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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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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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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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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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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 무림으로 9

DUMMY

“이쯤에서 예상하셨겠지만 이들은 마나를 세상의 근원이 되는 무언가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과 같은 고체의 형식으로 이해하여요. 이들은 주로 영적으로 깨어있어 태어남과 동시에 세상의 태초모습, 마치 거대한 알이나 보석과도 같은 모습을 보았다고 하죠. 저희들은 이것을 관리자가 세상을 만들 때 사용한 거대한 아르케라고 봅니다만... 진실은 그들만이 아는 것이어요.”


청명은 우리의 시선을 받고 귀엽게 고개를 갸웃댔다.

우리 옆에 얌전히 앉아 복습이라도 하는 걸까? 어쩌면 처음보는 우리가 신기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에 대한 경계심을 놓지 못하고 문지방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는 데미안과는 아주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맛있는 냄새... 주방에 갔다 온 건가?’


그때 청명이 내게 주전부리를 건넸다.


‘나 주는 거야?’


─끄덕


‘오라버니만 드리는 거니까 몰래 드세요.’


귀엽게 속삭이는 그 모습에 나는 무심코 심장어림을 부여잡았다.


“주로 신을 모시는 무녀나 신녀들이 여기에 해당하며 그 수가 상당히 적은 거여요. 무인 백에 술사 하나, 술사 백에 사제 하나이지요. 꼭 여성에 국한되는 적성은 아니지만 주로 여성들이 많은 것이어요. 그 이유는 저도 잘 모르지만... 아마 신이 주로 남성성을 가진 존재로 표현되기에 이를 받아들이는 이는 여성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죠. 이 부분은 미나 군이 더 잘 알겠네요~”


처음으로 아는 부분이 나왔다.

엘레나에게 볼바로서의 수업을 받기 전 미나가 내게 설명해준 내용이다.


“적성이 있다고 무조건 무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몸을 노리는 이들이 많아 신 내림을 받고 잡신을 모시며 사는 경우가 많은 것이어요.”


상단전이 열린 이들은 주로 사제 혹은 무속인에 속하는 듯하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어요. 흑마법사의 근원이 사실은 신께 제사를 올리고 제물을 바치던 제사장이었다는 것은 다들 아시죠?”


내 양옆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는 미나와 유피의 모습에 나도 눈치껏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상단전과 중단전이 모두 열린 이들이 주로 제사장으로 활동했는데 이들은 신과의 거래를 통해 힘을 얻곤 하였어요.”

“그러니까 그 수가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 순으로 적다는 거지?”


말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나는 중간에 끊었다.

하지만 장자는 내 물음에 마치 이 질문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씩 웃어보였다.


“아쉽지만 땡! 본래라면 코르 군의 말처럼 이들의 수가 가장 적어야 맞겠지만 이따금 강제로 이를 열어버리는 이들이 존재하여요. 이들이 바로 마공을 익힌 이, 마인이라 불리는 이들이어요. 이들로 인해 중단전이 열린 이들과 상단전이 열린 이들의 수는 거의 비등하답니다~”


장자의 말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마물과 돌연변이들의 존재였다.

그들이 마석을 두는 위치가 바로 머리, 송과체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힘에는 선악도 책임도 없는 것이어요. 다만 대가가 따를 뿐이죠. 이들은 쉽게 강한 힘을 얻는 대가로 쉽게 미쳐버린답니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민감한 부분인 뇌를 건드렸으니 오죽할까요~ 머리는 호르몬의 분배를 명하는 곳이니만큼 감정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어요. 현재 저희가 몬스터 혹은 마물이라 불리는 것들은 급격한 스트레스로 인한 변이를 겪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것은 이들의 감정에 반응한 마나가 머리에 결정을 형성하기에 그러하여요.”


인간을 마물이나 마수와 같이 만드는 힘.

장자의 설명을 토대로 내가 이해한 마공은 그런 것이었다.


한낱 미물이 인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짐승이 되었는데 이를 인간이 행하니 그 결과가 오죽할까.


‘미치지 않고 끝까지 견딘다면 천마와 같이 평범한 인간은 감히 범접할 수조차 없는 절대강자가 되는 건가...’


그저 버티기만 하면 강해진다니 이보다 심플한 게 또 있을까.

부작용으로 죽을 위험이 크긴 하지만 미치거나, 죽거나, 강해지거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그 꼴이 꼭 우리 다음세대를 보는 것 같아 우스웠다.


남들이 피나는 노력을 할 때 우리는 그저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그들보다 빠른 성장을 이룩한다.

찰나와 같은 이들이 이룩한 평생을 우린 그 찰나와 같은 이들이 생각하는 찰나에 이룩해낼 수 있다.

그들의 존재를 끝끝내 부정해버린다.


신이란 이다지도 불공평한 존재였다.


-그게 신이다.


‘그러니까 신인 거겠지만.’


오랜만에 ‘목소리’와 말이 겹쳤다.


“마공은 감정으로부터 힘을 얻는 대신 머리에 부정 혹은 감정체라고 불리는 것들이 쌓이어요.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될 때 마인은 결국 폭주하고 주화입마에 빠지죠.”

“그럼 우리가 본 맹주는 되게 위험한 상태 아니야? 천마잖아.”


이번에는 미나가 질문을 던졌다.

확실히 유피를 압도하진 못해도 한순간이나마 우위를 점한 그 힘은 가히 경악스러운 거였다.

그 대가 또한 만만치 않으리라.


“하여 신교의 이들 역시 방법을 고안하였습니다. 마인들은 무심공이라는 특별한 심공을 익히어요. ‘정파에 양의(兩義)가 있다면 마교에는 무심(無心)이 있다.’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그 공능이 가볍지 않답니다.”


장자는 천마신교를 부를 때 자연스레 ‘신교’라는 말을 쓰다가 오래된 격언이나 관용어를 쓸 때는 ‘마교’라는 표현을 썼다.


‘무심공이라면 분명...’


천마의 상태창을 확인했을 때 그의 부정 특성이었던 ‘무아(無我)’의 상세정보엔 무심공이란 이름이 적혀 있었다.


‘분명 무아라는 특성이 무심공의 폐해라고 했었지.’


이에 미나는 무심공의 공능이 무엇인지에 대해 재차 물어봤다.


“무심공의 힘은 감정을 지우는 것. 이것이 생긴 이후 마인들의 급사하는 일이 줄어 그 수가 대대적으로 늘어났죠. 물론 이전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은 보이진 못하지만... 안정적으로 마인을 육성할 수 있다는 이점을 포기할 수 없기에, 마교의 광마전(狂魔殿)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마인이 무심공을 익힌다고 보아도 되어요.”


만일 리버스와 무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상대가 되는 무림이 결코 곱게 짓밟히진 않으리란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히 이해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지만 이들이 꿈틀할 때는 천지가 요동치리라.


“처음부터 상단전이 열린 이가 마인이 되는 경우는 없어? 아, 그들은 적성이 안 맞아서 무공을 못 익히려나?”

“네. 대신 이런 이들이 태어나면 성녀나 성자 따위로 모셔지곤 합니다.”


어쩐지 무림과 얽히는 것이 조금 꺼려졌다.

정확히는 마교의 땅에 발을 디디고 싶지 않았다.


‘감정 없는 기계 같은 이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라니.’


그야말로 디스토피아, 생각만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만 할까요?”


시계를 보니 시간이 벌써 꽤나 지나있었다.


“내일은 무공의 경지에 대해 가르쳐드리겠어요.”

“그런데 과연 이것이 의미가 있는 게 맞는가? 다음세대의 신은 어차피 무공을 익히지 못한다. 이것이 정설이야. 나는 세상을 기체로 인식한다. 무에 재능이 있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단전과 기맥이 없어서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유피는 어딘가 조급해보였다.

천마와의 일전에서 밀린 것이 마음에 걸리나 보다.


‘하긴, 신이라는 프라이드가 강한 유피에게 있어 방심한 것도 아닌 정면에서 붙어서 밀린 건 이번이 처음일 테지.’


그것도 신이 아닌 존재에게 말이다.


“조급해하지 마시어요. 그렇기에 있는 스승이니까. 세상 그 자체를 그릇으로 삼는 여러분에겐 제 방법이 인간을 따라 무공을 익히는 것보다 훨씬 맞는 방법이어요!”


장자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걸 익히면 천마를 이길 수 있는가?”

“후훗, 그건 저도 모르죠. 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일은 없을 거라 장담하여요. 그리고 잊지 마시어요. 여러분이 무공을 익힐 수 없는 건 사실 익힐 필요가 없어서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무공은 인간이 자연을 닮아가기 위해 만든 것이랍니다. 이미 자연 그 자체인 여러분에게 무공은 그 의미를 잃어요. 신공을 익힌 상대가 아닌 이상 여러분에겐 닿을 수조차 없겠죠. 그럼 즐거운 저녁 되시기를.”


그 말을 끝으로 장자는 연기처럼 흩어져 어디로 갔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그 말은... 신공을 익히면 우리한테도 닿는다는 거잖아.”

“천마가 괴물이었을 뿐. 그런 존재는 몇 없을 거다. 그런 존재가 양손을 가득 채울 만큼만 있어도 모든 땅이 그들의 것이 되었을 테니. 모든 학문이 초월에 이르면 결국 신에게 닿음이야. 물론 그 작디작은 힘을 갖고 증폭시켜 신조차 찌르는 비수를 만드는 것만큼은 정말 탐나는 이적이지.”

“무공에 대해 잘 알고 있나봐?”

“다음세대들 중에 무공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는 이가 없고 익히는 시도를 해보지 않은 이가 없다. 정작 익히는 것에 성공한 이는 하티, 그녀 하나뿐이지만.”


또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니, 리버스나 판테온에서 일어난 일들은 대개 내가 모르는 일들뿐이다.


소외감이 느껴져 기분이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런 나를 유피는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아, 이제 그중에 벗도 추가됐겠군. 벗은 검기는 물론이거니와 검강까지 다룰 수 있으니.”

“생각해보니 코르 너 나랑 대련할 때도 검강을 사용했잖아! 그거 어떻게 한 거야?!”


내가 검에 강기를 씌울 수 있는 건 솔직히 온전한 시리우스의 덕이었기에 그저 침묵을 유지하자 미나가 삐졌는지 말을 더했다.


“흥! 무공이라고 해봤자 술법보다 아득히 높이 있는 학문은 아니야. 종지그릇만한 단전에 마나를 열심히 퍼 날라봤자 얼마나 강해지겠어? 그것도 공기를 손으로 나른다고 생각해봐. 손가락 사이로 물이 새듯이 운기조식을 해봤자 얻는 것은 티끌이야. 최소 백년에서 반백년은 수련해야 우리에게 닿을 수 있을 걸?”


아무래도 내가 단전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오해한 모양이다.


“최소라고 하면서 50년이랑 100년을 이야기하는 건 간극이 너무 크지 않아?!”


우리는 그렇게 부대끼며 함께 식당으로 갔다.


“그러고 보니 장자가 자신이 광마전주라고 얘기했던 것도 같은데...”


나는 목에 미나의 팔이 걸쳐져 약간 수그려진 채로 장자가 전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진짜? 우린 그런 거 들은 기억이 없는데 어디서 들었어?”


아, 실수했다.

생각해보니 이 이야기는 장자의 환술 속에서 단둘이 나눈 대화에 포함된 내용이었다.


“그, 내가 잘못 들었나봐...”


결국 나는 그녀와 있었던 일을 친구들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회피를 택했다.

그런 나를 보는 유피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아마 벗이 잘못 들은 것이 맞을 거다. 광마전주라면 마교에서도 수위에 드는 인물이라는 건데 이렇게 무림 바깥에 거처를 잡고 생활할 리 없지 않은가.”

“그, 그렇지...?”

“아아, 이래봬도 사절단인데 아직도 무림에 발도 못 디디게 하는 건 너무 하지 않아?”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무림과 멀리 떨어진 어느 산골에 위치해있다.

무림에 사절단으로 온 우리가 아직 무림에 발을 디디지도 못했다는 뜻이다.


“리버스와 무림은 아직 적대관계가 깨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 리버스의 핵심전력인 우리를 자신들의 심장부에 들여놓는 것은 부담이 크겠지.”

“그, 그것도 그러네.”


내가 멍하니 비슷한 말만을 반복하자 친구들은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코르, 어디 아파? 아까부터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는데.”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마물들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주체가 누군지 생각해봤을 뿐이야.”


급하게 짜낸 변명이지만 내가 생각해도 그럴 듯했다.

머리는 신이 머무는 곳.

마물들의 뇌리에 파고들어 그들에게 인간을 적대하라 명한, 그들에게 지혜의 말을 속삭인, 그들에게 진화의 축복을 건넨 그 신의 존재는 대체 누구인가.


“벗도... 생각이 많아 보이는군.”

“그것도 그러네. 아!”

“역시 이상하다니까...”


그날 밤도 그렇게 깊어만 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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