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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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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최근연재일 :
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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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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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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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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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파일19# 0330

DUMMY

179

**

0330

**


천둥과 번개가 치고 있는 어두운 밤.

으슥한 골목길 자신의 차 안에서 박수호는 읽고 있던 공책을 짐가방 안에 대충 던지듯 넣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고 화면을 켰다.

“지금쯤이면 기사가 나왔겠지.”


**

개미 수사 난항. (2019-03-30)(XX일보)

과거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한 베테랑 형사출신 의원과 판검사 출신 변호사 등 수십 명의 인원이 투입해 만든 ‘개미’수사대를 만든 것에 많은 이들이 응원을 보낸 지 이십오 일이 흘렀다.

처음에는 빠르게 개미들을 소탕할 줄 알았지만, 그들이 이제까지 추가로 밝혀낸 개미들의 수는 열 명도 안 된다.

언론과 국민들의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자, 그들은 ‘이미 대부분이 붙잡힌 상황이다.’, ‘서울지원수사대가 공적을 위해 부풀린 것이다.’, ‘여왕은 없고 그냥 왕이라 불린 강명길의 망상이다.’, 등등의 내용만 언론에 흘릴 뿐, 터널을 무너뜨릴 정도의 사제 폭탄을 제조한 자의 정체와 그 외 경찰청에서 살해당한 피해자들을 납치한 자들이 누구인지 등 여러 의혹들을 정확히 밝혀주지 못하고 있다.

서울지원수사대가 정말 공적을 위해 부풀린 거라면 그들을 승진시킨다는 명문으로 팀을 해체하고 용산서 여성청소년 팀으로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재 그들은 몸만 사려도 앞날이 보장된 상황이지만, 국회의원과 건물주 자식들의 폭력 행위를 조사 중이며, 이미 그들을 구속할만한 증거를 확보한 상황으로 밝혀졌다.

결국, 그들이 차린 밥상을 빼앗고 공을 세우려고 했으나, 오히려 비난만 받고 물러나야 할 모양새가 되었다.

문제는 그사이 병을 핑계로 구치소에서 나온 강명길과 이명환 두 사람 모두 급작스러운 심근경색 증세를 보여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며, 김지환은 자살해 주요 증인들 관리마저 실패해 개미들을 붙잡을 기회를 날려 버렸다는 것이다.

현재...

**


기사를 보는 그의 미간엔 두 줄의 주름이 잡혀 있었다.

“결국 다시 원점이군.”

왼손으로 관자놀이 부근을 주무르며 오른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조수석으로 던진 그가 눈을 감았다.

“음...”

빗줄기로 만들어진 일그러진 세상이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아가고, 방울로 장식되었을 때 박수호가 앉아있는 운전석 창문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탁탁.

둔탁한 소리에 다시 눈을 뜬 박수호가 그곳을 바라보더니 창문을 열었다.

“여기.”

작고 가느다란 여자 목소리와 함께 그에게 자그마한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조심해.”

말없이 상자를 받은 박수호의 왼손을 쥐고 흔든 여인이 어두운 골목으로 사라지고, 창문을 닫은 박수호는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하트로 장식된 USB를 잠시 바라보던 그가 허벅지 위에 상자를 내려놓고, 조수석에 있는 짐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낸다.

태블릿이 켜지자, USB를 연결한 그는 곧바로 안에 있는 파일을 재생시킨다.

화면 안에는 환자복을 입고 서로 웃고 떠드는 강명길과 이명환의 모습이 찍혀 있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김선애가 옅은 미소와 함께 그들에게 커피와 사과를 깎아서 건네주었다.

[역시 제 예상대로 박수호는 수사를 끝까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쯧쯧. 순진한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지닌 능력에 비해 야망이 없어.]

[제가 그래서 절대로 그에게 개미로 포섭하면 안 된다고 한 겁니다. 그 녀석은 자기 세력도 죄를 지으면 쳐낼 놈입니다. 정이라는 게 없는 무자비한 녀석이라니까요.]

[그래서 그 능력을 갖추고도 세력 하나 없는 거 아니겠나. 아마 자네 같은 친화력만 있었어도, 그 친구 이미 경감은 찍고도 남았어. 그게 항상 안타까웠지.]

[어쨌든 개미들이 경찰과 검찰들이 만든 여러 가지 비극들을 강조하고 있으니, 저희에 대한 동정 여론도 짙어질 겁니다. 그러면 초범에 집행유예로 구속되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물론, 저희도 예상하지 못한 살인사건이 있었지만, 박수호 그 멍청한 놈이 개미들이 만든 계획과 무관한 살인사건이라는 걸 증명해주면서 벗어났죠. 저라면 그냥 같은 놈들이라고 싸잡아 욕하면서, 수사 자료를 넘기라는 요구에 절대 응하지 않았을 겁니다.]

[거기에 기자회견까지 열어서 국민들에게 불만을 토로해 대스타가 되었겠지. 안 그런가?]

[하하. 역시 청장님과 저는 잘 맞는 거 같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다음 계획은 뭐지?]

[이참에 저희가 저지른 여러 범죄 혐의도 자살로 처리된 김지환에게 떠넘기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개미들은 비폭력 저항 운동을 한 유공자처럼 인식이 될 거고, 자연스럽게 경찰과 검찰 조직의 부패가 강조될 겁니다. 그러면 저희가 지금 터뜨리고 있는 사건들과 연관된 사람들이 전부 물러날 겁니다. 그 자리를 저희 인사로 채우는 거죠.]

[어찌 보면 여왕 말대로 박수호가 창 역할을 제대로 해줬어. 덕분에 이렇게 우리들의 눈엣가시 같았던 놈들을 전부 쓸어버릴 수 있지 않았나.]

[그런데 여왕이 자기 세력도 넣어달라고 요청하지 않을까요?]

[여왕도 박수호와 비슷한 자야. 나를 포섭하긴 했지만, 그런 내가 비리를 저지르려고 할 때마다 경고를 보내왔었지. 오히려 방해할 수 있어.]

[하지만 답답함에 개미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등을 돌린 거 아닙니까. 조금만 더 진취적이셨다면-]

[그래도 억울한 자들이 더는 한을 품지 않도록 노력하신 분이야. 그분을 욕하는 건 나도 용납할 수 없어.]

[죄송합니다...]

[아무튼 이번 일을 잘 마무리되길 빌며]

[저희가 곧 정의이니 그리될 겁니다.]

[정의를 위해! 개미를 위해!]

[정의를 위해! 개미를 위해!]


서로 잔을 부딪치며 미소 짓는 장면에서 영상은 멈췄다.

으드득.

사나운 눈동자로 화면을 노려보던 박수호는 조수석에 던진 스마트폰을 다시 잡고 엄지를 움직였다.

그리고.

“당신이 저들이 행보를 막는 대신 나보고 당신 밑으로 들어오라는 건가?”

-아니요. 제가 여왕이지만, 저는 절대로 사람들 위에 서려고 한 적이 없어요. 그리고 저는 당신에게 협조를 요청한 거지, 개미가 되라고 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개미들도 죄를 저지르면 처리할 분. 저희 개미 중에는 과거의 삶은 반성하고 선하게 사는 이들도 있어서 당신이 들어온다고 하면 출혈이 크답니다.-

“그러면 내가 그대들과 협조하는 게 무슨 소용이지?”

-돈이에요.-

“돈? 후원 같은 건가?”

-비슷해요.-

“내가 너희들에게 후원한 자의 억울한 사건을 해결하면 그 대가를 받은 형식-”

-그건 다른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차별이잖아요. 평범한 이들도 당신에게 수사받을 권리가 있어요. 그들과 우리 개미들 모두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니까요.-

“그렇다면?”

-당신이 수사하는 내용이 글 또는 영상으로 전달될 거예요. 살짝 각색하기도 하고, 자극 적인 장면은 삭제되거나 모자이크 처리되긴 하지만, 우리에게 대부분이 전달될 것이고, 우리들이 내리는 판결에 따라 가해자들은 처벌받을 거예요.-

“판결? 그건 법원이 내리는 거 아닌가?”

-대한민국은 범죄자의 인권도 중요시하는 이상한 나라잖아요. 물론 그것마저도 일관성이 없는 모습에 외국 법조계 사람들도 비웃는 나라죠. 그러니 재대로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을까요? 아니면 솜방망이 처벌을 남발할까요?-

“음... 개미들이 판결을 내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나중에 보시면 아실 거예요. 그리고 그게 맘에 안 드시면 언제든지 우리들을 수사하셔도 돼요. 하지만, 절대 사람을 죽이지 않을 거고, 당신은 절대로 우리들이 한 행동을 막지 않으실 거예요.-

“개미들의 판결이 옳다는 근거는?”

-정답을 맞힌 이들에 한해서만 의견을 수렴할 거예요. 물론 대부분의 정보를 전달할 거라서 틀릴 분들은 거의 없겠지만요.-

“내가 얻는 이득은 저들을 붙잡을 수 있는 이 영상뿐인가?”

-당신이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사건을 수사하는 데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필요할 거예요. 우리들은 그런 당신의 욕구를 모두 충족할 수 있어요. 즉 경찰에 없는 관련 지식들을 전달할 수 있고, 인원까지 보충할 수 있죠.-

“아까 돈이라고 했는데. 그건-”

-사람을 부리는 데 과연 정의라는 단어로만 움직일 수 있을까요? 이명환과 강명길처럼 정의라는 명분 속에 숨겨진 자신의 야욕과 권력을 노리는 사람도 있고, 김선애처럼 그런 건 상관없이 오직 자신을 위해주는 사랑을 원하는 사람도 있고,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외에도 여러 수단이 있지만, 문제는 우리가 자본주의를 토대로 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거예요. 돈만큼 확실한 건 없죠.-

“돈이라...”

-너무 노골적이라 실망했나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그 돈을 새로운 개미를 포섭하거나 또는 당신 및 당신처럼 뛰어난 수사관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대부분을 쓸 거예요.-

“대부분이라면 나머지는 어디에 쓰이지?”

-저 먹고사는 거요.-

당찬 여성의 목소리에 박수호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훗.”

-사람들을 연결하고 관리하는데, 다른 직업을 가지거나 유지할 수 없잖아요. 저도 인간인데 먹고 살아야죠.-

“음...”

-그 영상은 오 일 전에 찍힌 거예요. 이제 내일이면 저들이 쓴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기 시작할 거고, 그들이 방해할 시간은 오늘뿐이니 빠른 결정 부탁해요.-

그녀의 말에 박수호의 얼굴이 굳어진다.

“시간이 촉박하군.”

-말하는 사이, 제한 시간이 다가왔네요. 우리 개미들과 함께하신다면 허락의 표시로 그 동영상으로 기자회견을 해주세요. 그러면 경위가 되신 다음 날 소포로 당신에게 몇 개의 장비가 전달될 거예요. 그리고 한 가지 선물도 도착하겠죠. 그 선물은 아마 당신 맘에 쏙 들 거예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정말 끊었군.”

박수호는 스마트폰을 든 채로 자신의 무릎 위에 놓여있는 태블릿을 바라본다.

안에 있는 동영상을 바라보던 박수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1. 1. 1.


초록색. 노란색. 붉은색.

자신을 이야기할 때 두 사람 모두 초록색 숫자만 있었고, 여왕을 이야기할 때는 노란색이, 서로를 칭찬할 때는 붉은색 숫자가 나타났었다.

그리고 그 숫자 중 붉은색이 검게 변하는 순간 영상이 멈추었고, 박수호는 그 마지막 장면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살려야겠지.”

스마트폰을 쥔 오른손 엄지가 움직이고...

“도깨비님. 전해드릴 영상이 있어서요. 남산 밑으로 와주시겠습니까. 특종입니다. 네. 지금...”

부우웅.

세상이 움직이면서 점박이처럼 창문에 붙어 있던 물방울들이 한 방향으로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덜컥.

과속 방지턱에 차가 크게 흔들리면서 조수석에 있던 짐가방에서 박수호가 조금 전까지 보았던 공책이 튀어나와 옆으로 창문에 매달려있었던 물방울처럼 짐가방의 주름에 따라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충격으로 펼쳐진 부분엔 삐뚤빼뚤한 글씨체가 적혀 있었다.


3월 30일 날씨 흐림.

내가 미친 거 같다.

그게 아니라면 절대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일기장에도 적는 게 두려울 정도로 무서운 일.

죽어서 다른 세상에 다시 태어난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

아버지에 의해 영원히 세상과 격리될지도 모르는 일.

나는.

숫자가 보인다.

믿기 힘들지만...


<2부 끝>


작가의말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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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세요 저그좋아입니다.(맨 밑에 세 줄 요약있음.) +3 19.11.21 279 0 -
» 파일19# 0330 +4 19.11.19 222 9 12쪽
182 파일18# 원래 (10) +3 19.11.17 152 11 17쪽
181 파일18# 원래 (9) 19.11.15 152 4 22쪽
180 파일18# 원래 (8) +1 19.11.13 167 8 16쪽
179 파일18# 원래 (7) +1 19.11.11 166 5 13쪽
178 파일18# 원래 (6) +1 19.11.08 178 6 24쪽
177 파일18# 원래 (5) +1 19.11.06 168 7 12쪽
176 파일18# 원래 (4) +1 19.11.03 171 8 18쪽
175 파일18# 원래 (3) 19.11.02 181 7 13쪽
174 파일18# 원래 (2) +1 19.10.30 186 8 11쪽
173 파일18# 원래 (1) +1 19.10.28 211 9 11쪽
172 파일17# 변해야 산다.(3) +2 19.10.26 175 7 15쪽
171 파일17# 변해야 산다.(2) +3 19.10.21 210 8 13쪽
170 파일17# 변해야 산다.(1) +1 19.10.19 193 9 11쪽
169 파일16# 여왕개미.(6) +2 19.10.17 196 9 16쪽
168 파일16# 여왕개미.(5) +4 19.10.15 204 9 15쪽
167 파일16# 여왕개미.(4) +1 19.10.13 204 8 14쪽
166 파일16# 여왕개미.(3) +2 19.10.11 194 9 11쪽
165 파일16# 여왕개미.(2) +1 19.10.09 199 9 14쪽
164 파일16# 여왕개미.(1) +1 19.10.07 202 8 16쪽
163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4) +2 19.10.06 201 10 19쪽
162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3) +1 19.10.05 207 9 12쪽
161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2) +1 19.10.04 203 8 14쪽
160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1) +1 19.10.03 210 8 15쪽
159 파일14# 사미용두 (5) +1 19.10.02 212 8 18쪽
158 파일14# 사미용두 (4) +1 19.10.01 215 6 20쪽
157 파일14# 사미용두 (3) +1 19.09.29 232 9 13쪽
156 파일14# 사미용두 (2) +3 19.09.28 221 8 13쪽
155 파일14# 사미용두 (1) +1 19.09.26 246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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