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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 님의 서재입니다.

유죄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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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otoxin
작품등록일 :
2015.04.05 21:01
최근연재일 :
2015.05.09 21:33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352
추천수 :
60
글자수 :
99,831

작성
15.04.15 17:48
조회
228
추천
2
글자
8쪽

계략

.




DUMMY

14. 계략


"할아버지!"


"어이구, 우리 은진이! 잘 있었어?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응응! 할아버지, 나 무릉태워줘 무릉!"


"하하, 무릉이 아니고 무등! 우리 은진이 벌써부터 그런 어려운 말을 외우기 시작하는구나. 아주 신동이네 신동."


"할아버지 신동이 뭐야?"


"응, 신동은 우리 은진이처럼 예쁘고 똑똑한 아이한테 붙여주는 별명이야. 은진아, 우리 같이 요 앞에 놀러 갈까? 할아버지가 맛난 거 사줄게."


"응응! 햄버거 사줘 햄버거!"


뒤통수에 꽂히는 시선이 따갑다. 보나마나 며느리겠지. 내가 은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게 못마땅한 것이다. 제기랄, 이제서야 겨우 은퇴해서 은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요 며칠 새 계속 눈치를 주고 있다. 안 그래도 강진태 그 놈 때문에 불안해 죽겠는데, 집에 찾아올 때마다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니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니다.


"아버님, 은진이 밥 먹어야 되는데…."


"내가 알아서 먹이마. 요 앞에서 햄버거 사줄 거니까 신경 끄거라.|


"햄버거라니요, 그런 몸에도 안 좋은걸…. 정 그러시면 밥만 먹이고 나가게 해주세요. 아버님도 같이 좀 드시고요."


"됐다. 어렸을 땐 먹고 싶은걸 먹어야 하는 법이야. 너무 늦지 않게 올 테니 넌 좀 집에서 쉬고 있어라."


"하지만 아버님…"


"아 거참!"


사사건건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며느리에게, 오늘이야말로 제대로 한 소리를 하려던 참이었다.


[따르르릉]


폭풍 전의 고요를 깬 것은 내 핸드폰의 벨 소리였다. 은진이는 나와 지 어미의 얼굴을 불안한 표정으로 번갈아 가며 보고 있었다. 그래, 은진이가 보는 앞에서 이런 험악한 상황을 만들면 안 되지. 나는 가까스로 화를 내리누르며 은진이를 쓰다듬고는 전화를 받았다.


“예, 여보세요.”


“접니다. 강 전무님의 비서.”


“무슨 일입니까?”


“가능한 빨리 최지호를 만나십시오.”


“이유는?”


“최지호가 이수진의 오빠 이우혁 이사와 접촉했습니다. 도청기를 설치하여 그들의 대화로부터 알아낸 것이 있습니다. 최지호는 조만간 이수진과 만날 것 같습니다.”


“뭐야, 이수진은 당신들이 데리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


“사정이 좀 있습니다. 당신이 신경 쓸 일은 아니죠. 어쨌든 그들이 무슨 계략을 꾸미는 지 알아내야 합니다.”


“젠장, 알겠습니다.”


“잊지 마세요. 이 임무 외에도 당신에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요, 알아. 사진을 회수 하는 것 아닙니까!”


비서는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빌어먹을 자식. 나를 아주 자신들의 장기말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최지호의 신뢰를 얻어 일 처리를 확실하게 해야겠다. 부디 그들이 약속을 지켜 은진이에게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난 이만 가보마."|


"할아버지, 어디 가? 나 햄버거는?"


"응, 우리 은진이 햄버거는 할아버지가 다음에 사줄게. 할아버지 일이 있어서 좀 나가봐야 돼."


"일? 우리 할아버지 또 나쁜 사람들 잡으러 가는 거야?"


"응? 응…."


초롱초롱한 눈망울 속에는 무한한 신뢰가 담겨있었다. 아직 어린 나이에도, 은진이는 내가 하는 일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유치원 친구들에게 자랑도 했다고 한다. 우리 할아버지 경찰이라고, 나쁜 사람들 혼내주는 멋있는 경찰이라고….


그래, 그랬었지. 하지만 지금은? 나는 경찰이 아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잠재적 범죄자이다. 살인이라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의 은닉을 도와주려 하고 있는 예비 공범자다. 부끄럽고 창피해서 도저히 은진이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 도망치듯 현관문을 열고 내려와 차에 올라탈 때 까지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최지호를 만난 것은 늦은 오후였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뭔가 느낌이 바뀐 것 같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래, 별 일 없었지?”


“네, 뭐….”


“너에게 들려 줄 소식이 두 가지 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어떤 거부터 들을래?”


“나쁜 소식이요.”


“증거가 필요하다.”


“뭔가 순서가 바뀐 것 같네요. 좋은 소식은요?”


“준식이의 죽음이 수상하다고 상부에서도 느꼈는지 이 사건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어. 준식이의 사고를 다시 한번 조사 하기로 했다. 하지만 엉덩이가 워낙 무거워야 말이지. 뭔가 결정적 증거가 없으면 강진태 쪽으로는 전혀 움직이지도 않을 거다.”


“저에게 그런 게 있으면 벌써 공개했겠죠.”


“혹시라도 증거가 무시당하거나 소멸 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라면 걱정하지 마라. 위에서 직접 움직일 테니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정말 없어요.”


“날 못 믿는 거냐?”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없는걸 어떡해요.”


“그럼 지인에게 보냈다던 그 사진은 뭐야?”


“그야 당연히 거짓말이죠. 안 그랬으면 제가 지금까지 살아있겠어요? 전 아예 삼촌조차 없….”


“?”


“어떻게… 알았죠? 내가 강진태에게 사진을 갖고 있다고 했던 말을? 난 경위님한테 그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그건….”


여기서 최지호의 신뢰를 잃는다면 뭐든 것이 끝난다. 은진이를 위해서, 어떻게든 둘러대야 한다.


“강진태에게 연락이 왔었어.”


“그래요?”


놀라는 척 하고는 있지만 전혀 놀라지 않고 있다. 그는 내가 강진태와 연락을 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강진태가 말했나…. 오히려 기회다.


“후… 강진태가 말했었지. 너를 속이고 사진을 회수한다면 3억을 주겠다고 말이야.”


“….”


“물론 난 그 따위 돈에 관심조차 없었다. 하지만 놈은 준식이도 죽인 무자비한 녀석이야. 괜히 그 녀석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가는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그 놈 앞에서는 알았다고, 돈이나 제대로 준비하라고는 했지만 준식이를 죽인 그 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나는 오히려 좋은 정보를 가졌다고 생각했지. 마침 상부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수상한 냄새를 맡았기 때문에 너의 그 사진들이 있었다면 아무리 LJ그룹의 전무라고 해도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는 없었을 거야. 뭐,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는 조용히 내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의 표정을 보니 완벽하게 신뢰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일단 내가 강진태의 프락치라는 의심만은 피하게 된 것 같다.

“어쨌든, 그런 임기응변을 생각해 냈다니 다행이구나. 만약 네가 죽었으면 이 사건은 영원히 묻혀버렸겠지…. 너의 유죄입증을 위해서도, 준식이의 복수를 위해서도 그런 일은 있어선 안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자.”


최지호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이 정도면 됐다. 빨리 이 일을 강진태에게 말해야 한다. 그에게 수사절차의 비합리성과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번거로운 점들을 설명하면서 다시 한번 상부를 설득해 보겠다고 한 뒤에 헤어졌다. 그가 멀리 사라진 것을 본 뒤 바로 강진태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 경위입니다. 최지호에게는 사진이 없어요.”


“확실합니까?”


“예. 단지 살아남기 위한 거짓말이었다고 합니다. 애초에 삼촌이라는 지인도 없다고 하더군요.”


“좋습니다, 그럼 이제 죽이세요.”


“뭐라고요?”


“못 들었습니까? 최지호를 죽이라고 했습니다. 사진이 없으니 그 놈만 없어지면 더 이상 그 살인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 이수진이 있지만 뭐, 아무도 그 여자 말은 안 믿겠죠.”


“아니, 그래도 죽일 필요까지야…. 이우혁의 계략도 알아내야 하고….”


“최지호만 없어진다면 아무리 이 이사라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처리한 뒤 저에게 보고하세요.”


[뚝]


끊어진 전화기를 붙잡고 한참을 서 있었다. 최지호를 죽이라고…? 내가…? 은진이를 위해서, 그를 죽여야만 할까….


고민하고는 있지만, 사실 난 답을 알고 있었다.




.


작가의말

이틀 간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소중한 독자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하고 몰입감 있는 글로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p.s. 추천과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재밌어요~ 한마디만 적어주셔도 너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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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발악 +2 15.05.09 26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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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지옥 15.05.03 152 4 13쪽
19 거래 15.05.02 149 3 16쪽
18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15.05.01 151 2 7쪽
17 갈등 15.04.29 131 4 9쪽
16 결투 15.04.28 169 1 10쪽
15 해결책 15.04.27 134 2 8쪽
14 이판사판 15.04.26 254 2 8쪽
13 시체 +4 15.04.22 215 3 8쪽
12 트라우마 15.04.18 188 2 8쪽
11 진실 15.04.17 206 3 8쪽
10 재회 15.04.16 283 2 9쪽
» 계략 15.04.15 229 2 8쪽
8 다시 전장으로 15.04.12 273 2 11쪽
7 만남 +1 15.04.11 334 1 13쪽
6 협박 15.04.10 282 2 16쪽
5 검은 양복 +2 15.04.09 518 7 9쪽
4 그림자 +1 15.04.08 267 3 11쪽
3 추적 15.04.07 292 3 12쪽
2 자백 +1 15.04.06 311 3 12쪽
1 기억 15.04.05 342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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