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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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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otoxin
작품등록일 :
2015.04.05 21:01
최근연재일 :
2015.05.09 21:33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339
추천수 :
60
글자수 :
99,831

작성
15.04.29 23:15
조회
130
추천
4
글자
9쪽

갈등

.




DUMMY

22. 갈등


직감으로 느꼈다. 치명상이 아니다. 쓰러지긴 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쉬워할 시간이 없다. 강진태의 비서가 겨눈 총이 나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탕!탕!]


재빨리 몸을 굴려 피했다. 머리를 노린 것으로 보아 총격전에 있어서는 아마추어임이 분명했다. 반동에 못 이겨 총구가 튄 순간을 노려 침착하게 그의 가슴을 쐈다.


[탕!]


이번엔 명중이다. 비서는 비명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강진태를 보니 왼쪽 옆구리에 있는 총상을 부여 잡고 바닥에 누워 신음하고 있었다. 침착하게 그를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잘 가라, 강진태.”


[탕!]


왼쪽 어깨에 뜨거운 쇠꼬챙이를 찌른 듯한 격한 통증이 느껴졌다.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한 검은 양복이 쏜 총알이 내게 적중했다. 쓰러지며 대응사격을 했으나, 그의 팔을 맞추는 데 불과했다. 다시 한 번 강진태를 쏘려 했지만 여러 명의 검은 양복들이 총을 난사하는 탓에 어쩔 수 없이 몸을 피해 차를 탔다. 실패다.


급하게 엑셀을 밟아 벗어나기로 했다. 뒤에선 검은 양복들이 뭐라 악을 쓰며 미친 듯이 총을 쏘고 있었다. 이대로 차를 몰아 아들의 집으로 바로 가야겠다. 가서 아들 부부가 뭐라 하든 은진이를 데리고 나오자. 그리고 바로 외국으로 가는 거다. 외국에서, 아무런 위협 없이 은진이를 키울 것이다. 나 혼자서라도.


[쾅!!]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차의 옆구리를 들이받은 검은색 차량이었다.

.

.

.

.

.

“으윽….”


“이제 정신이 좀 드나?”


온 몸이 끊어질 듯 아팠다. 낯선 목소리와 장소에 위기감을 느껴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두 손과 발이 묶여 있었다. 흐린 시선을 돌려 주위를 살펴 보니 검은 양복들이 보였다. 결국 잡힌 것이다.


“으, 은진이… 은진아….”


“잘 들어 신 경위. 지금 여기서 당장 너를 찢어 죽이고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손녀를 망가뜨려도 속이 시원찮지만, 기회를 주겠다.”


힘들게 고개를 올려 보니 예의 검은 양복들의 리더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는 몹시 화가 난 듯 보였다. 강진태에게 총상을 입혔으니 그럴 만도 하지.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시체 어디 있어?”


무슨 소리지? 시체는 놈들이 가져간 게 아니었나?


“무… 무슨 소리야?”


[퍼억!]


복부에서 내장이 끊어지는 듯한 충격이 느껴졌다. 지독한 고통에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신음소리만 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다시 묻겠다. 시체 어디 있어?”


그래, 시체는 누군가가 가로챈 거군. 근데 대체 누가?


[퍼억!]


“끄으어어….”


“끝까지 입을 다물겠다 이건가? 좋아, 어디 한번 네 손녀가 눈 앞에서 건장한 남자 수십 명한테 강간당하는 걸 보면서도 버티나 보자고.”


“아… 안돼. 은진이는 아무런 상관이 없잖아…. 그만둬….”


“시체 어디 있어?”


“몰라…. 모른다고…. 흑흑…. 제발 그만둬….”


꼴사납게도 눈물이 나왔다. 이렇게까지 무기력감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제발 은진이만은, 제발….


“야, 너네 가서 그 꼬마 잡아와.”


“안돼… 안돼 이 개새끼야!”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그의 발목을 깨물었다. 마치 도사견이 상대의 목숨을 끊으려는 듯이, 그의 아킬레스건을 악물고 놓지 않았다.


“으아악! 이 씨발새끼가!”


나에게 돌아온 것은 무자비한 구타였다. 정신이 혼미해질 때까지 맞은 후에야 그들은 폭행을 멈췄다. 검은 양복들의 리더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다리를 절뚝거렸다.


“이 지독한 새끼…. 그래, 어디 한번 죽어봐라. 네놈이 그토록 사랑하는 손녀와 같은 곳에 묻어주마.”


이젠 끝이다. 내가 못나서, 아무런 죄도 없는 은진이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 모두 나 때문이다. 나 때문에….


[따르르릉]


리더는 벨소리에 핸드폰을 꺼내 들고 몇 마디 얘기를 나누더니 표정이 일그러지며 험한 욕을 씹어 뱉었다. 누구지?


“뭐야.”


“뭐? 어떻게….”


“이런 제기랄!”


그는 거칠게 욕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화를 주체할 수 없다는 듯 계속해서 욕을 지껄였다.


“실장님, 무슨 일입니까?”


“놈들이… 놈들이 시체를 가져갔어! 어쩐지 트렁크가 비었다 했더니만….”


“네? 아니, 도대체 어떻게 그 상황에서….”


“젠장! 지금 없는 새끼 누구야!”


“이준호와 김윤호 입니다.”


“씨발, 쥐새끼가 둘이나 있었을 줄은 생각도 못했군.”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은진이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떠올리며, 나는 눈을 감았다.





“네, 네. 그래요. 수고하셨어요. 아뇨, 괜찮아요. 그럼 오빠는 지금 어디에…? 네, 알겠습니다. 네? 신 경위님이요…. 아, 상관없어요. 네, 그래요.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누구에요?”


“우리 쪽에 강진태의 프락치가 있었듯이, 우리도 강진태 쪽에 프락치를 심어두었었거든요. 그 사람들에게서 온 연락이에요.”


“뭐라는데요?”


“시체를 되찾았대요.”


수진이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다. 시체를 되찾았으니 이제 그의 몸에 박혀있는 칩을 꺼내 경찰에 수사요청을 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오빠도 이제 정신을 차렸다고 해요. 의식을 찾자마자 바로 퇴원해서 요양 중이라고 하네요. 이제 곧 시체를 오빠가 있는 곳으로 옮겨서,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게 될 거에요. 이번에야말로 강진태를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어요.”


“아, 드디어 끝이 보이네요. 정말 잘 됐어요!”


“그런데 지호씨.”


“네?”


“만약, 시체를 찾고, 강진태의 비리가 드러난다면, 지호씨는 정말로 자수할 건가요? 당신이 삼촌을 죽였다는 것을 말할 거에요?”


“물론이죠.”


“그럴 필요 없다는 걸 알잖아요. 그렇게 고생하면서까지 강진태의 비리와 많은 범죄를 잡아 내는데 일조했으면, 당신의 죄값을 충분히 갚았다고 생각해요.”


“그건 당신이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수진이가 나에게 자백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 물론 나도 범죄자가 되는 것은 싫다. 하지만 이미 예전에 마음을 굳힌 상태다. 나는 죄값을 치르고 싶다. 죄책감을 벗어나, 밝은 태양 아래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왜일까, 그녀가 몇 마디 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는 게 느껴진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요. 이 모든 일이 끝나면 당신은 오빠에게 넉넉한 사례금을 받을 테고, 그럼 부족할 게 없을 거에요. 다시 학교로 돌아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해도 되고요.”


“그만해요. 이 주제에 대해서 더 이상 얘기하기 싫어요.”


“누나의 죽음은 당신 탓이 아니에요.”


“이수진!”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놀라서 움츠러든 그녀의 두 어깨를 보니 아차 싶었지만 이미 그녀는 나에게서 한 발짝 멀어진 뒤였다.


“미안해요, 나는….”


“아니에요, 내가 너무 민감한 주제를 건드렸네요. 사과할게요.”


“수진씨….”


“어쨌든, 이제 같이 오빠가 있는 곳으로 가죠. 곧 사람들이 데리러 올 거에요. 아직 오빠가 몸을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앞으로의 일이 급박하니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해요.”


“네, 그래요. 아, 그런데 신 경위님은….”


“경위님은 그 사람들에게 잡혔다고 해요. 시체를 회수하는 것만도 벅차서 신 경위님을 구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뭐라고요? 아니, 그럼 강진태가 신 경위를 데리고 있단 말입니까?”


“네, 그런 셈이죠….”


“제기랄, 분명히 죽일 거에요 그 새끼들. 신 경위님이 죽는다고요!”


“냉정해져야 해요, 지호씨. 우린 신 경위님을 구할 수 없어요. 그러다 다 죽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이렇게 그냥 내버려두자는 거에요? 아까 통화할 때 상관없다는 건 뭐에요! 신 경위가 죽든지 말든지 상관 없단 말인가요?”


“지호씨….”


“시체. 시체를 미끼로 신 경위를 구해야 해요. 이렇게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하지만….”


[똑똑]


“아가씨, 차를 대기 시켜놨습니다. 나오시죠.”


“네, 금방 나갈게요! 지호씨, 어쨌든 장소를 이동해서 계속 얘기하죠. 오빠와도 의논해 봐야 하잖아요.”


“휴…. 그래요, 일단 가죠.”


수진이가 문을 열자, 선글라스를 착용한 검은 양복 몇 명이 기다렸다는 듯이 총을 꺼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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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거래 15.05.02 149 3 16쪽
18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15.05.01 150 2 7쪽
» 갈등 15.04.29 131 4 9쪽
16 결투 15.04.28 169 1 10쪽
15 해결책 15.04.27 134 2 8쪽
14 이판사판 15.04.26 254 2 8쪽
13 시체 +4 15.04.22 215 3 8쪽
12 트라우마 15.04.18 188 2 8쪽
11 진실 15.04.17 205 3 8쪽
10 재회 15.04.16 282 2 9쪽
9 계략 15.04.15 228 2 8쪽
8 다시 전장으로 15.04.12 272 2 11쪽
7 만남 +1 15.04.11 333 1 13쪽
6 협박 15.04.10 281 2 16쪽
5 검은 양복 +2 15.04.09 518 7 9쪽
4 그림자 +1 15.04.08 266 3 11쪽
3 추적 15.04.07 291 3 12쪽
2 자백 +1 15.04.06 310 3 12쪽
1 기억 15.04.05 341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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