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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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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otoxin
작품등록일 :
2015.04.05 21:01
최근연재일 :
2015.05.09 21:33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351
추천수 :
60
글자수 :
99,831

작성
15.05.01 20:50
조회
150
추천
2
글자
7쪽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




DUMMY

23.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순순히 따라와라.”


제길, 이우혁 쪽 검은 양복이 아닌 강진태 쪽 놈들이었던 건가···. 낭패다. 이대로 놈들에게 끌려간다면, 십중팔구 목숨을 보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힘들게 시체를 되찾은 것도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이대로 끝인가···. 어떻게든 타개책을 생각해 내려 애썼지만, 눈앞에 묵 빛의 총구가 나를 향해 겨눠지고 있는 이상, 딱히 방법이 없는 듯했다.


“우릴 데려가서 어쩔 생각입니까?”


“그거야 나도 모르지. 전무님께서 현재 수술중이시니 결정은 실장님이 내릴거다. 이제 그만 나와.”


그들의 요구를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수진이는 검은 양복들의 정체를 알게된 후부터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래, 이우혁의 괴상망측한 취미생활을 본 이상, 제정신이란 사실을 들킨다면 위험하다. 그녀는 아마도 다시 연기를 하는 중인 것 같다.


검은 양복은 총 3명이었다. 한명이 앞장서서 걸어가고 있고 한명은 수진이의 뒤에, 다른 한명은 내 뒤에서 여전히 총을 겨눈 채 걷고 있었다. 이대로 차를 탄다면 모든 게 끝이다. 그전에 어떻게든 해야만 한다.


그동안 봐왔던 영화 속의 결투장면들을 떠올려봤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파트너와 사인을 맞춘 다음 등 뒤에 바짝 붙어있는 총을 붙잡고 급소를 가격하여 무방비상태로 만든 뒤, 총을 뺏고는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격투기조차 배워본 적 없는 내가 이런 프로들을 상대로 그런 수준 높은 호신술을 구사할 수 있을까?


어느덧 계단을 걸어가고 있었다. 1층 로비까지 한층만 내려가면 된다. 선두는 여전히 앞을 경계하며 걷고 있었고, 나머지 두명은 나와 수진이를 마크하고 있었다. 앞쪽의 검은 양복은 총을 꺼내지않고 있다.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이라 그들의 총구는 등이 아닌 머리쪽을 향해 있었다. 조금만 고개를 숙인다면 조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이대로 끌려가면 돌이킬 수 없다. 여기서 뭔가 해야만 한다. 수진이를 쳐다봤지만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걷고 있었다. 그녀의 도움을 구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나 혼자 모든 것을 해야만 한다.


결정을 내린 뒤, 나는 뒤로 넘어지면서 두발로 앞에 있는 검은 양복을 밀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두 팔로 내 뒤에 있는 검은 양복의 무릎 안쪽을 잡아당겼다. 불시의 기습에 앞쪽의 검은 양복은 속수무책으로 계단 아래쪽으로 굴러 떨어졌고, 뒤쪽의 검은 양복은 나와 함께 뒤엉켜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머리부터 박았는지, 뒤에 있던 검은 양복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자마자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권총을 뺏는데 성공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총을 들고 수진이를 봤을 때, 그녀는 검은 양복에게 붙잡혀 관자놀이에 권총이 겨눠져있었다.


“너 이 새끼··· 총버려!”


“젠장···.”


“미안해요, 지호씨. 미안해요···.”


“총 버리라고 이새끼야!”


검은 양복은 어느 샌가 계단 위쪽으로 올라가있었다. 거리는 5m정도. 내가 권총사격을 한 번도 안 해봤을 것을 알고 거리를 둔 것 같다. 솔직히 저렇게 수진이에게 가깝게 붙어있는 검은 양복을 단 한발로 맞출 자신은 없다.


총을 겨누고는 있지만 팔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려왔다. 뒤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굴러 떨어졌던 검은 양복이 정신을 차린 게 분명하다. 여기까지인가···.


“마지막이다, 총 버려!!”


“경찰이다! 모두 총 버려!”


경찰···?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정문에 있는 것은 수많은 경찰특공대들. 모두가 이쪽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다행이란 생각보다, 의아했다. 경찰이 어떻게 알고 여길 온 거지?


“너희는 포위됐다. 총 버려!”


“제기랄···.”


다시 시선을 돌려 수진이를 잡고 있는 검은 양복을 쳐다보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가 당장이라도 수진이를 쏴버릴까 겁이 났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의외였다.


[탕!]


새하얀 모텔의 벽에 빨간색 페인트를 뿌린 듯 엄청난 양의 피가 튀었다. 자신의 머리에 그렇게 쉽게 총을 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할 말을 잃었다.


[탕! 탕! 탕!]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뒤에서 총소리가 났다. 굴러 떨어졌었던 검은 양복이 어느새 총을 꺼내들고 내가 넘어뜨렸던 검은 양복을 향해 총을 쐈다. 그리고는 그 역시도 자신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이런, 제기랄!”


뒤에 있던 경찰들이 급하게 달려왔지만 이미 상황은 모두 종료된 뒤였다. 그들은 혀를 차며 어지럽혀진 바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멍하니 있는 채로 시체들을 바라보는 수진이를 보자, 안타까웠다. 저 가녀린 몸으로 벌써 두 번이나 사람이 죽는 것을 본 것이다. 얼마나 충격이 컸을지 상상조차 되질 않는다.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뒤에서 살포시 안아주었다. 부서질듯 약한 어깨가 움찔거렸지만, 이내 떨림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말조차 나오질 않는 것일까···. 그렇게 그녀의 떨림을 진정시키려 노력하고 있을 때, 경찰 한 명이 다가왔다.


“최지호씨 되십니까?”


“네, 그런데요···.”


“파주경찰서 유호준 경감입니다. 다치진 않으셨습니까? 옆에 아가씨는요?”


“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여길 어떻게···.”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신고라뇨, 누가?”


“여기 모텔 주인이지 누구겠습니까. 검은 양복들이 급하게 뛰어 올라가는 것을 봤는데, 허리춤에 있는 권총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곧바로 출동한 겁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 뭘 이런 거 갖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뭘.”


그는 멋쩍은 듯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지만, 나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가 오지 않았으면, 나와 수진이는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


“일단, 서로 가주셔야겠습니다. 저 총을 갖고 있던 남자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이런저런 사정 청취를 해야 하거든요.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다지 탐탁지 않아 수진이를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대로 떠날 수는 없을 것 같기에, 알았다고 대답한 뒤, 그들을 따라 차를 타고 경찰서를 향했다.


차에서도 여전히, 그녀는 말이 없었다. 나는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수진씨, 괜찮아요?”


“네? 아, 네. 괜찮아요.”


“아까부터 표정이 좋지 않아서···. 일단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작성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 우선 그래야죠···.”


틀렸다. 그녀의 정신은 도저히 여기에 있지 않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그것이 시체에 관한 것인지, 강진태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나에 대한 것인지, 나는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이렇게 불안해하며 그녀가 입을 열기를 기다릴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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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발악 +2 15.05.09 260 2 11쪽
21 휴식 15.05.05 211 3 7쪽
20 지옥 15.05.03 152 4 13쪽
19 거래 15.05.02 149 3 16쪽
»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15.05.01 151 2 7쪽
17 갈등 15.04.29 131 4 9쪽
16 결투 15.04.28 169 1 10쪽
15 해결책 15.04.27 134 2 8쪽
14 이판사판 15.04.26 254 2 8쪽
13 시체 +4 15.04.22 215 3 8쪽
12 트라우마 15.04.18 188 2 8쪽
11 진실 15.04.17 206 3 8쪽
10 재회 15.04.16 283 2 9쪽
9 계략 15.04.15 228 2 8쪽
8 다시 전장으로 15.04.12 273 2 11쪽
7 만남 +1 15.04.11 334 1 13쪽
6 협박 15.04.10 282 2 16쪽
5 검은 양복 +2 15.04.09 518 7 9쪽
4 그림자 +1 15.04.08 267 3 11쪽
3 추적 15.04.07 292 3 12쪽
2 자백 +1 15.04.06 311 3 12쪽
1 기억 15.04.05 342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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