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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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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otoxin
작품등록일 :
2015.04.05 21:01
최근연재일 :
2015.05.09 21:33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343
추천수 :
60
글자수 :
99,831

작성
15.04.17 20:56
조회
205
추천
3
글자
8쪽

진실

.




DUMMY

16. 진실


“수진아, 수진아! 정신차려봐!”


수진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어서 그녀를 데리고 도망가야 할 텐데, 내 몸은 마치 내 것이 아닌 듯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검은 양복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걸어오는 모습이 한층 여유롭다. 몇 발자국만 더 걸어오면 그들은 수진이를 데리고 갈 것이다. 그리고 아마 나와 이우혁을 죽이겠지. 모든 게 다 끝이다….


그 때였다. 여러 대의 새로운 검은 차들이 나타났다. 강진태 쪽 사람들인가? 라고 생각했었으나 차에서 내린 검은 양복들은 다짜고짜 강진태 측근의 검은 양복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난투가 시작되었다.


[퍽퍽]


피아가 도저히 구분 안 갈 정도의 격한 패싸움이었다. 처음엔 갑작스레 나타난 새로운 검은 양복들의 기세에 눌려 기존의 검은 양복들은 잠시 주춤하였으나 곧 진영을 정비하고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적 열세에 의해 조금씩 밀려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이해가 되지 않아 잠시 멍하니 있었더니 한 명의 검은 양복이 내게 급하게 뛰어왔다.


“최지호씨, 괜찮으십니까?”


“으… 네, 그럭저럭….”


“부축해드리겠습니다. 어서 일어나서 수진님을 데리고 도망치세요. 여기 차 키가 있습니다. 가장 뒤 쪽에 있는 차량입니다. 어서요!”


그의 도움을 받아 겨우 몸을 일으켰다. 검은 양복은 등에 수진이를 업고는 나를 부축하여 차까지 데려다 주었다.


“저는 남아서 이사님을 보위해야 합니다. 운전은 하실 줄 아시죠? 어서 출발하세요.”


“도대체…. 어떻게 강진태가 안거죠?”


“내부에 스파이가 있었다고밖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상황이 정리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는 다시 싸움판으로 뛰어들었다. 온 몸의 관절이 비명을 질렀지만 이를 악물고 차를 출발시켰다. 다행히도 강진태 쪽 검은 양복들의 추격은 없었다.


어디로 가는지 조차 모르는 채 한참을 엑셀을 밟았다. 어느덧 도로 위에는 노을이 지고 나무들의 그늘이 길어졌다. 수진이의 상태가 심히 걱정된다. 병원에 가려 했으나 분명 예상하고 근처의 병원을 샅샅이 뒤질 것이다. 일단 어디라도 들어가야겠다.


한적한 골목에 있는 모텔에 도착한 것은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난 후였다. 모텔 주인은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은 수진이를 업고 체크인 하는 나의 모습을 수상하게 쳐다봤지만 별 말을 하지 않은 채 열쇠를 내주었다.


침대에 수진이를 눕히고 나니 갑작스럽게 피로가 몰려왔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의자에 앉은 채 눈을 감았다.

.

.

.

.

“지호씨!”


눈을 떴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상황이 분간되지 않았다. 수진이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났다. 수진이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얼굴에 핏자국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니 먼저 일어나서 다 씻어낸 모양이다.


“지호씨, 정신이 들어요?”


“응…. 넌 괜찮아?”


“네, 괜찮아요. 아니, 일어나지 말아요. 좀 더 누워있으세요.”


의자에 앉아서 잠이 든 것으로 기억하는데, 침대에 누워있었다. 수진이가 눕혀놨나? 그보다, 수진이가 내게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그나저나…. 갑자기 왜 존댓말을….”


“놀라지 말고 잘 들어주세요. 저는 사실 정신이 나간 게 아니에요. 그렇게 보이기 위해 연기하고 있었을 뿐.”


“뭐…?”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까요…. 저희 오빠에게 어디까지 들으셨죠?”


“LJ전자 사장, 이도진의 숨겨진 딸이라고…. 안 좋은 일을 당해 정신에 문제가 생기고, 많은 돈이 당신 앞에 모여 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이도진 사장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점도요.”


“네, 그래요. 저희 아버지와 오빠가 쌓아놓은 명성에 금이 갈 수도 있는 존재가 바로 저에요. 그리고 LJ그룹의 비자금 또한 전부 제가 갖고 있고요. 제 삼촌 이도형 사장과 강진태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저를 설득, 혹은 협박하여 그 돈을 갖고 싶었겠죠. 그 뒤에는 저의 존재를 이사회에 공표하여 아버지를 실추시키는 게 목적이었을 테고요. 저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우혁씨는 당신이 그 돈을 모를 거라고….”


“그 때는 제가 정신 나간 사람인 척 연기하고 있었을 때니까요.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저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려고 했었고, 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저를 죽이는 것도 망설이지 않을 사람들이었죠. 저는 도저히 그들의 요구를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었군요.”


"그래요. 그들은 혹시나 아버지가 회장직을 물려 받은 뒤 제게 사업체를 물려주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고 있었어요. 제가 정신이 이상해진다면 그럴 걱정은 없어지고 제 앞에 모여있는 돈에 대한 운용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저를 향한 관심이 조금은 적어질 거라 생각했죠.”


“그럼 그 때 지하실에서 이도형 사장은 뭐 때문에 사람을 죽였던 거죠? 그 사람은 누굽니까?”


“그 남자는 삼촌 쪽 사람 중 한 명이었어요. 삼촌이 저에 대한 감시역으로 붙여놨던 사람이죠. 삼촌은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제가 무슨 일을 꾸밀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남자는 삼촌의 지시를 받아 LJ보안팀에 입사한 후, 아버지의 신뢰를 얻은 뒤에 제 경호를 담당했어요. 아무도 몰랐죠. 그의 정체를.”


“그런데 어떻게…?”


“그 사람은 저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어요. 처음에는 감시자였겠지만 심성이 착한 사람이라 많이 힘들었을 거에요. 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삼촌에게 얘기를 듣고 나서 저에게 동정심이 생겼었던 모양이에요. 어쩌면 애정일수도 있겠죠. 그는 저를 데리고 도망치려 했어요.”


“삼촌은 곧바로 눈치채고, 그는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저를 데리고 도망쳤죠. 저희는 발 닿는 데로 도망가다 어느 한 지하실에 숨어 있었죠. 삼촌은 추격에 능한 사람이라, 저를 금새 찾아냈지만 아버지와 강진태 또한 저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죠. 그래서 수행원을 놔둔 채 혼자서 지하실로 왔어요.”


“삼촌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에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사람을 죽였죠.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그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미소를 잃지 않았을 뿐…. 너무나 무력했어요.”


“그 때 당신이 나타난 거에요. 뭔가 어설퍼 보였지만 당신은 삼촌을 죽였죠. 저는 당신이 강진태가 보낸 킬러인줄만 알았어요. 당신이 저를 데리고 도망칠 때도, 전 믿을 수 없었죠. 이미 삼촌에게 의심받고 있던 상태라, 강진태 역시 저를 의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신이 일반인처럼 행동하는 것도, 사실 저의 신뢰를 얻어 회유하거나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당신이 경찰서에 자수하러 간 뒤 제가 강진태에게 잡혔을 때, 그들은 당신을 어떻게든 찾아내려 했죠. 그 때서야 알았어요. 당신이 그 쪽 사람이 아닌 정말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반인이라는 것을.”


“대체 당신은 왜 이렇게까지 깊이 들어왔나요? 그냥 모든 것을 묻어둔 채로 살았다면, 이렇게 힘든 일은 겪지 않았을 텐데…. 왜 당신은 진실을 밝히려 애쓰는 건가요.”


그녀의 시선은 포근했다. 무엇이든 말하고 싶게 만드는 따뜻한 눈.


그녀의 눈빛의 온기에 취한 듯, 나는 입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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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발악 +2 15.05.09 259 2 11쪽
21 휴식 15.05.05 211 3 7쪽
20 지옥 15.05.03 151 4 13쪽
19 거래 15.05.02 149 3 16쪽
18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15.05.01 150 2 7쪽
17 갈등 15.04.29 131 4 9쪽
16 결투 15.04.28 169 1 10쪽
15 해결책 15.04.27 134 2 8쪽
14 이판사판 15.04.26 254 2 8쪽
13 시체 +4 15.04.22 215 3 8쪽
12 트라우마 15.04.18 188 2 8쪽
» 진실 15.04.17 206 3 8쪽
10 재회 15.04.16 282 2 9쪽
9 계략 15.04.15 228 2 8쪽
8 다시 전장으로 15.04.12 273 2 11쪽
7 만남 +1 15.04.11 333 1 13쪽
6 협박 15.04.10 282 2 16쪽
5 검은 양복 +2 15.04.09 518 7 9쪽
4 그림자 +1 15.04.08 266 3 11쪽
3 추적 15.04.07 291 3 12쪽
2 자백 +1 15.04.06 310 3 12쪽
1 기억 15.04.05 342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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