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co******* 님의 서재입니다.

유죄의 비망록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일반소설

conotoxin
작품등록일 :
2015.04.05 21:01
최근연재일 :
2015.05.09 21:33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356
추천수 :
60
글자수 :
99,831

작성
15.04.27 21:44
조회
134
추천
2
글자
8쪽

해결책

.




DUMMY

20. 해결책


비가 차갑게 나의 두 뺨을 때렸다. 가시거리가 워낙 좁은 탓에, 그들은 한참 동안 내가 다가가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가 나의 손을 잡아채서 아래로 당겼다. 무방비한 상태로 걸어가고 있던 나는 힘없이 땅으로 끌려갔다. 진흙탕에 처박혀 시선을 돌려 보니, 수진이가 엎드린 채로 내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미쳤어요?”


“이 방법 밖엔 없어요. 이대로 있으면 우리 모두 죽을 거에요.”


“그래서 어쩌려는 건데요.”


“거래를 해야죠. 신 경위의 위치를 알려 주고 우리의 안전을 보장받을 거에요.”


“그게 통할 거라 생각해요?”


“통하든 안 통하든 해봐야죠. 가만히 앉아서 놈들이 우릴 죽이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당신은 아직 강진태를 몰라요. 그는 거래를 할 사람이 아니에요.”


“그럼 어떡해요? 시체는 신 경위가 가져갔고, 저 놈들은 이제 우릴 죽일 기회만 노리고 있을 거잖아요. 당신 오빠는 의식이 없어서 우리를 지켜주지 못할 거라구요. 아니, 우리가 아니죠. 당신은 그래도 아버지에게 의지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나는? 당신이 날 버리면 난 끝이에요.”


“진정해요, 지호씨. 저나 지호씨나 같은 처지에요. 절대로 당신을 버리지 않을게요. 날 믿어요. 우린 한 배를 탄 사이에요. 함께 이겨나가야죠.”


착잡하다. 그녀를 못 믿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황이 너무나 안 좋아졌기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알고 있는 듯, 그녀는 축축한 진흙에 옷이 더럽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만히 엎드려 내 손을 잡고 있었다.


강진태와 검은 양복들은 곧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가 그대로 강진태에게 걸어 나갔다면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없었을 지도 몰랐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수진이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한참을 서성인 뒤에야 산을 내려왔다. 다행히 그들은 오래 전 떠난 것처럼 보였다. 차를 갓길에 숨겨서 주차해둔 것이 다행이었다. 다만, 우리가 시체를 가져갔다고 생각 할 테니, 앞으로 전력을 다해 나와 수진이를 추격할 것이 분명했다.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차를 타고 다시 모텔로 왔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수진이 역시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그녀는 말없이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우수 깊은 그녀의 옆모습을 보고 있으니 상황에 맞지 않게 조금 설레서 나 자신한테 놀랐다.


“한 동안은 다시 도망 다녀야겠네요.”


“어……. 네, 그래야죠…….”


그녀의 얼굴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나를 쳐다보며 말한 탓에, 당황하여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혹시 그녀가 눈치채면 어떡하지?


“전에 저를 데리고 도망 다녔을 때, 나쁜 마음을 가질 수도 있었는데 저를 잘 챙겨주셔서 고마웠어요. 어휴, 저를 씻겨주실 때 그 민망함이란…….”


그녀는 창피한 듯 고개를 돌리며 작게 웃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더욱 부끄러워 아무 말도 못하고 머리만 긁적였다.


“신 경위님은 역시 그 시체로 강진태를 협박하려 하겠죠?”


“네, 아마도……. 그런데 돈을 바라고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아닌데요.”


“돈이 아니라면 뭘까요?”


“글쎄요. 가족과 자신의 안전이라던가?”


“그렇다면 시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하겠네요. 하지만 강진태는 들은 척도 하지 않을 거에요.”


“왜죠?”


“첫째로, 강진태는 시체를 회수할 자신이 있을 거에요. 그런 더러운 쪽 일이라면 이골이 난 사람이니까. 아마 신 경위님에게 연락이 오자마자 추격의 화살을 바로 신 경위님에게로 돌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체를 차지하려 하겠죠. 그 편이 그에겐 훨씬 쉬우니까. 둘째로, 지호 씨도 보셨다시피 시체의 신원을 확인할 만한 모든 수단은 제거되었어요. 지문과 치아, 그리고 아마 확인은 못해봤지만 안구도 적출해냈을 거에요.”


“누…… 눈이요?”


“네, 삼촌은 보안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 회사의 주요 시설에 대한 접근을 홍채 인식을 통해 했거든요. 회사 보안 시스템 서버 안에 삼촌의 홍채 데이터가 보관되어 있을 테니 만약 안구가 그대로 있다면 시체가 삼촌의 시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테죠. 물론 강진태가 그런 것도 생각 못할 정도로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구요.”


“그럼, 신 경위는 강진태에게 연락하자마자 목숨이 위험하게 되겠군요. 그 전에 신 경위한테 주의를 줘야 할 텐데……. 지금 전화해볼까요?”


“…….”


나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부를 검색하다 말고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나를 빤히 보고 있을 뿐이었다.


“왜 그래요?”


“지호씨는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어서요.”


“네? 왜요?”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는데도 신 경위님을 걱정하잖아요. 신 경위님은 지호씨 목숨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 같던데.”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죠. 그렇다고 제가 그렇게 착한 놈은 아니에요. 다만, 지금은 우리를 도와 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그 사람……. 믿을 수 있을까요?”


“저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뜩이나 그 사람과 나의 관계는 살얼음처럼 깨지기 쉬운 상황인데, 서로의 신뢰가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에요.”


“그래요…….”


“그런데 시체에 신원을 확인할 만한 단서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수진씨는 시체가 필요하다고 한 거에요?”


“사실, 강진태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이 하나 있어요.”


“그게 뭐죠?”


“베리칩(verichip)이요.”


“베리칩……이요?”


“네, 생체 검증을 위한 이식용 마이크로 칩이에요. RFID기술을 응용해서 신체에 이식해서 사용하는 칩이에요.”


“대체 뭔 소린지…….”


“쉽게 설명할게요. 지호씨 대학생이죠? 강의실에 들어갈 때 학생증을 찍어서 출석을 할거에요, 그렇지 않나요?”


“네, 맞아요.”


“그 학생증에는 지호씨에 대한 개인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에 스캐너로 그 정보를 읽고, 출석을 체크하는 거잖아요? 그게 바로 RFID 기술이에요. 다만 베리칩은 해당 개인정보를 담은 칩을 몸에 이식해서 사용하는 거구요.”


“아! 그럼 그 시체에서 칩을 꺼내기만 한다면 시체가 이도형의 시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겠군요! 수진씨는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저를 데리고 도망쳤던 삼촌의 부하가, 삼촌에게 베리칩을 이식해주고 그에 따른 보안 시스템을 만들었던 사람이니까요. 그 칩으로만 접근 가능한 삼촌의 개인 금고에는 그 동안 강진태와 삼촌이 행했던 수많은 비리들의 증거가 있다고 들었어요.”


“강진태가 그 금고를 그냥 놔뒀을 리가…….”


“삼촌의 금고는 칩을 통하지 않은 방법으로 억지로 열려고 하면 바로 소각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요. 강진태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한 채, 열 방법을 찾고 있을 거에요.”


“그렇군요. 그런데 수진씨는 그런 것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그건…….”


그녀는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말 끝을 흐렸다. 뭐지?


“그보다, 어서 신 경위님한테 연락을 해야죠! 혹시라도 강진태에게 연락을 했다면 벌써 추격이 시작됐을 거에요. 만약 시체를 뺏긴다면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아, 그래요. 잠시만요.”


나는 곧바로 신 경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를 아무리 기다려봐도,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신 경위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이 모든 계획이 틀어져 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있을 때,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신 경위님? 저 지호에요!”


“이야, 최지호군! 오랜만이야! 목소리 들으니 반갑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 오는 것은 지긋지긋한 목소리. 강진태였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유죄의 비망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공지 15.05.18 153 0 -
22 발악 +2 15.05.09 260 2 11쪽
21 휴식 15.05.05 211 3 7쪽
20 지옥 15.05.03 152 4 13쪽
19 거래 15.05.02 149 3 16쪽
18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15.05.01 151 2 7쪽
17 갈등 15.04.29 131 4 9쪽
16 결투 15.04.28 170 1 10쪽
» 해결책 15.04.27 135 2 8쪽
14 이판사판 15.04.26 254 2 8쪽
13 시체 +4 15.04.22 215 3 8쪽
12 트라우마 15.04.18 188 2 8쪽
11 진실 15.04.17 206 3 8쪽
10 재회 15.04.16 283 2 9쪽
9 계략 15.04.15 229 2 8쪽
8 다시 전장으로 15.04.12 273 2 11쪽
7 만남 +1 15.04.11 334 1 13쪽
6 협박 15.04.10 282 2 16쪽
5 검은 양복 +2 15.04.09 519 7 9쪽
4 그림자 +1 15.04.08 267 3 11쪽
3 추적 15.04.07 292 3 12쪽
2 자백 +1 15.04.06 311 3 12쪽
1 기억 15.04.05 343 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