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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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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otoxin
작품등록일 :
2015.04.05 21:01
최근연재일 :
2015.05.09 21:33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357
추천수 :
60
글자수 :
99,831

작성
15.04.26 23:16
조회
254
추천
2
글자
8쪽

이판사판

.




DUMMY

19. 이판사판


신 경위의 표정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무시무시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가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만 같아 조바심이 났다. 곁눈질로 수진이를 보니 그녀 역시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겨, 경위님, 여긴 대체 어떻게….”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군. 이걸로 됐어. 고맙다 지호야.”


“저를 미행했나요?”


“그래, 아침에 너와 헤어진 이후로 계속.”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밤에 라이트도 키지 않고 어떻게….”


“최지호, 내가 경찰이었다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니겠지?”


“설마 제 몸에 발신장치를 숨겨 놓은 건가요?”


“그럴 것까지도 없지. 네 핸드폰이 위치를 알려주니 말이야. 어차피 이 근방엔 아무것도 없으니, 찾긴 쉬웠지. 게다가 비까지 오니, 발자국이 선명하게 여기까지 인도해주더구먼.”


“뭘 원하시는 거죠?”


수진이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신 경위는 수진이를 보더니 허탈웃음을 지었다.


“뭐야, 정신 나간 아가씨라더니 멀쩡해 보이는데? 정신병자가 비오면 증상이 심해진다는 건 속설이고, 사실 그 반대였나? 어쨌든, 별 거 없어. 그거 이도형 시체 맞지? 순순히 넘겨. 그럼 별 일 없을 거야.”


“경위님이 이 시체는 왜 필요한 거죠?”


“너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어. 하나만 말해주지. 이걸로 너와 나는 아무 일 없을 거야. 아무 일도…. 자, 이제 시체를 넘겨주지 그래? 다치는 일 없이 조용히 가자고.”


나는 수진이를 바라보았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보아 건네줄 수 밖에 없다는 의미 같았다. 나는 천천히 이도형의 시체가 들어 있는 유리관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럴 필요 없어. 가져가기 귀찮게. 깨버리라고.”


“하지만….”


[탕!]


빌어먹을, 신 경위가 내 발 옆에 총을 쐈다. 물론 위협용이었겠지만, 간담이 서늘했다.


“지호야, 순순히 시키는 대로 해라. 나 성격 급한 거 알잖냐.”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옆에 있는 돌로 유리관을 내려 찍었다. 지독한 빗소리에 묻혀 깨지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독한 포름알데히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도형은 덩치가 꽤 좋았기에 등에 업는데 상당한 시간을 소모했다. 신 경위는 상당히 초조해 보였지만 그래도 별 말은 하지 않은 채 기다렸다.


조심스럽게 신 경위에게 다가가자 그는 여전히 내게 총을 겨눈 채로 시체를 땅에 내려놓을 것을 지시 한 뒤 물러나라고 했다. 내가 10m 이상 멀어지자 그는 시체를 어깨에 얹었다. 오랜 형사생활과 다부진 체격 덕분인지 내가 했던 것 보다 훨씬 수월해 보였다.


“좋아, 이제 헤어질 시간이군. 지호야, 옛 정을 생각해서 한 마디만 해주마. 날 찾으려 하지 마라. 오늘 일은 나를 위한 것이긴 하지만, 너를 위한 것이기도 해. 멀리 도망가라.”


신 경위는 나와 수진이에게 총을 겨눈 채로 천천히 뒷걸음질 치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그가 자취를 감춘 후에도 한참을 말 없이 서있었다. 그녀도 나와 같이 허무함에 어찌 할 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대로 아무런 수확도 없이 내려가야 하나,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아래에서 불빛과 함께 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의 사람이 이 쪽으로 올라오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수진씨, 수진씨!”


“네?”


수진이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화들짝 놀라며 나를 쳐다봤다. 아직 아래쪽의 사람들에 대해서 모르는 눈치였다.


“수진씨, 아래에서 누군가 올라오고 있어요. 저길 좀 봐요. 불빛 보이세요?”


“네, 보여요. 이 시간에 누구지…. 꽤 많아 보이는데….”


“어떡하죠?”


“우린 계곡을 따라 올라왔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섣불리 이동하다가는 길을 잃어버릴 수 있어요. 일단 숨기로 해요.”


나와 수진이는 근처에 있는 커다란 바위 뒤에 숨었다. 시체를 파낸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다행히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숨을 수 있었다. 차가운 빗방울에 몸이 떨려 왔지만, 어깨에 닿아있는 그녀의 체온이 그나마 나의 몸을 녹여주었다.


고개를 살짝 내밀어 보니, 그들이 거의 다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대화 소리가 조금씩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커졌다.


“야, 멀었냐?”


“아, 아닙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앗, 저기! 저깁니다!”


그들은 우산도 내팽개친 채로 이도형의 시체가 묻혀 있던 자리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파져 있는 구덩이 앞에서 할 말을 잃은 채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 한 남자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산 속에 울려 퍼졌다.


“야, 이 개새끼야!!”


[퍽!]


남자 한 명의 실루엣이 나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보다, 방금 소리 지른 남자의 목소리. 꿈에서도 잊을 수 없는 간사하고 징그러운 목소리…. 강진태였다.


“너 이 개새끼 이거 어쩔 거야! 내가 씨발 도청해서 이우혁 그 새끼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시체 사라진 것도 모르고 당할 뻔 했잖아!”


“죄, 죄송합니다!”


[퍽, 퍽!]


무자비한 구타 속에서, 강진태는 쉴 새 없이 욕지거리를 내 뱉었다. 한참을 두들겨 팬 후에야, 그는 지쳤는지 숨을 헐떡거리며 담배에 불을 붙이려 했다. 하지만 이런 폭풍우 속에서 담뱃불을 붙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다시 한번 짜증을 내며 쓰러져 있는 남자의 머리를 발로 찼다.


“후…. 야, 이 씨발새끼 저기 구덩이에 묻어버려라.”


“이, 이사님, 제발, 제발 살려주십쇼! 제가 다 처리하겠습니다. 다 원상복구 시켜놓겠습니다!!”


“야 이 새끼들아 뭐해! 묻으라고!”


남자는 다른 남자들에 의해 구덩이로 던져졌다. 폭풍우를 뚫을 듯한 그의 비명 소리는 점차 작아지더니 끝내 들리지 않게 되었다. 자신의 부하를 손쉽게 생매장 해버리는 그의 잔혹함에 치가 떨려왔다.


“이사님,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수진과 최지호를 찾아내야지. 이우혁이 시체를 손에 넣으면 다 좆 되는 거야.”


“이사님이 죽인 것도 아니고, 이사님과 연결시킬만한 증거도 없는데, 이우혁이라고 별 수 있겠습니까?”


“그 새끼라면 내가 이도형을 죽였다고 증거를 조작하는 일 따위는 식은 죽 먹기지. 그리고 난 이수진이 계속 마음에 걸려. 그 년 정말 제정신 아닌 거 맞아? 그렇지 않고서야 저기 뒤져있는 새끼가 했던 말을 어떻게 이우혁한테 제대로 전한 거야?”


“최소한의 사고력과 기억력은 존재하니 그리 무리한 일도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상당히 심각한 지경까지 왔으니, 이수진을 잡게 되면 고문을 해서라도 진실을 알아내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신 경위 이 개새끼 그깟 꼬맹이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하고…. 일단 최지호와 이수진 행방부터 알아내! 그리고 이우혁 주위를 개미새끼 하나도 못 들어가게 제대로 감시하고. 놈이 정신 차리기 전까지 어떻게든 시체를 회수해야 한다. 이젠 돈이 문제가 아냐. 최지호든 이수진이든 보이는 즉시 죽여.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 그들의 힘과 무자비함을 몸소 체험한 나는 알 수 있었다. 언젠가는 나와 수진이를 찾아 죽일 것이다. 수진이에게 그런 일을 겪게 할 수는 없다.


“수진씨, 여기 꼼짝 말고 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오면 안 되요.”


그녀는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나는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강진태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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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발악 +2 15.05.09 260 2 11쪽
21 휴식 15.05.05 211 3 7쪽
20 지옥 15.05.03 152 4 13쪽
19 거래 15.05.02 149 3 16쪽
18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15.05.01 151 2 7쪽
17 갈등 15.04.29 131 4 9쪽
16 결투 15.04.28 170 1 10쪽
15 해결책 15.04.27 135 2 8쪽
» 이판사판 15.04.26 255 2 8쪽
13 시체 +4 15.04.22 215 3 8쪽
12 트라우마 15.04.18 188 2 8쪽
11 진실 15.04.17 206 3 8쪽
10 재회 15.04.16 283 2 9쪽
9 계략 15.04.15 229 2 8쪽
8 다시 전장으로 15.04.12 273 2 11쪽
7 만남 +1 15.04.11 334 1 13쪽
6 협박 15.04.10 282 2 16쪽
5 검은 양복 +2 15.04.09 519 7 9쪽
4 그림자 +1 15.04.08 267 3 11쪽
3 추적 15.04.07 292 3 12쪽
2 자백 +1 15.04.06 311 3 12쪽
1 기억 15.04.05 34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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