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8장: 그들만 모르는 그것의 정체 상편
[로맨틱 코미디][치유][힐링][감동][사랑][우정]
미나가 떠나간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간다.
그 빈자리를 채워 준 것은 다름 아닌 계절이다.
어느덧 가을은 끝나고 쌀쌀해진 공기와 바람 덕분에 겨울이 우리 곁을 찾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이 입은 교복은 하복에서 동복으로 바뀐 상태였다.
겨울바람이 인사를 하는 것처럼 여학생의 긴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그 여학생은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 그 위에 청색의 마이를 걸치고 있었다. 치마는 여전히 체크무늬의 짧은 스커트를 입었으며 그 아래는 검은색 스타킹을 신어 포인트를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여고생의 모습이었다.
“진~”
그 여학생은 손을 흔들고 그렇게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렇다. 지금 내 앞에 미소를 짓고 내 이름을 부르고 있는 이 여학생은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 즉, 내 여자친구인 미유였다.
나는 그녀를 향해 가볍게 아침 인사를 건네었다.
“좋은 아침 미유야”
“응. 진도 좋은 아침!”
천사의 미소를 지으며 내게 인사를 건네는 미유는 천사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예쁘다.
“미유야 잠깐만”
그렇게 말을 한 나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진?”
그 모습에 미유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집으로 들어온 나는 내방으로 향해서 작은 코트를 하나 꺼내 다시 밖으로 나왔다.
“미유야 이거 입어!”
그렇게 말을 하며 나는 미유에게 코트를 입혀 주었다.
그런 내게 미유는 미소를 짓고 고마움을 표했다.
“고마워 진”
동복을 입어서 들뜬 것이지, 아니면 그 모습을 빨리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미유는 코트도 걸치지 않은 채, 교복만 입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미유에게 코트를 입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코트를 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아침부터 우리는 깨가 쏟아지는 커플 행세를 과시하며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가던 도중 평소와 다른 풍경에 기분이 이상했다.
모두가 입고 있는 교복이 하복에서 동복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느낌이 새로웠다.
금세 학교에 도착했고 교실에 들어서며 나는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모두 좋은 아침!”
“진, 어서 와!”
“좋은 아침!”
“두 사람 다 좋은 아침!”
“휴~ 휴~ 커플이 아침부터 함께 있으니 뜨겁다. 뜨거워”
친구들은 저마다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운동회를 기점으로 세아와 내가 서로에게 커플임을 공개하는 공격이 크게 대립했기에 나와 미유가 커플이라는 사실은 이미 전교생이 모두 알고 있었다.
물론 세아와 스즈 커플역시 그 사건으로 전교생에게 자신들이 커플임을 들키게 되었다.
그 사건은 정말이지 서로가 서로를 공격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기 얼굴에 똥칠했다는 사건으로 우리에게 큰 상처를 남긴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모든 수업이 끝난 방과 후
미유와 스즈를 데리고 나는 부실로 이동했다.
부실 앞에 도착한 나는 드르륵 문을 열고 부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부실 안에 있던 세아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세 사람 다 어서 와!”
“응. 세아야 안녕!”
“안녕!”
“나 왔어!”
스즈를 제외하고 미유와 나는 평범하게 인사를 건넸다.
요즘은 부실에 올 때마다 허전함을 느끼곤 한다.
미나가 떠난 지도 이제 한 달이 지나갔는데 그녀의 빈자리는 수화부 내에서도 커다란 공허함을 주고 있었다.
미나가 수화부에서 활동한 것은 짧았다.
3개월 남짓 짧은 기간 그녀는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부 활동을 했다. 하지만 짧았던 기간에 비해 많은 것을 함께한 우리에게 있어서 그 기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툭하면 논쟁을 벌이거나 싸우기 일쑤였던 그때가 그립게 느껴진다. 이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공허함이 몰려올 뿐이었다.
모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부실에 들어오면 우리 곁에는 잠시 동안 조용한 정적이 찾아온다.
하지만 정적에 대한 이유를 묻지 않아도 서로 알고 있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 굳이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오늘도 인사를 나눈 다음 어김없이 부실 안은 정적이 찾아왔다.
그 정적 속에서 세아는 내게 시선을 향했다.
그리고 테이블에 엎드린 채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진, 뭔가 재미있는 일 없을까?”
“재미있는 일이라? 으~음 뭔가 없을까나?”
충실하게 나는 세아의 말에 생각하는 시늉을 했다.
내 모습을 본 세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거 재미있네!”
“뭐가?”
“진이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하는 부분 말이야. 전혀 안 어울려 그러니 재미있네.”
세아는 그렇게 나를 놀려대고 있었다.
“내가 진지하면 재미있는 거야? 그거 참 멋진 일이네”
따지는 것도 귀찮아 세아의 장난을 나는 그냥 넘겼다.
“아 갑자기 재미없어졌어. 반응 없이 그렇게 말하면 재미가 없잖아.”
“심심하다고 해서 사람을 놀려도 재미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
“역시 그렇겠지......”
“가만 보면 세아 너 나한테만 심술부리더라?”
“그래? 그런가? 그런가 보네......”
전혀 의욕 없는 세아의 말을 들으니 내 의욕마저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화부는 지금 의욕이란 존재하지 않은 그냥 놀고, 먹는, 되먹지 못한 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미나가 지금 이 모습을 보면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수화부는 단순히 놀고, 먹는 부잖아!』
이 말은 미나가 수화부에 들어오기 전 자주 했던 말이다. 미나가 없는 지금 수화부는 그때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잠시 미나에 대해 생각을 하던 그때 방송이 울려 퍼졌다.
“잠시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교내에 있는 1학년 B반 세아 학생은 지금 즉시 학생회 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방송은 그렇게 두 번 연달아 방송되었다.
방송이 끝나자 스즈가 바로 세아에게 말을 걸었다.
“여친님 당신 찾는 방송인데?”
스즈와는 반대로 나는 빈정 상하는 말투로 세아에게 말했다.
“또 무슨 일을 벌인 거야 너?”
그런 내 말을 들은 세아는 콧방귀를 끼며 입을 열었다.
“내가 진하고 똑같은 줄 알아?”
“그럼 왜 불려 가는데?”
내 질문에 세아는 아리송한 답변을 해왔다.
“아마도 그것 때문이겠지”
답변을 이해하지 못한 나는 다시 한 번 세아에게 물었다.
“그거라니?”
“진하고는 상관없는 일! 그러니 몰라도 돼”
그렇게 말한 세아는 고개를 획 돌려 친구들을 바라보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럼 나 학생회실로 이동한다. 그리고 스즈야 오늘은 먼저가 이야기가 아마 길어질 것 같으니까......”
“응. 알았어.”
스즈의 답변을 들은 세아는 주변을 정리한 다음 부실을 빠져나갔다.
세아가 나간 다음 나는 친구들에게 물었다.
“너희 말이야 그게 뭔지 알아?”
“그게 라면 아마도 그거겠지!”
스즈는 그렇게 애매한 답변을 해왔다.
미유는 스즈의 말에 동의하며 나를 보고 있었다.
“응. 맞아! 스즈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그런데 진은 왜? 그걸 묻는 거야.”
이 녀석들이 말하는 그게 무엇인지? 나는 몰랐기에 다시 한 번 물었다.
“너희는 알고 있는 거야?”
스즈는 한심한 사람 보듯 나를 보고 입을 열었다.
“학생이 그걸 모르고 있다는 게 더 이상한데?”
“어....... 그런 거야?”
스즈는 다시 한 번 한심한 듯 나를 보고 묻고 있었다.
“진, 너 정말 모르는 거야?”
미유마저 나를 한심한 사람 보듯 보고 있었다.
“정말 모르는 거야? 진!”
두 사람의 눈빛이 상당히 따갑게 느껴졌다.
『이 바보는 이런 중요한 일도 모르는 거야 하고 눈빛이 말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대로 한심이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얼버무리려 했다.
“아니, 알고 있지 당연히! 그걸 모를 리가 없지? 그냥 너희가 모를까 봐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은 거지. 하하하”
어설픈 허세를 그렇게 나는 보였다.
“그렇지 역시 모를 리가 없겠지. 그건 학생에게 있어서 중요한 문제니깐 모른다고 말하면 사회에서 매장당할 거야.”
“맞아 이런 중요한 일을 모를 리가 없잖아. 스즈 너, 내 남자친구를 너무 무시한 거 아니야!”
“미안, 미안 아무리 진이 멍청해도 이런 일을 까먹거나 하진 않겠지 하하”
스즈는 그렇게 미유의 말에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 녀석들 정말 짜증난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중요한 일이 건가? 하고 계속 생각했지만, 전혀 짐작되는 게 없었다.
세아가 움직일 정도라면 분명히 큰일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큰일을 모든 학생이 알고 있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나는 두 사람을 살짝 떠보기로 했다.
“너희 말이야 그 일을 위해서 우리가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
내 말에 스즈가 반론을 해왔다.
“우리라니? 그 일이에 우리가 나설 자리는 없을 텐데? 진은 뭘 하려고 하는데?”
“아, 아니 그게 말이지......”
‘이런 학생에게 중요한 일인데 학생이 직접 무언가 하는 일은 아닌가 보다 잘못 건드린 화제에 나는 무척 당황했다.’
실수했다는 것을 금방 자각했다. 그리고 수습하기 위해 다시 나는 말을 내뱉었다.
“역시 우리가 할 일은 없겠지. 혹시 우리가 세아를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을까? 하고 말해본 것뿐이야.”
얼버무리려고 내뱉은 말에 스즈가 다시 반응을 보였다.
“음~ 확실히 세아가 이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생길지도 모르긴 하겠네. 진, 치고는 제법 깊게 생각 했나 본데?”
“그, 그야 그렇지 난할 땐 하는 남자라고 하하하”
‘다행히 잘 넘어간 듯했다.’
그 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 같은 평범한 학생은 끼어들 수 없고, 세아 같은 존재의 깊이가 있는 사람이어야 끼어들 수 있는 것이라는 힌트는 얻을 수 있었다.
왠지 그렇게 생각하니 평범함이 이토록 안쓰럽게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세아는 역시 구름 위의 존재? 인가’ 생각하려던 찰나 미유가 말을 걸어왔다.
“진은 세아를 위해 무언가 할 생각인 거야?”
“아, 아니 딱히 내가 무언가 할 생각은 아니야 다만......”
기습적인 미유의 질문에 내 말문은 막히고 말았다.
“다만 뭐?”
미유는 집요하게 내가 내뱉은 말에 해답을 요구해왔다.
‘좀 봐달라고......’ 마음속의 외침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 그게 말이지......”
그 순간 스즈가 우리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미유야 잘 생각해봐? 진이 세아를 위해 무언가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 금방알 수 있잖아. 진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을 했을 뿐일 거야”
‘나이스 스즈!’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친 나는 다시 말을 내뱉었다.
“아 맞아! 스즈의 말대로야 내가 무언가 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 걸 말핸 본 것뿐이야 하하하”
마지막으로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나는 위기를 넘기었다.
그날 그렇게 나는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하루를 마치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학교에 도착하니 게시판 앞에 수많은 학생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언가 재미있는 거라도 붙어 있나 궁금증을 유발했기에 학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그 내용물을 확인해보았다.
게시판에는 학생의 사진이 크게 붙어 있었다.
기호로 보이는 숫자와 사진 그리고 그 학생에 대한 간단한 프로필과 공약이라고 쓰여 있는 글이 잔뜩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진이 한 장 있었다.
기호 1번이라는 숫자와 함께 세아의 얼굴이 커다란 포스터로 만들어져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내세운 공약이라는 글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게시판 위로 다시 시선을 향하니 학생회장에 입후보한 후보생 이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쓰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어제 부실에서 말했던 나만 알지 못했던 그 일이 밝혀진 순간이었다.
그제 서야 학생이라면 꼭 알아야 하는 일, 그리고 평범한 학생이라면 그 일에 그다지 관여하지 못한다는 일까지 전부 납득하게 되었다.
천천히 생각을 되짚어보니 며칠 전부터 학생회장 선거를 한다는 소문이 학교 전체에 퍼졌던 것이 기억이 났다.
어느덧 학생회장을 뽑을 시기가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었고 놀랍게도 세아는 학생회장으로 입후보했다는 사실도 새로이 알게 되었다.
“말도 안 돼? 어째서 세아가 학생회장으로 입후보한 건데?!!”
게시판 앞에서 나는 그렇게 소리쳤다.
내 모습은 본 미유가 내 옆으로 다가와 묻고 있었다.
“진! 왜 그래?”
나는 미유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말을 내뱉었다.
“아, 아 미유야 미유는 알고 있었던 거야? 세아가 학생회장으로 입후보했다는 사실을?”
내 질문에 오히려 미유는 되묻고 있었다.
“그거야 당연하지! 그런데 진은 왜? 처음 듣는 사람처럼 그렇게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처음 듣는 소리니깐 그렇지! 대체! 언제? 그런 이야기가 오간 거야.”
“언제긴 최근이잖아! 부실에서 모두 모여 있을 때 세아가 말을 꺼냈잖아. 자기가 학생회장이 되면 어떨 거 같으냐면서 꽤나 진지하게 물었다고”
“그래? 그랬단 말이지......”
‘미유의 말에 따르면 이미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다는 거라는 전제였다. 그런데 왜 난 기억이 없는 거지?’
미유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때 스즈가 무척 흥분하면서 세아라면 최고의 학생회장이 될 거라면서 엄청 추천했다고, 그래서 세아의 의견보다 스즈가 강제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결국 세아의 입후보는 스즈가 직접 학생회장을 만나 담판지어 후보로 발탁된 거라고”
무척 놀란 표정을 짓고 나는 소리쳤다.
“뭐시라? 그렇다는 건 세아 스스로 입후보한 것이 아니라 스즈 때문에 입후보하게 된 거잖아!”
“응. 지금 그렇다고 내가 말하고 있잖아?”
“그렇구나! 그렇게 된 거였네. 으~음 놀라운 결말이네”
나는 팔짱을 끼고 그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진 이상해? 분명히 그때 진도 같이 듣고 있었잖아! 그런데 왜? 진은 기억도 못 하고 처음 듣는 사람처럼 말하는 거야.”
‘확실히 며칠 전 부실에서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던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때 나는 다른 일로 머릿속이 복잡한 상태였기에 그 어떤 이야기도 머릿속에 도통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다음 화, 예고 대사
“진~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진,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그러니 그쪽이 아니라 이쪽!”
“아니? 전혀? 그보다 왜? 내 이름이 저기에 올라가 있는 거야?”
“음~ 음~ 그렇지 부회장은 세아......? 뭐라고?”
“부회장님 우리 학생회장님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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