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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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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최근연재일 :
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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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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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파일18# 원래 (10)

DUMMY

178

“이혜민씨요.”

“이혜민?”

“예. 아무튼 그녀와 대화하고 싶은데, 취조 가능하나요?”

“아직 구속한 지 이틀이 넘지 않아서 가능하다. 부를까?”

“예. 불러주세요.”

그의 대답에 이신후는 앞에 있는 전화기에 손을 뻗었고, 박수호는 박민훈을 바라보았다.

“그녀와 관련된 서류는 어딨어?”

“네 책상 위에도 복사본이 있다.”

“잠은 잤어?”

“아직.”

“그래? 파트너가 필요한데... 다들 시간이-”

“제가 참여하겠어요.”

옆에서 들려온 여자 목소리에 박수호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그곳을 바라본 박수호는 단발머리에 차가운 인상을 지닌 젊은 여성을 바라보고 입을 벌린다.

“정우아? 네가 왜-”

“외부 법조계 인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내가 자원했어.”

“위험한 일이야. 빠져.”

“하지만 이미 지원했고, 정식으로 통과했어.”

“나중에 나와의 사이로 문제 될-”

“이미 뉴스로 나왔는데, 의외로 뭐라 안 하던데. 오히려 옆에서 잘 보좌하라고 하더라고. 사람들도 의외로 깨어 있는 분들이 많다니까.”

그녀의 말에 박수호가 다시 입을 벌렸지만, 그가 아닌 박민훈의 낮고 굵은 목소리가 사무실 내를 울렸다.

“경찰청, 그리고 법조계와 연관되었지만 깊지 않고, 거기에 개미가 아닌 인물. 이 세 가지를 아우르는 건 정우아씨 밖에 없어. 그래서 다들 반대하지 않고 통과했지. 나중에 재판을 위해서 위법한 증거물이나 사항이 있으면 제거해야 하는데, 미리미리 그녀를 통해 조언받으면 다시 일해야 하는 수고는 덜잖아.”

“음... 하지만 네가 다치면 내가 어머님을 볼 면목이-”

“엄마가 바로 가라고 했어.”

“어머님이?”

“응. 둘 다 크게 다치거나 죽어도 원망 안 할 거니까. 진실을 위해 끝까지 달리라고 하시던걸.”

“음... 내가 잠시 그분이 어떤 분인지 잊었군. 그래도 마음 많이 졸이실 분인데...”

“독립 운동하는 거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 서류는 내가 챙겼으니까 가자.”

작게 한숨을 내쉰 박수호가 몸을 돌렸다.

“가자.”

“응.”

두 사람은 사무실로 나섰고 복도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박수호는 사무실 문이 닫힌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합류한 진짜 목적이 뭐야?”

“정말로-”

“사실이 아니라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진짜 이유가 뭐지?”


1


노란색 숫자 아래 서 있는 정우아는 숨을 길게 내뱉었다.

“역시... 네게는 숨길 수 없다니까.”

“이유는?”

“간단해. 김선애가 부탁했어.”

“김선애가?”

“그래. 네가 개미들에게 붙을까 봐.”

“내가 왜?”

“네가 평소에 개미들만큼이나 허술한 법과 처벌에 분노했으니까. 네 전 여친인 이수지씨의 꿈이 망가진 것도, 김도훈에 대한 낮은 형량은 물론이고 처벌 때문이었잖아. 그리고 너도 김명호에 대한 처벌만 제대로 했어도 지금 경사가 아닌 경위, 아니, 경감에 올라 있었겠지.”

“음...하지만 난 그들처럼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

“죽이지 않고 그들의 주장대로 그들을 따로 모아 놓고 처벌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는 뜻이네.”

그녀의 말에 박수호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미안하지만, 그것 또한 법에 어긋난.”

“법이 전부 다 옳은 건 아니잖아.”

“하지만 사회적으로 동의한 법-”

“사회적으로 동의한 것도 아니지. 정확히 국회의원과 법조계가 정하는 거잖아. 그리고 국회의원과 법조계에 속한 사람 중에 깨끗한 이들만 있지 않다는 건 누구보다 네가 더 잘 알고.”

“요즘에는 국민들의 의견에-”

“그것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거고, 아직 사기나 다른 범죄에 관한 법률은 건드리지도 않고, 부동산만 건드리는 거 보면 너도 이미 감이 오고 있잖아.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위에 올라서도 다른 때와 다르지 않다는 거...”

그녀의 말에 박수호는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고, 취조실이 있는 삼 층에 멈출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복도에 나와서도 입을 다물고 있던 그들은 취조실에 들어서고 난 다음, 굳은 얼굴의 이혜민이 경찰복을 입은 두 명의 여성에게 이끌려 들어온 다음에서야 입을 열었다.

“이혜민씨 앉으시죠.”

박수호의 말에 이혜민이 말없이 두 사람을 훑어보며 자신이 자리에 앉았다.

정우아는 작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변호사 정우아라고 해요. 현재 조사 과정에서 이혜민님에 대한 성희롱, 성추행, 강압, 폭행, 등의 여러 불법적인 방식으로 자백을 강요하지 않는지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외부 인사입니다. 저는 이 안에 벌어진 모든 대화 내용에 대해 외부에 발언할 수 없는 사람이니 안심하시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몇 시간 전에도 같은 말씀을 하셨잖아요.”

“그때는 인터폰을 통해서 했잖아요. 직접 만났으니 다시 한 번 더 소개한 거랍니다.”

“네... 그런데 저를 다시 부르신 이유가 뭐죠? 제가 알기로는 이태원에서 벌어졌던 살인 사건은 박송희님이 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들었는데요.”

“박송희님이 자백했지만, 다른 분이 이혜민님이 했다고 간접 언급을 하는 바람에 재조사가 필요했습니다.”

박수호의 말에 이혜민의 미간이 좁혀진다.

“간...접. 이요?”

“예. 저희는 박송희님 혼자서 이 일을 꾸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여러 자상이 있었지만, 가장 치명적인 일격은 심장을 찌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격 다음에 다른 곳을 찌른 것으로 추정 중이고요. 문제는 박송희님은 정확하게 심장을 찌를 만한 실력이 없다는 겁니다.”

“우연에 의한 거면 그럴 수 있지 않나요?”

“우연. 그렇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여러 번 찌를 만한 원한을 품고 있지 않다는 거죠.”

“음... 결국 공범이 있었다는 뜻이네요. 그리고 그녀는 그자를 보호해주고 있다는 거고요.”

“이미 누군지는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2. 1.


두 번째 숫자가 나타나더니, 푸른색으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 그녀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요. 저는 전혀 몰라요.”

“아니,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범인으로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 가운데, 박수호는 말을 이었다.

“그가 말한 진술의 일부분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이혜민은 확실한 것이, 제가 사준 코트 색은 하얀색이었는데, 그녀는 그날 분홍색 코트를 입고 왔더라고요. 솔직히 지금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박수호의 말에 이혜민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만약 과도에 박송희가 상대를 찌르다 난 작은 상처에서 배어나온 혈흔이 묻지 않았다면, 박송희 씨의 진술까지 더해져 당신을 유력한 범인으로 몰렸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박송희님이 붙잡혔잖아요. 그거면 된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그녀가 나중에 재판에 자백을 바꾼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자신은 시체만 옮겼을 뿐이고 혹시 모르니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해주신 분이 이혜민님이라고 한다면?”

“그. 그럴 리 없어요.”

“정말로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의 연인인 김지환님도 당신이 범인이라고 의심받을 수 있는 진술을 한 마당에 박송희님이 그런 자백을 한다면-”

“아니에요! 절대 그럴 리 없다고요!”

“하지만, 이미 그는 경찰청 테러 사건에 대한 주범으로 당신을 지목했습니다.”

박수호의 싸늘한 목소리에 이혜민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예전 이태원 화장실 살인 사건에서 서로 완전히 엇갈린 진술을 해서 이십 년 넘게 처벌받지 않았던 외국인들의 사례처럼 시간을 지연시킬 생각이라면 포기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들 모두 주범으로 처리하고 넘겨도 이미 증거는 넘치는 상황이니까 말이죠. 물론, 퇴근 시간이라고 지금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는 국선 변호사의 행동으로 보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말이죠.”

“아...”

그녀 머리 위에 푸른색 숫자가 부르르 떨리더니, 빠르게 초록색 숫자로 변하기 시작했다.

멍하니 벌리고 있던 이혜민의 입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날 같은 옷을 입고 나온 박송희를 봤을 때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와 그녀가 사귀고 있다는 걸요. 그리고 저보다 훨씬 깊은 사이라는 것도... 하지만... 믿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정말로 그를 사랑했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계획을 시작하기 전날... 두 사람이 사이좋게 웃으며 가방을 나르는 것을 보고 인정하게 됐죠. 그리고 다음 날 인원분배를 할 때, 저를 아래로 내리고, 검은 가면을 쓰고 있는 박송희를 정확히 지목하면서 같은 층에 머물자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헛웃음이 나왔죠.”

“계획이 어긋났다는 걸 알게 된 때는 언제입니까?”

박수호의 말에 이혜민은 눈을 감으면서 말했다.

“총소리가 연달아 들렸을 때, 직감했어요. 뭔가 예상과 다른 일들이 벌어졌다는 건. 무전기를 통해 눈앞에 있는 박수호님이 이관수님과 함께 탈출했다는 소리를 듣고 아찔했죠.”

“그때까지 살인할 거라는 건-”

“꿈에도 몰랐어요. 사실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에서 시청할 때도 몰랐어요. 하지만, 불을 지르기 직전, 영상을 보고 바로 알았어요. 아니 알 수밖에 없었어요.”

“어째서입니까.”

“원래는 앉아 있다가 분신자살을 하는 것으로 했거든요. 그런데 그들 전부 서 있었고, 모두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는 장면은 우리들이 찍었던 영상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때 그가 살인자라는 것도 알았고요.”

“그 이야기를 지금까지 감추고 있었던 이유는?”

다시 눈을 뜬 그녀가 박수호를 바라보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를 사랑했다는 건 거짓말이고, 솔직히 그것 밖에는 제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잖아요.”

“차라리 신고라도-”

“가족까지 서로 확인한 마당에 배신은 절대 불가능해요. 그래서 살인자가 되기 싫어서 미리 짜놓은 계획대로, 아니지..., 그가 의도한 대로 말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었어요.”

“당신이 의심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김지환, 박송희. 두 사람이요.”

“다른 사람은?”

“저는 온통 두 사람에 대한 것만 신경 써서...”


2. 2.


초록색. 붉은색.

“음... 그들이 당신들이 짠 계획에 살인을 섞어 넣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저도... 그들을 더 오래 교도소에 머물게 하고 싶지만... 죄송해요. 저도 그때는 급박해서 잘 모르겠어요.”

“자그마한 의혹이라도 괜찮습니다. 아니면, 혹시 조금이나마 의심 가는 사람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시죠.”

박수호의 말에 입술을 깨물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딱 하나 있어요.”

“뭐죠?”

“전날. 저는 죽고 바로 얼린 시체를 구했다고 들었는데, 그날 두 사람이 옮기는 모습에 살짝 불안했어요. 만약 시체가 녹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니까요. 그래서 확인하기 위해 빈 사무실을 찾아갔는데. 한 사람이 갑자기 앞으로 뛰어와 막더라고요.”

“그게 누굽니까?”

“이수다님이요.”

“이수다님이면...”

“청소 아주머니요. 그분이 뛰어와 막았어요. 그리고 거의 곧바로 두 사람이 뛰어왔고요. 세 사람이 사나운 기세로 막아서 저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어요.”

“음...”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박수호를 공격한 못된 개미가 아닌, 그저 죄에 맞는 처벌을 원하는 불쌍한 개미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을 뿐인데... 허무하네요.”

“다른 방식은 생각하지 못한 겁니까?”

“분명 있겠죠. 하지만... 그게 언제쯤 실현. 아니, 말이라도 꺼낼 수 있을까요? 지금도 성폭행, 사기, 폭행 등등 범죄에 피해 입은 사람들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항상 십 년, 아니 우리나라는 삼십 년이 늦도록 변하지 않는 법이 언제 변한다는 거죠? 아니 변할 수 있을까요?”

“최근에 음주 운전에 대한-”

“그래서, 오 년 이상 받은 자가 있나요? 그리고 아직 강력 범죄만 제외된 공소시효도, 원래는 전부 다 사라져야 맞는 거예요. 피해자도 아니고 범인이 언제 잡힐까 두려워서 벌벌 떨었다고 용서한다? 가해자까지 배려하는 인권 국가... 참 좋은 나라예요. 그렇죠?”

마지막에 밝게 웃으며 한 그녀의 질문에 박수호와 정우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쉰 그녀가 말을 이었다.

“원래... 그런 거지...하고 넘기려 했어요. 나도 자기 삶에 급급한 것처럼, 그들도 원래 그런 거지... 라고 생각하고,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으니까... 나도 그런 중죄를 범할 수 있는 거니까... 그들의 교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대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더 큰 죄를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거니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수긍할 수 없었어요. 원래... 원래... 그 빌어먹을 원래를 아무리 붙여 봐도... 도저히... 도저히... 흑흑...”

그녀의 두 눈에서 그녀의 죄수복과 똑같은 회색의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회색의 눈물이 더는 내려가지 않을 때까지...


**

삼일절 경찰청 살인 사건 해결! (2019-03-05)(XX일보)

이신후 경감이 팀장으로 있는 서울수사지원팀은 경찰청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대장 김지환과 그의 연인이 박송희, 그리고 박송희와 친모 사이처럼 친하게 지냈던 청소부 이수다, 그리고 평소 친했던 회계사 방진주씨가 살인을 계획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살인 사건과 연관 관계가 없다고 발표한다.

현재 김지환씨가 고용한 변호사는 그의 연인은 박송희가 아닌 이혜민이라고 밝히면서, 그녀가 모든 걸 주도 했고, 그녀 혼자 한 일이라고 경찰 발표 직후 경찰청 앞에서 말했으나, 뒤이어 경찰청이 운영중인 SNS에서 이수다의 자백과 방진주의 집에서 발견된 녹음파일이 있다는 내용이 등록되면서 변호를 그만두겠다고 발표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재 네 명이 주도한 살인 사건으로 매듭된 가운데, 잡은 개미들을 대상으로 다른 개미들이 누군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외부 인사들로 꾸려진 특검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이 인원에 개미들을 밝혀내고, 범죄자들을 잡아넣은 서울수사지원팀원들이 포함되지 않아서 많은 국민들이 의문과 해명을 표하는 가운데, 현재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인원 구성에 대해서...

**


바깥 하늘의 붉은 노을처럼 붉은 사무실 안에서, 모니터를 통해 신문기사를 보고 있는 박수호의 어깨에 주름 가득한 손이 하나 올라왔다.

“원래 세상이 그런 거 아니겠냐.”

“아저씨...”

이신후는 자신을 바라보는 박수호에게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빌어먹을 단어긴 하지만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넘기지 않으면 힘든 게 세상이다. 분노도... 슬픔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다 보니 넘어가더라.”

탕탕.

박수호의 어깨를 세 개 두드린 이신후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범죄자를 잡은 놈의 어깨를 수그리고 있으면 쓰나. 어깨 펴고, 파일 받으러 올 사람들을 당당하게 맞아 줘라. 그래야 놈들이 네 사나운 모습에 허투루 수사하지 못할 거 아니야.”

“하지만...”

“그리고 우리들 용산서 여성청소년과로 임시 이동하기로 했다.”

“네?!”

“너도 승진하면 경찰 대학교에 가야 하잖아. 김선애는 징계위원회가 끝나기 전까지는 직위 해제 상태라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부하들이 전부 사라진 마당에 두 명이 뭘 하겠냐며 위에서 최소한 네가 경찰 대학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팀을 임시로 해체하기로 했다.”

“결국... 이렇게 끝나는 겁니까?”

“허무하지?”

“네.”

“원래 사건 해결하면 항상 그러지 않냐.”

“그래도 이렇게까지 허무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에 이신후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하지만 매번 깔끔하게 끝나면 세상인가. 원-”

“원래... 그런 거겠죠. 알겠습니다. 이미 사건 파일은 전부 정리했으니까. 사람들 오자마자 넘기고 퇴근할 준비 하죠. 저는 이곳부터 정리하겠습니다.”

박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 정리를 시작하자, 말없이 두 사람의 대화를 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자신들의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께서 직접 구성한 ‘개미’특검 수사관...”

“인계는...”

“저기 파일...”

사람들이 북적이더니, 사무실 안에 있던 서류들이 빠르게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물품이 사라지고 썰렁하게 변한 곳에서 박수호가 스위치에 손을 올린 채 안을 살펴보았다.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흘린 서류나 쓰레기, 그리고 그 쓰레기들에 난 발자국과 굴러다니는 먼지를 보며 박수호가 중얼거렸다.

“원래... 비어 있었던 거 같군. 예전처럼...”

딸깍.

사무실 내부가 어두워지고...

고요해졌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작가의말

훅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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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파일19# 0330 +4 19.11.19 220 9 12쪽
» 파일18# 원래 (10) +3 19.11.17 152 11 17쪽
181 파일18# 원래 (9) 19.11.15 151 4 22쪽
180 파일18# 원래 (8) +1 19.11.13 167 8 16쪽
179 파일18# 원래 (7) +1 19.11.11 166 5 13쪽
178 파일18# 원래 (6) +1 19.11.08 177 6 24쪽
177 파일18# 원래 (5) +1 19.11.06 168 7 12쪽
176 파일18# 원래 (4) +1 19.11.03 171 8 18쪽
175 파일18# 원래 (3) 19.11.02 181 7 13쪽
174 파일18# 원래 (2) +1 19.10.30 186 8 11쪽
173 파일18# 원래 (1) +1 19.10.28 210 9 11쪽
172 파일17# 변해야 산다.(3) +2 19.10.26 174 7 15쪽
171 파일17# 변해야 산다.(2) +3 19.10.21 210 8 13쪽
170 파일17# 변해야 산다.(1) +1 19.10.19 192 9 11쪽
169 파일16# 여왕개미.(6) +2 19.10.17 196 9 16쪽
168 파일16# 여왕개미.(5) +4 19.10.15 204 9 15쪽
167 파일16# 여왕개미.(4) +1 19.10.13 204 8 14쪽
166 파일16# 여왕개미.(3) +2 19.10.11 194 9 11쪽
165 파일16# 여왕개미.(2) +1 19.10.09 199 9 14쪽
164 파일16# 여왕개미.(1) +1 19.10.07 201 8 16쪽
163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4) +2 19.10.06 201 10 19쪽
162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3) +1 19.10.05 207 9 12쪽
161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2) +1 19.10.04 203 8 14쪽
160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1) +1 19.10.03 210 8 15쪽
159 파일14# 사미용두 (5) +1 19.10.02 212 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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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파일14# 사미용두 (3) +1 19.09.29 232 9 13쪽
156 파일14# 사미용두 (2) +3 19.09.28 221 8 13쪽
155 파일14# 사미용두 (1) +1 19.09.26 246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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