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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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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최근연재일 :
2019.11.19 21:00
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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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920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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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5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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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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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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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1쪽

파일17# 변해야 산다.(1)

DUMMY

166

**

변해야 산다.

**


[그러니까, 배달통에 폭탄이 들어 있었다는 겁니까?]

[그렇다니까, 우리들이 음식 냄새 퍼지지 말라고 만든 통에 폭탄을 들고 온 거였어.]

[통은 확인 안 했답니까?]

[너 같으면 높으신 분들 통 안까지 일일이 확인할 거 같아? 예전에 그랬다가 난리 난 적도 있어서, 그냥 넘기기로 했던 건데... 이렇게 될 줄이야.]

[하지만 지금 책임은 그때 통 안을 보지 못한 사람에게 넘기고 있지 않습니까.]

[사실이잖아?]

[네?]

[윗선에서 욕을 먹더라도 자기 할 일을 했으면 되는 일 아닌가?]

[분명 조금 전에는 윗사람들이 난리를 쳤다고-]

[아무리 그래도 자기 할 일은 하고 나중에 인권위나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야지.]

[지금 그게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그 사정을 알고 있던 당신들은 뭘 했는데! 뭘 하다가 이제야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했다고 따지는 거야!]

[아니! 시간 내서 이곳까지 찾아와 사정을 알려준 사람보고 성을 내는 건가!]

[죄송합니다. 경감님이 지금 수호가 다쳐서 그런 겁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경감님도 예민하게 굴지 좀 마십쇼! 면회 오신 분에게 그런 말 하는 거 아닙니다!]


“지금 저자가-”

“아저씨...”

자신의 뒤에서 들려온 자그마한 목소리에 귀를 쫑긋한 이신후가 번개같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자기 눈앞에 눈을 뜬 박수호를 보는 순간, 그에게 몸을 돌리며 크게 외쳤다.

“수호야! 몸은 괜찮은 거냐!”

“으... 머리가 울리네요.”

박수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한 말에,

“의사를 불러오겠습니다!”

명훈 형사가 급한 걸음으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

드르륵. 탁.

“어디 몸은 제대로 움직여지는 거 같아?”

이신후의 물음에 박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각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며칠 동안 누워 있었습니까?”

그의 말을 답한 건, 두툼한 볼살에 귀가 큰 풍채 좋은 남성이었다.

“삼 일 누워있었지.”


1


노란색.

박수호는 남성을 바라보았다.

“누구신지...”

“아! 나는 경찰청 내사과에서 근무하는 감흥인 경감이네. 이신후와는 고등학교 선후배지.”

“안녕하세요. 저는”

그의 말에 박수호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감흥인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일어나지 말게. 자네가 누군지도 알고 있고,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으니까, 예의는 차릴 필요 없어. 나중에 이신후와 같이 국수나 한 그릇 먹을 때, 인사 나누자고.”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기 우희진 경정님은-”

“사망했네.”

그의 말에 박수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머리와 복부에 출혈이 너무 심했어. 그래서 살릴 수 없었지. 그리고 자네가 기절한 사이, 노트북과 스마트폰에서 박척우 검사가 둘을 쫓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 그리고 둘에게 죽었지.”

그의 말에 박수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고, 이신후를 바라보았다.

“사실입니까?”

이신후는 침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명환이 자수했다. 그의 증언대로 남부구치소 옆 산에서 시신을 찾을 수 있었어. 박척우는 검찰청 내부 고위인사에 보고하고 개미들을 추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노트북에는 단순히 그들이라는 것으로 칭해질 뿐, 다른 증거를 찾기 힘들었어. 대신 추가로 다른 개미들의 행적과 그들이 하려고 한 범죄 행각들은 막을 수 있었다. 덕분에 피해자들을 많이 줄일 수 있었어. 물론... 피해자들 전부. 범죄자들이지만...”

“박척우 검사는 개미가 아니라 개미로 위장한 인간이군요.”

“그렇지. 미리 검찰청에서 말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정말 아쉽게 됐어.”

“흠... 조금 전에 폭탄이라고 들었는데, 누구 소행인지는 밝혀졌습니까?”

박수호의 말에 움찔한 이신후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아니, 음식을 넣은 사람도, 배달한 사람도 박척우가 보유하고 있던 명단에는 기록되지 않은 자들이었다.”

“결국, 세 명 모두 개미의 진짜 배후를 찾다가 죄인 또는 죽게 되었군요.”

“이명환에 대한 위협은 절대 없도록 나도 모르는 곳에 숨겨 놓았다고 하더구나.”

“숨겼는지, 아니면 죽였는지. 모르는 거 아닙니까.”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항의했지만, 너도 알다시피 검찰청이 경찰들의 항의에 대응한 적이 있더냐. 오히려 폭탄 범인도 못 잡는 주제에 알려고 한다고 비웃더구나. 지들도 김화선이 죽을 때 막지 못했으면서.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여깁니다!”

뒤에서 들려온 명훈의 목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들어왔다.

“일단, 전부 나가주세요.”

의사 가운을 입은 자의 말에 이신후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이 바깥으로 나갔다.

“끝나면 바로 들어오마.”

“예.”

그렇게 대화가 끝난 후, 박수호는 의사와 간호사 둘에게 몇 차례 질문엔 대답하며 검진을 받고 있었다.


1


검은색.

“음?”

“왜 그러시죠?”

의사의 질문에 다른 곳을 보고 있던 박수호가 그를 보며 어색하게 답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봤나 봅니다.”

그의 말에 의사는 굳은 얼굴로 진지하게 말했다.

“환각이나, 환청이 들리면 꼭 말씀하셔야 합니다.”

“당연하죠.”

“그럼, 진찰은 끝났으니, 이 간호사 마무리 부탁해요.”

“예.”

“고생하셨습니다.”

박수호의 말에 의사는 쓰게 웃었다.

“저보다는 당신을 낳아준 부모에게 감사하세요. 강인한 몸을 가진 덕분에 이제까지 몇 번의 머리 부상에도 이렇게 아무런 이상 없이 잘 살 수 있었으니까요.”

의사의 말에 박수호는 말없이 싱긋 웃었고, 의사 선생은 병실에서 나갔다.

가슴에 이초미라고 적힌 명찰을 단 사십 대 여간호사와 젊은 여간호사가 박수호에게 붕대와 주사기 등이 담긴 의료카트를 밀면서 다가왔다.


1


검은색.

붕대에 뜬 숫자를 본 박수호가 두 명의 간호사들을 봤다.


1. 1.


검은 기운이 뭉쳐 숫자를 만들어내더니,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박수호가 손바닥을 보이게 내밀었다.

“잠깐.”

그의 말에 반사적으로 다가오는 걸 멈춘 간호사 중 이초미가 중성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머리가 아프세요?”

“그 붕대. 새 겁니까?”

“여기 들어오기 전에 미리 세팅하고 온 거예요.”

그녀의 말에 박수호의 눈이 가늘어진다.

“준비하고 자리 비운 적은 없으십니까?”

그가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며 질문하자 이초미가 잠시 머뭇거렸고, 그 틈에 박수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비운 적이 있으시군요.”

“그래봤자, 오 분 정도였어요. 그리고 제 뒤에 있는 간호사가 쭉 지키고 있었는걸요. 그렇지 정환희 간호사?”

“예? 예...”

살짝 머뭇거리며 대답한 그녀의 태도를 본 이초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설마 자리를 비운 거예요?”

“그게... 죄송합니다! 화장실이 급해서 그만.”

그녀의 말에 다시 박수호에게 상체를 돌린 이초미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죄송합니다. 카트 밑에 있는 새것으로 꺼내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예민해서 그런 거니- 잠깐!”

박수호의 외침에 이초미가 붕대에 뻗은 상태 그대로 멈추었다.

그는 붕대와 그녀에게 연결된 검은 기운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붕대를 자세히 보세요. 뭔가 이상하게 있지 않습니까?”

박수호의 말을 듣고 이초미는 물론이고, 뒤에 있던 정환희까지 걸어와 붕대를 살펴보았다.

십 초 정도 지났을까...

“어머! 작은 유릿가루가 있네요.”

정환희의 말을 듣고서야 이초미의 눈도 동그랗게 변했다.

“정말로 가루가...”

“일단 제가 쓰러진 것처럼 꾸며서, 의사 선생님과 제 보호자 분을 불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거짓말을 하라고요? 그럴 이유가-”

“범인이 근처에 있으면 눈치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살인을 목적으로 시도한 사건이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예. 그럴게요.”

“그럼, 제가 먼저 소리치고 나서 이초미 간호사님이 바로 나가시는 겁니다. 그리고 정환희 간호사님은 제 옆에서 간호하는 척하시고요.”

박수호의 말에 두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셋 하면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어이구! 머리야!”

“의. 의사 선생님!”

“환자분 괜찮으세요!”

그렇게 세 명의 어색하지만, 목소리만큼은 리얼한 연기가 시작되었다.


**

붕대 사건 용의자.

1. 박희민(33)(165-56)(간호사). 두 사람이 없는 삼 분 동안 의료 카트 주변을 서성거림.

2. 김온후(45)(175-65)(백수. 환자). 의료카트와 부딪힘.

3. 이가우(23)166-77)(의대생.) 떨어진 물건을 주워 줌.

**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박수호가 상담실이라고 적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간호사와 의사 그리고 환자 복장을 한 세 사람이 이신후 앞에 앉아 있었는데,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앉아 있었다.

“여긴 왜 온 거야?”

눈살을 찌푸린 채 이신후가 말하자, 박수호가 붕대를 건드렸다.

“저를 죽이려고 한 사람 얼굴을 보고 싶어서요. 어떤 사람인지 봐야 살 거 아닙니까.”

그의 말에 앉아 있는 세 사람이 고개를 푹 숙였다.


2. 2. 2.


초록색. 노란색. 붉은색.

박수호는 그들 머리 위에 있는 숫자를 보고 싱긋 웃자, 이신후의 눈이 가늘어진다.

“벌써 범인이 누군지라도 찾은 거냐?”

“아니요. 그냥... 도로에 나온 기분이 들어서요.”

“도로?”

박수호가 이신후 옆의 의자에 앉았다.

“헛소리입니다. 신경 쓰지 마시고 취조하세요. 저는 듣기만 할게요.”

“너 어디 진통제라도 맞은 거냐?”

“맞긴 했죠. 그래도 정신은 말짱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몸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바로 나가겠습니다. 아까 우리 우아 화내는 거 보셨잖아요.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꼭 나가니 참관이라도 하게 해주세요.”

두 손을 모아 비는 자세를 취하는 박수호의 모습에 한숨을 내쉰 이신후가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부사수도 필요하니까 놔두는 거다.”

“감사합니다.”

“자... 그럼 처음이 김온후씨.”

“예!”

이신후의 부름에, 가운데에 있던 환자복 차림의 남성이 큰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들었다. 구릿빛 피부의 평범한 얼굴을 가진 사내였는데, 서류를 보고 있던 이신후의 일자 눈썹이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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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파일19# 0330 +4 19.11.19 221 9 12쪽
182 파일18# 원래 (10) +3 19.11.17 152 11 17쪽
181 파일18# 원래 (9) 19.11.15 152 4 22쪽
180 파일18# 원래 (8) +1 19.11.13 167 8 16쪽
179 파일18# 원래 (7) +1 19.11.11 166 5 13쪽
178 파일18# 원래 (6) +1 19.11.08 177 6 24쪽
177 파일18# 원래 (5) +1 19.11.06 168 7 12쪽
176 파일18# 원래 (4) +1 19.11.03 171 8 18쪽
175 파일18# 원래 (3) 19.11.02 181 7 13쪽
174 파일18# 원래 (2) +1 19.10.30 186 8 11쪽
173 파일18# 원래 (1) +1 19.10.28 210 9 11쪽
172 파일17# 변해야 산다.(3) +2 19.10.26 174 7 15쪽
171 파일17# 변해야 산다.(2) +3 19.10.21 210 8 13쪽
» 파일17# 변해야 산다.(1) +1 19.10.19 193 9 11쪽
169 파일16# 여왕개미.(6) +2 19.10.17 196 9 16쪽
168 파일16# 여왕개미.(5) +4 19.10.15 204 9 15쪽
167 파일16# 여왕개미.(4) +1 19.10.13 204 8 14쪽
166 파일16# 여왕개미.(3) +2 19.10.11 194 9 11쪽
165 파일16# 여왕개미.(2) +1 19.10.09 199 9 14쪽
164 파일16# 여왕개미.(1) +1 19.10.07 201 8 16쪽
163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4) +2 19.10.06 201 10 19쪽
162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3) +1 19.10.05 207 9 12쪽
161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2) +1 19.10.04 203 8 14쪽
160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1) +1 19.10.03 210 8 15쪽
159 파일14# 사미용두 (5) +1 19.10.02 212 8 18쪽
158 파일14# 사미용두 (4) +1 19.10.01 215 6 20쪽
157 파일14# 사미용두 (3) +1 19.09.29 232 9 13쪽
156 파일14# 사미용두 (2) +3 19.09.28 221 8 13쪽
155 파일14# 사미용두 (1) +1 19.09.26 246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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