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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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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9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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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3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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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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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7쪽

8. 무림으로 21

DUMMY

“꺄아아아악!!!”


그날 새벽, 늦은 잠에 든 우리를 깨운 것은 누군가의 비명소리였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장자는 재기불능이 된 침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울상을 지었다.


“크흠, 조금 망가졌군.”


그 반응에 유피는 조금 민망하다는 듯 작게 헛기침했다.


“조금~?! 지금 조금이라고 한 거여요?! 저와 함께 120년의 세월을 함께 한 손님용 침대가 지금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하였는데?!!”


나무로서의 죽음이 첫 번째로 치고 침대로서의 죽음이 두 번째로 치부한 듯하다.


그 정도면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물건에 대한 애착이 유독 심한 사람이 있기에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전하면 되레 역정을 낼 거라는 것을 예상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내 꺼이꺼이 우는 것을 넘어 대성통곡을 시작하려는 장자를 그냥 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 유피와 나는 시선을 교환했다.


우린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고 손끝에서 음의 마나를 피어 올렸다.


“스승님? 설마 제자들이 향상심을 못 이겨 답을 찾다가 사소한 실수를 한 것 가지고 계속해서 역정을 내진 않으시겠죠~?”

“어, 어버버버!”


나는 할 말을 찾지 못해 어버버거리는 장자에게 그녀를 따라 말끝을 늘이며 한껏 약을 올렸다.


“흠흠, 침대 건은 미안하게 됐다, 대가를 바란다면 지불하지.”

“하아~ 됐습니다. 나와서 아침이나 드시어요”


결국 장자가 백기를 흔들며 침대 건은 종결 난 듯 보였다.

이후 우리는 다시 미나와 함께 수업을 들었다.

물론 진도는 미나가 훨씬 빨랐다.


“주고, 빼앗는다. 주고, 빼앗는다.”


미나는 혼자서 양의 마나를 음으로 흡수하고 그 힘을 다시 양으로 방출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태극양의신공의 묘리는 음과 양의 순환이어요.”


음의 마나로 상대의 힘을 빼앗고 빼앗은 힘을 양의 마나에 더해 더 큰 위력을 내는 것이다.


“균형을 잃지 마시어요. 주화입마라고 하죠. 잘못하면 마나가 폭주하여 위험해 처할 수도 있습니다.”


원래 하나가 된 것은 강제로 쪼갠 탓일까, 나뉜 음과 양은 더 이상 하나가 되려하지 않고 서로 반발하였는데 장자과 음과 양이 더하여지면 무(無)가 된다고 첫날 이야기했던 것과 대조되게 이 둘이 약간이라도 섞이게 된다면 강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 반발을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태극양의신공의 오의이지만 서두르지 마세요. 목숨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제 겨우 음과 양을 나눌 수 있게 된 유피와 나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였다.

1단계. 음과 양의 분리.

2단계. 음과 양의 균형.

3단계. 음과 양의 순환.

4단계. 음과 양의 반발.


우리는 2단계에 도달할 수 없었다.


“언젠가는 다시 진도가 막힐 거라고는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막힐 줄이야.”


이는 우리의 특수성에 있었는데 원래 2였던 마나를 1과 1로 나눈 뒤, 한쪽의 것에서 2를 빼고 그 뺀 2를 다른 쪽으로 넘겨봤자 –1과 +3이 될 뿐이다.

균형을 맞출 수 없다.


그런 우리 옆에서 열심히 순환에 대해 연습하는 미나가 한층 더 얄밉게만 느껴졌다.


우린 그 날 저녁을 먹을 때까지 제대로 된 연습조차 하지 못했다.


+3에서 +2만큼을 사용하여 –1과 +1로 균형을 맞추려고도 해봤지만 이 –1이 보통 –1이던가.

원래 양이었던 것에서 강제로 음으로 넘어간 이것은 불안정하기 그지없어서 도무지 균형이라는 안정단계에 도달할 수 없었다.


지금도 어딘가에 갖다 대면 순식간에 그것의 생기를 모조리 빨아먹을 것이다.

그렇게 식사를 하면서도 계속 고민을 이어가던 중.


─서걱.


“응?”


망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릇 위에 칼질을 하다가 그릇 째로 식탁을 썰어버렸다.


“코르 군? 오늘따라 식사 속도가 늦으시어요. 항상 제일 빨리 먹고 일어나시더니... 입맛에 맞지 않으신가요?”


그리고 이를 장자에게 들킬 것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

침대에 이어 식탁까지 망가뜨린다면 장자가 얼마나 분노할지 가늠할 수 없었다.


“으, 응... 맛있는데 생각할 게 있어서.”

“그럼 천천히 드시어요. 다 먹은 그릇을 부엌으로 가져다주시고요.”


그런 나를 청명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봤다.

아무래도 눈치챈 모양이다.

모두가 떠나고 식당에는 나와 청명만이 남았다.


“그... 청명, 장자한테는 비밀로 해줄래?”


어린애한테 거짓말을 시키는 기분이라 양심이라 부르는 부위가 맹렬하게 저가 존재함을 호소했지만 급한 불을 넘기는 게 먼저다.


“저만 믿으셔요!”


청명은 그리 말하고 어디론가 우다다 달려갔다.

다시 돌아오는 청명의 손에는 무언가의 상자가 들려있었다.


‘고치려는 거야? 이게 바로 팔방미인?!’


확실히 이런 작은 칼자국 정도야 고치는 게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침대처럼 완전히 망가진 것도 아니지 않은가!


─딸깍.


하지만 공구함이라 생각했던 그 안에는 온갖 의약용품이 가득했다.

그것은 공구함이 아닌 구급상자였다.


청명은 그 안에서 반창고를 꺼내 식탁에 날 칼자국 위에 붙였다.


“이제 곧 나을 거셔요! 스승님도 제가 넘어졌을 때 이렇게 해주니 금방 나았으니까!”


청명은 한껏 가슴을 내밀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청명의 의기양양함은 미나가 으스대는 것과는 궤를 달리했다.


‘귀여우니 상관없나.’


그리고 나는 결국 장자에게 혼났다.

식탁은 들키지 않았는데 그릇을 자른 게 들킨 것이다.

장자는 자기 집 그릇이 정확히 몇 개 있는지 각각의 흠집 하나하나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시리우스가 로봇 청소기, 포르세티에 애착증세를 보이던 걸 보면 이것이 오래 산 사람들의 특징인지도 모른다.


“에휴~”


그날 밤 우리는 다시 시리우스를 불러 문제의 해결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미나도 함께였는데 자신만 빼놓고 우리끼리만 무언가를 하니 역시 소외감을 느꼈나보다.


“장자라는 분은 정말 한 분야의 대종사라고 하기 모자람이 없군요. 허나, 아직 신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시리우스는 우리의 상태에 대해 듣고는 장자에 대한 칭찬과 비난을 동시에 했다.


“몸의 특성 때문에 자연스러운 상태를 유지하다가 창시하게 된 무공이라고 하셨죠? 그런데 무엇이 자연적인 상태인가요? 음과 양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 상태. 그것만이 자연적인가요?”

“보통 그렇지 않나?”

“스승은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을 같이 두면 결국 온도가 같아지듯 자연적으로 균형을 찾는다고 말했다.”


불도 번개도 한순간의 번뜩임일 뿐, 연료 없이 이 현상이 영원토록 유지되진 못한다.

하지만 시리우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인간의 시각으로만 보려 하지 마세요. 신의, 자연의 보다 넓은 시각으로 바라봅시다. 우선 화산 속의 마그마를 떠올려 볼까요? 이것은 양에 치우쳐져 있죠. 그런데 이것이 부자연스럽나요?”

“그렇지... 않나?”

“아!”


미나는 이해하지 못한 것 같지만 유피와 나는 이해했다.

뜨거운 건 식는다. 차가운 건 녹는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장자는 말했다.


하지만 남극의 영구동토층은?

계속해서 차가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화산 속에 들어있는 마그마는?

계속 뜨거운 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이것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이미 그 자체로 자연인 것을.


“인간의 상식에 사로잡히지 마세요.”


물론 평범한 인간에겐 불가능하다.

그들은 음과 양의 균형이 자연스러운 상태다.

하지만 우리는 굳이 균형을 찾을 필요가 없다.

어떤 상태에 있든 안정적이다.


다음세대가 가지고 있는 지배력이란 그런 것이며 반발을 억누르기 위해 거쳐야하는 균형이란 단계가 우리에겐 필요치 않았다.


“아, 참! 전 한동안 불러도 나오지 못할 거예요. 아르케를 동력원으로 삼는데 시간이 좀 소요돼서... 혼자서 괜찮을까요?”


설명을 끝낸 시리우스는 한동안 적응기간으로 인해 자신을 깨울 수 없을 거라 이야기했다.


“혼자면 괜찮지 않겠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니까!”

“다행이네요. 그럼 여러분, 코르를 잘 부탁드려요.”


시리우스는 마치 자신이 내 보호자라도 된다는 듯 미나와 유피에게 고개 숙여 부탁한 뒤, 무언가의 알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이제 우리도 3단계인가?”

“후후후! 나는 이미 4단계로 넘어가 반발을 연습 중이지. 나를 따라잡는 건 역시 요원해보이네!”

“미안하지만 미나여. 우리도 바로 4단계로 넘어갈 예정이다. 우리는 이미 분리를 시행하며 순환의 묘리를 깨우쳤으니.”

“그러고 보니 그러네?”


음을 양으로 양을 음으로 옮기는 것.

우리는 음과 양의 분리를 할 때 이미 이 단계를 끝마쳤다.


“나, 나의 애제자 타이틀이...!”


순식간에 진도가 따라잡힌 미나는 불안한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말했다.

항상 유피를 이기고 싶어 했던 미나는 이 차이를 아직 유지하고 싶었나보다.


그리고 이런 경쟁심은 오히려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마치 모든 것이 자신의 예상범위 안이라는 분위기를 풍기는 장자가 당황을 표했을 정도로.

“진도가... 굉장히 빠르시어요. 확실히 이 부분은 제 실수였네요. 제 기준에서는 음과 양이 균형을 이룬 것만이 자연스러운 거였지만 여러분의 기준에서는 한 쪽으로 치우친 상태 또한 균형을 맞춘 것일 수 있음을 미처 생각지 못했죠. 이 장자, 마치 개안한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닌 듯하면서도 어딘가 자신이 스승으로서 인정받아야만 한다는 듯이 초조해보였던 장자는 처음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 좋았다.

나는 이로 인해 우리의 사이가 더 돈독해질 줄 알았다.


관계란 서로의 긍정적인 모습을 갖고 호감을 가진 상태로 시작하고 서로의 부정적인 모습으로 보고 그걸 인정했을 때 더욱 밀접해지는 법이니.


수업 중간에 주어지는 휴식시간.

우리는 목이 말라 주방으로 향했다.

결국 대야에 가득 찼던 위스키가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주방에는 제 몸에 비해 살짝 큰 앞치마를 두르고 볼에는 세제거품을 묻힌 채 의자 위에 올라선 채로 설거지를 하는 청명이 있었다.


그 모습이 실로 귀여웠지만.


“하, 하하하! 아하핳하하하하!!!”


유피와 미나에겐 아니었나보다.

웃음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으며 그 안에 담긴 감정 또한 항상 즐거움이나 기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이가 없어서 웃는 웃음에는 허탈함 내지는 분노가 담긴다.

그리고 지금 유피의 웃음은 명백히 후자에 속했다.


“여러분, 무슨 일이 있나요?”


우리가 늦어진다 생각했는지 주방으로 따라 들어온 장자.


“장자여, 그대가 역사를 새로 쓰고 싶은 모양이군.”


신이 인간 밑에서 종노릇을 하는 경우가 신화에서 아주 없지는 않다.

대개 벌을 받는다는 이유로 인간의 왕과 같은 이의 밑에서 하인 일을 하곤 했는데 한 번에 두 명의 신을 그것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이를 시동으로 삼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 한 때 스승이었던 이를 위해 못 해줄 것도 없지.”


유피는 장자에게 싸늘하게 일갈하며 천둥검 케라우노스를 뽑았다.


“그대의 최후는 분명 역사에 새겨질 것이다. 바벨의 현자로서가 아닌 신을 무시하다 신벌을 받은 많고 많은 어리석은 자들 중 하나로써!”


미나 또한 아무 말 없이 부르트강을 불러들였다.


─촤라라라락.


사복검이 마치 채찍처럼 길게 늘어진다.


유피와 미나에게는 지금의 작태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에 속했나 보다.

그동안 우리에게 제공되었던 식사와 음료, 그것들은 우리를 위해 청명과 데미안이 만들어준 것임을 이제야 안 그들은 너무할 정도로 분노했다.


“유피 오라버니...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고 그러셔요?”

“벗이여, 휘말리지 않게 데리고 나가주게.”

“아, 알았어. 청명, 오빠랑 잠깐 산책 갈까?”


나는 청명이 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히 바깥으로 이끌었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낀 장자는 서둘러 입을 열어 변명했지만-


“무림에서 이런 건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당연한...”

“그 입 다물라!!”


바로 앞에서 유피의 벼락 그 자체인 분노를 받았다.

한때 내가 고풍스런 멋이 있다 감탄했던 사합원 형태의 저택은 유피의 분노가 담긴 천둥의 권능과 함께 한 쪽이 뚫려 삼합원이 되었으며 저택을 감싼 결계 일부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하압!”


장자는 전과 달리 환상이 아니었기에 당연히 타격이 들어갔고 안 그래도 강한 유피가 장자에게 배운 태극양의신공까지 운용하자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음의 마나를 이용한 번개로 내부를 부수고 힘을 빼앗아 양의 마나를 이용한 번개의 위력을 늘려 외부마저 부숴버리는 유피는 그야말로 완전무결해보였다.


“어떡하셔요? 어떡하셔요!”


옆에서 청명이 발을 동동 구르며 조바심을 표했다.


‘어린애들은 어른이 싸우면 전부 자기 탓으로 돌린다고 하던데... 애들 정서에 좋은 장면은 아니네.’


나는 청명에게 진정하라고 손을 부드럽게 쥐어주었다.


“무슨 일이지?”


소란을 듣고 나온 데미안은 수세에 몰린 자기 후견인을 한 번 보고는-


“흠... 언젠가 이리 될 줄 알았다.”


냉정히 이 한 마디만을 남기고 더는 관심이 없다는 듯 지하의 오크통에서 숙성되고 있는 자신의 술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내려갔다.


‘쟤도 참...’


자신의 후원자가 처절히 당하고 있는 상황에 보이기에는 정말 너무한 듯한 반응이었지만 후원자이기 이전에 장자는 데미안의 종복이다.

데미안은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환생이고 장자의 종족인 사티로스는 종 전체가 디오니소스를 섬기는 종복이니까.


“괜찮을 거야, 청명.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


내 손을 잡고 있지 않는 손으로 불안하다는 듯 손톱을 물어뜯는 청명의 머리에 손을 얹어 진정시킨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정상은 우리 둘밖에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이 싸움에 굳이 끼어들어 말리거나 함께 싸우거나 하지도 않을 것이다.

한번쯤 장자가 호되게 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고, 어차피 목숨을 빼앗는 정도까지 가지는 않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쿠르르릉! 콰광!


뒤집어진 느티나무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벼락이 급히 하늘로 피신한 장자의 위로 떨어졌다.


“죽어!”


새까맣게 탄 채로 밑으로 떨어지는 장자를 향해 미나는 부르트강을 장자를 향해 조준한 채로 예의 그 마력포를 쏘아냈다.

새하얀 빛의 기둥이 장자를 밀어냈다.


도술을 사용해 방어 한 것인지 장자의 주변에 떠오른 부적 수십 개가 일순간에 타버렸다.

숨고를 틈도 없이 이번에는 번개로 화한 유피가 천둥검 케라우노스를 들고 달려들었다.


─쿠르르릉!


‘죽이진 않을 거야. 죽이지는...’


너무할 정도로 화를 내는 그 둘의 모습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저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 보는 것이다.


─콰직!


장자는 어떻게든 그 일격을 막아보려 했지만 천둥검 케라우노스는 장자의 무기, 9개 마디를 지닌 지팡이, 구절장을 베어버리고 그 너머에 있는 장자의 몸까지 베어버렸다.


하지만 뼈가 잘린 건 별 게 아니다.

그보다 끔찍한 건 이어지는 뇌전에 신경이 지져지는 것.


순식간에 기화된 핏물에 피 안개가 피어오르며 장자는 다시금 아래로 떨어졌다.


“오라버니...”


청명이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아~ 어쩔 수 없네.”


사태가 이 정도까지 가자 나도 더 이상 방관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적당히 해!”


빠르게 달려나가 당장이라도 장자를 목을 따려고 달려드는 그 둘의 앞을 막았다.


“큭! 벗이여 비켜라. 우리에겐 즉결처분권이 있다. 그 대상은 리버스의 원로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야.”


다행히 이성은 남아있는지 차마 나를 공격하지 못해 머뭇거린다.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푸흐흐흐. 쿨럭! 쿨럭! 역시 다음세대는 다음세대끼리 뭉치는군요. 쿨럭!”


뭐가 그리 우스운지 말다툼을 하는 우리를 보며 바닥에 엎어진 장자는 한 차례 웃어보였다.


“만일 그 아이도 이렇게 동등한 관계를 맺었다면 괜찮았을까요?”

“장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서둘러 치료해야 해.”


장자는 정신이 완전히 나갔는지 계속 ‘무아’, ‘우아’를 부르며 헛소리를 이어나갔다.

지금 정신을 잃으면 진짜 죽어버릴 것 같아 열심히 장자의 볼을 두들겨 깨우는데 장자는 반대로 내 뺨에 손을 얹더니 말했다.


“아아, 치우. 불쌍한 나의 제자.”


─툭.


그 말을 끝으로 내 뺨을 매만지던 장자의 팔이 밑으로 툭하고 떨어졌다.


“죽었...어?”


내 볼에 길게 핏줄기가 이어졌다.

나는 서둘러 장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직 맥이 뛰고 있어.’


나는 사나운 눈으로 차마 달려들지는 못하고 씩씩거리며 분을 삭이는 그 둘에게 눈짓했다.

응급처치를 도우라고.


미나는 그래도 유피보다 빠르게 열이 식었는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치료를 시작했고 유피는 분이 덜 풀렸는지 자신의 천둥검을 벽을 향해 냅다 집어던지더니 기어이 삼합원이 된 사합원을 이합원으로 만들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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