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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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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otoxin
작품등록일 :
2015.04.05 21:01
최근연재일 :
2015.05.09 21:33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354
추천수 :
60
글자수 :
99,831

작성
15.04.2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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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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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결투

.




DUMMY

21. 결투


최지호를 죽이려 했다. 그것만이 내가 사랑하는 손녀 은진이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니까. 그러나 최지호는 어쩐 일인지 내가 던진 미끼를 물지도 않고 자리를 피하려 했다. 어떤 약속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떻게든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그의 뒤를 밟았다.


공원에서 멍하니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의 모습을 볼 때는, 그를 죽일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대로 돌아가서 다음을 기약하자, 라고 생각했던 그 때에, 검은 양복들이 최지호에게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강진태가 먼저 손을 썼던 것인가, 라고 생각했었지만 최지호의 태도를 보아하니 강진태쪽 사람들은 아닌 듯 했다.


최지호를 차를 태우고 이동하는 바람에, 나 역시 부리나케 차를 몰고 그들을 쫓아갔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검은색 세단들이 각각 찢어져 다른 길로 갈 때, 하마터면 놓칠 뻔 하였지만 최지호가 탔던 차를 유심히 봤었던 덕분에 겨우 따라갈 수 있었다.


교통사고가 일어나자, 최지호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다. 무기고에서 몰래 가져온 권총을 손에 쥐고 차에서 내리려 했지만, 검은 양복들 중 예전에 봤던 리더를 보자 생각이 바뀌었다. 이대로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최지호는 죽을 것이다. 최지호만 죽으면 강진태는 더 이상 나를 신경 쓸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 했다.


그러나 이러한 내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새로 온 검은 양복들과의 혈투. 혼란스러운 난투 속에서 최지호를 다시 한번 노리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다시 미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분명히 보았다. 최지호와 함께 있던 이수진을.


한 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기회였다. 최지호를 죽인 뒤, 이수진을 납치하여 만에 하나 있을 사태에 대비한다. 이것이 나의 계획이었다. 그들이 모텔에 들어가고, 어두워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 둘은 내가 들어가려 하기도 전에 밖으로 나와 차를 타고 다시 어딘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고마운 일이었다. 일이 술술 잘 풀린다고 생각하며, 라이트를 끄고 다시 미행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거리를 뒀기 때문에 놓칠 위기도 몇 번 있었지만 나는 추격에 이골이 난 형사다. 그 동안의 형사 생활에서 습득한 경험으로 어렵지 않게 그들을 따라갔다.


그들은 산 속으로 올라갔다. 그것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며 총을 꺼내들고, 그들을 추적했다. 야간 산행의 경험이 없는 초보들을 뒤쫓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들을 따라갔다.


어느 한 장소에서 지호가 놀라서 넘어지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으나,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기에 몸을 낮추고 최지호와 이수진을 주시했다. 그들은 곧 어느 한 장소에서 멈추더니, 이내 땅을 파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최지호를 죽일 수 있었지만, 기다려보기로 했다. 둘이서 늦은 시간에 이런 인적도 없는 산 속에서 땅을 파다니, 뭔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들의 대화를 듣기 위해, 약간 위험할 정도의 거리까지 접근했다.


아니나 다를까, 놀라운 사실이 그곳에 있었다. 이도형의 시체. 이 모든 사건을 종결 시킬 수 있는 그의 시체가 바로 여기에 묻혀 있었다니…. 그 순간, 나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결론은 순식간에 나왔다. 최지호를 죽이지 않아도 된다. 시체만 있으면, 은진이는 안전할 수 있다. 다행이다. 경찰인 내가, 정의를 행하는 내가 살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호를 죽이기 위해 준비했던 총이, 지호를 구하는 데 쓰일 줄은 몰랐다. 다만 순순히 내놓지 않을 것을 대비해 조금 격하게 대응했다. 그 녀석의 눈빛을 읽을 수 없었던 것은 거친 비바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어둠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내 양심의 가리개 때문이었을까.


시체를 손에 넣자마자, 바로 강진태의 비서에게 전화를 했다.



“접니다. 시체를 회수했습니다.”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강 전무님도 크게 기뻐하실 겁니다! 최지호와 이수진을 잡았나요?”


“아뇨, 그냥 시체만 가져왔습니다.”


“흠…. 전무님께서 그다지 탐탁지 않아 하실 거 같긴 하지만, 어쨌든 안 그래도 시체 때문에 걱정이 보통이 아니십니다. 지금 어디죠? 바로 가겠습니다.”


“그럼 이제 은진이는….”


“걱정 마시죠! 경위님과 경위님의 가족은 평생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보장하죠. 더불어 사례금도 섭섭하지 않게 드리겠습니다. 지금 어디죠?”


“네, 저는 지금 금촌역 근처입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고서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지호가 살인을 증명할 길이 없어지긴 했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그것이 바로 지호를 위한 길일 것이다. 젊은 혈기의 같잖은 정의감에 의해 인생을 망치느니, 딱 한번 눈 감고 모른척해서 평범한 인생을 사는 것이 백배 낫다. 나중에 이 상황이 모두 끝난 뒤에 지호에게 술이나 한 잔 사줄 것이다. 그의 잔을 채워주며 살아간다는 것이 뭔지, 소중하다는 것이 뭔지 얘기해줄 것이다. 상당히 삐걱대는 관계이긴 했었지만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의 술자리에서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추억이 되어 술안주로 삼을 수 있으리라.


[빵빵!]


한창 평안한 미래의 꿈에 젖어 있을 무렵, 뒤에서 다가온 검은 세단이 경적을 울렸다. 강진태 비서의 차가 분명했다. 트렁크를 열고 문을 열어 나가려는 순간, 느낌이 이상했다.


주위를 둘러보자,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새부터인가, 근처 가게들의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백미러에서 보이는 여러 대의 검은 차들. 함정이다. 그들은 나를 죽여, 멸구 할 생각이다!


강진태와 그의 비서가 내렸다. 그리고 그 뒤를 몇 명의 검은 양복들이 따르고 있었다. 몇몇 차들은 내 앞쪽 사거리에 정차하여, 퇴로를 막았다. 섣불리 도망갔다가는 벌집이 될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된 이상, 강진태를 인질로 잡는 방법밖에는 없다.


실린더에 들어있는 탄의 개수를 파악한 뒤,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허리의 혁대 쪽에서 느껴지는 권총 손잡이의 위치를 머리에 새기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트렁크를 열고, 시체를 확인시켜주는 척하면서, 강진태를 붙잡아 총으로 등을 겨눈 채, 방패막이 삼아 차를 타고 도주한다. 흥분해서는 안 된다. 서둘러서도 안 된다. 실패는 곧 죽음이다. 뭐, 어차피 가만있어도 죽겠지만….


“이야, 경위님! 역시 남부경찰서 베테랑 형사!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우하하핫!”


강진태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걸어왔다. 비서는 그의 빠른 걸음걸이에 맞춰 우산을 받쳐주려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뒤의 검은 양복들은 천천히 걸어왔다. 그들의 정장 안쪽주머니가 볼록 튀어나와있는 것을 보니, 총은 그쪽에 있을 것이다. 하나 같이 왼손으로 우산을 들고 있다. 만약을 대비해 빠르게 오른손으로 총을 꺼내기 위함이 분명하다. 프로다운 행동이다. 긴장하자. 다행히 강진태의 걸음걸이는 상당히 빠른 편이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그가 내 앞에 다가왔을 즈음에는 검은 양복들과의 거리가 꽤 될 테고, 이런 궂은 날씨라면, 제대로 조준하기 힘들 것이다. 기다리자, 기다리자, 기다리자…….


“자, 자, 경위님. 전 지금 시체가 보고 싶어 미칠 지경입니다. 마치 제가 네크로필리아(necrophilia)인것만 같아요! 시체는 어디 있죠? 역시 트렁크 안에 고이 모셔두었나요? 하핫!”


“시체는 뒷좌석에 눕혀놓았습니다. 와서 보시죠.”


뒷좌석 문을 열고, 여차하면 그걸 방패막이로 삼아야겠다. 문을 열자마자 강진태를 안으로 밀어 넣고, 바로 차를 출발시키자.


그 때 갑자기, 전화가 왔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제길, 누구지?


“경위님? 왜 그러시죠? 어서 보여 주세요. 어서요.”


“알겠습니다. 자, 이쪽으로.”


전화벨이 계속 울렸다. 강진태도 들은 것 같다.


“어라?이게 무슨 소리죠? 경위님 전화 온 것 같은데요?”


“아…. 전화요?”


“네, 벨소리가 들리잖아요. 누구죠?”


나는 천천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지호였다. 젠장…… 이 중요한 순간에…….


[탁!]


발신 번호에 떠있는 최지호의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강진태가 내 핸드폰을 낚아채더니 전화를 받았다.


“이야, 최지호군! 오랜만이야! 목소리 들으니 반갑네.”


당황한 나는 핸드폰을 다시 돌려받으려 했으나 강진태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더니 고개를 저었다. 어떡하지…….


“뭐? 신 경위? 물론 내가 데리고 있지. 아주 잘~ 모셔놓고 있지. 킬킬킬!”


핸드폰 너머로 뭔가 악에 받쳐 욕지거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걱정하고 있는 건가, 지호는….


“아냐, 아냐, 건강히 잘 계셔. 곧 만날 수 있을 거야. 지옥에서!”


그 말이 모종의 신호였었던 듯, 비서가 빠르게 총을 꺼냈다. 마지막 단어를 크게 소리치는 것으로 보아, 검은 양복들에게도 미리 지시를 해놓은 것 같았다. 아마 분명히 총을 꺼내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강진태가 전화를 받을 때부터, 이미 허리에 손을 얹고 있었던 상태였다. 다만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기기 전, 찰나의 고민을 했다. 누구를 쏠 것인가? 총을 들고 있는 비서인가? 아니면 이 모든 일의 주범 강진태인가?


[탕!]


강진태가 쓰러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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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발악 +2 15.05.09 260 2 11쪽
21 휴식 15.05.05 211 3 7쪽
20 지옥 15.05.03 152 4 13쪽
19 거래 15.05.02 149 3 16쪽
18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15.05.01 151 2 7쪽
17 갈등 15.04.29 131 4 9쪽
» 결투 15.04.28 170 1 10쪽
15 해결책 15.04.27 134 2 8쪽
14 이판사판 15.04.26 254 2 8쪽
13 시체 +4 15.04.22 215 3 8쪽
12 트라우마 15.04.18 188 2 8쪽
11 진실 15.04.17 206 3 8쪽
10 재회 15.04.16 283 2 9쪽
9 계략 15.04.15 229 2 8쪽
8 다시 전장으로 15.04.12 273 2 11쪽
7 만남 +1 15.04.11 334 1 13쪽
6 협박 15.04.10 282 2 16쪽
5 검은 양복 +2 15.04.09 519 7 9쪽
4 그림자 +1 15.04.08 267 3 11쪽
3 추적 15.04.07 292 3 12쪽
2 자백 +1 15.04.06 311 3 12쪽
1 기억 15.04.05 342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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