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co******* 님의 서재입니다.

유죄의 비망록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일반소설

conotoxin
작품등록일 :
2015.04.05 21:01
최근연재일 :
2015.05.09 21:33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347
추천수 :
60
글자수 :
99,831

작성
15.05.09 21:33
조회
259
추천
2
글자
11쪽

발악

.




DUMMY

27. 발악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 5일 경기도 안산시에서 30대 남성이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피해자는 과거 불법무기밀매로 복역한 전과가 있어 경찰에서 현재 무기밀매조직간의 세력다툼의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시작하였으며···."


"거 아줌마, TV좀 꺼주쇼. 시끄러워서 밥을 못 먹겠네."


식당 주인은 투덜거리며 이내 TV를 껐다. 보아하니 이제야 수사를 시작하는 단계인 모양이다. 만난 장소는 인적이 드물고 근처 길목에 CCTV가 없는 곳으로 심혈을 기울여 고른 곳이니 쉽게 단서를 찾지는 못할 것이다. 그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으려 만반의 준비를 갖춘 살인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사람을 죽여보았지만 죄책감은 없었다. 아니, 없다기보다는 죄책감이 복수심에 가려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어차피 죽어도 싼 놈이었다.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필요 없다. 밥이나 먹자.


이우혁의 은신처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애초에 강진태의 마수로부터 행적을 숨겨왔던 놈이니 나 같은 은퇴한 노형사가 추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야만 한다. 은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놈을 처단하는 것 뿐이다.


며칠 째 아무런 소득 없이 무의미한 수색을 반복하고 있으니 자꾸 조바심이 났다. 장부를 위조해 숨겨왔던 권총과 탄환, 무기 밀매상의 수사기록 등은 나의 범행을 오랫동안 은폐해주진 못할 것이다. 내 동료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수사의 방향이 나에게로 향하기 전에 빨리 이 일을 끝내야만 한다. 결국 강진태의 손을 빌리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인가···.


"아이고 이게 누구야. 신 경위님 아니신가? 그래 어쩐 일이세요. 지금쯤 사랑하는 손녀의 사진을 가슴에 안고 엉엉 울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네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왜 당신을 도와줘야 되는데?"


"너도 이우혁의 죽음을 바라지 않나? 내가 너의 히트맨이 되어 주겠다."


"허허 이 양반이 착각을 아주 단단히 하셨네. 이보쇼 신 경위님. 나는 선량한 사업가올시다. 내가 왜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자 유능한 동업자인 이우혁이 죽기를 바라겠어?"


"이 가증스러운 놈···.


"아아, 그건 그렇다 치고, 생각해보니 나도 자네 손을 좀 빌리고 싶은 일이 있군. 이렇게 하지. 내 부탁을 들어주면 이우혁의 위치를 찾는 걸 도와주겠어. 어때, 생각 있나?"


"뭐든지 하겠다."


"한 동안 조용했으니 이제 놈들도 긴장이 많이 풀어졌겠지. 내가 원하는 건 이수진이야. 내 앞으로 이수진을 데려오기만 한다면 이우혁을 찾는데 도움을 주지. 어떤가?"


"거래가 불공평하군 강진태. 나도 이수진을 찾는 데 도움을 주겠다. 네가 만약 이우혁을 데려온다면, 나 역시도 이수진을 데려오지."


"후후, 남매를 한 데 모으는 게 낫겠군. 우리 함께 동맹을 맺어야겠어. 과거의 케케묵은 감정은 흘려 보내고, 대의를 위해서 손을 잡자고."


"그런데 도대체 이수진이 너에게 왜 필요한 거지? 그런 정신 나간 여자를 찾을 정도로 한가해 보이지는 않는데 말이야."


"별 거 아니야. 그냥 확인 해 볼게 있어서 그래."


확인이라면···. 순간적으로 이수진의 모습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도형 사장의 시체를 파내던 그 날 밤, 또렷한 눈과 분명한 말투로 내게 말을 걸었던 그녀의 모습. 그 때 그녀는 도저히 정신이 모자란 사람이라고는 생각 되지 않았다. 강진태가 확인 해야 할 것이라는 게 혹시 그녀의 정신이상 유무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혹시 그녀가 강진태의 치명적인 약점을···?


아니, 이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우혁을 죽이는 것만이 내 삶의 이유다. 다른 일에 신경 쓸 여력 따위 있을 리가 있나.


"좋아. 난 이수진에게 접촉을 해볼 테니 너도 이우혁의 소재를 알아봐."


"여부가 있겠습니까 경찰 나으리. 킬킬킬."


구역질 나는 웃음소리를 뒤로 한 채 거칠게 통화를 종료했다. 강진태의 말을 듣는 건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지만, 그의 의견 대로 이수진을 이용해서 이우혁을 끌어 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으로 여겨진다. 이수진은 최지호와 같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이다. 이번 한 번만 더 지호를 이용하자.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그 동안의 지호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겠지. 하지만 더 이상 그런 것 따위 내 알 바 아니다.


우선 지호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지호가 가장 관심 있어할 만 한 얘기를 꺼내면 될 일이다. 그래, 이를테면 강진태의 지하실이라던가. 그 곳에 이도형의 시체가 있다고 하면 그는 분명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신중한 최지호는 이수진을 끌어 들이지 않을 것이다. 대체 어떻게 해야 이수진까지 유인해낼 수 있을까.


역시 내 성격은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데 부적합한 것 같다. 답답한 마음에 어느새 내 손은 지호의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경위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


"어어, 지호야. 걱정해줘서 고맙다. 이젠 괜찮아."


"많이 다쳤었는데···. 너무 빨리 퇴원하신 거 아니에요?"


"아냐아냐. 그보다 지호야. 너에게 해줄 중요한 얘기가 있다. 어렵게 알아낸 정보야. 강진태의 집 지하실에···."


"시체들이 있다구요?"


"응? 아니, 그걸 어떻게···."


"수진이가 말해줬어요. 아마 그 곳에 이도형 사장의 시체도 있을 거래요. 수진이가 집 위치도 알고 있으니 이제 시체를 회수하는 건 시간문제에요. 경위님, 같이 가요. 그리고 이제 종지부를 찍어요."


만약 최지호가 이우혁의 끄나풀들에게 도움을 받아 강진태의 집을 덮친다면 모든 게 끝나버린다. 강진태는 체포되고 이우혁은 LJ그룹의 실세가 되어 내가 다가가기 더 어려운 존재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기약 없는 복수만을 기다린 채 은진이를 잃은 슬픔에 허우적거리다 무의미한 죽음을 맞이하겠지. 이대로는 안 된다. 어떻게든 수를 써야 한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자. 이우혁의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게 만들고, 이수진을 끌어 들일 방법을···.


그래! 이중 스파이다!


"지호야, 그 지하실 말인데···. 며칠 전에 내가 그 곳에 갔었다."


"뭐··· 뭐라고요? 강진태의 지하실에? 신 경위님 혼자요?"


"그래, 내가 시체를 너에게서 가로채느라 모든 것을 망쳤으니 내 힘으로 어떻게든 수습을 하고 강진태와 담판을 짓고 싶었어. 시체가 내 손에 들어오자마자 GPS 발신기를 몸 속 깊은 곳에 삽입했고, 그 위치를 근거로 강진태의 지하실을 찾아냈지. 하지만 강진태는 그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내가 찾아오리라는 사실 까지도···. 결국 나는 그 놈의 손에 놀아난 거지."


"그, 그런···. 그럼 이제 대체 어떻게 해야···."


"강진태는 내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로 나의 협력을 제시했지. 이우혁의 부하들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하는 것. 이도형의 시체를 미끼로 이우혁의 병력 상당수를 빼낸 뒤 이우혁을 직접 치는 게 그 놈의 전략이다. 강진태는 지금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방심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강진태의 목을 칠 절호의 기회다."


"뭔가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요 경위님?"


"우선 강진태의 계략대로 넘어가줘야지.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잡아내는 거야. 이우혁 부하들은 일단 강진태의 집으로 보내자. 그들을 미끼로 쓰는 거야. 분명 강진태의 프락치들이 숨어 있을 테니 모든 인원을 보내는 것이 나을 거다. 그리고 이우혁의 신변 보호는 사복경찰로 대체하는 거야."


"그렇군요! 근데 과연 강진태가 직접 올까요?"


"직접 오게 만들어야지. 그 놈은 다혈질이니까


"어떻게요?"


"내 추측인데 말이다 지호야. 혹시 수진이가 강진태에 대해서 뭔가 아는 게 있니?"


"수진이는···. 경위님도 아시다시피 지능이 평균에 미치지 못해요. 뭔가를 안다고 해도 아무 소용 없을 거에요."


"지호야, 나에게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아도 돼. 시체를 파던 그 날, 수진이의 반응 기억나냐? 그건 절대로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어. 그리고 사실···."


좋아, 여기서 한 템포 쉬자. 살짝 뜸을 들여서 초조하게 만들어야 해.


"사실··· 뭐요?"


"강진태가 수진이를 의심하고 있어. 지금까지의 모습이 연기라는 것을 대략 눈치챈 것 같다."


성공이다. 예상대로 지호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이제 지호는 이수진을 지키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하겠지. 그녀와 이우혁을 한 번에 잡는 포석을 깔기만 하면, 충분하다.


"그러니 수진이도 경찰의 보호를 받게 해야지. 우선 내가 수진이가 이우혁과 함께 있다는 정보를 강진태에게 흘릴 거야. 만전을 기하기 위해 실제로도 그러는 편이 좋아. 혹시라도 내가 거짓 정보를 흘리게 된다면 강진태는 나를 의심할 테니까. 강진태 스스로 확인해 본 결과도 내가 말한 것과 일치한다면 그는 이우혁과 수진이를 한 번에 잡는 승리를 만끽하기 위해서 직접 그 자리로 올 거다. 그 놈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 인건 너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 자리를 다수의 잠복경찰로 잡고, 이우혁의 부하들과 합류해서 현장을 덮치면 모든 게 끝나는 거지."


"그런데 그렇게 많은 경찰 병력을 정말 동원할 수 있으세요?"


"그건 걱정 마라 지호야. 내가 다 준비해놓은 게 있단다."


준비는 무슨. 그런 거 없다. 나는 이우혁을 죽이기만 하면 끝이다. 잠복 경찰은 애초에 없고, 수진이와 이우혁을 한 자리에 모아 강진태가 잡게 한다. 그리고 나는 이우혁을 죽일 것이다.


"감사합니다 경위님. 아, 잠시만요. 수진이가 뭔가 할 얘기가 있다고 하네요."


"됐어. 통화는 이 정도로 끝내자. 우선 내 계획을 수진이와 이우혁에게 전해다오. 나도 내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으마."


"네, 경위님."


지호한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강진태의 교활하고 사악한 악행도 상관 없다. 은진이의 복수만 할 수 있다면 나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 수도 있다. 지옥이 있다면, 그리고 내가 사람을 죽인 죄로 그 곳에 가야만 한다고 해도 나는 웃으며 갈 것이다.


[지이잉]


문자가 왔다. 내게 연락을 할 사람은 지호 아니면 강진태다. 지호는 방금 통화했으니 강진태인가? 의아한 생각을 갖고 핸드폰의 잠금을 해제한 뒤 문자를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그 문자의 내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은진이는 살아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유죄의 비망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공지 15.05.18 153 0 -
» 발악 +2 15.05.09 260 2 11쪽
21 휴식 15.05.05 211 3 7쪽
20 지옥 15.05.03 151 4 13쪽
19 거래 15.05.02 149 3 16쪽
18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15.05.01 150 2 7쪽
17 갈등 15.04.29 131 4 9쪽
16 결투 15.04.28 169 1 10쪽
15 해결책 15.04.27 134 2 8쪽
14 이판사판 15.04.26 254 2 8쪽
13 시체 +4 15.04.22 215 3 8쪽
12 트라우마 15.04.18 188 2 8쪽
11 진실 15.04.17 206 3 8쪽
10 재회 15.04.16 283 2 9쪽
9 계략 15.04.15 228 2 8쪽
8 다시 전장으로 15.04.12 273 2 11쪽
7 만남 +1 15.04.11 333 1 13쪽
6 협박 15.04.10 282 2 16쪽
5 검은 양복 +2 15.04.09 518 7 9쪽
4 그림자 +1 15.04.08 266 3 11쪽
3 추적 15.04.07 292 3 12쪽
2 자백 +1 15.04.06 311 3 12쪽
1 기억 15.04.05 342 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