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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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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otoxin
작품등록일 :
2015.04.05 21:01
최근연재일 :
2015.05.09 21:33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345
추천수 :
60
글자수 :
99,831

작성
15.04.0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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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MMY

5. 수상한 사람들


지하실을 샅샅이 조사해 보았지만 아무런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 깨끗한 것이 더 수상했다. 지하실은 보통 여러 장비들이나 쓰레기들이 널려 있는 것이 정상이지 않은가. 지하실은 어떤 물건조차 없이 텅텅 비어있었다. 다만 며칠 전에 새로 도배를 했는지 페인트 냄새가 역하게 코를 찌르고 있었다.


“아저씨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경위를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어요?”


경비의 표정은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근무지를 옮긴 지 3일만에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경험상 이런 타입은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할 것이다. 가능하면 경찰서로 소환하여 취조를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겠지만 아직 정확한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쉽사리 요청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 그냥 경비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인데요, 원래는 고등학교에서 경비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근무지를 옮기라는 통보가 내려오더라고요. 그게 이 아파트였죠. 그게 답니다.”


“인수인계는 누구한테 받았죠? 전임자에게 직접 받았나요?”


“아뇨, 그 친구는 갑자기 사표를 쓰고 연락이 끊겼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다른 경비원 분들께 업무에 대해 교육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사표를 쓰고 잠수를 타다니, 수상한 냄새가 난다.


“네, 감사합니다. 그…… 이봐요, 그러고 보니 우리 통성명도 안 했군요. 이름이 뭐죠?”


“최지호라고 합니다.”


“신용권입니다. 지호씨, 확실히 지금 상황은 뭔가 수상하긴 하네요.”


“제가 말씀 드렸잖습니까. 살인사건이라고요.”


“시체가 없는 살인사건이라…… 만약 지호씨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고의로 시체를 숨겼다는 거군요. 왜 숨겼을까요?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 혹은 조직이라면 오히려 지호씨에게 덮어씌우는 게 더 나았을 텐데요.”


“저도 모르죠 그건.”


“죄를 전가하는 것보다 사건 자체를 은폐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말인데…… 제가 자세한 얘기를 못 들어서 그런데 다시 한번 사건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제가 밤 늦게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던 도중 지하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내려가 보니 살인 현장이 보였습니다. 칼을 든 남자와 젊은 여자가 시체 앞에 서 있었고요. 그 남자가 절 보더니 칼을 고쳐 쥐고 다가오길래 뒷걸음질 치다가 함께 넘어져 뒹구는 도중 제가 그 남자를 찌르게 된 겁니다.”


“그럼 그 여자는 어디 있죠?”


“방금 까지 같이 있었는데 사라져 버렸어요.”


“아, 그럼 아까 일행이라던 사람이……”


“네, 그 여잡니다.”


“이런 젠장, 다시 거기로 가죠.”


아직도 어리둥절해하는 경비의 시선을 뒤로 한 채, 나는 지호라는 청년과 부리나케 차에 올라탔다. 지금 시간은 오후 9시 20분. 아직 그 분식집이 문을 닫지 않길 바랄 뿐이다. 목적지를 향해 가면서 그에게 사건 이후의 경위와 그 여자의 상태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그러니까,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그냥 당신을 따라왔단 말인가요?”


“네, 그렇겠죠.”


“그럼 그 분식집에서 당신 이외의 다른 사람이 따라오라고 했어도 그냥 따라갔을 수도 있다는 얘기군요. 그 여자, 그 날 일은 기억이나 합니까?”


“잘 모르겠어요. 기억은 하지만 제대로 말하거나 표현을 하진 못하는 거 같아요. 충격을 받아서 그런지……”


"원래 그런 상태가 아니라 그 사건 때문에 그렇게 된 여자란 말인가요?"


"아뇨, 그것도 모르겠어요. 질문을 하려고 해도 워낙 말이 안 통해서... 아! 저기에요 저기!"


차를 갓길에 대충 세워놓고 우리는 다급하게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미 청소를 끝내고 문 닫을 준비를 하는 종업원이 우리를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가왔다.


“저기, 지금은 영업이 끝났……”


“서울 남부경찰서 신용권 경위입니다. 약 한 시간쯤 전에 이 친구와 같이 온 여자 기억합니까?”


“네, 기억나요.”


“그 여자 어디 갔습니까?”


“왠 검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남자 몇 명이 와서 데려가던데요.”


“뭐 하는 사람처럼 보였습니까? 몇 명이었죠? 차를 타고 갔습니까?”


“무슨 조폭 같기도 하고…… 6~7명은 됐던 거 같아요. 검은 색 세단 3대에 나눠서 타고 가던데요.”


점점 더 수상해진다. 범죄와 관련된 여자인가? 아님 다른 흑막이 있나?


“지호씨, 강원도에 있다가 서울로 오자마자 바로 분식집으로 갔다고 했죠?”


“네, 그랬죠.”


“강원도에서부터 계속 미행을 했거나 서울에서 잠복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혹시 누군가가 따라온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아뇨, 전혀요. 만약 그렇다고 해도 그런 사람들이 저를 몰래 감시한다면 알아채기 힘들 거 같은데요.”


“허, 참. 이거 어디서부터 조사를 해야 하나…… 너무 막막한데.”


“저기……”


“네?”


“그럼 혹시 경위님은 제 말을 믿어주는 건가요?”


“글쎄요. 아직 완전히 믿는 건 아니지만 수상한 게 한 둘이 아니라서요. 무엇보다 제 직감이 여기에 뭔가 있다고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경찰생활만 30년입니다. 이거 그냥 못 넘어가요.”


“네 그렇군요……”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말입니다. 왜 지호씨는 굳이 신고도 안 들어왔고 증거도 남은 게 없는데 끝까지 자기가 살인범이란 걸 주장하는 거죠?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셈 치고 넘어가는 게 보통 사람 심리일 텐데요.”


“그건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상응하는 죄값을 치르는 것이 사회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옳은 일 아닌가요.”


“어이구, 대단한 정의의 사도 납시셨네. 이봐요, 그거 하나 말해둘게요. 사실 나한테 있어서는 당신도 수상해. 무슨 꿍꿍인지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날 이용해서 뭔가 꾸미고 있다면 당신 사람 잘못 고른 줄 알아.”


“……”


“뭐, 그건 차차 밝혀내기로 하고, 일단은 좀 쉽시다. 당신이나 나나 오늘 고된 하루 보낸 거 같은데, 내일 맑은 정신으로 다시 만나서 얘기해 봅시다.”


지호라는 청년은 내게 감사하다며 90도로 인사하고는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도대체 이 사건에서 저 청년은 가해자일까? 아니면 피해자일까? 그 여자는 뭐 하는 사람일까? 기포가 올라오듯 톡톡 터지는 궁금증에 머리가 아파왔다.


6. 추적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신 경위와 헤어지고 바로 집으로 가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부모님의 분노였다. 아들이 3일 간 소식이 끊겼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이 생겼을까 하는 걱정하셨던 것이 아니라 가출했다고 생각하셨던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새벽 1시까지 부모님의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겨우 잠이 들었을 때 나를 깨운 것은 신 경위의 문자였다. ‘오후 1시, 지하실 앞’이라고만 적혀 있는 문자가 도착한 것은 아침 6시였다. 빌어먹을, 오후 약속인데 이렇게 일찍 문자를 보낼 건 또 뭐람. 그 이후로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뒤척이다 결국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일어나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바로 신 경위가 보였다. 줄담배를 폈는지 바닥엔 담배꽁초가 여러 개 떨어져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그런 신 경위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아, 지호씨. 잘 잤어요?”


“네, 뭐 그럭저럭. 언제부터 여기 계셨던 거에요?”


“한 두 시간 정도 됐나? 현장에 나와 있어야 생각이 정리가 되는 습관 때문에 일찍 나왔지요. 아, 그런 것보다 이제 구면이니 말 좀 놔도 되지? 존댓말 계속 하기 여간 껄끄러워서 말이야.”


“편하신 대로 하세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일단은 이 동네에 경비원을 파견 보내는 경비업체부터 훑어 보자고. 우리가 가진 단서라고는 그게 전부니까 말이야.”


역시 베테랑 형사는 다르긴 다른가 보다. 하루 만에 이 흔적도 없는 사건을 조사할 방법을 찾은 걸 보니. 성격은 좀 괴팍하긴 하지만 실력은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아파트 경비원이 말해 준 경비 업체는 우리 집으로부터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 회사였기에 나는 입구부터 주눅이 들었지만 신 경위는 마치 자기집인양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서울남부경찰서 신용권 경위입니다. 사장님을 좀 뵙고 싶은데요. 여기 직원이었던 사람이 관련되어 있는 살인사건에 대해서 얘기를 좀 나누고 싶습니다.”


안내 데스크 직원은 얼굴색이 파래지더니 어디론가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1~2분 뒤 직원은 올라가도 좋다고 말했고, 우리는 가장 꼭대기에 있는 사장실로 향했다.


“어, 안녕하십니까? 제가 여기 사장입니다. 그, 우리 회사 직원이 살인을 저지르다니요, 그게 무슨……”


“살인을 저질렀다는 게 아니라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말입니다. 서서 얘기하기 좀 그런데 앉아도 될까요?”


“아, 예, 그럼요. 여기 앉으시죠. 커피 드시겠습니까?”


“아 됐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3일 전에 갑자기 사직서를 내고 연락이 끊긴 직원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아, 예. 직원 명부를 좀 봐야겠습니다. 직원이 한 둘이 아니라서…… 에, 그러니까 3일 전에 그만둔 사람이…… 아, 여기 있네요. 김준호씨군요. 이 사람 찾으시는 게 맞습니까?”


“그 사람이 도마 아파트 101동에서 일했었습니까?”


“예, 예, 맞습니다. 2년간 근무했었네요.”


“그 사람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그냥 뭐 평범했죠. 쓸데없는 말 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 다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항상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뭐 그런 좋은 사람이었죠. ”


“2년 동안 열심히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둬버린 겁니까?”


“예, 그렇죠. 급한 일이 있나 보다 했죠.”


“그 후로 아예 연락이 안 됩니까?”


“예, 친했던 사람들이 전화도 해보고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결국 만날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전화기는 꺼져있고 집은 내놓았답니다.”


“그 외에 별다른 얘긴 없었습니까? 예를 들어 지하실이라던가……”


“지하실요? 뭔 지하실이요?”


“아닙니다. 협조 감사합니다. 혹시 뭔가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면 여기로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신 경위는 명함을 주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버렸다. 멍하니 있던 나는 그의 무심함에 속으로 욕을 하며 따라 나섰다.


“이제 어쩌죠?”


“어쩌긴 뭘 어째!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다른 방법 어떤 거요?”


“야, 임마. 너는 생각할 줄 모르냐? 너도 좀 생각해봐라. 그래 갖고 수사할 수 있겠어?”


“저, 경위님. 전 수사하는 경찰이 아니라 수사 받는 피의자 아닌가요?”


“……됐다. 나는 서에 가서 어제 못 챙긴 짐이나 챙겨 올 테니까 넌 네 갈 길이나 가봐라. 혹시라도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말하고.”


“방금 그 좋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오른 거 같은데요.”


“뭐? 뭔데?”


“CCTV요. 저희 아파트에도 CCTV가 있고 집 가는 길목에도 있지 않을까요? 그걸 확인해 보면 될 거 같은데.”


“흠, CCTV라... 지하실을 깨끗하게 정리할 정도로 용의주도한 놈들이 CCTV를 놔뒀을까?”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관리사무소에 한 번 가보면 안될까요?”


그렇게 우리는 관리사무소에 가서 소장을 만난 뒤 혹시 3일 전의 기록이 남아 있는지 물어 보았다. 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3일 전 기록은 볼 수 없다고 대답했다.


"아니 그게 뭔소립니까? 기록을 볼 수 없다니요? 이거 명백한 공무집행방해입니다."


“진정하세요. 3일 전에 시스템 상의 문제로 영상 기록이 싹 날아가버렸거든요. 그거 때문에 꽤 골치 아팠었죠.”


“3일 전에요……?”


나와 신 경위는 말없이 눈이 마주쳤다. 우리 둘 다 느끼고 있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 뭔가 더 큰 흑막이 있는 사건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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