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co******* 님의 서재입니다.

유죄의 비망록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일반소설

conotoxin
작품등록일 :
2015.04.05 21:01
최근연재일 :
2015.05.09 21:33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342
추천수 :
60
글자수 :
99,831

작성
15.04.10 18:14
조회
281
추천
2
글자
16쪽

협박

.




DUMMY

9. 협박


신 경위에게 연락이 안 온지 3일 째다. 혼자서 조사해 볼 게 있으니 잠시 대기하고 있으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그에게서 문자 한 통 조차 오질 않는다. 내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그저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가 멍하니 밤거리를 걸었다. 사람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다들 웃으며 얘기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겪지 않았을 끔찍한 사건을 겪게 된지 겨우 열흘이 지났다. 가끔씩은 이대로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신 경위도, 태식이도 자수하겠다는 나의 결정을 납득하지 않았다. 부모님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만약 얘기한다고 해도 그들과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 누구라 해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고의든 아니든 타인을 죽인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에게 있어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죄책감을 동반한다. 그러한 고통들은 나에게 자수를 결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죄책감은 옅어져만 갔고 악몽은 더 이상 꾸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시작되었다. 언제까지 이 사건에 매달려 있어야 할까? 친구들은 취직 준비를 하고 돈을 모으고 자신의 성장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데 나는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나의 살인을 증명하려 애쓰고 있다.


과연 이게 맞는 걸까? 만약 나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나의 유죄가 입증되고 법의 심판을 받는다면 나는 후련해질까? 아니면 스스로 나의 인생에 살인자라는 낙인을 새겨 나락으로 떨어뜨린 내 행동을 후회하게 될까?


나는 나 자신에게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다만 내가 하는 일이 옳은 일이라고 믿고 있다. 아니, 그렇다고 믿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툭]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다. 꽤 한적한 도로였기에 차들은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신호등만 바라보고 있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왜 하필 가장 앞쪽에 있었을까? 누군가가 나의 등을 밀었을 때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이 그대로 차도로 튕겨져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끼이익!]


그대로 차에 치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이었다. 운이 좋게도 트럭 운전수는 핸들을 제때에 꺾었고 내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뒤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었던지 그는 그대로 앞 유리를 깨고 튀어 나왔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그의 머리에서는 붉은 피와 뇌수가 뒤엉켜 흘러 나왔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새하얀 김이 아지랑이처럼 피어 올랐다.


그 때서야 정신이 들었다. 시체가 되어서 바닥에 누워있는 것은 저 사람이 아니라 내가 될 수도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밀었다. 나를 죽이려 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날 수가 없었다.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그 누구도 선뜻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신고를 하려는 사람조차 없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방관자 효과인가? 나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119에 신고한 뒤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보다 내가 눈을 뜨자 나를 안고 우셨다. 그제서야 내가 살았다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어이구, 이 녀석아 이게 뭔 일이니……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난 어떻게 살라고……”


“약간의 찰과상 외에는 특별한 외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자세한 것은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흑흑…… 감사합니다 선생님…… 어이구 우리 아들…… 무슨 일 생기면 엄마도 따라 죽을 거야……”


부끄럽게도 나도 어머니를 붙잡고 울었다. 너무 무서웠다. LJ그룹을 찾아가 검은 양복을 대면했을 때 불안함은 느끼고 있었지만 이렇게 곧바로 행동에 나설 줄은 몰랐다. 아니, 사실 어쩌면 나는 별 일이 없을 거라는 근거 없는 안심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족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교통사고가 날 뻔 했다고 생각하겠지. 이것이 명백한 살인미수 혹은 협박이라는 것을 말해야 할까? 괜히 가족들에게 걱정을 더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나 무섭지만 가족조차에게도 의지할 수가 없다.


만류하는 어머니와 의사를 무시하고 퇴원을 했다. 차에 치인 것도 아닌데 괜히 병원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의지할 수 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 얘기를 함께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다. 나는 신 경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야.”


“경위님, 저 지호인데요.”


“알아. 무슨 일이냐고.”


“저 사고를 당할 뻔 했어요.”


“그게 어쨌다는 거야?”


빌어먹을, 나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구나.


“정확히 말해서 사고가 아니에요. 누군가 저를 차도로 밀어서 교통사고가 날 뻔 했어요. 제 생각에는 LJ에서 사주한 것 같아요.”


“교통사고? 누군가가 밀었다고?”


“네.”


“후… 역시 그런 건가.”


“네? 무슨 말이세요?”


“너 준식이 알지?”


“아뇨… 누군데요?”


“너 자수하러 서에 왔던 날, 네 사건 접수했던 놈 말이야.”


“아, 네. 기억나요. 갑자기 왜요?”


“준식이가 죽었어. 교통사고로.”


“교통사고…요?”


“그래. 전형적인 음주운전이라고 결과가 나오긴 했는데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야. 이 정도로 그냥 주차해 있는 차를 들이받은 건 조금 납득하기 어렵거든. 게다가 죽기 전에 나한테 했던 말도 있고.”


“뭐라고 했는데요?”


“여자를 찾았다는 거야.”


“수진이를요?”


“그래. 한남동에서 발견했다고 하더라. 좀 더 뒤를 밟은 후에 뭔가 알아내게 되면 연락한다고 한 뒤에 들려온 건 사고소식이었지.”


“그럼 그 준식이라는 형사도 LJ그룹한테……”


“모르겠다 아직은.”


“근데 어째서 경위님이 아니라 다른 형사를 노렸을 까요?”


“꼬리를 밟혔으니 바로 제거했겠지. 젠장, 형사 생활 몇 년째인데 미행을 걸리고 지랄이야 그 자식은... 멍청한 새끼..."


“경위님 이거… 계속 해야 할까요?”


“왜 갑자기 약한 소리야? 네 죄값을 치르고 싶다던 신념은 다 어디 갔어?”


“하지만……”


“겁먹고 발 빼는 거야 말로 그 놈들이 원하는 거야. 마음 굳게 먹어라.”


신 경위는 한숨을 한 번 쉬더니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대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젠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나는 내 몸 하나 건사할 힘조차 없는 무기력한 학생에 불과하다.



혼자 집에 누워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나 보다. 눈을 뜨니 벌써 해가 중천에 떴다.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태식이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여보세요? 전화했었냐?”


“야, 너 교통사고 났었다며! 괜찮아?”


“사고 난 게 아니라 날 뻔 했었어. 어떻게 알았냐?”


“병원에서 전화 왔었어. 교통사고 나서 응급실에 실려왔는데 의식이 없어서 전화번호부에 있는 사람들한테 전화 하는 중이라고. 잠깐 지방에 내려가 있어서 못 갔었다.”


“안 오길 잘했어. 근데 사실 그게 사고가 아니었어.”


“무슨 소리야?”


“누가 나를 뒤에서 밀었거든. 신 경위 후배도 얼마 전에……”


“야야, 만나서 얘기하자. 우리 집으로 와.”


상당히 심각한 얘기인 것을 깨달았는지 태식이는 직접 만나서 얘기할 것을 제안 했다. 나는 적당히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주차장을 가로질러 걷고 있는데 내 앞에 검은색 밴이 급정거를 했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기도 전에 밴 안에서 검은 양복들이 내리더니 나를 둘러쌌다.


“최지호 맞지?”


“아닌데요.”


“다 알고 왔어. 시끄러운 건 질색이니까 조용히 따라와라.”


순간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할까도 생각했지만 어느새 두 명의 검은 양복이 내 양 옆으로 다가와 팔을 붙잡고 시퍼런 칼을 옆구리 들이댔다.


“허튼 수작 하지마. 옆구리에 바람 구멍 나기 싫으면.”


이런 벌건 대낮에 이렇게까지 무식한 방법으로 내게 접촉해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대로 끌려가면 무슨 일을 겪게 되는 걸까? 간단한 협박일까, 아니면 살인멸구일까?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내 옆구리를 찌를 것만 같아 도저히 반항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별 다른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차에 올라탔다. 뒷좌석 가운데 자리 앉히고는 여전히 그 두 명의 검은 양복이 옆에서 칼을 갖다 대고 있었다. 밴 안에는 전에 만났던 팀장이라고 불렸던 검은 양복들의 리더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검은 천을 꺼내더니 내 눈을 가렸다.


차 안에서 그들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치 묵묵히 명령을 수행하기만 하는 로봇 같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 상황에서 나는 패닉에 빠져 미칠 것만 같았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한참 후에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차를 세우고는 내 눈을 가린 천을 풀어주었다.


“내려.”


리더가 나를 거칠게 끌어 내리며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서울은 아닌 것 같았다. 허허벌판에 세워져 있는 폐 건물 하나가 다였다. 검은 양복들은 묵묵히 나를 건물 안으로 끌고 갔다.


건물 안에는 여러 명의 검은 양복들이 있었고 가운데의 의자에 30대 정도의 남성이 앉아 있었다. 깔끔하게 뒤로 넘긴 그의 머리는 단정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었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짙은 눈동자와 얇은 입술은 그의 깔끔한 외모를 상쇄할 정도로 비열함에 가득 차 있었다. 나이는 40대 초반쯤 되었을까, 우람하진 않지만 당당한 풍채와 길쭉한 팔다리는 그를 상당한 동안으로 보이게 했다. 다리를 꼰 상태로 건들거리던 그 남자는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게, 최지호군!”


검은 양복들이 나를 맞은 편 의자에 앉혔다. 나는 두려움에 아무 말도 못하고 덜덜 떨고만 있었다. 그는 그런 나를 보고는 히죽히죽 웃으며 장난스런 말투로 검은 양복들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야, 이 새끼들아. 정중히 모셔오라 했잖아. 정.중.히. 이 소중한 손님이 겁에 질려서 나랑 말도 못하고 오줌이나 지리면 어쩌려고 그래?”


검은 양복들은 묵묵히 고개만 숙였을 뿐이었다. 남자는 계속해서 검은 양복들에게 장난을 치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나는 겨우 마음을 다잡고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이… 이 모든 일을 지시한 사람이군요.”


[퍽]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은 양복 중 하나가 내 안면을 가격했다. 코에서 진득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아, 미안하네. 이 친구들이 성질이 좀 급해서 말이야. 내가 대신 사과하지. 어쨌든 내가 말도 걸지 않았는데 먼저 내게 질문을 하다니, 대단한 용기야. 푸하하하!”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출구는 내가 들어왔던 문 하나뿐인 것 같았다. 그 문은 굳게 닫혀 있고 두 명의 덩치 좋은 검은 양복이 굳게 서 있었다. 탈출은 불가능해 보인다. 창문 또한 굵은 직경의 철창으로 막혀 있었다. 애초에 철창이 없다고 해도 도저히 혼자서 올라갈 수 있는 높이가 아니다. 이 넓은 공간 안에 내가 앉아 있는 의자와 그가 앉아 있는 의자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좋아, 지호 군. 우리 사업 얘기를 시작해 보지. 일단은 자네가 수진이를 데리고 다시 서울로 와줘서 얼마나 고마운 지 몰라. 그에 대한 답례랄까, 자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해.”


“기회요?”


“그래, 그래. 평생에 다시 못 올 기회지.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기회라니까? 어때, 말만 들어도 솔깃하지?”


“…”


“사실, 자네가 서울에 오자마자 바로 죽이려 했었어. 쓸데없는 것을 너무 많이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근데 난 평화주의자라서 살인 같은 일은 아주 싫어해요. 무슨 말인지 알겠지? 자네가 순순히 협조만 해주면 나는 자네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거야.”


“준식이라는 그 형사는 왜…”


“아! 그 사람은 너무 깊이 들어왔어. 은퇴한 노형사는 자기 주제를 아는지 소극적으로 쫓아왔지만 그 젊은 친구는 그게 안되더라고. 혈기란 무서운 거야. 순직한 대한민국의 뛰어난 형사를 위해 잠시 묵념!”


미쳤다. 이 사람은 미친 게 분명하다. 타인의 죽음을 조롱거리로 삼고 있다. 이런 미치광이에게 내 목숨이 달려있다니, 정말 돌아버릴 노릇이다.


“자자, 그래서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뭐냐…… 뭐, 똑똑한 친구니까 대충 짐작했겠지. 괜히 쓸데없는데 정력 낭비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 이 말이야. 그럼 험한 꼴 볼 일은 없어. 어때, 나쁘지 않은 조건이지?”


“왜 날 죽이지 않고 살려두려는 거죠?”


“아까 말했잖아. 난 평화주의자라고.”


“거짓말. 날 죽이려 했었으면서.”


“아, 이 친구 오해하고 있구만. 그건 그냥 겁만 주려던 거였어. 그 일 맡은 친구가 조금 격하게 일을 처리 했나 봐? 그럴 수도 있지 뭐.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게나.”


“만약 내가 계속 진실을 밝히려 한다면?”


“뭐, 사실 그래도 상관 없어. 자네가 이 상황에서 뭘 할 수 있겠나? 난 다만 어린 청년의 미래를 걱정해서 하는 소리야. 어머니가 마음이 많이 여리신 거 같은데 하나뿐인 아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감당하실 수 있으려나 몰라.”


소름이 돋았다. 병원에서조차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니… 우리 가족들의 얼굴도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다. 잘못하면 나뿐만이 아니라 내 가족, 그리고 태식이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


“솔직히 좋은 게 좋은 거잖아? 뭐 하러 굳이 살인자가 되고 싶어서 난리 치나. 자네는 사람을 죽인 적이 없어. 내 책임 지고 그 말을 사실로 만들어 주겠네.”


“신 경위는…?”


“하하, 그건 자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말게. 자, 그래서 대답은?”


간단하다. 알겠다고 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내가 살인을 했다는 것은 절대로 입증되지 않을 테고 나는 불안에 떨며 살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죄책감?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일이다. 신 경위? 나에 대해 신경도 안 쓰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 어떻게 될지 알 게 뭔가. 자기 혼자 스스로 조사를 하던 말던 난 빠지면 그만이다. 은퇴한 형사다. 이빨 빠진 늙은 호랑이나 마찬가지다. 그 사람에게 진실을 밝혀낼 능력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편하게 생각하자. 어차피 난 나의 살인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 말이 맞다. 나는 괜한 짓을 했던 것이다. 태식이도, 신 경위도 내가 사람을 죽인 것을 본 적은 없다. 모든 일을 없던 걸로 할 수 있다는 내 눈 앞 남자의 말은 악마의 유혹보다도 더 달콤하게 들렸다.


‘지호 눈 예쁘다.’


머릿속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그녀의 미소가 떠올랐다. 내가 그녀의 미소를 싫어했던 이유, 바로 내 신념 때문이었다. 그녀의 미소는 내가 저지른 잘못으로부터 도망치는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었다.


부끄러움을 알아야 사람이다. 양심과 신념이 있어야 인간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옳은 삶이다. 어떤 상황에 처해도 신념을 잃어서는 안 된다.


고민은 길었지만 대답은 짧았다.


“싫습니다.”


남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유죄의 비망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공지 15.05.18 152 0 -
22 발악 +2 15.05.09 259 2 11쪽
21 휴식 15.05.05 211 3 7쪽
20 지옥 15.05.03 151 4 13쪽
19 거래 15.05.02 149 3 16쪽
18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15.05.01 150 2 7쪽
17 갈등 15.04.29 131 4 9쪽
16 결투 15.04.28 169 1 10쪽
15 해결책 15.04.27 134 2 8쪽
14 이판사판 15.04.26 254 2 8쪽
13 시체 +4 15.04.22 215 3 8쪽
12 트라우마 15.04.18 188 2 8쪽
11 진실 15.04.17 205 3 8쪽
10 재회 15.04.16 282 2 9쪽
9 계략 15.04.15 228 2 8쪽
8 다시 전장으로 15.04.12 273 2 11쪽
7 만남 +1 15.04.11 333 1 13쪽
» 협박 15.04.10 282 2 16쪽
5 검은 양복 +2 15.04.09 518 7 9쪽
4 그림자 +1 15.04.08 266 3 11쪽
3 추적 15.04.07 291 3 12쪽
2 자백 +1 15.04.06 310 3 12쪽
1 기억 15.04.05 342 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