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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냐 님의 서재입니다.

돛대 없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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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냐
작품등록일 :
2022.05.27 23:51
최근연재일 :
2022.12.0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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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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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6,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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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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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기다림

DUMMY

찬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다른 군인들에게 접근해, 그들의 방탄복과 무기를 벗겨냈다.


“이거 제가 좀 쓸게요, 괜찮죠?”


그는 자신의 방탄복을 입은 뒤 코커드를 심문하고 있는 지원에게도 입혀주었다.


지원은 찬호에게 방탄복을 입혀지면서 코커드에게 말했다.


“이 호텔에서 몇 명이나 죽이셨습니까?”

“뭐?”

“같은 질문을 두 번 말하게 하지 마십시오. 이 호텔에서만 몇 명을 죽이셨습니까?”


코커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원이 칼을 슬쩍 그의 목 옆에 가져갔다. 그러자 그는 대답했다.


“이······입구에 서 있던 2명······.”

“그 이외에는?”

“나 말고도 군인들이 수십명은 더 있어. 내가 총을 쏠 기회가 없었지.”


지원은 칼을 거뒀다.


“당신이 쏘아죽인 2명은 아마 그들의 부모가 자신의 20년 청춘을 갈아넣어서 간신히 사회로 내보낸 귀한 자식이었을 겁니다. 물론 그들 자신도 피땀흘려 공부하고 훈련을 했겠지요. 하지만 당신의 총알에 그들의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저에게는 당신을 심판할 수 있는 권리가 없습니다.”


코커드는 지원의 눈을 자꾸만 피했다. 지원은 그의 짧은 머리카락을 모아쥐듯이 잡아서 그의 얼굴을 돌렸다.


“당신과, 당신의 부하들을 심판하는 건 터리놀 법정이어야 합니다. 알아들으시겠습니까?”

“잘 알아들었을 것 같은데, 슬슬 중요한 걸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기르불이 지원을 재촉했다. 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코커드의 머리채를 놓았다. 그의 머리통이 힘없이 떨어져 벽에 쿵 부딪혔다.


지원과 찬호는 번갈아가면서 그들에게 목적이 무엇인지, 어떻게 터리놀 한가운데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었는지, 계획의 중심이 되는 자는 누군인지, 암구어는 무엇인지 등을 물어보았다.

심문이란게 으레 그렇듯 엄격한 역할과 관대한 역할이 필요했는데, 엄격한 역할은 지원이, 관대한 역할은 찬호가 맡았다.


코커드의 말을 전부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진술들은 퍽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터리놀을 내부에서부터 뒤집어놓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오늘, 늦어도 내일에는 주브만칼리가 가나 동부 지역을 침공할 것이며, 그들의 침공이 더욱 쉬워지도록 가나 대륙에 침투해왔던 간첩들이 터리놀에 모여 주요 시설을 무력화시키는 중이라고 했다.


“누가 그걸 말해줬습니까?”

“임무를 하달받는 경로가 있어. 그 긴 설명을 다 듣고 싶어?”

“터리놀에 얼마나 많은 병력이 집결한 건가요?”

“나도 몰라. 나는 그저 한낱 분대장일 뿐이야. 이 비상계단을 지키는 일만 배정받았다고.”


찬호는 팔짱을 낀 채 턱을 짚고 계단을 왔다갔다 하더니만, 다급하게 말했다.


“들을만한 건 다 들었어요. 빨리빨리 움직여야겠어요.”

“근데 어떻게 아직까지도 확인하러 오는 인간이 한 명 없냐.”


기르불이 말했다. 확실히, 지원이 은폐를 위해 1층 비상계단 출입구를 닫은 이후로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녀는 심지어 두 눈으로 이자들의 동료들이 밖에 돌아다니는 것도 직접 보았다


“밖 상황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카지노 쪽에 모든 사람들의 정신이 팔려 있더군요.”

“카지노는 사람이 많으니까······. 제압하는 게 번거롭겠죠.”

“그 인간들은 살아있을까?”

“아마 함부로 다 죽이지는 않을 거예요. 몇 명 정도는 제압하는 과정에서 죽거나 본보기로 처형했을 수도 있지만, 귀중한 인질들이니까요. 이 호텔 안에 만칼리 세력이 얼마나 많든 터리놀 전체를 온전히 상대할 수는 없어요. 코커드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마 인질을 잡아놓고 만칼리 본토에서 군대가 들어올 때까지 시간을 끌 거예요.”


지원은 생각에 잠겼다. 사실, 그들이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저희 목표는 서로만 대사관으로 이동하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건 너무 위험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병력이 카지노에 쏠려 있다고는 해도 입구를 지키고 있는 병력은 여전히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기르불이 해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저희는 저 두 분을 호위해야 합니다.”


지원은 미령과 주령을 가리켰다.


“그럼 어쩌려고?”

“이 호텔을 저희가 접수합시다.”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세요?”


미령이 물었다. 그녀는 어느새 주령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지원이 대답했다.


“이 호텔을 저희가 접수한다고 했습니다.”


미령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탈출하는게 어렵다면서 호텔을 접수한다고?


찬호가 지원 대신 설명해주었다.


“밖으로 나가면 탁 트여있으니까 어디서든 총을 맞을 수 있어요. 하지만 여기는 호텔 안이고, 잘 하면 한 층 한 층 공략해나가면서 호텔 안에 있는 모든 적군들을 제압할 수도 있어요. 물론 이론상이지만······. 솔직히, 지금 밖에 나가는 것보다는 당장 이 호텔 안에서 뭔가를 하는 게 더 현실적이죠.”

“근데 아까 태우면서 얘네가 들고 있는 걸 보니 수류탄도 있고, 권총에다 소총도 있고, 총알도 수 백발은 있는 것 같던데, 그걸 다 이길 수 있겠어?”


기르불이 물었다. 지원이 대답했다.


“확실히, 화력 싸움으로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저들에게는 없고 저희에게는 있는 무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기르불, 당신이 힘 좀 써주셔야겠습니다.”


이제 찬호와 지원은 기르불이 칭찬에 아주 약하다는 걸 잘 알았다. 기르불은 기뻐하는 몸짓을 숨기지 못하면서, 말투는 근엄하게 유지했다.


“흠, 그러지 뭐.”


일행은 코커드 분대의 무기들을 주섬주섬 주워 점검하기 시작했다. 코커드 분대는 두 발을 묶이고 감각이 없는 손을 가슴 위에 올린 채 자신의 애인과 같은 무기들을 빼앗기는 걸 코앞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기르불은 지원의 지시에 충실하게 분대원들이 손에 들고 있는 무기들은 싹 다 지져버렸다. 그래서 소총은 대부분 탄창의 스프링이나 탄약 안의 화약이 맛이 가 버렸다. 하지만 허리춤 혹은 등에 메고 있던 보조 무기들은 여전히 쓸만했다.


지원과 찬호, 미령과 주령은 모두 팔다리까지 방탄복으로 든든하게 둘렀다. 그리고 미령은 바닥에 놓여져 있었기 때문에 유일하게 멀쩡히 작동하는 소총 하나를 넘겨받았다.


“이건 저 말고 여러분이 써야 하지 않을까요?”

“권총은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저희는 총을 사용할 일을 최소화할 작정입니다.”


수 십개의 탄창과 수 천 발의 탄약을 챙기자 몸이 무거워졌다. 지원은 권총 한 정을 챙겼지만, 동시에 군용칼 역시 모조리 약탈해 허리춤에 식칼 대신 꽂아넣었다.


지원은 일행을 돌아보면서 그들이 제대로 준비되었는지를 점검했다.


“스위트룸층으로 돌아갑시다. 살인자들은 그곳으로 돌아올 겁니다.”

“아니면 벌써 돌아갔던가요. 이 건물이 저쪽에 완전히 넘어갔다면 그놈들은 굳이 계단이 아니라 열쇠만 챙기고 엘레베이터로 편하게 올라갔을거예요.”


지원은 분대원들을 하나로 묶은 다음, 비상구 앞에 기대어놓았다. 그들의 무게가 문을 열 수 없도록 방해할 것이다.


“만일 소리지른다면, 언제라도 아래쪽으로 수류탄을 던져버릴테니 조용히 있으십시오.”


그녀는 분대원들이 비상구 밖의 동료들을 부를 수 없도록 입막음한 후, 주령을 안아들고 비상계단을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찬호와 미령이 그녀 앞에 섰다.


내려갈 때와 다르게 올라가는 것은 어려웠다. 게다가 무장이 훨씬 무거웠으니, 그 속도가 아주 느렸으며 방탄복 안에서는 땀이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일행은 헉헉대면서 스위트룸 층까지 도착했다. 찬호가 헉헉대면서 기르불을 앞으로 내밀자 기르불은 몸을 실처럼 가늘고 길게 뻗어 층 전체를 흝었다. 놀랍게도, 살인자들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지원은 찬호와 미령, 주령에게 지시해 방 안에 들어가서 최대한 많은 연료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그들은 장작과, 옷가지, 이불, 도수 높은 위스키 등을 싸그리 긁어왔다.


그들은 그것들을 비상계단 문 앞에 쌓았다. 그리고 기르불을 놓아 불살랐다.


기르불은 정상적인 불이 낼 수 있는 화력보다 훨씬 강한 열기를 내뿜었다. 그 결과 애써 긁어온 연료들은 5초만에 바닥났으며, 어마어마한 열기에 비상계단으로 향하는 문이 녹아서 구부러졌다.


“이제 이 문으로 들어오려면 꽤나 고생할 겁니다.”


찬호와 미령이 감탄했다.


“기르불 진짜 새삼 편리하네요.”

“지금은 지사리 분들이 우체부 역할만 하고 있지만 나중에 세상이 변했을 때 저희와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다음 그들은 지원의 지시와 찬호의 건의에 따라 곳곳에 몸을 숨겼다. 찬호와 미령과 주령은 백씨 가족이 사용했던 스위트룸의 옷장 안에 숨었고, 지원과 기르불은 자신들과 찬호가 사용했던 스위트룸 안에 들어가 문을 잠궜다.


찬호는 은은한 제습제 냄새가 나는 옷장 안에서 미령과 주령을 안심시키며, 동시에 그녀들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여러분이 나설 일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저 밑에 있는 놈들과는 다르게 저희를 공격하려 했던 놈들은 살려줄 여유가 없어요. 아마 생사결로 싸우게 될 테니, 이 안에서 나오지 마세요.”


곧 그들은 열어놓은 호텔방 문 사이로 엘레베이터가 도착하는 ‘띵’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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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신의 이름으로 22.09.15 24 1 9쪽
61 저격 22.09.10 31 1 11쪽
60 개전 연설 22.09.06 35 1 10쪽
59 생명줄 22.09.04 33 1 10쪽
58 단둘이 22.09.02 28 1 9쪽
57 나실 호텔의 최상층 22.08.30 20 1 9쪽
56 대장과의 합류 22.08.27 24 1 10쪽
55 분산되는 일행 22.08.23 33 1 11쪽
54 함필규 22.08.21 15 1 10쪽
53 첫 살인 22.08.16 19 1 9쪽
52 너겨 엿비 22.08.14 15 1 9쪽
51 지사리의 보증 22.08.12 15 1 10쪽
50 단군 하비나 +2 22.08.10 30 1 10쪽
49 불안 22.08.06 19 2 11쪽
48 인질들 22.08.05 18 1 9쪽
47 몰살 22.08.03 19 1 12쪽
» 기다림 22.07.31 21 1 10쪽
45 블러핑 22.07.28 23 1 9쪽
44 만칼리의 추억 22.07.26 24 1 11쪽
43 스위트룸 22.07.23 23 1 9쪽
42 모함 +2 22.07.21 30 1 11쪽
41 감금 +1 22.07.09 40 2 13쪽
40 진술 +2 22.07.06 40 2 9쪽
39 터리놀, 유흥과 죄악의 도시 22.07.04 27 2 9쪽
38 패륜 +2 22.07.03 3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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