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남자들의 우정은 싸우면서 생겨나는거야!
[로맨틱 코미디][치유][힐링][감동][사랑][우정]
모든 것이 순탄하기만 하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밤중의 학교 옥상에서 한 명의 소년과 나는 목숨이 달린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 * *
옥상에 도착한 나는 문을 열고 빠른 움직임으로 옥상의 중앙 위치까지 이동했다.
그 순간 차가운 음성 소리가 들려와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이쪽으로 오지 말아줘? 그 이상 다가오면 뛰어내릴 거야”
소리가 들린 곳은 옥상의 가장 끝자락이었다.
시선을 그곳으로 향하니 철조망을 넘어 바닥의 틈이 보이지 않는 난간 위에 한 명의 소년이 있는 것이 보였다.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위험천만한 위치에 그는 서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마주한 채 우리는 잠시 동안 말을 하지 않고 서로를 바라만 보았다.
잠시 후
먼저 말을 시작 한쪽은 소년이었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학교에 남아있는 거야?”
이 말의 의미가 단순한 안부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또한 지금 상황이 긴박했지만 나는 침착함을 유지하고 그에게 답변을 했다.
“집에 가던 도중 옥상에 그림자가 보여서 와본 것뿐이야.”
“그럼 그림자도 봤겠다. 다시 돌아가면 되겠네!”
그렇게 말을 한 소년은 난간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선 잘 가라는 손짓을 보내왔다.
그 작은 동작만으로도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소년이 말한 의미는 자신에게 간섭하지 말라는 싸인 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를 외면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위험한 행동을 하려는 것을 뻔히 알았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처음 본 순간 나는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버렸기 때문인 이유도 있었다.
내가 소년의 정체를 알게 된 경위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오늘 아침 누나가 보던 서류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서류의 내용은 한 명의 학생에 대한 것이었다.
서류에 있던 학생의 사진은 그냥 보아도 미인이었고 분홍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학생 사진이 있었다.
하지만 서류의 마지막 줄에는 성별이 남자라고 적혀 있던 것이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렇게 예쁜데 여자가 아니야.”
아침 식사를 하던 도중 나도 모르게 사진을 보고 감탄사를 내뱉었기에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소년의 모습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달빛에 비친 분홍색의 긴 머리카락이 잘 어울리는 소년
새하얀 피부에 열정을 가득 담고 있는 붉은색 눈동자
작은 코와 입술은 그의 얼굴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그가 입은 흰색 와이셔츠와 검은색 바지는 학교에서 지정한 남성 전용 교복이었다.
즉, 그를 남성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다시 보아도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상황을 파악해 가며 나는 침착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 이름이 스즈 맞지?”
내 질문에 스즈는 당황한 표정을 보였지만 이내 표정을 바꿔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야?”
“같은 반 친구니깐 이름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잖아?”
내 말에 다시 한 번 스즈의 표정이 살짝 변하였다.
“난 널 처음 보고 오늘 수업 중 한 번도 교실에 들어가지 않았어. 그러니 나를 알고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스즈의 말은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오늘은 고등학교 입학식 이후로 처음 등교한 날이다.
입학식 날에도 스즈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수업 중 단 한 번도 스즈는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하지만 나는 태연한 척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학기 초부터 결석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름을 외우고 있었던 것뿐이야. 지금도 우연히 이름을 말해본 거야. 특별한 의미는 없어?”
[내가 한 말은 거짓이며, 동시에 거짓이 아닌 의미를 담고 있었다. 내가 본 서류에는 이미 그가 누구인지 그리고 지금 그가 자살하려고 하려는 그이유마저도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들 사이 다시 한 번 침묵이 찾아왔다.
이번에도 침묵을 깨버린 것은 다름 아닌 스즈였다.
스즈는 냉정한 말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이름은 그렇다 치고, 여긴 왜 온 거야?”
“아까도 말했듯이 검은 그림자가 보여서 온 거야.”
“그럼 그림자 봤으니깐 어서 돌아가!”
우리의 대화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야기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나는 접근 방식을 바꿔 논쟁을 벌이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그렇게 해서 잠시 동안 시간을 벌어 보기로 했다.
“같은 반 친구가 위험해 보이는 행동을 하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어”
“친구도 아니고 너하고 상관없는 일이니깐 돌아가”
스즈는 나를 부정하면서 계속 돌아 갈 것을 당부하였다.
“상관없는 일이니깐 돌아가라고? 그럴 수는 없어!”
내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오가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스즈를 구할 수 있을까?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어왔다.
생각을 거듭한 결과 머릿속에서 해답의 실마리가 점차 보이기 시작했다.
[남자는 단순하다.]
동시에 두 가지 생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생물이고 스즈 역시 남자이기 때문에 자살하려는 생각을 다른 것으로 대체 한다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 분명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문제는(자살의) 반대말처럼 (살자)라는 의미를 대신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글자의 위치를 바꾸는 건 쉽지만 사람의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는 생각 속에서 끝없는 문제를 풀어나가듯 하나씩 문제를 풀어나갔다.
그 결과 한 가지 답안을 찾았다.
[자살이라는 감정을 분노라는 감정으로 변환시키기로]
참으로 어이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내가 생각해낸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하여 스즈를 분노하게 만드는 작전을 나는 실행했다.
* * *
내가 아침에 본 서류의 내용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일어난 사고의 내용이었다.
스즈는 평범하게 가족 여행을 가던 도중에 사고를 당했다. 거대한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스즈가 타고 있던 자동차를 향하여 돌진했고, 그 트럭을 피하려다 스즈네 차량은 가드레일을 넘어 숲속으로 추락했다. 그 결과 부모님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어버렸고 스즈 만이 그 사고에서 홀로 살아남았다.
스즈는 그렇게 이 사고에서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이때부터 스즈는 자기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고 자기 자신이 부모님께 떼를 쓰지 않았더라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을 몰아 붙였다.
그날 이후 스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게 되었고 그 어떤 사람과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고립시켰고 자신과 함께 있으면 그 사람마저 사라져버릴 것 같은 생각에 누구에게도 접근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내용의 서류였다.
* * *
스즈의 관한 기억을 되짚어보면서 나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처음부터 무거운 주제를 꺼내 들었다.
“너희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된 원인? 스즈 바로 너 때문이지!”
내이야기를 들은 스즈의 얼굴에서 처음 긴장 어린 표정이 드러났다.
“넌 대체 정체가 뭐야? 나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스즈의 반응을 살피면서 나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결과야! 스즈 때문인지 부모님 때문인지 그것이 중요할 뿐이야!”
스즈는 자신 앞에 있던 철조망을 강하게 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내가 부모님을 죽인 거야! 그때 내가 그곳을 가자고 떼를 쓰지 않았다면 부모님은 죽지 않았을 거야! 모든 것은 내 잘못이야! 나만 없었으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마치 모든 원인이 자신이라는 듯 스즈의 표정과 말은 자기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을 한탄해봐야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어?’
이렇게 말하면서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스즈를 분노하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스즈가 없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너희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을 하실까?”
내 물음에 스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틀렸어! 분명히 너라는 아이와 만난 것을 부모님은 큰 축복이자 선물이라고 생각하셨을 거야! 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부모님들은 자기 자식과 만남을 최고의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지금 하는 행동은 너의 부모님이 과연 바라시는 행동일까?”
스즈는 이번에도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나는 그런 스즈를 보고 큰소리로 외쳤다.
“아니지! 지금 하는 행동은 부모님들이 축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너 스스로 짓밟고 있는 거야! 그분들이 소중히 지켜오던 것을 말이야!”
내 말에 동요 한 듯 스즈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고 잡고 있던 철조망이 흔들리는 것이 시야에 보였다.
“너 따위가 뭘 안다고 그래? 내가 얼마나 지금 후회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아? 내 슬픔을 다 안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그렇게 스즈의 분노는 점차 올라가고 있었고 나는 최후의 한 방을 날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내 알 바 아니야!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 스즈가 하려는 행동은 너를 좋아해 주었던 모든 사람을 배신하고, 도망치려 하는 행동이라는 거야!”
그렇게 말을 내뱉자 스즈의 분노가 한계점을 넘어섰다.
스즈는 난간을 지나 철조망을 넘어서 내가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자신이 생각해낸 작전이 성공한 것을 보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런 미소를 짓는 나에게 스즈는 자신의 주먹으로 내 얼굴을 가격해왔다.
주먹 한 방에 나는 바닥으로 넘어졌다.
넘어진 나를 바라보면서 스즈는 분노를 계속 표출했다.
“너 따위가 뭐가 잘났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지? 얼마나 대단한 녀석이 길래? 그렇게 설교를 늘어놓는 거야!”
나는 몸을 일으키면서 손등으로 입술을 닦았다.
그러자 손등에 붉은색 피가 살짝 묻었다.
“적어도 자살을 생각하는 녀석보단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주먹에 힘을 주고 스즈의 얼굴을 향해서 날렸다.
내가 휘두른 주먹이 스즈의 얼굴을 강타하자 스즈의 입술에서도 붉은색의 피가 보였고 그 피는 내 손끝에도 묻었다.
화를내며 스즈는 나를 향해서 주먹을 다시 날렸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는 주제에 잘난 척하지 마!”
스즈가 날린 주먹은 내 왼쪽 뺨에 맞았으며 나는 몸을 살짝 비틀거렸다. 흐트러진 몸에 중심을 다시 잡고선 나는 반격에 나섰다.
“그러니깐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잖아! 스즈의 마음은 중요하지 않아. 아무리 힘들어도 죽는 선택을 한 것을 난 그냥 용서하지 못할 뿐이야!”
내 일격에 스즈가 바닥에 넘어졌다.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스즈는 나에게 다시 반격을 가해왔다.
“그것도 너랑 상관없잖아! 너랑 나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인데 왜 모르는 사람한테 신경 쓰는 건데? 그게 이상 한 거 아니야!”
스즈의 공격을 피하고 그를 도발하듯 나는 소리쳤다.
“그거야 눈앞에 있는 사람이 위험해 보이는데 어떻게 그냥 지나갈 수가 있는데!!”
스즈의 체중이 실린 주먹을 피하자 스즈는 휘청거리며 바닥에 넘어졌다. 금세 자리에서 일어난 스즈는 몸을 숙여 그대로 나에게 돌진해왔다.
나는 스즈의 돌격에 저항할 틈 없이 쓰러져 버렸고, 나와 스즈는 바닥에서 넘어진 채로 싸우기 시작했다.
스즈가 내 위로 올라가 나를 때리다가 반대로 내가 스즈 위에 올라타 스즈를 때리기를 반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 싸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아무래도 스즈는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시 주먹을 쥐면서 나에게 돌진하는 스즈의 모습에 나 역시 주먹을 쥐고 스즈를 향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그렇게 싸우면서 쓰러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던 우리 두 사람은 어느 순간 옥상의 정중앙에서 나란히 누워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스즈는 분노가 풀리지 않은 듯 씩씩대고 있었다.
“하 아 하 아, 너 대체 정체가 뭐야? 보통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참견하냐?”
나 역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스즈에게 답했다.
“하 악 하 악, 이게 대체 몇 번째야? 그만하자. 나는 그저 눈앞에 있는 사람을 살리고 싶었던 거고 너는 죽지 않고 이렇게 살아 있으니깐 잘 된 거잖아.”
스즈는 투덜거리듯 내이야기를 받아쳤다.
“뭐가 잘된 거야? 너 좋을 때로만 된 거잖아! 오늘 내가 생각한 계획이 모두 엉망이 되었잖아!”
나는 스즈의 답변에 미소를 짓고 큰소리로 말했다.
“그거 잘됐네!”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코에서는 코피가 조금 흐르고 있었다.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닦자 피가 묻어나왔다.
이렇게 누군가와 싸워 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설마 고등학생이 되어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내 옆에 있던 스즈의 입과 코에서도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스즈 역시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닦는 모습이 보였다.
나와 스즈는 한동안 바닥에 누운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후
누군가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리의 정체는 모습을 들러냈다.
계단을 올라온 사람은 다름 아닌 미유였다.
아무래도 나를 찾아서 학교 전체를 돌아다니다가 옥상까지 온 모양이었다.
[나는 이때까지 미유의 존재를 잠시 잊고 있었다.]
옥상 바닥에 누워있는 나와 스즈 곁으로 온 미유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남자 둘이서 얼굴은 엉망진창이자 코와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바닥에 누워있으니 그, 누가 안 놀랄 수가 있을 것인가?
미유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 피를 닦아주기 시작하였다. 내피를 닦아 주던 미유가 옆에 누워있는 스즈에 관해 묻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미유에게 수화로 설명해주었고 수화로 미유에게 설명하는 것을 본 스즈는 고개를 돌려 아무 말 없이 밤하늘을 계속 올려다보았다.
나는 일어설 힘도 없었다.
그래도 억지로 몸을 일으키자 옆에 누워있던 스즈도 몸을 일으키고선 바닥에 앉았다.
마주 않아 있는 우리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던 미유는 내 손과 스즈의 손을 맞잡게 했다.
즉, 사과하라는 뜻으로 알았는데 맞잡은 두 손을 미유는 자신의 양손으로 잠깐 동안 감싸 안아주었다.
나와 스즈는 그런 미유를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미유는 한동안 잡고 있던 손을 살며시 뗐다. 그리고 나에게 수화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미유가 수화로 전한 메시지는 아래와 같았다.
[남자는 싸움을 하면서 우정을 나눈다고 했어! 그러니 이제 두 사람은 우정을 나눈 친구 사이야!]
메시지를 전한 미유는 우리 두 사람은 번갈아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즈를 향해서 손을 내밀었다.
스즈는 내가 내민 손을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나는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 스즈를 정면에서 응시하지 못하고 고개를 살짝 돌려 이야기를 내뱉었다.
“저기 아까는 미안했어. 자살하려는 너를 말리기 위해선 먼저 너를 화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너에게 심한 말을 한 거야 미안하다.”
스즈는 내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서며 투덜거리는 말투로 대꾸했다.
“그게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냐? 불량하네. 나도 자살하려고 했으니깐 사과할게. 나도 미안했어.”
우리 두 사람은 동시에 시선이 마주쳤고 상처투성이의 얼굴을 서로 보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옥상은 한바탕 웃음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 * *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스즈가 얼마나 괴로워했을지 나는 상상도 못 하겠지만 그래도 말이지 이렇게 인생을 포기하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해? 아직 포기하기엔 너무 빨라 그러니깐 말이야......”
내가 잠시 뜸을 들이자 미유가 뒤에서 나를 재촉했다. 하는 수 없이 부끄러움을 참아가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먼저 우리하고 친구가 되어 주지 않을래?”
스즈는 나하고 미유를 번갈아 보았다.
“우리라니?”
나는 손을 내밀며 미유가 좀 전에 수화로 이야기했던 내용을 스즈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싸움을 하면서 우정을 나눈다고 했어! 그러니 이제 우리 두 사람은 우정을 나눈 친구 사이야! 지금 말한 내용은 좀 전에 미유가 수화로 한 내용이야 그러니깐 그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이제 친구라는 의미의 내용이야!”
스즈의 눈동자 주위가 빨갛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너의 두 사람 정말 특이하다. 처음 본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다정하게 해주면 감동해 버리잖아.”
미유와 나는 계속해서 그런 스즈를 주시하고 있었다.
스즈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내가 내민 손을 잡아주었다.
“좋아! 친구 하자고 친구 하면 될 거 아냐 그러니 그런 부끄러운 소리 그만해라.”
옆에 있던 미유도 자신의 손을 우리가 잡은 손위에 살며시 포개고 미소를 지었다.
미유는 한 손으로 수화하면서 메시지를 또 하나 나에게 전해왔다.
“그리고 스즈야! 미유가 자신을 어필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해석해줄게”
나는 미유가 수화로 이야기하는 것을 스즈에게 들려주었다.
“미유가 자신도 모두로부터 도망친 적이 있다고 해! 그래서 조금이지만 스즈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고 힘든 일이 있으면 자신이 들어 주겠다고 그러니깐 사양하지 말고 이야기하래!”
그날 하루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다음날
미유와 학교를 등교하던 도중 뒤에서 우리 두 사람을 누군가 끌어안았다.
그 사람의 정체는 어젯밤 옥상에서 우리와 친구가 된 소년 스즈였다.
스즈는 우리 두 사람에게 미소로 아침 인사를 해주었다.
나와 미유의 만남을 통하여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모든 것에서부터 도망쳐왔던 그가 자신을 용서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다음 화, 예고 대사
“포니테일”.......
“스즈..... 나와 결....”
“아 저는 미유하고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럼 조만간에 모두 같이 가자”
“<어째서 넌 남자인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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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2화도 올려보아요! 시점과 내용이 다소변경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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