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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냐 님의 서재입니다.

돛대 없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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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냐
작품등록일 :
2022.05.27 23:51
최근연재일 :
2022.12.0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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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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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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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9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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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감금

DUMMY

누리가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들을까봐 걱정하는 것처럼 조용히 말했다.


“······성공했다고?”

“예. 하지만 완전하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저희는 주브만칼리에서 두 팀의 추적대를 맞닥뜨렸습니다. 첫 번째는 저희 공작대의 존재를 모르고 단지 도주한 츠카와 타카슬만 붙잡으려고 파견된 자들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찬호와 기르불이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죽목을 필두로 한 첫 번째 추적대들은 기르불이 강바닥의 불갈대들을 폭발시켰던 바람에 지원과 밀접한 교류를 하지 못했다. 따라서 찬호가 대신 말했다.


“그 사람들은 그냥 평범한 인간들이었어요. 훈련을 여러가지 받은 것 같기는 했지만······. 이야기도 평범하게 할 수 있었고, 물에 빠져서 죽을 뻔하기도 했고, 또 츠카가 죽목이라는 추적대 대장을 한 번 때린 적이 있거든요? 그때 바닥에 굴러서 등에 상처가 심하게 생겼더라고요.”


기르불이 불끝을 앞뒤로 움직였다.


“그래. 걔네들은 별 거 아니었지. 두 번째 애들이 문제였어.”


지원이 말했다.


“저희는 첫 번째 추적자들을 살려서 돌려보냈습니다. 그들은 살아서 아루신까지 귀환했고, 저희에 대한 정보들을 불었습니다. 그 결과 두 번째 추적대가 파견되었습니다.”


누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추적대를 살려보냈다고요?”

“예. 그 자리에 츠카가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살생을 해서 그를 자극하는 건 위험한 선택지였습니다.”

“츠카라면 지금 서로만 대사관에서 출국 절차를 밟고 있는 그 옥토끼인가요?”

“예.”


지원의 대답에 누리는 생각이 많아지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원은 말을 이었다.


“두 번째 추적대는 츠카와 타카슬은 물론이고 저와 찬호, 기르불의 존재까지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총과 수류탄, 그리고 석유로 무장하여 아주 까다로운 상대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츠카는 그들의 텔레파시 파장을 구분해내지 못했습니다. 제 추측이지만, 아마 고도의 정신개조가 행해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능력은 그들의 재생력이었습니다.”

“주브만칼리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뒤늦게 특수부대를 보낸 거군요.”


누리가 말했다. 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치 도중 구조대인 루니와, 저희가 구조 요청을 위해 화령으로 서로만에 보냈던 기르불이 때맞춰 도착했습니다. 루니는 하염강의 불갈대를 사용해 공중에서 불덩이를 떨어뜨려 폭격을 가했고, 추적대들은 지니고 있던 석유와 탄약 내부의 화약 대부분을 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달려들더군요. 저는 처음에는 그들이 만칼리에 대한 충성심으로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버티는 것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명백히 그게 아니었습니다. 기르불이 그들을 재차 태우고 루니가 머리를 터뜨렸지만, 그들은 다시 일어나 달려들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피부와 안구는 탄화해 쪼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수록 윤기가 흐를 지경이었습니다.”


누리는 지원의 이야기를 열중해서 듣느라 계속해서 차를 따라주는 것을 잊고 있었다. 비어있는 지원의 잔은 찬호가 채웠다. 찬호는 누리가 내온 차가 입맛에 맞는지 연달아 자신의 찻잔에 차를 붓고 입에 털어넣고 또다시 잔에 차를 붓고를 반복했다.


지원은 찬호가 채워준 차를 마시고 계속 말했다.


“놈들은 계속해서 달려들었고, 저희는 결국 도망치다가 그들에게 따라잡혔습니다. 다행히 주브만칼리를 어찌저찌 탈출하는데 성공했지만 그들 역시 루니의 오른쪽 귀를 뜯어갔습니다.”


누리는 이 시점에서 자신이 터리놀의 지도자가 아닌, 가나 대륙의 일원으로서 이 이야기를 들어야 함을 깨달았다. 사실 그녀는 지원의 진술을 서로만과 벌서라에 곧장 보내지 않고 잠시라도 터리놀이 국제적 이권을 선점하는데 사용해보려 했지만, 그럴 여력이 없어졌다.


돛대 없는 배가 옥토끼에게 위해를 가한 자들에게 어떻게 나오는지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옥토끼의 힘을 부분적으로나마 손에 넣은 인간들이 결코 평화를 사랑할 리 없다는 것도 슬플 정도로 뼈져리게 알고 있었다.


지원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주브만칼리가 기껏 만들어낸 불사의 병사들을 굳이 처음부터 투입하지 않았던 데에서, 현재 주브만칼리는 인간에게 옥토끼의 인자를 심는데에 완전히 성공하지 못해 추가적인 연구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연구가 완전히 진행되었다면 처음부터 불사의 병사들을 투입했겠지요.”


누리가 미처 들이쉬지 못했던 숨을 한껏 들이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나마······다행인 소식이군요.”

“주브만칼리에 대한 제 진술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개인적인 이야기이니, 서기 분이 기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타자기에서 손 떼.”


누리는 뒤를 돌아보곤 서기에게 말했다.


서기는 양손을 머리 뒤로 들어올려 깍지를 꼈다.


지원은 누군가가 들을까봐 걱정하는듯 몸을 앞으로 숙이고 속삭였다.


“짧은 시일 내에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어쩌면 주브만칼리는 이미 불사의 힘을 인간에게 옮기는데 완전히 성공했을지도 모릅니다. 저희가 추적대들을 두 눈으로 확인한 게 벌써 한 달 전이니까요.”


이때 쪽쪽 소리가 들렸다. 찬호는 찻잔을 입 위에서 기울여 벽에 남은 물방울 하나하나를 쭉쭉 빨아먹고 있었다. 그는 혼자서 다른 2명이 마신 차의 3배를 마셨다.

누리는 찻잔을 꽉 쥔 찬호의 손을 보고, 그가 차를 마시는데 열중하는 것이 여유로움을 과시하거나 대화에 집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임을 알아챘다.


지원은 손에 찻잔을 쥐고 있지 않았기에 그녀의 바지 무릎 부분을 꽉 쥐면서 말을 이었다.


“제가 알기로 이 작전에 대한 정보는 서로만, 벌서라, 터리놀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갑니다. 맞습니까?”

“회장님, 제가 이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정보를 가나 대륙 전체에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만과 벌서라와 터리놀이 독점하고 있을 정보가 아닙니다. 윤리적으로도, 실리적으로도 그렇지 않습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다른 도시들과 함께 전쟁을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리는 뭔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지원은 선생님의 지시 아래 이런저런 책을 꽤 많이 읽었지만, 누리 나토샤온은 그런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사고와 복잡하게 섥힌 이해관계를 처리하는데 도가 튼 여자였다. 지원으로서는 그녀가 자신의 말을 진심으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이때 찬호가 끼어들었다.


“저, 회장님. 회장님이 서로만과 벌서라의 높으신 분들이랑 어떻게 잘 말씀을 나누셔서 최대한 빠르게 주변국에 경고를 전달해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그렇게 해야겠지요. 이건 저희 가나 대륙 전체의 문제이고, 터리놀은 해안 지역 도시인만큼 이 문제에 더욱 심각하게 대처할 겁니다. 여기서부터는 저와 다른 도시의 정치인들이 고민할 문제이니 일단 여러분은 편하게 쉬세요. 다만······. 여러분은 서로만의 대사이고, 귀한 분들이시니 너무 밖을 돌아다니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젊은 사람들을 우습게 아는 무식한 놈들이 요새 많아졌거든요.”

“알겠습니다.”

“어······퍼레이드는 볼 수 있겠죠? 터리놀은 하루가 멀다하고 퍼레이드 같은 거 하잖아요.”


누리가 고개를 저었다.


“퍼레이드나 연예인의 공연 같은 행사에서는 치안이 더욱 불안정해집니다. 흥분한 군중 사이에 눌려서 다칠 수도 있고요. 저는 여러분이 이곳에 있는 동안에는 스위트룸 안에만 있었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기르불이 꿈틀댔다.


“내가 이해를 잘못한 건지 모르겠는데, 우리를 그 방 안에 가두겠다고?”

“아니에요, 기르불 왕제님. 정말로 저는 여러분을 보호하려는 것 뿐이라고요.”


지원이 무심하게 끼어들어 말했다.


“예정된 수순입니다, 기르불. 저희는 일단은 서로만 대사이지만, 저희가 수행하는 임무는 극비 사항이기도 합니다. 터리놀은 술과 마약이 범람하는 도시이니 저희가 그런 것들에 취해서 저희가 주브만칼리에서 본 것들을 광장에서 연설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싶으시겠지요. 전쟁이 일어날 거라는 소문은 경제를 위축시키니까요.”


기르불은 더 말하려고 했다. 지원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 그를 제지했다.


누리가 말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더 하실 말씀들 있으신가요?”


누리가 자리를 끝마치려는 것처럼 몸을 쭉 펴고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지원이 대답했다.


“예, 타카슬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해안 경비대 쪽에서 무괴 한 마리가 영해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소식이 왔었어요. 주브만칼리에 대한 소식이 너무 충격적이라 하마타면 그냥 넘어갈 뻔했네요. 여러분이 그 무괴에 대해 보증을 서셨다고요?”

“정확히는 기르불이 비공식적으로 섰습니다.”


인간들의 시선이 기르불에게 모였다. 기르불은 당황했다.


“어······걔가 그래도 책임감 없는 무괴는 아니야. 설마 여기까지 왔는데 사고를 치겠어?”

“보증 서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가는데······.”


누리 나토샤온이 중얼거렸다.


“사실 무괴를 입국 명단에 올리는 건 애초에 전례가 없는 일이라서요. 어떻게 하고 싶으신가요?”

“어떻게 안 되나요? 그래도 나름 주브만칼리에서부터 함께한 저희 동료에요. 혼자 저 밖에 놔두는 건 양심에 좀 찔리는데······.”

“맞아, 맞아. 위험하기도 하고 말이야. 또 웬 무괴랑 싸워서 터리놀 앞바다를 빨간색으로 만들어버릴지 누가 알아?”


누리는 자연스럽게 지원 쪽을 바라보았다. 누리가 물었다.


“나실 아쿠아리움 어딘가에 돌고래용 수족관이 하나 비어있을지도 모르는데, 거기에 넣는 건 어떨까요?”


지원은 별로 탐탁치않아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말했다.


“그건 너무 민폐를 끼치는 것 같습니다. 듣자하니 나실 호텔에는 바다 한쪽을 메워서 만든 수영장이 있고, 스위트룸 이용자는 그 중 하나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던데, 타카슬을 그쪽에 옮기는 건 어떻습니까? 사람을 보내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타카슬을 그쪽으로 인도하겠습니다.”

“수영장을요? 그건 곤란한데요.”


누리가 생긋 웃으며 거절했다. 지원이 계속 말했다.


“거의 3년 가량을 하염강 밑바닥에서 조용이 있었던 놈입니다.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나름 주브만칼리 내부에 대해 여러모로 알고 있는 무괴인만큼 신중한 관리가 필요할 겁니다.”

“수영장은 스위트룸 이용 ‘고객’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고객의 애완동물까지가 허용선이에요. 지원 씨는 그 무괴의 소유권을 포기하셨잖아요?”


지원은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더니,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녀와 누리는 할 이야기가 더 없다는 듯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찬호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았다.


“에? 뭐 더 없어요? 타카슬 저 밖에 놔둬요? 이 날씨에 밖에서 자면 주둥이 돌아가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는 엄연히 이곳에 손님으로 와 있는 거니, 터리놀의 법도를 따라야겠지요. 흠.”


서기가 타자기를 챙겨들고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행은 이제 더 이상 터리놀 수장의 사무실에 있을 명분이 사라져 버렸다.


지원과 찬호와 기르불은 서기가 열어준 문 너머로 누리의 배웅과 어깨 형님들의 호위를 받으며 스위트룸으로 돌아갔다.


뒤이어 방으로 찾아온, 스스로를 나실 호텔의 1주방장이라고 소개한 어떤 남자가 스위트룸 내부의 부엌에서 저녁을 만들어 주었다. 서부식의 호화로운 30첩 반상이었다.

다음날 아침도, 그 남자가 직접 찾아와 만들어 주었다. 아침이라 간단하면서도 전세계적으로 대중화되어 있는 중부 요리가 메뉴로 나왔다. 기르불은 숙성된 참숯을 받았다.


대접 중의 대접은 식사 대접이다. 하지만 일행은 이러한 최고급 대접을 받으면서도 순수히 기뻐할 수 없었다.


창문 밖에서는 매일, 매시 요란한 축제와 번쩍이는 불빛들이 정신을 사납게 했지만 정작 그들은 밖에 나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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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단둘이 22.09.02 27 1 9쪽
57 나실 호텔의 최상층 22.08.30 19 1 9쪽
56 대장과의 합류 22.08.27 24 1 10쪽
55 분산되는 일행 22.08.23 31 1 11쪽
54 함필규 22.08.21 15 1 10쪽
53 첫 살인 22.08.16 17 1 9쪽
52 너겨 엿비 22.08.14 15 1 9쪽
51 지사리의 보증 22.08.12 14 1 10쪽
50 단군 하비나 +2 22.08.10 30 1 10쪽
49 불안 22.08.06 18 2 11쪽
48 인질들 22.08.05 17 1 9쪽
47 몰살 22.08.03 18 1 12쪽
46 기다림 22.07.31 20 1 10쪽
45 블러핑 22.07.28 22 1 9쪽
44 만칼리의 추억 22.07.26 23 1 11쪽
43 스위트룸 22.07.23 22 1 9쪽
42 모함 +2 22.07.21 29 1 11쪽
» 감금 +1 22.07.09 40 2 13쪽
40 진술 +2 22.07.06 39 2 9쪽
39 터리놀, 유흥과 죄악의 도시 22.07.04 26 2 9쪽
38 패륜 +2 22.07.03 2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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