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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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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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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93,659

작성
22.08.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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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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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8. 무림으로 4

DUMMY

“다들 맛있게 드셨나요~”


우리가 음식을 다 먹었을 때쯤 장자가 돌아와 다시 한번 우리의 뒤를 잡았다.

세 번이나 뒤를 잡힌 건 역시 못 참겠는지, 아니면 취기로 인해 머리에 쉽게 피가 오른 것이지, 유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작작해라. 아무리 원로라 해도 신에 대한 무례는 더 이상 봐주지 않겠다.”


유피의 경고는 주먹보다 한 발 늦게 도착했다.

유피는 자신의 주먹에 맞아 턱이 뜯겨져 나간 장자에게 경고의 말을 읊었다.


“저기... 유피? 아마 기절해서 못 듣지 않았을까?”


그 순간 쓰러진 장자의 형상이 안개처럼 흩어지더니 청명과 데미안 곁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초월의 경지에 이른 도술인가...’


진리의 눈을 속일 정도라니 과연 장난 아니다.


“네. 아무렴~ 조심하셔야죠~ 저는 일단 여러분의 안내자이기도 하지만, 조력자이기도 하며 여러분에게 무공을 가르칠 스승이기도 하답니다~? 특히! 사무엘 군, 조심하시어요!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다니~! 초장부터 스승에게 밉보이면 곤란하지 않으시겠어요?”

“호오? 감당할 수 있겠나?”


장자의 도발과도 다름없는 말에 유피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네가 감히 우리를 감당할 깜냥이 되냐고 물었다.


당장 내가 엘레나에게 주술을 배운 것처럼 원로가 다음세대를 가르치는 건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엔 분명 문제가 됐다.


원로들이 대부분 후견인을 맡으며 스승으로서의 일도 겸한다지만 다음세대의 신 셋을 동시에 가르치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더욱이 그녀에게 도술을 배운 것처럼 보이는 청명과 데미안까지 포함시킨다면 셋도 아니다, 무려 다섯이다.


다음세대의 ‘교육’을 맡은 그 마코데모 원로조차도 한 번에 다섯을 동시에 교육하는 일은 없었다.


가르침을 받는 대상이 여럿이라면 스승이 각 제자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당연지사.

언제나 1:1로 수업을 받아왔을 그들에겐 무례도 이런 무례가 없으리라.


우리가 한 번에 여러 명의 스승을 둘 수는 있어도 여러 제자 중 한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 유피는 한 번에 열이 넘은 스승을 둔 적이 있을 만큼 배움이 빨랐다.


그래서 물은 것이다.

네가 감히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물론이죠~ 저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나니, 아무리 여러분들이 신이라 한들, 제가 지나온 길은 여러분이 걸어온 길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길 것이 분명하기에~”

“그럼... 기대하지.”


그 확신에 찬 말에 유피의 사납게 웃어보였다.

다 좋은데 ‘날 만족시키지 못하면 널 번개로 지져버릴 거야’라는 눈빛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여러분은 앞으로 한 달 뒤, 무림 측에서 준비한 대련장에서 무림의 고수들과 친선대련을 하게 될 거여요. 하지만 너무 걱정 마시어요. 제가 자알~ 가르쳐드릴 테니까! 그리고 이 대련은 당연하게도 단순한 연막에 지나지 않답니다~ 여러분의 본 목적은 대련이 끝나고 조직으로 복귀할 때 헤스티아의 환생이자 인류에게 영원한 불을 가져다줄 우리 귀여운 청명을 데리고 복귀하는 것!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시겠나요?”


유피의 눈빛에 내포된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을 계속해서 늘어놓았다.


‘또 대련이냐...’


기대가 안 되는 건 아닌데 최근 큰 싸움을 몇 번이나 해서 그런지 심리적으로 조금 지쳤다.


“잠깐! 근데 청명만을? 데미안은 보내지 않는 거야?”


의도적으로 데미안을 언급하지 않는 장자에 미나가 의아한 듯 묻자.


“제겐 아직 무림에 남아 해야만 하는 일이 있으니까요... 또한 데미안의 후견을 맡은 원로가 저이기에 데미안은 제 일이 다 끝날 때까지 계속 무림에 남아있겠죠.”


그녀는 아직 무림에서의 생활을 정리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다음세대의 신의 교육을 미룬다는 건 다음세대의 안전을 위협하고 목숨까지 위험하게 할 수 있는 모험적인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혼자 떠나야한다는 말을 들은 청명의 표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동시에 다음세대 여럿을 후원할 수는 없는 건가? 장자가 한꺼번에 해줘도 괜찮을 것 같은데.’


부모가 선인이든 악인이든 할 것 없이 아이는 부모를 따른다.

심리적으로 가장 기대는 대상은 항상 부모인 것이다.


청명에게 있어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왔을 것이 분명한 장자는 어머니와 같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그녀가 그럴 듯한 어른이든 아니든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듣자듣자 하니 못하는 말이 없군. 그건 조직에 대한 반역이라 봐도 이상할 게 없는데 말이야. 더군다나 스승? 지금 신에게 무공을 가르친다고 말하는 건가? 가(可), 불가(不可)를 떠나서 그대는 무예를 익힌 몸이 아니다. 그런 빈약한 몸으로 누굴 가르친다는 거지?”


아, 유피가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연주 중에 실수를 몇 번 했다고 사람까지 죽인 그다.

이 정도면 많이 참은 거겠지.


“그것은 제 몸의 특성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답니다~ 모든 인위적인 것을 무효화하는 특성 탓에 무공을 익히지 못하여요. 그런 제가 자연을 다루는 도술을 배우게 된 건 어찌 보면 필연적이었죠.”

“저기 나는 도술을 배우러 온 게 아닌데...”


둘의 대화에 나는 소심하게 내 의견을 어필했으나 둘의 목청에 먹혀 인식조차 되지 않은 것 같다.


“내공을 쌓지 못하여 일반적인 방법으로 무공을 배우지 못하는 다음세대의 신들에게 있어 제 도술만큼 적합한 것은 없을 거여요~ 만류귀종(萬流歸宗), 제 방법을 따라 무공을 익히는 것보다 나은 길이 없노라 자부한답니다~”


어느 정도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기에 나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무공은 인간이 자연을 흉내 내고자 만들었지만 도술은 신선이 자연을 다루는 선술을 보고 만들어진 거다.

그렇기에 다음세대의 신이자 자연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우리에게는 그 자연을 더 잘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는 말에 우리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말은 번지르르하군. 하지만 그대가 우릴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는 또 별개의 문제다.”

“후훗, 그 말은 이미 예상했습니다. 자, 그럼 재롱을 부려보시어요~”


─짝!


장자는 우리를 도발하며 크게 손뼉을 쳤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식당이 아닌 어딘가의 평원으로 이동되어졌다.


‘환술? 도술’


어느 쪽이든 대단하다.

환술이라면 진리를 보는 나조차 속였다는 것이 되는 것이니 대단하고, 도술이라면 공간에 관여한 것이기에 대단하다.


─파앙!!!


유피는 과연 기다리는 법이 없었다.

내가 장자의 능력에 대해 분석하고 있을 때 유피는 먼저 달려가 그녀의 얼굴에 냅다 주먹을 꽂았다.

그의 강맹한 주먹에 장자의 머리 한가운데에 구멍이 났다.


그 모습에 놀란 미나는 입을 벌렸고 유피는 표정을 구겼다.


“다시 허상이군... 감각을 교란시킨 건가?”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아시겠나요~?”


충격적이게도 머리가 주먹에 꿰뚫린 채로 입만을 움직여 말을 전하는 장자.

유피가 주먹을 빼자 머리는 금세 원상복귀 되었다.


“알 필요가 있는가? 전부 망가뜨리면 되는 것을.”


하늘에서 벼락이 수백 갈래로 찢어지며 내려왔다.

천둥검 케라우노스, 주인인식을 끝낸 권능을 강화시키는 신물(神物)이었다.


“어머나~ 설마 공간을 찢으며 당도할 줄이야, 그건 좀 위험하겠어요.”


장자는 그제야 뒷짐을 풀고 자세를 잡았다.


─퍼억!


그때 장자의 뒤에서 옆구리를 향해 꽂히는 날카로운 발차기.


“으음... 곤란한데요~”

“왜? 혼자서 덤비라는 말은 없었잖아.”


미나다.

유피가 주먹을 날림과 동시에 기습에 유리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유피와 사전에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연계가 무척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너, 너무 건방지다고.”


미나도 역시 장자의 도발이 많이 거슬렸나 보다.


‘공격이 먹혔어? 무슨 차이지?’


그 모습에 나는 끼어들지 않고 어째서 미나의 공격은 맞았으면서 유피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혼자서도 충분하다.”


미나의 참전이 마음에 들지 않은지 유피는 불퉁하게 말했고 그의 주변에서 파직거리는 번갯불이 그의 심정을 대변했다.


“저는 모두 함께 덤비어도 괘념치 않는답니다~”

“그럼 나는 나중에.”


아직 다른 이들과 함께 싸우는 게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상대방의 공격을 통과시키는 기이한 기술을 쓰는데 서로 동선이 얽히기라도 하면 방해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적어도 상대의 수법을 파악하기 전까진.’


빠악─!


“어라?”


미나의 매끄러운 다리가 이번에는 장자의 턱을 걷어찼다.

미나는 자기가 공격을 맞추고도 얼떨떨해 보였다.


“설마 끝난 거야? 고작 이걸로 끝?”


턱을 맞고 뇌가 흔들린 장자는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뭔 자신감으로 전부 덤비라고 했데?”


짓밟힌 개구리처럼 추하게 엎어져있는 장자를 보며 미나가 말했다.

유피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실망한 게 눈에 보였다.


“그렇게나 말이어요~”


그 때 내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


“장자? 분명 장자는 저기에...”


나는 ‘추하게 엎어진 장자’ 줄여서 ‘추자’를 향해 삿대질했다.


“없어?!”


없다, 짓밟힌 개구리 같은 추자가 없었다.

더욱이 그 옆에 있던 친구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코르 군, 당신과는 단둘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역시 함정이었던 걸까?


“설마... 처음부터 지금까지 다 환술이었던 거야?! 다른 애들은? 다른 애들은 어디 있어!”

“두 분이요? 두 분은 지금쯤 제 환영과 열심히 싸우고 있겠네요. 왜 사무엘 군의 공격은 통과시키고 덴브리던 군의 공격은 통하는지에 대해 열심히 분석하면서 말이어요.”


그렇게 말하며 정말 즐겁다는 듯이 웃어 보이는 장자.


“너어는 진짜... 성격 나쁘네.”


이것도 환영인 걸까?

자신의 종족을 더 이상 감추지 않기로 한 것인지 장자의 외형이 변했다.

눈이 가로로 쭉 찢어지고 머리에서 돌돌 말린 뿔이 자라난다.


포식자의 세로동공에 반대되는 피식자의 가로동공이다.

매 순간 끊임없이 주위를 살펴야하는 겁쟁이의 눈을 들어 장자는 나를 바라봤다.


“넌... 진짜 장자가 맞긴 한 거야?”

“그럼 제가 누구라고 생각하시어요?”


적어도 내가 배운 장자라는 인물은 술주정뱅이도 자기보다 한참은 어린 이들을 속여먹지도 않았다.

누군가에게 요술을 가르쳐주어 세상을 혼탁하게 하는 인물은 더더욱 아니었다.

무위자연의 사상을 토대로 정계에도 진출하지 않은 진짜배기 철학자, 인류의 현인 중 한 사람이다.


“다음 대의 바벨의 악마? 남화노선? 광마전주? 무위자연의 사상을 가진 철학자? 리버스의 원로? 현자의 이름을 잇는 자?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상징하는 사티로스?”


자신을 수식하는 말을 하나하나 마칠 때마다 장자는 한 걸음씩 더 내게로 걸음을 내딛었다.

그녀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동공은 가로로 길어졌으며 관자놀이에선 양의 뿔과도 같은 뿔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사티로스조차 아니야. 이건...! 이건 그냥 악마잖아!’


그리고 이젠 정말 인간이라고는 할 수 없는 몰골이 되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악마의 모습.

날개가 없다뿐이지 지금 보이는 장자의 모습은 관념적인 악마의 모습과 별 반 차이가 없었다.


“대체... 목적이 뭐야.”


나는 그녀가 내게 더 다가오지 못하게 주위에 불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불을 넘고 건너와 놀라 굳어있는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신보다 위에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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