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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냐 님의 서재입니다.

돛대 없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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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냐
작품등록일 :
2022.05.27 23:51
최근연재일 :
2022.12.0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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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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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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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스위트룸

DUMMY

지원은 미친듯이 날뛰는 심장과 폐를 익숙하게 억누르고 왼쪽 귀를 문틈 사이에 갖다대 바깥의 소리를 들어보려 했다.


오른쪽 귀로는 찬호가 부엌에서 무언가를 와장창 깨뜨리며 난장판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집중이 필요했다.


“여기는 층 전체가 방음이 엄청 잘 되어 있는 것 같더라. 아마 안 들릴 거야.”


기르불이 말했다. 지원은 과연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지원은 기르불의 램프를 가져와 기르불에게 바깥을 정찰하라고 지시했다. 기르불은 몸의 일부를 쭉 늘려 바깥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어. 근데 저쪽 방도 문이 열려 있네.”


일행이 묵은 층은 그 넓은 공간이 스위트룸 2개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때 찬호가 부엌에서 여러개의 부엌칼, 회칼, 프라이팬, 도수 높은 위스키를 가져왔다.


“일단 눈에 보이는 건 다 가져왔어요.”


찬호의 총은 터리놀 해안 경찰서에서 보관하고 있고, 지원의 평화는 수색을 피하기 위해 루니에게 맡겨놓은 상태였다. 식칼이나 프라이팬 같은 것들조차 절실했다.


지원은 찬호와 함께 문을 힘껏 열었고, 문앞에서 널브러져 있던 2구의 시체를 방 안으로 끌어들였다. 둘 다 거구여서 찬호의 힘으로도 옮기기 벅찼다.


방문을 다시 닫은 뒤 찬호는 둘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려 했지만, 그들은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려 피부가 창백했으며 죽은지 꽤 됐는지 온기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지원은 찬호에게 체력을 빼지 말라면서 그를 제지했다.


“하지만 일단 노력은 해봐야죠! 그냥 놔둬요?”


찬호가 항의했다. 지원은 고개를 저으면서 시체와 함께 바닥에 놓여 있던 피묻은 박살난 열쇠조각을 들어보였다.


“이건 저희 방을 여는 열쇠였던 조각입니다. 절단 부위를 보십시오. 총에 맞아서 부숴졌습니다.”


두 구의 시체 중 한 사람은 손에 구멍이 나 있었다.


“이 사람들을 죽인 사람들은 저희 방을 열어 저희까지 죽이려고 했습니다. 이자들은 경호원이자 감시자들인 만큼 저희 방 열쇠를 가지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 침입자들은 저희 방을 못 열었습니다. 이 사람이 손에 열쇠를 들고 있다가 총에 맞은 겁니다. 열쇠가 부숴졌고, 그놈들은 저희 방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제가 만화 보면서 쳐웃고 여유롭게 헤엄치고 있을 때 밖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죠. 젠장할······.”

“침입자들은 여전히 저희를 죽이려고 하고 있을 겁니다. 터리놀의 한가운데에서 이런 일을 벌일 담력이 있는 놈들은 열쇠 하나 부숴졌다고 계획을 변경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긴장을 놓지 마시고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하십시오.”


기르불이 치지직 거리면서 말했다.


“그 두 인간에게 예의를 차리고 싶으면, 체력을 보존해서 살인자들을 족치는 것부터 먼저 생각하자고.”


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지원은 찬호와 이야기하면서 시체의 옷을 마구잡이로 벗기고 있었다.


품위를 위해 말끔히 빼입은 검은 양복 안쪽에는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 놀랍게도 이들은 목 아래로는 전혀 더러워지지 않은 채였다. 한 명이 열쇠를 부수기 위해 자기 손에 대고 총을 쏜 총상을 제외하면, 그들은 오로지 목의 경동맥에 단 한발씩만 총알을 맞고 죽었다.


지원은 그들의 방탄복을 뺏었다.


“딱 두 벌이군요. 기르불, 떨어지십시오.”


방탄복을 뒤집어 흔들자, 주머니에서 아스팔트 조각들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져나왔다. 기르불은 기겁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상한 신음을 내었다.


“망할, 감시하려는게 맞았구만.”

“총 한자루가 있군요. 찬호, 이건 당신이 쓰십시오.”


한 명은 양복에 교묘하게 가려졌지만 유사시에 바로 꺼낼 수 있을 허리춤에 자동권총 한자루를 지니고 있었다. 아마 총을 꺼내기도 전에 즉사해서, 공격자들에게 총을 들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 외에도 일행은 두 명의 호신용 나이프를 한 자루씩 나눠가졌다. 그리고 지원은 여분의 옷을 찢어 허리띠 삼아 둘러매고 찬호가 주방에서 가져온 각종 식칼과 프라이팬, 위스키를 거기에 꽂아넣어 고정시켰다.


“문이 열려있는 다른 스위트룸부터 정리하고 갑시다. 제 예상대로라면 그 안에 살인자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찬호야, 네가 날 좀 들어야겠다. 바닥에 내려놓지 말고.”


기르불은 찬호에게 쥐여졌다.


몇 개월 동안 손에 다루었던 리볼버와는 다르게 자동권총은 손에 익숙하지 않았다. 물론 찬호는 자동권총을 사용하는 훈련도 충분히 받았었지만, 터리놀은 서로만과 사용하는 총기의 규격이 달랐다. 그래서 그는 유달리 긴장하며 총을 꽉 쥐었다.


일행은 살금살금 스위트룸 밖으로 나왔다. 찬호가 기르불을 들고 총을 앞으로 내민 채 선두에 섰고, 지원은 찬호의 등 뒤에 붙어 후방을 경계했다. 찬호가 램프를 앞으로 내밀면, 기르불은 전방의 상황을 정찰했다. 혹시라도 누군가 석유를 뿌릴 수 있기 때문에 기르불은 램프 밖으로 몸을 내밀 수 없었다.


“음, 아무도 없어.”


엘레베이터로 꺾이는 길목에서 기르불이 말했다. 일행은 곧바로 문이 열려있는 방 앞으로 후다닥 이동했다.


기르불의 존재는 정말 안심이 되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고개를 내밀거나 총부리를 들이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대방의 반응속도가 자신보다 느리기를 바라는 것보다 램프 하나를 앞으로 내미는 것이 훨씬 편리했다.


그 스위트룸은 일행이 기거하던 방과는 구조가 아주 달랐지만, 기르불 덕분에 안전하고 빠르게 내부를 하나하나 흝으며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현관에서 가까운 화장실부터 사무실, 옷방, 거실, 운동실까지는 적당히 어질러진 옷과 서류더미같이 사람이 생활했던 흔적이 있었지만 정작 사람이 없었다.


방의 깊은 곳에는 침실과 욕실, 수영장이 있었다. 기르불은 그 안을 들여다보고는 탄식을 뱉었다.


“아, 늦었네.”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나신의 중년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바닥에 팔다리가 요상하게 꺾인 채 엎드려 있었다.


지원이 시체에 다가가 몸을 뒤집었다. 곳곳에 멍이 들어 있었으며, 직접적인 사인은 칼로 목을 크게 베인 상처로 인한 출혈사 같았다.


“저 안에도 뭐가 있어. 조심해.”


기르불은 욕실을 가리켰다. 찬호는 총을 겨누면서 반투명처리된 욕실 문을 열었다.


욕조 안에는 머리에 총을 맞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나신의 중년 남자가 있었다.


찬호는 참담함에 총을 내리곤 이마를 쓸었다. 그는 총을 허리춤에 꽂고, 남자의 시체를 욕조에서 빼냈다.


“괜히 건드려서 좋을 것 없어. 지문 같은 게 남을 수도 있지 않아?”

“이대로 두면 시체가 물에 불어서 나중에는 보기 힘들 정도가 될 거에요.”


욕조 안에 채워진 물이 핏물이 되어 있었기에 욕조에서 꺼내진 남자의 가슴 아래는 시뻘겋게 칠해져 있었다. 찬호는 욕실 바닥 위에 남자를 반듯하게 눕히고는 그 위에서 자신의 묵주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기르불이 말했다.


“이 방은 다 돌아봤어. 그 살인자들이 어디 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있으면 그놈들이 돌아왔을 때 불똥하나 못 튀기고 죽을게 뻔하니 일단 나가자. 밑으로 내려가면서 도움을 요청하자고.”

“찬호, 일어나십시오.”


찬호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팔찌를 고쳐차고, 바닥에 내려놓았던 기르불을 들고, 권총을 다시 뽑아들었다.


일행은 반듯이 누워있는 시체들을 뒤로 하고 욕실을 나가려고 했다.


기르불이 욕실 문을 통과했을 때 일행을 멈춰세우며 말했다.


“앞에 있다. 총은 안 들고 있어.”

“네?”


찬호의 귓가에서 괴성이 들렸다.

욕실 문앞에 숨어 있던 웬 여자가 튀어나와 그에게 칼을 겨누고 달려들었다. 찬호는 놀라서 총을 쏘았지만, 그 여자는 찬호의 총을 다른 손으로 붙잡고 총구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찬호는 그 여자의 칼을 쥔 손을 강하게 쥐어 칼이 목으로 향하지 못하게 했다.


찬호와 여자가 다른 행동을 하기도 전에, 지원이 재빠르게 여자의 뒤로 이동해서 팔로 목을 휘감았다. 지원이 뒤로 당기고, 찬호가 앞으로 밀면서 그들은 거실의 소파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잡고 있으십시오!”


여자가 발을 구르며 찬호의 배를 마구 찼다. 찬호는 오히려 몸을 앞으로 내밀어, 여자가 다리를 굽힌 채 펴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원이 목을 졸랐기 때문에 점차 여자의 안색이 시퍼래졌다. 여자는 점차 손에 힘이 빠졌고, 찬호가 그녀의 손에서 안정적으로 칼을 뺏을 수 있게 되었다.


찬호는 칼을 창문쪽으로 던졌다. 여자는 마지막 힘으로 지원의 팔을 할퀴려 들었다. 지원은 여자의 목을 조르던 팔을 풀고, 자신의 팔을 할퀴려고 다가오던 손을 잡아챈 뒤 그녀를 바닥에 엎었다.


“숨 쉬어. 안 그러면 죽는다.”


지원은 여자의 등 위에서 그녀의 양손을 허리쪽으로 눌러붙이면서 말했다. 여자는 이상한 신음을 내지르더니, 곧 순순히 호흡을 안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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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신의 이름으로 22.09.15 23 1 9쪽
61 저격 22.09.10 31 1 11쪽
60 개전 연설 22.09.06 34 1 10쪽
59 생명줄 22.09.04 32 1 10쪽
58 단둘이 22.09.02 28 1 9쪽
57 나실 호텔의 최상층 22.08.30 19 1 9쪽
56 대장과의 합류 22.08.27 24 1 10쪽
55 분산되는 일행 22.08.23 31 1 11쪽
54 함필규 22.08.21 15 1 10쪽
53 첫 살인 22.08.16 18 1 9쪽
52 너겨 엿비 22.08.14 15 1 9쪽
51 지사리의 보증 22.08.12 14 1 10쪽
50 단군 하비나 +2 22.08.10 30 1 10쪽
49 불안 22.08.06 18 2 11쪽
48 인질들 22.08.05 17 1 9쪽
47 몰살 22.08.03 19 1 12쪽
46 기다림 22.07.31 20 1 10쪽
45 블러핑 22.07.28 22 1 9쪽
44 만칼리의 추억 22.07.26 23 1 11쪽
» 스위트룸 22.07.23 23 1 9쪽
42 모함 +2 22.07.21 29 1 11쪽
41 감금 +1 22.07.09 40 2 13쪽
40 진술 +2 22.07.06 39 2 9쪽
39 터리놀, 유흥과 죄악의 도시 22.07.04 27 2 9쪽
38 패륜 +2 22.07.03 2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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