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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냐 님의 서재입니다.

돛대 없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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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냐
작품등록일 :
2022.05.27 23:51
최근연재일 :
2022.12.05 15:08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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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
추천수 :
208
글자수 :
296,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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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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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몰살

DUMMY

여러명이 함께 발맞추어 뛰면서 신발이 바닥과 시끄럽게 부딪히는 소리들이 따발총처럼 귀를 강타했다.


그 군인들은 이상함을 느꼈다. 스위트룸 전체에 탄내가 가득했던 것이다.

곧 그들은 녹아서 휘어져 있는 비상계단 출입문을 발견했다. 찬호와 미령과 주령은 그들이 서로에게 만칼리어로 뭐라뭐라 소리치는 걸 들을 수 있었다.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걸 안 그들은 다시 한 번 층 전체를 수색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들 중 몇몇이 찬호와 미령, 주령이 숨어있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옷장 안에서 찬호는 그들의 팔에 찬 만칼리 모양이 새겨진 완장을 볼 수 있었다.

피아식별이 끝났다. 이제 반대쪽 방에 있는 지원과 기르불에게 작전 시작을 알릴 시간이다.


찬호는 옷장 문을 살짝 열고 방 안쪽에 들어간 수색조에게 수류탄을, 방 바깥쪽의 본대에게 연막탄과 수류탄을 던진 뒤 옷장을 다시 닫았다.


수색조들은 침실 문을 열고 정갈하게 진열된 두 구의 시체를 보고는 충격을 받은 나머지 수류탄에 대응하지 못했다. 그들은 폭발에 의해 조각났다.


방 밖의 본대 중 몇명도 수류탄에 피해를 입었다. 찬호가 옷장 밖으로 팔을 내밀고 본대를 향해 총을 마구마구 쏘아 탄막을 만들었다. 본대는 찬호로부터 몸을 숨겼다.


한편 기르불은 현관 앞에서 램프 안에 똬리를 튼 채 바깥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인간의 시력으로는 현관문에 달린 렌즈로 밖을 내다보려면 눈을 바짝 붙여야겠지만, 기르불은 2m 떨어진 바닥에서도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그는 바깥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기르불이 몸의 일부를 오른손으로 바꿔 엄지를 들어올렸다. 방 안쪽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지원은 현관으로 수류탄을 던진 뒤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수류탄이 터졌다. 현관이 파손되었으며, 동시에 그 앞에 미리 뿌려두었던 기름과 위스키가 화르륵 불타올랐다.


군인들은 현관 앞에 멀뚱멀뚱 서있는 실수를 범하지는 않았지만, 맹렬한 불기운에 그들의 무장 일부가 조금 그을렸다. 기르불은 불길 너머로 화염이 군인들의 다리나 가슴이나 팔 심지어 머리까지, 각각 다양한 부위를 그슬렸음을 보았다. 그리고 그 여파로 발생한 약간의 연기가 기르불에게 닿았다.


기르불은 나름 살아온 세월이 긴 지사리였다. 그는 연기를 되태워 그 연기가 무엇을 연료로 발생했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기르불은 연기의 냄새를 맡았고 그들의 방어구에 석유나 아스팔트, 심지어 플라스틱조차 없다는 걸 알아챘다.


이야기가 쉼게 풀려갔다. 기르불은 문 밖으로 튀어나가 적들의 머리에 달라붙어 하나하나 푹 익히기 시작했다.


한편 찬호 쪽을 경계하고 있던 자들은 찬호가 있는 방 안으로 수류탄을 던졌다. 수류탄은 펑 터졌고, 그들은 그와 동시에 문 앞에 깜짝 나타나 방 안으로 총을 쏘아댔다.


하지만 찬호는 총구가 향하는 곳에 없었다. 그는 심지어 수류탄에 맞지도 않았다. 그와 미령, 주령은 찬호가 탄막으로 경계하는 사이 화장실로 이동해 몸을 숨겼었다. 화장실의 배관과 타일로 이루어진 튼튼한 벽이 수류탄의 충격을 막아주었다.


기르불은 군인들을 하나하나 죽이고 있었다.

이때 동료들이 타죽는 걸 눈앞에서 보게된 군인들 중 하나가 허리에서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진압봉을 꺼내 휘둘렀다.


기르불은 위협을 느끼고는 방안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침대보나 탁자 다리 등을 붙잡으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비상구 쪽에는 아무도 없어!”


나실 호텔은 방음이 잘 되었지만 두 개의 스위트룸 현관은 모두 열려 있었다. 찬호는 기르불의 외침을 잘 들었고, 괴력을 발휘해 작은 탁자 하나를 문 밖으로 집어던진 후 탁자와 벽을 엄폐삼아 총을 쏘았다.


그때 지원이 방 안에서 밖을 향해 수류탄을 하나 던졌다.


군인들은 양쪽에서 계속 공격해오는 지원과 찬호와 기르불 때문에 패닉에 빠졌다. 그들 중 기르불을 위협했던 놈이 지원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플라스틱 몽둥이를 휘드르며 달려오니 기르불은 그를 건드릴 수 없었다. 기르불은 그를 피해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스위트룸은 침실이 욕실과 연결되고, 욕실은 수영장과 연결되는 구조였다.


기르불이 수영장 안까지 도망쳐 수영장 위에 둥둥 떠다니는 알코올 위에 안착했다. 기르불은 더 도망갈 곳이 없었다. 그 군인은 동료들의 피를 뒤집어쓴 채 승리감에 킬킬 웃으면서 몽둥이를 들고 다가왔다.


그때 수영장 문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원이 등 뒤에서 접근해 그의 목 뒤와 턱 아래를 찔렀다.

기르불은 곧바로 수영장 위에서 비켰고, 지원은 군인을 수영장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는 수영장을 빨갛게 물들이며 익사해갔다.


기르불은 지원이 벽난로의 장작에 옷감을 감아 만든 횃불에 붙었다.


“몇 명이나 남았습니까?”

“7명? 그 정도. 어쩌면 찬호가 더 죽였을 수도 있고.”


바깥에서는 찬호의 권총 소리가 계속 울리고 있었다. 지원은 기르불을 보내 상황 파악을 시켰다.


기르불은 찬호와 군인들 모두 총알을 벽에 발사하며 탄막으로 서로를 견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찬호의 정확한 위치와 그가 탁자로 엄폐하고 있음을 전해들은 지원은 마지막 남은 수류탄을 군인들이 있는 곳에 던졌다.


쾅 소리와 함께 총소리가 줄어들었다.


지원은 큰 소리로 외쳤다.


“찬호, 발포 중지!”


총소리가 완전히 멎었다. 하지만 찬호는 계속 총을 겨누고 있었다. 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나가겠습니다.”


지원은 방 안에서 걸어나왔다. 그녀는 기르불을 한 손에 들고 있었다.


주변은 널브러진 시체와 혹은 시체였던 것들이 가득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은 바닥에, 알아볼 수 없는 것들은 벽에 붙어 있었다. 지원은 혹시라도 살아있는 사람이 있는지 하나하나 손으로 만져가며 확인했다.


“위험해요. 확인사살을 하실 거면 총으로 하세요.”


찬호가 말했다. 지원은 고개를 저었다.


“확인사살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찬호, 시체들을 방안으로 옮겨주십시오. 미령 씨와 주령 씨가 이것들을 보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닐 것 같습니다.”


찬호는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시체들의 다리를 붙잡고 질질 끌어 자신들이 묵었던 방 안에 나란히 정렬했다.


지원은 미령과 주령이 숨어있는 방 안에 들어갔다.


“백미령 씨, 백주령 씨. 상황이 다 끝났습니다. 저희가 바깥을 정리할 동안 여기에 잠시 기다리십시오.”


하지만 미령과 주령 자매가 보이지 않았다. 지원은 그들을 찾아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그들은 침실 안에 주저앉은 채 나란히 누워있는 그들의 부모를 보고 있었다. 지원은 그들에게 잠깐의 시간을 주어야 할지, 아니면 상념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다고 타일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고민을 끝내기도 전에 미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령 씨?”


백미령은 양손에 소총을 꽉 쥐고는 누가봐도 ‘무언가를 저지르겠다’라는 의지로 가득찬 눈빛으로 방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어디 가십니까?”


미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복도로 나가서는 아직 찬호가 치우지 않은 시체들을 쥐고 흔들면서 살아있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찬호는 방 안에서 나와서 미령이 신경질적으로 시체들을 확인하는 걸 보았다.


“뭐하세요?”

“살아있는 사람 있어요?”

“어······.”


찬호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미령은 눈을 번뜩이며 그를 지나쳐 시체들을 정렬해놓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기르불이 당황한 듯 외쳤다.


“들어가면 안 되는데?”

“그냥 두십시오.”


지원이 말했다. 그녀는 주령의 손을 잡고 문 앞 복도에 서 있었다. 주령은 어린이 특유의 동그란 눈동자로 피로 더러워진 복도를 죽 둘러보았다. 찬호가 물었다.


“왜 벌써 나와요?”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이 군인들은 미령 씨와 주령 씨 부모의 원수입니다. 어차피 눈앞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것도 보셨을 텐데 이런 광경을 숨기려 하는 것은 기만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아, 그런 관점?”


찬호는 고개를 푹 떨구고는 미령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지원은 한 손에는 주령을, 다른 손에는 기르불을 들고 찬호를 뒤따랐다.


방 안에서 미령은 침대에 한쪽 발을 걸치고 총부리를 겨누며 위협하고 있었다. 그 침대에는 한쪽 눈을 질끈 감고 있는 군인 한 명이 있었다.


“수류탄이 터진 자리 바로 옆이었는데 살았더라고요.”


찬호가 지원에게 말했다. 지원은 사무실 안에서 의자 하나를 가져와 주령을 거기에 앉혔다.


미령은 목소리가 갈라질 정도로 성대를 거칠게 썼다.


“우리 오빠 어디로 데려갔어!”

“오빠?”

“백하령, 백하령 말이야! 내가 너희 얼굴 다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너희가 우리 오빠 데려갔잖아!”


이때 찬호가 끼어들었다. 그는 흥분한 미령의 어깨를 잡아 뒤로 당기면서 소총을 옆으로 치웠다.


“총은 쏘기 직전 까지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려놓으면 안 돼요.”


하지만 미령은 되려 화내면서 찬호의 손을 쳐냈다.


“제가 총 하나 다루는 법을 모를 거 같아요? 지금 쏘기 직전 맞으니까 비켜요.”


찬호는 미령의 가시돋친 발언에 상처를 받았다. 그는 뒤로 물러서서 지원을 바라보았다. 지원은 주령 옆에 앉아서 많이 지쳐보이는 표정으로 쉬고 있었다.


한편 그 부상병은 힘없는 목소리로 미령의 질문에 대답했다.


“카지노에······다른 놈들처럼 묶어뒀지.”

“왜 우리 엄마아빠를 죽이고, 우리 오빠는 살려뒀어? 대체 목적이 뭐야?”

“나도 몰라.”


미령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소총의 개머리판으로 부상병의 부상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찬호는 부상병이 전사자가 될까봐 미령을 말렸다.


한편 미령의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부상병은 헐떡거리면서 대답했다.


“내······내가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인질로 쓴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어. 당장은 나실 호텔을 점거했지만, 터리놀과 주변 도시들이 본격적으로 군대를 투입하기 시작하면 밀리게 되니까 인질이 필요하다고······.”

“진작에 얘기할 거 아니면 끝까지 입 다물었어야지. 네가 그렇게 나오면 앞으로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때릴 수밖에 없게 되잖아.”


기르불이 툭 던지듯 말했다.


미령은 씩씩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 아빠는 벌서라 부시장이야! 우리 아빠처럼 인질에 적합한 사람이 어디있다고 함부로 죽여?”

“난 그런 이야기 못 들었어. 그냥 스위트룸 고객이니 중요한 사람이겠다 싶었지. 어른은 다루기 힘드니 비교적 젊은 놈을 살려뒀을 뿐이야.”


이때 그들의 뒤쪽에서 주령의 높고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잠깐만 비켜줘.”


주령은 찬호의 뒤까지 다가와 있었다.


찬호는 주령이 미령의 손을 잡고 싶은가보다 추측하곤 그녀가 자신과 주령의 사이에 설 수 있도록 해주었다.


주령은 품에서 권총을 꺼내 탕 쏘았다.


부상병은 인중에 총알을 맞고 죽었다. 주령은 찬호와 자기 언니의 당황한 시선을 개의치 않고 아이 특유의 통통한 입술로 중얼거렸다.


“개새끼.”


작가의말

액션씬은 쓰기가 참 편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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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개전 연설 22.09.06 3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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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단둘이 22.09.02 28 1 9쪽
57 나실 호텔의 최상층 22.08.30 19 1 9쪽
56 대장과의 합류 22.08.27 24 1 10쪽
55 분산되는 일행 22.08.23 31 1 11쪽
54 함필규 22.08.21 15 1 10쪽
53 첫 살인 22.08.16 18 1 9쪽
52 너겨 엿비 22.08.14 15 1 9쪽
51 지사리의 보증 22.08.12 14 1 10쪽
50 단군 하비나 +2 22.08.10 30 1 10쪽
49 불안 22.08.06 18 2 11쪽
48 인질들 22.08.05 17 1 9쪽
» 몰살 22.08.03 19 1 12쪽
46 기다림 22.07.31 20 1 10쪽
45 블러핑 22.07.28 22 1 9쪽
44 만칼리의 추억 22.07.26 23 1 11쪽
43 스위트룸 22.07.23 22 1 9쪽
42 모함 +2 22.07.21 29 1 11쪽
41 감금 +1 22.07.09 40 2 13쪽
40 진술 +2 22.07.06 39 2 9쪽
39 터리놀, 유흥과 죄악의 도시 22.07.04 27 2 9쪽
38 패륜 +2 22.07.03 2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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