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장: 데이트 앞에 놓은 그녀의 고백
[로맨틱 코미디][치유][힐링][감동][사랑][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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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아의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다듬어 주고 있었다.
“진!”
“응?”
“여자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는 게 상당히 익숙한데 이거 수상해!”
“뭐가 수상하다는 거야? 남자가 오히려 자상하게 여자친구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는데 이거야말로 낭만적인 거 아니야?”
“낭만이라고 말하면 그렇지만 여자친구로서 뭔가 미묘한 감정에 변화를 느끼게 돼!”
“무슨 미묘한 감정?”
“이 남자 왜 이렇게 여자한테 익숙한 거지? 나 이외에 대체 몇 명의 여자친구에게 이런 걸 해주었을까? 하는 그런 질투 어린 감정 말이야!”
“은근슬쩍 너, 여자친구 강조하지 마! 우리는 데이트를 하는 것뿐이고 친구 이상 애인 미만이야! 그리고 내가 이렇게 머리카락 만져주는 게 익숙한 이유는 누나가 어릴 때부터 훈련을 시켜서 그런 거야!”
나는 질투하는 세아에게 진실을 알려주었다.
“유나 선생님 때문인 거야?”
“그래! 어릴 때부터 혹독한 훈련을 내게 시켜왔지. 그리고 이렇게 내가 머리카락을 만져준 사람은 우리 누나하고 미유 그리고 얼마 전에 스즈까지 포함해서 딱 세 명이야! 오늘 세아까지 합치면 총 네 명이야. 그러니 세아는 네 번째가 되겠네.”
“음~ 나는 네 번째 여자인가?”
“너, 그런 미묘한 단어 사용하지 마!”
“그래도 기분 좋다. 누군가 이렇게 내 머리카락을 만져준다는 거”
의문이 풀리자 세아는 다시 마음을 놓은 듯 보였다.
“기분 좋다고 말해주니 누나의 혹독한 훈련을 견딘 보람은 있었네!”
“은근히 너, 유나 선생님을 나쁘게 말하는데 유나 선생님이 진을 얼마나 걱정해주고 사랑하는데”
“흥! 세아가 말하지 않아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
“알고 있으면서 그런 태도 보이는 건 진은 츤데레구나”
“누, 누가 츤데레야?”
뜬금없는 세아의 언행에 나는 살짝 당황했다.
“풋! 호호”
“웃지 마!”
“호호호”
세아는 보란 듯 더 크게 웃고 있었다.
“좋아 다됐습니다. 손님!”
마지막 빗질로 세아의 머리카락은 단정히 정리되었다.
“고맙습니다. 헤어디자이너님”
“전, 딱히 그냥 빗질만 해주었을 뿐입니다.”
나는 정중히 몸을 숙여 예의 있는 자세를 보였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
“음~ 놀이기구는 많이 탔으니깐 좀 돌아다녀 볼까?”
세아는 잠시 생각하는 듯 이마에 주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좋아! 먼저 꽃이라도 보러 갈까?”
세아는 이내 생각을 마쳤는지 이마에 있던 주름이 사라졌다.
“응”
세아와 나는 꽃이 잔뜩 피어있는 꽃의 정원을 향하기 시작했다. 꽃의 정원에 다가갈수록 향기로운 꽃냄새가 풍기기 시작했고 장미 정원을 시작으로 장미가 이곳을 점령한 듯 360도 그 어딜 보아도 장미만 보였다.
특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동서남북, 네 방면을 기준으로 장미꽃은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흰색 장미로 구성되어있었다. 한동안 우리는 정신없이 아름다운 장미에 시선을 빼앗겨버렸다.
한창 구경을 하던 우리는 장미 정원을 벗어나 다음 튤립정원으로 이동했다.
장미 정원이 예쁨으로 구성된 정원이라면 여기는 튤립의 특유 귀여움으로 구성된 정원이었다.
계단형식으로 층층이 튤립들이 놓여 있었다.
각층을 모두 합치면 무지개 계단을 보고 있는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첫 번째 층부터 빨강으로 시작해 끝 층에는 보라색으로 마무리하였기에 무지개를 보고 있는 듯했다.
무지개 색으로 계단 전체를 장식한 튤립 사이에는 나비들과 벌들이 날아다니기에 마치 동심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를 연상케 하고 있었다.
* * *
한편 그 시각
미유와 스즈도 장미 정원을 지나 튤립정원에 위치하여 진과 세아를 미행하고 있었다.
미유와 스즈가 진과 세아가 있는 곳을 찾은 경위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휴~ 잘 먹었다. 살아 있다는 건 역시 행복해!”
스즈는 무척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스즈야 이제 다 먹었으니 두 사람한테 가자!”
그런 스즈와는 달리 미유는 무척이나 초조해하고 있었다.
“알았어! 지금부터 두 사람이 있는 곳에 갈 테니깐 너무 보채지 말라고”
“스즈는 왜 그렇게 느긋하게 구는 거야? 이제부터 이 넓은 곳에서 두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그건 쉽지 않다고!”
“노! 노! 모르는 소리 미유야 두 사람을 찾는 건 쉽다고 그러니 걱정하지 마!”
스즈는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걱정하지 말라는 신호를 미유에게 보내고 있었다.
“어떻게 찾을 생각인 거야?”
“미유야 세상은 참 좋아졌어!”
“그건 무슨 소리야?”
미유는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어 수화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거 봐!”
스즈는 자신의 휴대폰을 미유 앞으로 내밀었다.
스즈의 휴대폰은 작은 지도와 함께 화살표가 깜박이고 있었다.
“GPS?”
“맞아 GPS야 이럴 줄 알고 어제 세아한테 부탁해서 휴대폰에 미리 설치해두었지”
“하지만 GPS로 대강 위치는 파악되지만, 반경 100m~500m 사이뿐이라고 그리고 이곳은 놀이동산이야. 수많은 인파에서 찾는 건 쉽지 않다고”
“노! 노! 걱정하지 마! 그럴 줄 알고 한 가지 더 추가해 놨지!”
스즈는 다시 한 번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뭔데?”
“스즈는 휴대폰 GPS 창을 아래로 내리고 새로운 화면을 띄워 미유 앞으로 다시 내밀었다.
스즈가 내민 휴대폰에는 문자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그 메시지는 아래와 같았다.
오전 9시 진과 함께 놀이동산 입장
오전 9시 10분, 진과 함께 제트열차 탑승
오전 10시.......
.
.
.
오후 12시 10분, 진과 함께 바이킹 놀이기구 옆 테이블에서 점심식사 중
오후 1시 10분, 진과 함께 이동 중
오후 2시 진과 함께 장미 정원 도착
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두 사람의 데이트 행방은 스즈의 휴대폰으로 보고되고 있었다.
메시지를 본 미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스즈에게 묻고 있었다.
“스즈야 이건?”
“지금 두 사람이 이동하는 경로 즉 데이트 장소가 어디인지 알려 주는 실시간 정보통이지!”
스즈는 무척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럼? 이건 누가 보내주는 정보인데?”
“물론 세아 본인이 보내고 있는 거야! 다른 사람에 협조를 구해도 되지만 세아는 스스로 보고 하겠다고 했어. 그러니 우리는 세아가 보내는 정보만 보고 그들의 행동을 정찰하면 되는 거야”
“세아가 거짓 정보를 보낼 수도 있잖아?”
“미유야 지금 세아를 의심하는 거야?”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미유야 잘 들어! 오늘 세아는 진심이야. 그러니깐 미유에게 도전장을 보낸 것도 진심이야. 세아가 이런 일로 장난치지 않는다는 것쯤 나보다 미유가 더 잘 알겠지!”
“미안”
미유는 바로 사과를 해왔다.
“나한테 사과할 필요는 없어? 세아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세아는 자신의 정보를 계속 노출하는 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거야. 그리고 그런 자신감 넘치는 세아에게서 미유는 진을 되찾아야 한다고 그러니 절대 긴장을 늦추면 안 돼!”
“응.”
“그럼 이동해 볼까? 출발!”
“오! 출발~”
스즈의 구령에 맞추어 미유도 소리쳤다.
* * *
진과 세아는 튤립정원에서 서로 딱 달라붙어 수많은 꽃을 구경하고 있었다.
“음~ 음~”
두 사람을 몰래 숨어서 지켜보는 미유는 무척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하고 있어?”
“그거야”
“그거야 뭐?”
스즈는 걱정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음~~”
말을 하려던 미유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진과 세아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진과 세아는 이내 정원을 빠져나가 동물들이 잔뜩 있는 동물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미유와 스즈는 그들의 뒤를 조심히 따라가기 시작했다.
“자 받아!”
스즈는 자신이 들고 있던 것을 미유에게 건네었다.
“이건?”
“선글라스야 스토킹, 아니 정찰에 필요한 필수 아이템이지!”
자신의 말을 정정하며 스즈는 그렇게 미유에게 선글라스는 건네었다.
“고마워! 역시 스즈도 스토킹이라고 생각하고 있잖아!”
“정찰이야! 스토킹이 아니야! 여자아이가 그런 말 사용하는 거 아니라니까”
다시 한 번 스즈는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동시에 미유에게 주의를 주고 있었다.
선글라스로 자신의 얼굴을 무장한 스즈와 미유는 좀 더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스토킹을 아니 정찰을 시작했다.
진과 세아는 동물원에서 동물들에게 먹이도 주고, 직접 만져도 보고, 다양하게 체험을 즐기고 있었다. 진짜 연인이 데이트를 즐기는 것처럼 두 사람의 얼굴에선 미소가 끝없이 보이고 있었다.
두 사람이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마다 미유의 표정은 조금씩 상기되어만 갔다.
“미유야 괜찮아?”
“뭐가?”
“두 사람을 보는 게 힘들면 조금 쉴까?”
“아니 괜찮아. 좀 더 상황을 관찰할래!”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
“응.”
미유는 다시 진과 세아를 향해 시선을 향했다.
데이트는 그렇게 계속되어 갔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노을이 저물어 가기 시작했고 세아가 진에게 고백할 시간은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세아가 고백할 시간이야.”
스즈는 미유를 보고 수화로 말했다.
“응......”
미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유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모르겠어......”
“두 사람을 막지 않을 거야?”
“내가 두 사람을 막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미유의 마음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걸 정하는 건 미유의 마음속 대답이야.”
“내 마음속 대답이라고?”
“그래, 미유의 속마음은 어떤데? 이대로 진과 세아를 커플로 만들어 주고 싶은 거야? 아니면 자신이 진과 커플이 되고 싶은 거야?”
“모르겠어......”
“여기에 온 목적을 잊어버린 모양이네”
“목적?”
“그래 오늘 미유는 진을 되찾기 위해 이곳에 온 거잖아!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 아직 싸우기도 전에 그렇게 기가 죽어서 어떻게 이기겠어?”
“응.”
미유는 다시 한 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은 그리 많지 않지만, 천천히 생각해봐! 나는 미유의 편이야 미유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던 함께 도와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고마워 스즈야”
* * *
주변은 어두워지고 놀이동산은 하나둘씩 일루미네이션으로 자신의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무수한 조명들이 놀이동산을 가득 채우고 있었으며 세아가 정했던 고백 시간은 그렇게 찾아오고야 말았다.
“진”
주변이 어두워지자 세아는 내 이름을 불렀다.
“응?”
“마지막으로 우리 관람차에서 야경을 감상하며 오늘 데이트를 마무리하자!”
세아는 시계를 한번 쳐다보고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거 좋은 생각인데!”
나는 세아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세아의 손을 붙잡고 관람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관람차가 있는 곳으로 도착하니 수많은 커플이 보였다. 그들도 야경을 보러 이곳에 온 모양이었다. 많은 커플 속에 우리도 지금은 어엿한 커플로 보이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아와 나는 지금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추가로 서로가 들고 있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서로 빼서 먹는 행위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었기에 그 증거 우리는 러브러브한 커플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많은 커플 때문에 다소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세아와 나는 지금 관람차 안으로 탑승을 했다.
세아와 관람차 안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앉아 있으니 왠지 부끄러웠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 이성과 함께 있는 것이 왠지 어색했다. 나는 서선을 어디로 두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무언가 집중할 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진, 그렇게 안전부절하지 말고 야경을 감상해 보라고”
내 태도가 한심스럽게 보였는지 세아는 그렇게 말했다.
“아, 야경”
그제 서야 나는 창밖에 보이는 야경을 보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놀이동산은 낮과는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이고 있었다. 마치 동화 속 세상에 온 느낌이 강하게 들었으며 나는 한동안 창밖에 보이는 야경에 푹 빠져 있었다.
관람차가 정상 꼭대기에 도착하자 놀이동산이 한눈에 볼 수 있게 시야 속에 들어왔다.
“우와~”
그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진”
내가 야경에 빠져 한동안 세아에게 시선을 주지 않자 세아는 나를 불렀다.
나는 고개를 돌려 세아에게 사과를 하려 했다.
“미, 미안....... 쪽!”(츕)
그 순간 내 입술 위에 촉촉한 느낌이 맞닿아 버렸다.
그리고 눈앞에 세아의 얼굴이 무척 가까이 있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에 나는 눈을 감을 틈도 없이 내 입술을 세아에게 빼앗겨버렸다.
5초가량 우리 두 사람의 입술은 서로의 입술을 포개고 있었고, 5초가 지나자 세아는 내게서 몸을 때고 내 앞에 다시 마주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너, 너 무, 무슨 짓을?”
갑작스럽게 입술을 빼앗긴 나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그보다 얼굴이 너무나 화끈거렸다. 인생 첫 번째 키스를 이렇게 허무하게 빼앗겨 버린 나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키스....... 음~ 포도 맛? 좀 전에 먹은 아이스크림 맛인가 이건?
세아는 그렇게 자신의 입술을 매만지며 키스에 대한 감상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아의 얼굴 역시 무척이나 붉게 물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세아에 그러한 모습을 보자 조금 전 키스가 떠올랐다. 키스 한 그 순간 오렌지 맛이 났다. 아무래도 그 이유는 조금 전에 세아가 먹은 오렌지 맛 소프트아이스크림의 맛일 것이다.
첫 키스가 오렌지 맛이라 생각하니 무척이나 달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세아는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진!”
여전히 세아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진지한 세아이 분위기에 나는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네!”
“처음 본 순간부터 오늘까지 당신을 좋아했습니다!”
세아는 두 손을 깍지 낀 채로 내게 고백을 해왔다.
고백을 전하는 세아의 목소리는 살짝 떨림이 묻어나고 있었고, 그 떨림은 고스란히 내게 전해지고 있었다.
‘세아의 고백은 현재형이 아닌 과거형이었다.’
“어, 어째서 과거형으로 이야기하는 거야?”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생각지도 못한 고백을 받은 나였지만 세아의 과거형 고백에 의문을 품었다.
“진의 답변은 이미 알고 있으니깐! 내 마음은 진에게 전해지지 않을 것을 나는 알고 있어. 그러니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에게 고백하는 거야......”
세아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내 질문에 답변을 해주었다.
나를 보고 있는 세아의 표정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세아의 눈동자에는 내 모습이 또렷하게 비추어 지고 있는 것까지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나와 세아는 한동안 서로를 말없이 보고 있었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나였다.
“세아야......”
세아는 말하려는 나를 가로막고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했다.
“잠깐! 내가 먼저 말할게. 결말을 알고 있는 답변을 듣는 것이 무척 두렵지만 그래도 진에 입을 통해 답변을 듣고 싶어!”
세아는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그, 그러니 진의 본심을 들려주지 않을래?”
“응. 세아가 그걸 원한다면......”
내 머릿속은 엄청 복잡했고 마음 또한 상당히 흐트러져 있었다. 하지만 진지하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세아에게 나 역시 진지하게 답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응. 고마워 진!”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세아야 나, 나는 세아 너를 좋아해!”
“응. 진이라면 그렇게 말해 줄지 알았어! 고마워,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뒷부분도 존재하겠지? 그러니 대답해 주지 않을래?”
세아는 조금 전 말했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답변을 듣는 것이 괴롭다고, 그 때문인지 지금 세아의 표정은 몹시 불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았어! 내가 세아를 좋아하는 감정은 이성이나 연인의 사랑이 아니야!”
“이성이나 연인의 사랑이 아니라면?”
“친구로서 세아를 좋아한다는 거야. 그러니 세아의 고백은 고맙지만 거절할게. 그리고 이번 고백은 어차피 과거형이었잖아. 그러니 세아는 더 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다고 대답한 거나 다름없잖아!”
“응. 진이 한 말이 맞아! 오늘 하루가 지나가면 나는 더 이상 진을 이성이 아닌 친구로 좋아할 거야”
“세아야......”
“이, 이야기는 이제 끝! 아~ 속이 후련하다.”
세아는 고민이 사라진 사람처럼 몸을 쭉 펴고 기지개를 피며 그렇게 말을 했다.
금세 관람차는 지상으로 내려왔고 세아와 나는 관람차를 내려왔다.
“진,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야 그러니깐 이거 받아!”
관람차에서 나온 세아는 내 앞으로 무언가를 내밀고 있었다.
세아가 내민 것은 다름 아님 이어폰이었다.
“이건? 이어폰?”
“응. 도청기 이어폰이야!”
세아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걸 왜 나한테?”
갑자기 내 앞으로 내민 도청기 이어폰을 나는 무슨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건 가면서 들어 보면 알 거야. 그리고 이거 지도야.”
이어폰에 이어 세아는 지도가 그려진 놀이동산 책자를 한 장을 내게 건네었다.
“여기가 어디인데? 그리고 나보고 뭘 하라는 건데?”
사태파악이 안 된 나는 이어폰과 작은 지도가 그려진 책자를 한 장을 받은 채 멍하니 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 실연당한 여자에게 답을 요구하는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세아는 내게서 얼굴을 돌렸다.
“세이야 그래도 무슨 일인지 정도는 알려 줘야지”
“어서 가! 진, 미유가 기다리고 있어!”
“미유라니?”
“어서 가! 이 나쁜 남자야 얼마나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려는 거야”
세아는 내 등을 떠 밀며, 그렇게 말했다.
등 떠 밀려 일단 앞으로 걸어가긴 했지만 뒤돌아보니 세아는 쓸쓸해 하는 표정을 짓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런 세아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살짝 흐르는 것이 언 듯 보였다.
세아는 주변에 들리지 않게 작게 속삭였다.
“안녕! 내 첫사랑......”
영문은 알 수 없지만 세아한테 돌아간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은 세아에게 받은 도청기 이어폰과 작은 지도가 그려진 책자 한 장만이 내가 해야 할 일을 말해 주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책자에 그려진 지도를 보고 그곳을 향해 움직였다.
다음 화, 예고 대사
“스즈야 세아는 정말 진을 좋아하는 걸까?”
“그렇게까지 하면 피곤하지 않아?”
“세아는 스타일도 좋고 예쁘잖아!”
“착각? 내가?”
“스즈는 정말 잔인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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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가구 재비치하고 오니 너무힘들어요 흑 여러분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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