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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숫자를 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최근연재일 :
2019.11.19 21:00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151,937
추천수 :
3,311
글자수 :
1,250,240

작성
19.04.01 10:03
조회
11,316
추천
97
글자
7쪽

숫자가 보인다.(프롤로그)

DUMMY

-학교 폭력 예방. 우리 경찰이 앞장서겠습니다.-


벽 위쪽에 가로로 현수막이 붙어 있었는데, 현수막 아래 어두운 그늘엔 푯말이 하나 붙어 있다.


여성청소년 팀.


여성 및 학교 폭력, 성인 이하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범죄행위에 대해 조사하는 곳으로, 최근 가장 핫한 사건이 벌어져 고위층 경찰들이 들락날락하는 곳이었다.

사무실 구조는 입구에서 오른쪽엔 아이들 놀이기구와 책으로 이루어진 곳이 있었고, 왼쪽엔 서류와 컴퓨터 등 사무 물품이 놓인 책상 아홉 개가 벽면에 붙어 있었다.

그중 제일 안쪽 가림막이 쳐진 곳이 있었는데, 가림막 왼쪽에 한 사람이 보였다.

부리부리한 눈썹.

181의 키에 얇은 체구.

날카로운 턱선.

사나워 보이는 눈매.

그런데 희한한 건 사내의 미소였다. 분명 밝은 미소인데 뭔가 뒤틀린 느낌을 주었다.

“잠깐.”

그의 눈앞에서 불쑥 튀어나온 사십 대 남성이 그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경위로 승진했다는 데 뭘 그리 심각해. 순경 출신이 나이 서른에 경위까지 승진하고, 이번에 장학생으로 경찰대 입학하면 앞길에 탄탄대로가 열리잖아. 곧 내 상관이 될-”

“이팀장님. 지금 저는 수사를 맡고 있습니다. 중간에 그만두는 거 싫어한다는-”

굳은살이 이곳저곳에 박힌 사내의 왼손을 이팀장이라는 자가 두툼한 살집이 있는 손을 내밀어 꼭 붙잡는다.

“알아. 하지만 어떡해. 위에서 까라고 하면 난 깔 수밖에 없어.”

“형님이 부산서 서장이신 분이 왜 이러십니까.”

능글맞게 말하면서 손을 뺀 사내가 자신의 오른손엔 들린 서류를 내밀며 말했다.

“이 서류 남에게 넘길 수 없습니다. 전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아이와 약속했고, 저는 그 약속을-”

다시 사내의 왼손을 붙잡은 이팀장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제발 나 좀 살려줘라. 나보다 계급이 높은 분들이 어제 다섯 분이나 넘게 왔다 가신 거 너도 잘 알잖아. 내 뒷배가 봐준다고 해도, 위에서 내려온 명령 무시하면 내 목은. 켁이야 켁.”

자신의 목을 왼손으로 그는 뿌리치려는 사내의 손을 다시 붙잡고는 애원했다.

“내가 지구대에서 세운 공 다 빼앗기고 누명쓸 뻔 한 거 구해준 거 기억해? 그때 자네가 은혜를 꼭 갚겠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 말 듣고 서로 좋게 헤어지자, 응?”

그의 부탁에 사내는 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때문에 팀장님도 만년 경사에서 경위 막차 타셨지 않습니까. 거기다 경감까지 돼서 팀장 자리까지 맡았고요. 그리고 파란 연필 사건 끝나고 저에게 뭐라 그랬습니까. 무조건 내 말만 믿겠다고, 다시는 쓰레기 놈들 말 안 따르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파란 연필이라는 단어에 그때까지 어색하게나마 옅은 미소가 남아있던 이팀장의 얼굴이 굳어지다 못해 새하얘졌다.

“파란 연필 사건까지 들먹일 정도였어?”

“그럼 제가 저 좋은 일을 마다하고 이 서류를 내주지 않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사내의 말에 이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이번에도 본 거야?”

“예.”

“거짓말하는 건-”

“제 말 믿어서 손해 보신 일 있습니까?”

“아. 아니.”

떨리는 목소리만큼이나 떨리는 그의 양손이 왼손에서 떨어져 나가자 사내가 서류가 든 오른손을 그에게 살짝 내밀며 말했다.

“그럼 이 사건 제가 해결하고 난 다음에 가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몸을 돌린 그를 멍하니 바라보던 이팀장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박수호!”

몸을 자신에게 돌린 그를 보며 이팀장이 주변을 돌아보다 양손으로 입을 가린 다음 입 모양을 크게 만들었다.

‘몇. 이. 야.’

그의 물음에 박수호는 특유의 미소와 함께 왼손을 들어 엄지, 검지, 중지를 편다.

그의 손을 본 이팀장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이더니, 손을 크게 휘저었다.

“빨리 가서 해결해!”

대답대신 고개 숙인 박수호가 팀 사무실에서 나가자,

“저거 이름이 박수호가 아니라... 박수야 박수... 저 녀석 돌봐주다가 내가 제명을 다하지 못할 거 같아.”

중얼거리며 몸을 축 늘어뜨렸다.



경찰서를 나선 박수호는 주차장에서 검은색 승용차에 올라탔다.

그의 차가 경찰서에 빠져나오자마자 눈동자는 쉴 새 없이 움직였고, 움직임이 멈췄을 때는 어느 한적한 골목에 들어섰을 때였다.

산을 끼고 늘어선 주차라인 중 빈 곳에 들어간 그는 시동을 끄고 뒷자리를 향해 손을 뻗은 그가 짐가방을 하나 꺼낸다.

가방 안에 오른손을 넣은 그가 꺼낸 건 오래된 메모장이었다.

번쩍.

잠시 세상이 하얗게 번쩍였고, 슬쩍 고개를 창가로 내민 박수호는 굵은 빗줄기를 토해내는 먹구름을 확인한다.

“미친 듯이 오겠군.”

툭. 투둑.

다시 메모장으로 고개를 돌린 그가, 뒤집어져 있는 메모장을 앞으로 돌렸고, 앞부분에 검고 굵은 유성 펜으로 써진 글자를 바라본다.


미친놈의 일기.


잠시 그 제목을 바라보던 그가 손을 움직였다.

이리저리 꼬부라지고 제대로 마무리가 안 된 글씨체로 적힌 글이 나타났고, 그의 눈동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3월 30일 날씨 흐림.

내가 미친 거 같다.

그게 아니라면 절대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일기장에도 적는 게 두려울 정도로 무서운 일.

죽어서 다른 세상에 다시 태어난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

아버지에 의해 영원히 세상과 격리될지도 모르는 일.

나는.


“흐읍.”

잠시 크게 숨을 들이긴 그의 눈동자가 아래로 내려갔다.

그곳엔 위아래로 나열된 글자 중 제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옅고 꼬부라진 글씨체로 쓰인 글이 있었다.


숫자가 보인다.


번쩍.

다시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가 짙은 어둠으로 잠겼다.


믿기 힘들지만, 숫자가 보인다.

정확히는 사람 머리 위로 숫자가 보인다.

숫자는 흑과 백 회색이었고, 몇 사람의 머리 위에 나타났으며, 어떨 땐 지워졌다.

이게 뭘 뜻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알 여유가 정확히 없었다. 내가 미쳤다는 사실에 정신이 멍했고, 다시 학교에 가야 한다는 말에 사고가 정지됐었다.

그나마 다른 학교로 보내주겠다는 말을 들은 오늘에야 나는 이곳에 내 비밀을 쓸 수 있었다.

내가 어째서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안다.

원인은 내가 왕따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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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파일19# 0330 +4 19.11.19 222 9 12쪽
182 파일18# 원래 (10) +3 19.11.17 152 11 17쪽
181 파일18# 원래 (9) 19.11.15 152 4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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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파일18# 원래 (6) +1 19.11.08 178 6 24쪽
177 파일18# 원래 (5) +1 19.11.06 168 7 12쪽
176 파일18# 원래 (4) +1 19.11.03 171 8 18쪽
175 파일18# 원래 (3) 19.11.02 182 7 13쪽
174 파일18# 원래 (2) +1 19.10.30 187 8 11쪽
173 파일18# 원래 (1) +1 19.10.28 211 9 11쪽
172 파일17# 변해야 산다.(3) +2 19.10.26 175 7 15쪽
171 파일17# 변해야 산다.(2) +3 19.10.21 211 8 13쪽
170 파일17# 변해야 산다.(1) +1 19.10.19 193 9 11쪽
169 파일16# 여왕개미.(6) +2 19.10.17 197 9 16쪽
168 파일16# 여왕개미.(5) +4 19.10.15 204 9 15쪽
167 파일16# 여왕개미.(4) +1 19.10.13 204 8 14쪽
166 파일16# 여왕개미.(3) +2 19.10.11 194 9 11쪽
165 파일16# 여왕개미.(2) +1 19.10.09 199 9 14쪽
164 파일16# 여왕개미.(1) +1 19.10.07 202 8 16쪽
163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4) +2 19.10.06 201 10 19쪽
162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3) +1 19.10.05 208 9 12쪽
161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2) +1 19.10.04 204 8 14쪽
160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1) +1 19.10.03 210 8 15쪽
159 파일14# 사미용두 (5) +1 19.10.02 213 8 18쪽
158 파일14# 사미용두 (4) +1 19.10.01 216 6 20쪽
157 파일14# 사미용두 (3) +1 19.09.29 232 9 13쪽
156 파일14# 사미용두 (2) +3 19.09.28 222 8 13쪽
155 파일14# 사미용두 (1) +1 19.09.26 246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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