 죄가 가중되지는 않을 거라는 제 말에 속아서 그런 진술을 말한 거겠지만, 당신도 아시다시피 조직범죄는 가중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차라리 주범 한 명에 중죄를 몰아주고 끝내는 게 나았을 텐데... 아쉽게 됐습니다. 일단 그가 공범으로 말하면서 진술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에 온 건 묵비권을 행사한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진술서를 스스로 작성할 기회를 주기 위함입니다.”

말을 마치고 박수호는 책상 위에 있던 펜과 수첩을 그녀에게 밀었다.

“제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머지 사람들 취조를 끝낼 때까지가 마지막 기회입니다. 젊은 시절 모두 끝나기 전에 나와서 어리석은 남자 친구 말고 제대로 된 남자와 결혼도 하려면 거기에 적는 걸 추천합니다.”

말을 마치고, 박수호가 카메라에 손짓했다.

십 초 정도 흘렀을까.

문이 열리더니, 이찬용이 숨을 헐떡거리며 등장했다.


-펜으로 자살 못 하게 부탁드립니다.-


박수호가 적은 메시지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그를 뒤로 한 채, 박수호가 문을 나섰다.

쿵.

문을 닫은 박수호는 맞은편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김지환이 입술을 깨물고 있었는데, 그가 들어오자마자 입을 벌렸다.

하지만.

“죄송하지만, 자백할 기회는 사라지셨습니다.”

그의 말에 김지환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

용의자 목록.

1. 김지환(43). (하얀 가면)

기동대 부대장으로 뛰어난 사격 실력과 지휘력을 소유했다.

개미가 된 사유는 돈을 받고 부정 특채를 진행해서였다.

그는 병정 대장 개미로 강명길의 명을 받아 이번 일에 참여한 자로, 현재 그를 단독범으로 지목한 연인 이혜민과 김안범에 의해서 유력한 용의자 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시체인 줄 알았으며, 모두 가면을 쓰고 있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계획은 자신의 여인이자, 병정개미 계급의 이혜민이 세웠고, 과거 사내 성폭행 사건의 숨겨진 피해자인 그녀가 유력한 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죽은 시체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을 옮기려면 절대로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임을 강조하며, 자신을 지목한 두 사람이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 이혜민(33). (하얀 가면에 왼쪽 볼에 붉은 나비)

이제 돌아와 일 년 근무한 해외파 프로파일러.

아직 큰 사건을 맡은 적이 없지만, 수려한 외모로 홍보팀 일도 하고 있으며, 연예인들과 고위 공직자들과 두터운 인맥을 보유 중이다.

개미로 합류하게 된 원인은 과거 사내 성폭행 때문이며, 그 이후로 경찰청은 사건을 묻고 자신에게 외국 유학을 강제로 지시해 내쫓으면서 원한을 품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그녀는 자신의 연인인 김지환을 단독범으로 지목한 이유에 대해서, 전날부터 경찰청에 있었던 사람이며, 혼자서도 시체를 옮길 수 있는 자였다.

또한 통제실에 점거한 뒤, 계획에도 없던 전날 CCTV 삭제 지시를 한 이유도 의심스럽다. 그는 자신과 다른 왕을 따르는 사람이 아닌지 의심된다는 말도 했다.

자신이 점거 계획을 세운 건 맞지만, 세부적인 상황은 왕이 결정하는 거였다면서, 주범과 살인 등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3. 김안범(30). (하얀 가면 오른쪽 볼에 붉은 나비.)

군대 특수부대에서 끊임없이 소속 변경을 요청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의 저격수.

그가 개미로 들어가게 된 이유는 과거 자신이 인질극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자식이며, 인질극을 벌인 자가 사람을 죽여 놓고 정신병을 이유로 십 년 형을 살고 나와 정상적인 사람들과 똑같이 사는 모습을 보고 분노해서였다고 진술했다.

그는 박수호를 죽이라는 명령에 불복하고 일부러 빗나가게 쏘다가 동료를 맞추었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주장 중이며, 이종수가 한 행동은 돌발 행동이었고, 절대로 그나 다른 이가 명령한 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지환이 주범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무전기로 명령한 자와 말투와 목소리 톤이 똑같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4. 김이삭. (23) (흑색 가면 오른쪽 볼에 갈색 나비)

공익근무요원이며, 현재 XX대학교 체육학과 1학년을 마친 상황이다.

개미로 들어오게 된 이유는 과거 자신을 폭행한 아이 중 세 명이 경찰관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걸 알면서였다.

그는 자신은 이번 일에서 총을 든 적이 없으며, 단순히 자신과 같은 가면을 쓴 자들을 명령서에 적힌 대회의실로 안내한 죄밖에 없다고 주장 중이다.

제일 마지막에 문을 닫은 이유로 공범으로 지목된 상황이지만, 쪽지에 적힌 트릭을 이용해 문을 닫았을 뿐, 그 외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 중이다.


5. 박송희. (31) (흑색 가면 왼쪽 볼에 갈색 나비)

최근에 사무직으로 전환 신청을 해, 지구대에서 교통과로 부서 이동해 근무 중이다.

과거 경찰대학에서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간 질환을 의심하며 탈락시켰는데, 그것이 오진이었음이 드러났지만, 자신을 복원시키지 않고, 계속 부인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대한 원한이 쌓인 상황에서 자신보다 1점 낮은 점수의 경찰 간부의 딸을 합격시키기 위해 벌어진 일이라는 말을 듣게 되자, 거부했던 이번 일을 동참하기로 했다.

현재 휘발유 통에 자신의 지문이 발견된 것은 자신을 오진한 자가 과학수사대에 근무 중이라는 사실에 그의 근무지에 몰래 들어가려다가, 중간에 보인 휘발유 통을 보고는 불을 지를까 고민하면서 만지게 된 거라고 주장 중이다.

또한 자신의 자그마한 체구로 어떻게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을 옮길 수 있겠냐고 주장 중이다.


6. 정민강. (28) (흑색 가면 오른쪽 볼에 갈색 나비)

경찰청에 상시 대기하는 C일보 신입 기자.

그가 개미로 동참하게 된 계기는, 자신이 찾아낸 비리를 고발하려고 했지만, 편집장의 권한과 자신의 가족을 위협하는 자들의 모습에 무력감을 느껴서다.

그는 자신이 축 늘어진 사람을 옮기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에 대해서, 축 늘어진 사람은 같이 술을 마시고, 쓰러진 동갑내기 친구이자, 기자인 김철진이라면서 부인하고 있다.


7. 김철진(28) (흑색 가면 오른쪽 볼에 갈색 나비)

경찰청에 상시 대기하는 X뉴스 신입 기자.

과거 명문대 언론학과에 들어가면서 밝은 미래를 꿈꾸었지만, 연이은 낙방에 인터넷 신문사에 들어간 그는 최종 면접에서 맞상대했던 일곱 명의 사람 모두 간부 자식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개미에 동참한다.

정민강이 자신을 옮겼다는 주장에 대해서 술이 아닌 누군가가 탄 약을 마시고 휴게실에서 계속 누워있었다고 말하며 부정했다.

또한, 자신은 개미에 동참하기는 했지만, 이번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정말로 순수하게 신입 기자로서 간신히 자리 잡은 일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휴일에도 대기하다가 약을 먹고 인질이 되었다고 했다.

누군가 자신이 반항하는 인질을 때렸다는 진술에 대해서는 가면을 쓴 사람을 친 건 기억하지만, 가면을 쓰지 않은 이를 때린 기억은 없다고 말하면서, 그 진술한 이를 조사해 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중이다.


8. 이수다(59) (흑색 가면 왼쪽 볼에 갈색 나비)

경찰청에서 근무 중인 청소부.

외동딸이 상사의 성희롱을 회사 내에 내부 고발한 이후,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자살한 이후, 언론과 경찰에 고발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자 개미가 된다.

개미가 되었지만, 이번 사건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 중이나, 다수의 휘발유 통과 청장실 문, 그리고 피해자들의 피가 발견된 차가 그녀 소유 차량이라는 사실에 묵비권을 행사 중이다.


9. 방진주(26) (흑색 가면 왼쪽 볼에 갈색 나비)

국가소속이었던 경찰 조직이 각자 지방으로 변하면서 생긴 업무 과중으로 인해 임시로 고용된 회계사.

자신의 오빠가 군대에서 자살한 이후 진실을 소명하는 시위를 했으나, 그사이 부모가 교통사고로 죽어 고아가 된 이후 우울증에 자살을 시도하다가 누군가에게 구함을 받고 그자의 권유에 개미에 동참한다.

하지만 이번 일은 삼일절 날 근무를 해서 상사의 눈에 들라는 개미의 명령이 있어서 남은 거였으며, 자신은 개미들이 벌인 소동에는 전혀 연관이 없었다고 진술한다.

전날 자신이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몇 개를 옮기는 것을 목격했다는 정언에 대해, 상사가 이틀 뒤에 바로 외국 출장을 나가는데, 그 가방을 옮긴 것을 사람들이 보고 착각한 거라며 전면 부인했다.

휘발유에 지문이 묻은 것에 대해선, 여행 가방을 옮기다가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휘발유 통을 치운 것뿐이라고 말했다.


10. 이종수(31) (하얀 가면 오른쪽 볼에 붉은 나비)

현재 백수.

이관수가 로비를 받고 이종수에게 들어간 술 취한 여자의 민원 신고를 확대해 성폭행범으로 만든 이후 실의 빠져 술독에 빠져 살다가 개미의 회유로 합류한다.

그는 이관수와 박수호 둘 다 죽이려고 했다고 시인한 상황이며, 현재 바로 구속되어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그는 남의 명령은 듣지 않고 무단으로 총을 쏘았다고 진술했으며, 원래 계획은 그냥 인질극만 벌이고, 나머지 사람들이 귀신같이 사라져 개미들에 대한 공포심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진술했다.

**


한 시간 뒤.

명훈 형사가 눈살을 찌푸린 채 서류를 바라보다가 신경질적으로 책상 위에 내던진다.

“빌어먹을.”

그의 모습에 옆에서 미간을 좁힌 채 비닐팩에 담긴 가면들을 바라보던 이신후가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이게 다 사실이라면 정말 빌어먹은 세상 아닙니까.”

울분 찬 그의 목소리에 이신후는 무덤덤하게 답했다.

“원래 그런 세상이었다.”

“원래라뇨! 그랬으면 진즉에-”

“진즉에 바뀌었다고? 예전엔 더 심했다는 거 알면서 그러나. 그게 인터넷 시대로 들어서면서 정보 전달이 다 쉬워지고 빨라지니까 이렇게 사람들이 알게 된 거지. 옛날부터 억울한 이들은 있었어.”

“하지만 하나 둘도 아니고 오십이 넘는 사람이 이런 사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정말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의 분노어린 고함이 실내를 흔들었지만 이신후는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비닐팩 안에 담긴 물건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상식만으로 돌아가면 그게 세상인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 그게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인 거야. 잔말 말고, 너도 여기 이것 좀 살펴봐.”

“지금 이걸 보고도-”

이신후가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무겁게 말했다.

“우리들은 상식에 벗어난 놈들을 최대한 빨리 잡아넣는 거다. 이러는 사이에도 진짜 피해자들 맘은 타들어 가잖아. 일 끝나면 같이 술 마시면서 같이 욕할 거니까. 지금 일에 집중하자.”

마지막에는 달래듯이 마무리한 그의 말에, 명환 형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약속하신 겁니다. 설마, 이번에도 안주가 국수는 아니겠죠.”

그의 말에 피식 웃은 이신후.

“네가 좋아하는 소고기다.”

“정말이십니까?”

“그래. 같이 가자. 그리고 두 살 차이인데 언제까지 존댓말 쓸 꺼야.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말 까자니까.”

그의 말에 머쓱한 표정의 명훈 형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게... 나이 많은 형님이 계셔서 그런가 힘드네요.”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이거 봐봐. 이거...”

두 사람이 집중하는 모습을 뒤편에 서서 바라보던 박수호는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흐음.”


우희진. 여왕 수하.

이명환. 우희진을 배신한 왕의 수하. 강명길의 수하는 아님.

강명길. 왕.

여왕은 최초 설립자. 온건.

왕은 여왕이 영입한 자. 최소 두 명 이상.

오십 명이 넘게 경찰 인원을 동원해서 이번에 얻으려고 했던 이득은? 단순히 강명길을 지키기 위함?

강명길의 광기는 단순히 그들을 지켜주기 위해? 아니면 그의 진짜 모습?

진짜 미쳤다면 왕은 그 한 명일 수도...

내 주위에 개미가 더 있다면?


마지막 질문지를 작성하고 난 박수호의 눈동자는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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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세요 저그좋아입니다.(맨 밑에 세 줄 요약있음.) +3 19.11.21 278 0 -
183 파일19# 0330 +4 19.11.19 221 9 12쪽
182 파일18# 원래 (10) +3 19.11.17 152 11 17쪽
181 파일18# 원래 (9) 19.11.15 152 4 22쪽
180 파일18# 원래 (8) +1 19.11.13 167 8 16쪽
179 파일18# 원래 (7) +1 19.11.11 166 5 13쪽
» 파일18# 원래 (6) +1 19.11.08 178 6 24쪽
177 파일18# 원래 (5) +1 19.11.06 168 7 12쪽
176 파일18# 원래 (4) +1 19.11.03 171 8 18쪽
175 파일18# 원래 (3) 19.11.02 181 7 13쪽
174 파일18# 원래 (2) +1 19.10.30 186 8 11쪽
173 파일18# 원래 (1) +1 19.10.28 210 9 11쪽
172 파일17# 변해야 산다.(3) +2 19.10.26 175 7 15쪽
171 파일17# 변해야 산다.(2) +3 19.10.21 210 8 13쪽
170 파일17# 변해야 산다.(1) +1 19.10.19 193 9 11쪽
169 파일16# 여왕개미.(6) +2 19.10.17 196 9 16쪽
168 파일16# 여왕개미.(5) +4 19.10.15 204 9 15쪽
167 파일16# 여왕개미.(4) +1 19.10.13 204 8 14쪽
166 파일16# 여왕개미.(3) +2 19.10.11 194 9 11쪽
165 파일16# 여왕개미.(2) +1 19.10.09 199 9 14쪽
164 파일16# 여왕개미.(1) +1 19.10.07 202 8 16쪽
163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4) +2 19.10.06 201 10 19쪽
162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3) +1 19.10.05 207 9 12쪽
161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2) +1 19.10.04 203 8 14쪽
160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1) +1 19.10.03 210 8 15쪽
159 파일14# 사미용두 (5) +1 19.10.02 212 8 18쪽
158 파일14# 사미용두 (4) +1 19.10.01 215 6 20쪽
157 파일14# 사미용두 (3) +1 19.09.29 232 9 13쪽
156 파일14# 사미용두 (2) +3 19.09.28 221 8 13쪽
155 파일14# 사미용두 (1) +1 19.09.26 246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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