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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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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otoxin
작품등록일 :
2015.04.05 21:01
최근연재일 :
2015.05.09 21:33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338
추천수 :
60
글자수 :
99,831

작성
15.04.22 22:05
조회
214
추천
3
글자
8쪽

시체

.




DUMMY

18. 시체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래서 당신은 죄를 짓고도 자신의 죄값을 치르지 못한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어 한 거였군요."


"네, 누나는 저 때문에 죽은 거에요. 저 때문에…."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녀에게만은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그래요, 힘 내야죠."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번호를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순간,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어느 새 내 손이 떨리고 있었나 보다. 수진이가 말없이 내 손을 잡아주었다. 따뜻한 그녀의 체온이 거짓말처럼 나의 떨림을 멈춰주었다. 그녀 덕분에 전화를 받을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여보세요."


"최지호씨 맞습니까?"


"네, 누구시죠?"


"이우혁 이사님의 경호원입니다. 무사하십니까? 아가씨는요?"


"네, 별 일 없습니다. 사실…."


그녀가 검지손가락을 펴 입술에 갖다 댔다. 그녀가 연기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라는 의미이리라.


"아닙니다. 이우혁씨는 어떻게 됐죠?"


"지금 병실에 계십니다. 아직 의식은 없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한 동안 지호씨의 신변을 보호해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됐습니다. 그 보다 스파이가 있다고 하셨는데, 잡았나요?"


"솎아내는 작업을 하는 중입니다. 시간이 좀 걸릴 듯 하지만 범위가 그리 넓지 않아 조만간 잡아낼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수진이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오빠가 무사하다는 말을 듣고 안심한 것 같았다.


"이제 어떡하죠?"


"저희끼리 움직여야죠. 오빠가 언제 깨어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그 때까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진실을 밝히기 더 어려워 질 거에요. 우선 시체를 찾아와야 해요."


"시체요?"


"제 삼촌, 이도형 사장의 시체요."


"역시 강진태가 처리한 거군요……시체가 있는 곳은 어떻게 알았어요?"


"강진태 부하들이 얘기하는 것을 들었어요. 한 명이 고급 시계를 자랑하자, 다른 사람들이 어디서 났냐고 묻더군요. 시계를 차고 있던 남자는 삼촌의 시체를 처리하기 전에 슬쩍 가져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면서 어디 있는지 알려주더라고요. 다른 물건도 있을 테지만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 보라면서."


"그게 어디죠?"


"파주 LCD 공단 옆 산에 묻었다고 했어요. 계곡 쪽에 표식을 해 놨다니까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에요. 몸이 괜찮다면 바로 출발하는 게 어때요?"


모텔을 나섰을 때, 이미 하늘은 어두워져 있었다. 달빛조차 가릴 정도의 짙은 먹구름을 보고 있으니 곧 비가 올 것만 같았다. 아직은 차가운 밤공기에 옷깃을 여미며, 나와 수진이는 파주를 향해 출발했다.


우려했던 대로, 곧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은 조금씩 굵어지더니 이내 차의 앞 유리를 깨뜨릴 듯이 두드리기 시작했고 하늘을 찢는 듯한 천둥소리는 내 마음을 심난하게 만들었다. 이런 악천후 속에서 내가 죽인 남자의 시체를 파내러 가다니, 미칠 노릇이었다.


침묵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자, 결국 입을 열었다.


"그런데… 벌써 시간이 꽤 지났는데, 시체가 부패하진 않았을까요?"


"강진태에게는 극악한 취미가 하나 있어요. 자신이 싫어했던 사람의 시체를 구해, 포르말린 용액에 넣어 와인을 마시며 감상하는 거죠. 강진태 부하들이, 이제 세간이 잠잠해졌으니 곧 시체를 꺼내서 옮겨야 한다고 투덜거렸어요. 제가 강진태에게 잡혔을 때, 저를 그 곳에 데리고 갔었죠. 너무 구역질 나는 곳이라 연기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 버릴 뻔 했었어요…."


"이런 미친…."


"어쨌든 그는 웃으며 저한테 말했어요. '이제 곧 저곳에 새로운 콜렉션이 추가 될 거다. 몇 명이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지금까지 모아온 작품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내게 희열을 안겨다 줄 것이란 사실이야.' 라고요."


"정말 제정신이 아니네요. 그나저나, 시체를 찾은 뒤에는 어떡하실 생각이에요?"


"시체에 분명 지호씨가 찌른 자상이 남아있을 테니, 그것으로 그의 죽음이 병사(病死)가 아니란 것을 증명해야죠. 다만, 당신이 죽였다는 사실과, 강진태가 시체를 유기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다른 작전이 필요하겠지만요."


"그래요, 일단 시체를 찾아야 하겠군요."


"어렵지 않을 거에요. 아, 저기 공단이 보이네요. 아마 저 산인 것 같아요."


갓길에 차를 댄 뒤, 심호흡을 했다. 도저히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아직도 내 손에는 그 때의 감촉이 살아있는데, 기억은 점점 흐려져 살인을 했었다는 것이 꿈이었던 것만 같다. 땅을 팔 수 있는 도구를 찾기 위해 트렁크를 열자 삽, 쇠파이프, 각목과 같은 연장들이 여럿 있었다. 아쉽게도 우산은 없었다. 우리는 삽을 두 자루 챙긴 뒤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다. 여기까지 온 이상 해내야만 한다. 무언의 대화를 마친 채, 우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산을 올라갔다.


10분쯤 걸었을까,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어두운 산 속에서 어떻게 표식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이쪽 방향이 맞아요?"


"글쎄요…. 계곡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표식이 보인다고 하긴 했는데…."


그 순간, 번개가 내리쳤다.


어두워서 코앞도 분간하기 힘들던 주변 시야가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지 듯 순간적으로 밝혀졌다. 열 걸음 앞의 나무는 주변의 나무보다 상당히 크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뭇가지에 시체가 매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으, 으아악!!"


나는 소리를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이가 덜덜 떨리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공포로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지호씨, 지호씨! 정신차려요! 내 눈을 봐요!"


수진이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 내게 소리쳤다.


"지호씨, 저건 그냥 옷이에요! 옷이라고요! 진정해요!"


옷…? 옷이라고? 나는 수진이의 부축을 받으며 나무 앞으로 걸어가서 확인을 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떨림은 멈추지 않았지만 두려움은 한결 가신 것 같았다.


"봐요, 여기 또 다른 표식이 있어요."


다 헤져서 넝마조각이 된 정장 아래에는 돌멩이로 크게 원을 그려 놓은 땅이 있었다.


"여기인 것 같아요. 지호씨,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어서 파보죠."


얼음장 같은 차가운 비에 온 몸이 흠뻑 젖었음에도 불구하고, 땅을 파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어서 금새 몸이 뜨거워졌다. 여자의 몸으로 쉽지 않을 텐데도 불구하고, 수진이는 말 없이 삽질을 했다. 귀가 찢어질 듯한 천둥소리가, 사자(死者)의 안식을 방해하는 나와 그녀를 저주하는 것처럼 들렸다. 꽤나 한참을 파내려 간 후에야 삽 끝에 뭔가 딱딱한 것이 닿는 게 느껴졌다. 손으로 조심스레 주변의 흙을 치워 꺼내보니, 검은색 관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열 수가 없었다. 내 손으로 죽인 사람의 시체를 꺼내서 내 눈으로 확인하다니, 정상적인 사람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지호씨…."


수진이가 나를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결국 스스로 관을 열었다. 이도형이 그곳에 있었다.


관 속에 있는 유리관 안에서, 그는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의 표정과는 반대로, 그의 몸 상태는 끔찍했다. 두 손은 잘려서 없었고, 살짝 벌어져 있는 입 안에는 치아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 이게 무슨…."


"좋아, 거기까지! 둘 다 움직이지마!"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리에 나와 수진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신 경위가 우리에게 총을 겨눈 채 서 있었다.




.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최근 본업의 사정으로 인하여 연재가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분량 채우기에 치중한 형편없는 글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기에, 25일 까지 휴재를 하려 합니다.

 

심기일전하여 더 재미있는 글로 찾아 뵐 것을 약속 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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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거래 15.05.02 149 3 16쪽
18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15.05.01 150 2 7쪽
17 갈등 15.04.29 130 4 9쪽
16 결투 15.04.28 169 1 10쪽
15 해결책 15.04.27 134 2 8쪽
14 이판사판 15.04.26 254 2 8쪽
» 시체 +4 15.04.22 215 3 8쪽
12 트라우마 15.04.18 188 2 8쪽
11 진실 15.04.17 205 3 8쪽
10 재회 15.04.16 282 2 9쪽
9 계략 15.04.15 228 2 8쪽
8 다시 전장으로 15.04.12 272 2 11쪽
7 만남 +1 15.04.11 333 1 13쪽
6 협박 15.04.10 281 2 16쪽
5 검은 양복 +2 15.04.09 518 7 9쪽
4 그림자 +1 15.04.08 266 3 11쪽
3 추적 15.04.07 291 3 12쪽
2 자백 +1 15.04.06 310 3 12쪽
1 기억 15.04.05 341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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