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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4.03 14:00
연재수 :
6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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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84,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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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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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제 114화 성녀와 4세계의 괴물

DUMMY

와아아아!!!!


죽고 죽이는 비명만이 가득한 천 년 전의 전쟁.

그 중 제일 치열한 6명의 주신과 괴물들의 왕이 맞붙는 구덩이의 근처.

그곳에 수많은 4세계 괴물들과 1세계, 2세계, 3세계로 이루어진 연합군이 서로를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며 맞서고 있었고, 그 살의는 어느 한쪽이 완벽하게 파멸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한 이름 없는 영웅은 괴물의 두개골에 박힌 검을 뽑다가 곧 그곳을 향해 걸어온 이를 보더니 눈을 크게 뜨고는 소리쳤다.


“우리를 구원할 녹색의 성녀님께서 이곳으로 오신다! 모두 길을 터라! 그녀께서 우리들의 신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그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를 향하고. 이에 4세계의 엑스트라 서열의 괴물들과 서열 6위 릴리스가 부리는 마물들은 싸움을 잠시 멈추고는 서서히 연합군에게서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그곳에서도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우리를 받아주신 서열 2위 플로라님이다. 모두 길을 비켜라!!!! 그 분이 왕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연합군과 4세계의 괴물들이라는 양측의 외침과 함께 전장의 양 병력이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유지한 체.

양측으로 조용히 물러나는 그 모습은 마치 2세계의 한 성인이 이루어냈다는 기적인 홍해가 갈라진 것처럼 한없이 성스러웠고 또한 고결했다.


터벅. 터벅.


피와 시체로 범벅된 길. 그리고 그 길을 기점으로 나눠진 연합군과 4세계 엑스트라 서열의 괴물들은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도 플로라가 무사히 그곳을 지나가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에 응답하는 듯이.

그녀는 천천히 그곳을 향해 발을 내딛어 걸어가기 시작했고 곧 그 길의 끝에 있는 이를 볼 수 있었다.


“...14위 레퀴엠.”


그 길의 끝에는 양 옆으로는 괴물과 연합군들의 시체로 쌓아올려진 악취미적인 시체의 산이 높이 쌓여있었고.

그 두 개의 산 사이에는 연합군조차 너무나 강력한 괴물인 그녀를 피하는 듯이 그곳에는 그녀 홀로 있었다.


“어서 와요. 플로라. 같이 티타임이라도 즐기지 않겠어요?”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체. 주위 상황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듯이 카페에서나 볼 법한 탁자를 그곳에 세워놓고.

차를 마시는 그 모습은 너무나 고결해 보여서, 순간적으로 주위의 상황을 잊어버릴 정도였지만.

그런 그녀를 플로라는 눈썹을 찌푸리며 볼 뿐이었다.


“악취미네.”


“저에게 달려든 벌레들은 벌을 받아야하는 법이죠. 후훗.”


연합군과 4세계의 괴물들이 열어준 길을 통과해 플로라가 그곳에 앉자.

잠시 멈춰져 있던 전쟁은 시작되었고 그 모습을 자신과 상관없는 듯이 바라보던 레퀴엠은 찻잔을 부드럽게 밀어 플로라에게 보내고는 입을 열었다.


“뭘 드시고 싶어요? 홍차? 녹차? 어떤 것이든 마음대로 고르세요.”


“녹차로.... 날 통과시켜 줄 생각은 없나보지?”


플로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레퀴엠의 등 뒤를 바라보았다. 4세계의 괴물들의 왕과 6명의 주신이 맞붙는 구덩이를 감싸는 거대한 대결계.

그것은 그녀의 왕을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주신들의 도주를 막기 위한 것일까?

플로라는 후자일 거라 생각하며 레퀴엠을 바라보았다. 주신과 네메시스를 가둬둘 정도의 거대한 대결계를 핀 체.

전혀 피곤한 기색조차 없이 편안히 차를 들이키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통과라... 재미있는 표현이군요.”


“...무슨 말이지?”


“전 당신을 이곳에서 죽일 생각이거든요.”


그리고는 레퀴엠은 손을 휘둘렸고 이에 플로라가 경계했지만. 그 손짓에 플로라의 찻잔에 녹차만 채워졌을 뿐이었다.


“죽기 전에. 티타임정도는 즐겨둬요. 플로라.”


“.....”


“혹시 스콘(스코틀랜드에서 기원된 빵으로 영국에서 차를 먹을 때 애용한다.) 좋아하나요?

클로티드 크림이나 잼 정도는 가지고 있는데.”


“하나 줘.”


플로라의 대답에 레퀴엠은 손가락을 튕겼고, 그러자 플로라의 앞에 그릇과 함께 잼과 클로티드 크림이 속에 발라진 스콘들이 담겨 나타났다. 이에 플로라는 하나를 씹으면서도 말했다.


“난 내가 직접 바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냥 있는 대로 먹어요. 까다롭게 굴지 말고. 그리고 그 녹차에는 ‘불로장생의 묘약’을 넣어뒀으니 회복에 좋을 거에요.”


“날 죽인다는 놈의 호의에 눈물 나게 고맙네. 정말이지.”


“제가 당신에게 해드릴 수 있는 마지막 호의니까요. 그리고.. 지금 당신은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잖아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조화’는 스스로의 회복마법조차 막아버리는 양날의 검이니까요.”


플로라는 그 말을 들으며 조용히 차를 들이켰고 확실히 레퀴엠의 말대로 몸 상태가 놀랍도록 호전되는 것이 느껴지더니.

아까 달기에게 당했던 어깨의 상처도 거의 아물어갔다.


“나쁘지 않군.”


“그렇죠? 의외로 이게 피부 미용에도 좋더라고요.”


4세계에서 살면서 나눴던 일상적인 대화 같다고 플로라는 생각했다. 아마 현재의 자신으로서 누릴 수 있는 마지막 대화겠지.

적어도 앞의 괴물과는.... 정말이지 그곳에서 함께 하면서 많이도 싸운 것 같다고.

플로라는 작게 중얼거리고는 앞의 괴물을 바라보았다.


“파괴자 레퀴엠.”


“그 이명은 버렸어요.”


“?”


“제 현재 이명은 ‘네메시스 팬클럽 회장’이에요.”


“.........................”


플로라는 그 대답에 기가 막혀서 먹고 있던 스콘을 바닥에 떨어뜨리더니. 잠시 뒤 마음이 진정되자 입을 열었다.


“...농담이지?”


“제가 농담하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봐. 4세계에서 네 이명 그렇게 불려주는 놈이 있긴 있어?

애초에 이명은 자신이 짓는 것보단 다른 괴물들이 지어주는 거잖아?”


“...........”


“역시 없구나!”


“닥쳐요. 당신도 우리들이 붙여준 이명을 안사용하는 것은 마찬가지잖아요!”


“너나 닥쳐. 내가 그 따위 ‘깡패 플로라’ 같은 이명을 쓸까보냐!”


둘은 그렇게 말하고는 한동안 노려보더니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한숨을 쉬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만하자.” “그러게요.”


잠시 동안의 침묵. 서로가 마시고 있는 차와 스콘이 떨어져 갈 때 쯤. 레퀴엠은 어색한 침묵을 깨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저는 다른 놈들처럼 적당히 할 생각 따윈 없어요. 당신이 이곳을 지나가고 싶으면. 죽거나. 아니면 절 죽여야 할 거에요.”


“...알아. 넌 그런 놈이니까.”


다른 이들과는 달리. 앞의 괴물은 자신을 설득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결심을 굳혔다는 거겠지.


“....너.”


“?”


“처음 만났던 날. 쉽게 끝나지 않았어?”


“그땐 방심했다고요!”


---------------------------회상------------------------


“하아. 당신이 그분을 죽이겠다고 올라온 플로라인가요? 특별히 선공을 양보해주겠어요!”


“그럼 고맙게도!!!!!”


“카운터<....> 어라?”


퍼억.


그리고 끝. 그 한방으로 허무하게 레퀴엠은 의식을 잃었고 플로라는 13위 퀸을 향해 갔다고 한다.


------------------------------------------------------------


회상 끝.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는 전개에 레퀴엠은 얼굴을 붉히더니 소리쳤다.


“정말이지. 당신의 ‘조화’가 ‘능력’까지 무시하는 그런 기능이 있을 지라고는.

그때는 상상조차 못 했단 말이에요!”


“그래그래.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하더라..”


플로라는 그 말을 끝으로. 차를 다 마시고는 레퀴엠을 보았다.


“....그렇게까지 해서 네메시스를 지키려고 하는 이유가 뭐야?”


“그 분에 대한 복수심으로 그 자리에 오른 당신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죠. 저는 그에게 구원받았어요.

한없이 나락에 떨어진 저에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주고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절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 주었던 분.

그 분은.... 저에겐 절 버렸던 가짜 ‘신’따윈 아닌 진정한 의미의 신이에요.”


“......”


“그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비록 그것이 전부 4세계에서 다른 괴물과 맞서 싸웠던 기억뿐이라도.

전 행복했어요. 적어도 그 분은.... 지금까지 제가 만났던 남자들이랑 다른 존재였으니까...

다만 자신을 도와주기만 바랄 뿐이니까!!!”


황금빛 기류가 그녀의 주위를 맴돌고 그 순간 플로라도 대항하는 듯이 조화를 피어 올린다.

앞의 14위 괴물은 플로라 자신도 전력을 달하지 않으면 승산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괴물이었다.


“그런데! 네년 따위가 오면서 달라졌어! 내가 있던 자리를 네 녀석이 빼앗고! 뭐?! 그를 바꿔? 웃기지마!

그런데 내가 더 싫었던 것이 뭔지 알아?

너와 함께 하면서. 조금이나마 널 인정하고. 내가 있던 그 자리가 네가 더 어울렸다는 거야!

너와 함께 있던 그 분의 얼굴이 너무나 행복해 보여서!

나조차 널 인정해버리는 내가 너무나 싫었단 말이야!!!!!!!!!!!”


레퀴엠의 마지막 발악에 가까운 소리였다. 그리고 모습을 보는 플로라의 두 눈은 고요했다.

그런 레퀴엠에게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간에 그녀는 듣지 않겠지.

아니. 어떤 따뜻한 말이라도. 현재 레퀴엠의 가슴의 상처는 결코 치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넌 그를 배신했어. 널 인정했던 나의 선택을! 그리고 다른 모든 괴물들을!

네 년 따위가 배신했어.

난 오늘 널 죽일 거야. 플로라!!!!!!”


그 순간 탁자가 불길함을 느낀 플로라의 발차기로 반으로 나눠졌고.

갈라진 탁자의 사이로 플로라를 향해 뛰어오른 레퀴엠이 그녀를 향해 내려찍는 걸로.

4세계의 끝에 도달해 있는 두 괴물은 맞부딪혔다.


------------------------------------------------------------------


‘빛?’


플로라는 자신이 피한 후 레퀴엠이 지상에 박힌 발을 빼나자. 주위 수 미터의 땅의 땅속에서 ‘빛’의 속성이 뿜어져 나오자 황당해하면서 물었다.

도대체 앞의 괴물은 저 공격에 얼마나 많은 힘을 집어넣었기 때문에 발을 떼자마자 족히 주위 수십 미터의 원형으로 갈 곳을 잃은 ‘빛’이 퍼져나가는가?

저런 공격을 다른 이가 재현하면 아무리 고위 천족이라도 그 자리에서 모든 힘을 쓰고 쓰러지겠지.

그런데도 레퀴엠은 아무렇지도 않는지. 우아하게 흩트려진 금발의 머리카락을 넘기고는 입을 열었다.


“과거에 인간이었던 시절에 저 빌어먹을 빛의 주신을 섬겼던 전직 성녀 출신이라서요...

지금 생각하면 불쾌한 과거네요. 축하해요. 플로라. 이걸로 당신이 죽을 이유가 하나 더 생겼어요.”


“축하하긴 개뿔.”


둘은 그 말을 하고는 서로의 공격을 맞부딪혔다.


‘....맞부딪힌다고? ‘조화’를 상대로?’


그녀들의 두 힘이 한 치도 밀림 없이 부딪히는 모습에 플로라는 인상을 찌푸렸고 곧 그 이유를 알아챘다.


‘이 년... 방금 그 공격도 그렇고 도대체 얼마나 많은 힘을 부어 넣는 거야?’


모든 속성에 절대적인 상성을 가진 조화를 상대로 버티기 위함일까? 약간의 조화를 깎아내기 위해.

그에 비례해 수많은 빛이 꺼져가는 것이 플로라의 두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플로라는 자신도 모르게 ‘미친 짓’이라고 그녀는 중얼거렸다.

지금 레퀴엠이 하는 짓은 진흙을 대충 뭉쳐 바위에 부딪히는 일과 전혀 다르지 않다.

완벽히 자신의 손해를 감수한 전투방식. 그 모습에 플로라가 기가 질려 물었다.


“...이런 방식으로는 백날해도 날 이길 수 없어!”


“하. 그럴까요? 저는 힘의 총량은 꽤 자신 있거든요. 당신의 조화가 대단하긴 하지만.

언제까지나 한계가 있는 힘. 과연 언제까지나 버틸 수 있을까요?”


레퀴엠이 플로라를 견제하는 듯이 휘두른 손에 나타난 빛의 기둥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더니,

조화로 보호되는 플로라의 어깨를 스쳤다.


“윽!!!!”


살갗을 태우는 듯한 뜨거움. 이에 플로라는 표정을 찡그려 신음성을 흘렸지만 뒤로 흘깃. 시선을 돌렸다.

자신에서 스쳐간 빛의 기둥이 그녀의 등 뒤로 빠르게 나아가 4세계 괴물들과 연합군이 얽혀있는 전장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쏴아아아아악!!!


“이건 뭐지? 으아아아악!!!!!”


한 병사의 중얼거림. 그와 동시에 레퀴엠의 빛이 지나간 곳은 모든 것이 새까맣게 타들어 재가 되었고 이에 엑스트라 서열의 괴물들과 연합군의 비명소리가 사방을 채웠다.

빛의 기둥은 그대로 전장을 가로지르는 듯이 지평선 너머로 가더니 사라졌고 그걸 확인한 레퀴엠은 작게 조소했다.


“어머. 당신이 피한 빛에 벌레들이 죽었네요. 아까워라.”


“이게 무슨 짓이야! 레퀴엠! 저들은 상관없잖아! 같은 4세계 괴물까지 태우다니 미쳤어?


“이곳은 전장이에요. 당신이 그렇게나 박애주의면 피하지 말고 곱게 죽는 것이 어때요? 플로라?”


그리고는 레퀴엠은 손가락을 튕겼고 그녀의 뒤로 14개의 빛의 기둥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에 레퀴엠은 살짝 미소 짓고는 말했다.


“...아니면 이걸 다 막아 보든지요. 당신의 잘난 조화라면 가능하잖아요?”


그리고는 신호하는 듯이 손을 내린다. 이에 14개의 빛의 기둥이 전장을 향한다.

이에 플로라는 인상을 구기더니 화살을 메기더니 14발의 화살을 쏘았다.


피이이이이이잉!!


“음?”


그 순간. 당혹한 목소리와 함께 레퀴엠은 급히 뒤로 빠졌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화살을 피하지 못했는지.

그녀의 팔에는 핏줄기가 흘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플로라는 입을 열었다.


“아아. 난 저기서 4세계 괴물들과 싸우고 있는 ‘영웅’따위가 아니라서.

난 생명을 죽이는 것은 반대지만 저들을 돕겠다고 내 일을 그르칠 생각 따윈 없어. 레퀴엠.”


“하. 저들이 당신을 성녀라고 부르는 존재이고, 당신이 받아준 엑스트라 버러지들이 당신을 마치 여신 보듯이 하는 데도 말이죠?

역시 배신자답군요!”


“저것들을 인질로 뒤통수 때릴 궁리를 한 네 년이 말할 것은 아닐 텐데?

적발하장도 정도가 있는 법이라고. 레퀴엠.”


“......흥!”


이에 레퀴엠은 자존심이 상한 듯이 손가락을 튕기더니 이에 14개의 빛의 기둥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 둘은 다시 격돌했다.


“크윽.”


맞부딪힌 순간 누가먼저라 할 것 없이 신음성을 흘린다. 둘이 맞부딪힌 충격파만으로 지반이 붕괴되었고.

주위의 잘잘한 얼마안남은 풀은 물론이고 병장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철 조각조차 그녀들의 주위에서 튕겨나가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양측 다 무기는 꺼내지 않은 채 순수한 신체능력만으로 서로의 숨통을 노리는 전투가 시작되었다.


“의외네. 레퀴엠. 능력에만 의존하던 네가 여기까지 할 줄은.”


“후후. 이래봬도 한때 4세계에서 최강이라 불리던 이 중 하나라서요.

이 정도도 못해서야. ‘네메시스 팬클럽 회장’이란 이명을 버려야죠.”


“아니. 그 이전에 그 부끄러운 이명 따윈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


“닥쳐요. 제 이명은 제가 몰래 가지고 있는 그분의 속옷만큼이나 소중한 거니까요!”


레퀴엠의 대답에 플로라는 잠시 그녀와의 전투를 멈추고 떨어지더니 한심하다는 눈으로 레퀴엠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도 참 달기만큼 답이 없다고 새삼 느끼게 된다.

너흰 왜 그러냐? 진짜.”


“닥쳐요!”


그리고는 시작된 공세에 플로라는 혀를 차면서도 식은땀을 흘렸다. 여유를 부리긴 했지만 레퀴엠의 근접전투 방식은 결코 자신에게 밀리지 않는다.

그나마도 이것은 레퀴엠의 능력이 사실상 봉인당한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가능한 거겠지.

만약 자신이 ‘조화’를 가지고 있지 않고 다른 괴물들처럼 ‘능력’을 받았으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녀는 죽었을 것이다.


“그거 알아요? 플로라? 과거 내가 모시고 있는 네메시스님도 단 한번. 패배를 한 적이 있어요.”


“........”


주위의 지형을 바꾸는 듯한 레퀴엠의 공세에 막는 것이 급급한 플로라를 보며 레퀴엠은 말을 이었다.


“한 수 백 년 쯤 이었나? 야누스가 잠시나마 왕이 되던 날.

네메시스님은 그에게 패배해 거의 모든 세력을 잃은 체 도망가야 했어요. 반면에 야누스의 세력은 천이 넘어가는 4세계의 괴물들이 따르고 있었고 말이에요.”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런 그가 어떻게 왕이 되었다고 생각하세요? 플로라. 그건 말이에요....”


주위의 시체들의 산 따윈 이미 둘의 공방에 날아가서 흔적조차 없는지 오래였다.

이미 그녀들의 중심으로 연합군과 4세계 괴물들은 말려들지 않기 위해 서서히 뒤로 물려나고 있었고.

그들이 그녀들을 보는 표정에는 경악만이 서려있었다.


“단 두 명의 괴물이. 당시 갇혀있던 네메시스님을 따르는 세력을 대신해 야누스를 제외한 모든 괴물을 막아냈어요..”


“......”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저에요.

그런데.... 그런 제가... 당신같이 경험도 적은 엘프 따위에게 질 것 같아요!?!?!?!?!?

웃기지마!!!!! 그 분의 옆자리는 내 것이란 말이야!!!”


단순 수치적으로 생각해도 혼자서 500명 이상의 4세계의 괴물을 맞서다는 소리에 플로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야누스를 따랐다는 천 명의 괴물이 단순한 수준의 괴물일 리가 없었다. 분명히 각기 나름대로의 실력이 있었을 터. 앞의 14위 괴물은 그런 그들은 ‘또 다른 동료’와 함께 전부 막아냈다는 것이었다.

다시 네메시스가 위를 향할 수 있도록.... 그렇다면 앞의 괴물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주신과 네메시스가 있는 구덩이를 봉쇄하는 대결계를 핀 체. 자신의 ‘조화’를 무식한 비율로 손해 보면서 정면으로 붙고 있는 이 괴물은?

아마 플로라 자신을 제외하면 레퀴엠의 공격을 정면에서 막아낼 수 있는 이는 다섯 손가락 정도 밖에 들지 않을 것이다.

모든 ‘세계’를 통틀어...


콰아아아아앙!!


끝없는 폭음과 함께. 교묘하게 플로라의 사각을 노리는 듯이 레퀴엠이 다루는 빛들이 휘어지는 것이 보인다.

이에 플로라는 하나하나 쳐내면서도 교묘하게 레퀴엠의 품속으로 들어가 한 방 먹이더니 입을 열었다.


“약해져가는 너의 힘이 느껴져.”


“....상관없어요!”


조금씩이지만 착실하게 약해져가는 것이 플로라는 느껴졌다. 앞의 괴물의 역량이 얼마나 강하는지는 플로라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은 주신들처럼 무한한 힘 따위가 아니다.

그녀의 조화를 받아내기 위해서 무식할 정도의 ‘빛’을 부어넣어 막는 저 전투방식은 결코 플로라를 이기기 위한 생각 따위가 아니겠지.

오히려 저것은....


“...죽을 생각인거야?”


“당신의 힘을 조금이라도 깎을 수 있다면. 저는 만족해요.”


“...나는 그를 죽일 생각이 없어.”


“그런 말로 당신을 통과시켜줄 생각 따윈 없어요! 징벌 [불경한 이에 파멸을 요구한다]”


그 말에 레퀴엠의 능력이 발동해 플로라의 감싸 안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녹색의 빛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다.

그 모습에 플로라는 안쓰러운 시선으로 레퀴엠을 바라보았다.


“..너의 능력은 나의 조화랑 최악이야.”


“그건 보면 알겠죠!”


플로라가 알기로는 레퀴엠의 능력은 ‘카운터’와 ‘징벌’.

카운터는 상대방의 공격을 빌미로 상대방의 공격과 본인의 힘을 더해 오히려 역공격하는 강력한 기술이나 그만큼 제한적인 상황에만 가능하고 설사 플로라에게 쓰더라도 카운터는 사용되기 이전에 조화에 기능을 상실한다.

그리고 징벌은 속성 ‘어둠’의 저주에 가까운 개념으로 상대를 죽이는 것에 가까웠지만 온 몸에 조화를 두르는 플로라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은 그 둘의 관계는 최악의 상성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레퀴엠이 전혀 기죽지 않고 맞서는 모습에 플로라는 왠지 모를 한기를 느낄 뿐이었다.


작가의말

전직 성녀였던 14위 레퀴엠과 서열 2위 괴물 플로라,


현재 연합군의 희망이 되어 성녀로 이름 불리는 플로라와 그들을 학살하는 괴물인 레퀴엠


아이러니하네요. 이번 편이 가리키는 것은 전자일까요? 후자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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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 제 572화 2마리의 지휘 개체들. +1 23.06.30 49 1 16쪽
572 제 571화 첫 번째 생물 병기. +1 23.06.30 34 2 14쪽
571 제 570화 네메시스의 처벌. +1 23.06.30 35 2 18쪽
570 제 569화 의외의 손님들. +1 23.06.30 33 2 18쪽
569 제 568화 자유와 방종. +1 23.06.03 33 2 13쪽
568 제 567화 람슬 왕국의 수도 이슐. +1 23.06.03 36 2 16쪽
567 제 566화 창공으로! +2 23.06.03 47 2 15쪽
566 제 565화 릴리스의 메시지 +1 23.06.03 124 2 20쪽
565 제 564화 릴리스의 문장. +1 23.06.03 40 1 15쪽
564 제 563화 미쳐버린 사회 +1 23.06.03 41 2 14쪽
563 제 562화 가해자가 된 피해자들. +1 23.05.15 52 2 16쪽
562 제 561화 괴물은 약속을 지킨다. +1 23.05.15 55 2 22쪽
561 제 560화 입국 심사. +2 23.05.12 48 2 20쪽
560 제 559화 제우스의 로망. +1 23.05.12 35 2 12쪽
559 제 558화 사막의 대공사. +1 23.05.12 42 2 17쪽
558 제 557화 4명의 주신이 모이다. +1 23.05.12 38 2 19쪽
557 보너스편. 거짓된 영웅들이 끝난 뒤 이야기. +1 23.04.24 46 3 11쪽
556 제 556화 네메시스의 장기말. +1 23.04.24 36 2 14쪽
555 제 555화 불안정한 경지 +1 23.04.24 40 2 16쪽
554 제 554화 람히르의 뿌리. +1 23.04.24 50 2 15쪽
553 제 553화 학대의 기억. +1 23.04.24 40 2 13쪽
552 제 552화 식사 준비. +1 23.04.24 38 2 12쪽
551 제 551화 쓰레기 재활용. +1 23.04.24 38 2 19쪽
550 제 550화 채찍과 당근 +1 23.04.04 47 2 14쪽
549 제 549화 쾌락을 탐닉하는 괴물. +1 23.04.04 52 2 15쪽
548 제 548화 세레나의 상징. +1 23.03.31 44 2 15쪽
547 제 547화 모방과 깨트림. 그리고 발전. +1 23.03.30 43 2 15쪽
546 제 546화 분노와 그리움 +2 23.03.30 45 2 14쪽
545 제 545화 네메시스의 체력 측정 시작. +1 23.03.30 64 2 18쪽
544 제 544화 네메시스의 가르침 +1 23.03.28 47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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