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43,437
추천수 :
1,474
글자수 :
1,693,659

작성
22.08.18 22:00
조회
81
추천
3
글자
12쪽

8. 무림으로 8

DUMMY

장자가 홀로 다음세대의 신 셋을 기절시킨 그 기념비적인 날 이후, 장자의 본격적인 가르침이 시작됐다.


“마나는 전능하여요.”


그리고 그 기념할만한 첫 수업의 기념할만한 첫 번째 가르침은 다소 뜬금없는 이 한마디로부터 시작되었다.


“저희는 마나를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죠. 만약 불가능하다면 이를 다룰 실력이 되지 않거나 마땅한 방법을 모를 뿐, 이것이 전능의 재료가 됨은 달라지지 않는 거여요. 그러면 우선 여러분의 적성부터 알아볼까요?”

“적성?”


나는 피라도 뽑아야하나 싶어 팔을 내밀었지만 장자는 부드럽게 내 팔을 밀어냈다.


“그보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는 거여요. 그럼 지금부터 묻겠습니다. 코르 군은 이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시어요?”


뜬금없는 시작에 이은 뜬금없는 물음이었다.


“어... 먼지로 이루어져있나?”


언젠가 모든 것은 먼지로 이루어졌다는 글귀를 떠올리며 나는 이리 대답했지만 장자는 고개를 저었다.


“세상은 마나로 이루어져 있는 거여요. 그렇기에 세계 그 자체에 대한 지분이 있는 여러분이 마나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는 것이죠.”

“질문 있습니다!”


그녀의 말 중에서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어 나는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하자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어질 내 말을 기다렸다.


“그럼 대격변 이전, 신화시대가 끝난 이후에 마나가 사라졌던 그 시절은 세상이 존재할 수 없는 게 아닌가요?”

“참 좋은 질문이어요.”


나 스스로도 날카로운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나는 ‘기(氣)’만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어요. 유피 군이 권능으로 마나를 사용하여 번개를 만들고 코르 군이 불꽃을 피우듯이 다른 무언가의 에너지가 되어 존재해온 거죠. 이미 변형이 되어버린 상태라 마나로 되돌리지 못할 뿐, 이미 세상은 마나로 이루어져 있던 거여요. 이를 우리는 때로는 질량이라고 부르고 때로는 시간, 때로는 공간 등으로 부르죠. 그렇기에 마나를 이용해 저희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한 거여요.”


우리는 그제야 장자의 첫 마디인 ‘마나는 전능합니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이해가 되시었는지요.”

“응...”


나는 살며시 팔을 내렸다.


“그럼 다시 묻죠. 이 세계를 이루는 마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기체, 액체, 고체 중에서 골라주세요.”


대답하기가 난감했다.

나는 학교에서 세상은 원자와 99%의 빈 공간으로 이루어졌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마나가 기체, 액체, 고체로 나눌 수 있는 거였던가?”

“허공을 부유하는 기체와 같은 것이 아니었는가.”

“플라즈마는 제외하는 거야? 불꽃은 플라즈마잖아.”


우리는 정답을 맞히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시작했다.


“스승이여, 이것이 적성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고견을 들을 수 있겠는가. 섣부른 대답을 했다가 잘못된 길로 갈까 두렵군.”


그때 이번에는 유피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그것은 그야말로 질문에 대한 질문.

그 질문이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었다.


‘근데 유피가 언제부터 장자를 스승이라고 불렀지?’

‘오늘부터 아냐? 정확히는 장자한테 손도 못 대고 기절한 후부터.’


우리는 유피 몰래 유피가 장자를 부르는 호칭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나와 나는 여전히 장자를 이름으로 불렀음으로.


“제 설명이 어려웠던 걸까요? 하긴, 신들은 단전이 존재하지 않으니 무의미한 질문이었는지도 모르죠. 그럼 제가 스승으로서 먼저 시범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장자는 혼자서 고개를 주억이며 스스로의 물음에 스스로의 답을 내렸다.


“우선 저는 세상이 액체로 봅니다. 정확히는 물로 인식하여요. 비, 강, 바다, 공기 등 자연계에서 물이 담기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물은 만물의 근원적인 존재이기에.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바다에서 나왔기에 저는 세상이 액체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여요.”


장자의 시범에도 나는 장자가 ‘세상을 물로 보는구나’라는 것 이상의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저와 같은 이는 술사라고 부르죠. 마나를 물감삼아 그림을 그리거나 문자를 적어 이적을 행하는 이들...”


장자는 허공에 마나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저와 같은 술사는 마나를 받아들일 때 본능적으로 심장에 마나를 담게 되는 거여요. 저희 몸에 흐르는 액체. 즉, 피를 마나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인식하여 모든 혈액이 지나는 통로인 심장을 그릇으로 삼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심장을 중단전이라 부르며.”


장자는 잠시 말을 멈추고 문밖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민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데미안을 보고는.


“여기에 속하는 건 일단 저와 데미안 군 정도일까요?”


데미안 역시 자신과 같은 술사라 말했다.


확실히 이런 방식의 적성 검사라면 다음세대 또한 적성을 알기 쉬울 것이다.


‘아니, 우린 이 방법 외에는 적성을 알 수 없겠어. 다른 이들은 마나가 쌓이는 위치를 확인하면 되겠지만 우리에겐 이것이 불가능할 테니까.’


나는 세상을 무엇으로 보는가.

나는 아주 작은 입자로 이루어졌다고 본다.

정확히는 그리 배웠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입자들.

아마 기체가 여기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잠깐만, 설마 무림인들이 마나를 기(氣)라고 부르는 이유가?!”


깨달음은 불현듯 찾아왔다.


「기(氣)」


기운, 공기, 숨 따위를 이르는 말.


“네. 무인은 마나를 기체와 같이 인식하여요. 마나를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기준으로 보아 입자가 작아 육안으로 확인할 수조차 없는 공기를 세상의 근원이라 보는 것이죠.”


장자는 이 기의 성질에 대한 설명을 계속했다.


“혹시 피스톤 안에 공기를 채우고 눌러보신 적이 있으시어요? 아마 안에 물이나 자갈 같은 걸 담았을 때와 달리 쉽게 눌릴 거여요. 손을 떼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오고요. 이것이 바로 기(氣)라고 불리는 마나의 성질이어요.”


신기했다.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든 마나, 그 자체의 성질이 변할 리가 없는데 그저 우리가 어떻게 ‘관측’하느냐에 따라 그 성질이 다르게 적용된다니.


“저와 같은 술사가 심장이 박동하며 혈액이 순환하는 것만으로 혈액에 담기는 마나의 농도가 높아진다면 무인은 숨을 쉬는 것으로 하단전에 마나를 눌러 담아요. 경지가 오를 때마다 심장 주위에 마나가 흐를 수 있는 도랑이라고 할 수 있는 회로를 새로 파내야하는 저희 술사와는 다르게 무인은 그저 마나를 담아두기만 하면 되기에 축기(築氣)가 쉬운 편에 속하죠. 하지만 경지가 낮다면 잡아둔 마나를 유지하지 못하고 산공독(散空毒)에 당한다면 쉽게 흩어지기도 하는 거여요.”


*산공독(散功毒): 내공을 흐트러뜨리는 독의 일종.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무인에 적성을 가지고 있어요. 저와 같은 술사는 그 수가 비교적 적은 편에 속하고요.”

“그럼 세상을 물로 보는 것이 더 좋다는 뜻이야?”


가치란 때론 희귀도를 기준으로 정해지기도 한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기에.


“잘못된 건 없습니다. 잘못된 건 없어요. 우열을 가릴 수도 없지요. 그저 인식과 타고난 자질의 차이일 뿐이어요.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어 인식이 확장되거나 큰 충격을 받아 기존의 인식이 변화하기도 하기에... 주로 무림에서 신공(神功)이라 칭송받는 무공들이 대성(大成)에 성공할 시 하단전을 넘어 중단전까지 영역을 확장시켜주곤 하여요.”


단전을 두 개나 다루면 얼마나 강할지 잠시 생각하고 있을 때 장자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확장은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복된 순간... 하지만 ‘대성(大成)’에 실패할 시 마땅히 이루어질 확장은 ‘인식의 변화’로 이어지곤 하죠. 그리고 이는 재앙이어요. 여태 쌓아온 모든 수행이 무로 돌아감을 의미하기에... 이 경우는 대개 그 상실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로 끝을 맺고 말죠. 경지를 잃는다는 것은 그러한 것이어요.”


조금 무섭다.


‘대성에 실패하면 무인이 단번에 평소 사술이라고 폄하했을 요술쟁이가 되어버린다는 거잖아...’


자신의 인생 그 자체가 부정당한 느낌이 아닐까?

공포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내게 있어 ‘공포’란 ‘가치의 상실’을 의미했다.

어쩌면 ‘죽음’조차 ‘삶’이라는 ‘가치’가 ‘상실’되는 것이기에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한 번쯤 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두려움이란 그림자와 같아서 가까이 다가갈수록 작아지니까.


공포의 근원에서 멀어졌기에 역설적으로 더 두려워하게 된다는 걸까?

그렇다면 그것은 미지에 대한 공포일 것이다.


이런 내 두려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자는 설명을 계속했다.


“무인에게 있어 호흡이란 대자연과의 소통이자 공기 중에 담긴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성분, 이를 받아들이는 거여요. 좌식지경에 이른 고수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그저 숨을 쉬는 것만으로 생을 유지할 수 있게 되죠. 이들은 바르게 숨을 쉬는 법에 ‘심법’이란 이름을 붙이고 폐가 아닌 복식으로 호흡을 함으로서 하단전에 마나를 쌓는 법을 터득했어요. 이들이 바로 무림인이며 때문에 경지에 이른 무인은 자연과 한없이 가까워지는 거여요. 마치 신선처럼 말이어요.”


무인이 아닌 무림인, 무공을 배운 무인이야말로 무림인이 되는 것이다.

장자는 신선을 말하며 눈을 빛냈다.


“물론 진짜 신선(神仙)은 되지 못하죠. 그저 위선(僞仙)에 불과할 뿐이지만... 그래도 그 힘은 거짓이 아니어요. 가~끔 아주 가끔 우화등선에 성공하여 진짜 신선이 되는 이들도 있지만 지난 2,000년간 그런 위인은 손에 꼽죠. 오호통재라, 참으로 아쉽고 아쉬운 일이어요.”


장자는 때문에 신공(神功)을 선공(仙功)이라고도 부른다고 말을 더했다.


무림에서 남화노선이라 불리는 장자.

그녀는 신선일까? 위선일까?

내가 바라보는 그녀는 자연 그 자체라기보다는 자연 그 자체가 되길 갈망하는 염소였다.


짐승은 그 자체로 자연인 것인가.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이라 하는데 인간 역시 자연이 된 것인가.


아니면 자연이란 우리 신과 같은 ‘현상’이 되어버린 존재를 뜻하는가.


‘자연(自然)은 스스로 존재하게 된 것. 우리와 같은 현상(現象)만을 뜻하는 게 맞겠지...’


문명의 신이 아닌 자연의 신.

인간이 만든 신이 아닌 인간을 만든 신.


그렇게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어느새 수업은 세상을 고체로 인식한다는 상단전으로 넘어갔다.


“마지막은 상단전이어요. 과거, 사람들은 모든 이능의 시작을 송과체(松果體). 즉, 뇌에 있는 솔방울 모양의 부분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았죠.”


송과체(松果體), 솔방울샘이나 송과선이라고도 불리는 이 부분은 뇌 속에 위치한 작은 내분비기관이다.

과거 철학자들에게 있어서 특별한 중요성이 있다고 받아들여져 왔으며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로 유명한 데카르트는 송과체를 ‘영혼이 위치하고 있는 자리’라고 믿었다.


“이들에게 있어 머리란 신이 머무는 곳이어요. 혹시라도 만난다면 실수로라도 머리를 쓰다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자신의 신을 모욕한다고 받아들일 테니까요. 저희 중에서는 청명이 이에 해당하는 것이어요. 아참! 청명은 머리를 쓰다듬어줘도 된답니다~ 어때요, 귀엽죠?”


확실히 귀여웠다.

동생 삼고 싶을 만큼 말이다.


새까만 눈에 앙증맞은 볼, 귀여운 공격성(Cute Aggression)이 일어나게 하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나는 잠시 신이 다시 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내 볼바의 주술인 ‘세이드’에까지 이해가 닿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6 8. 무림으로 29 +2 22.09.10 79 3 11쪽
165 8. 무림으로 28 +2 22.09.09 72 4 12쪽
164 8. 무림으로 27 22.09.06 69 3 14쪽
163 8. 무림으로 26 22.09.05 69 3 12쪽
162 8. 무림으로 25 +2 22.09.04 77 4 16쪽
161 8. 무림으로 24(루미나 폰 덴브리던 외전) 22.09.03 72 3 16쪽
160 8. 무림으로 23 22.09.02 72 4 11쪽
159 8. 무림으로 22 22.09.01 80 4 16쪽
158 8. 무림으로 21 22.08.31 71 3 17쪽
157 8. 무림으로 20 22.08.30 74 4 14쪽
156 8. 무림으로 19 22.08.29 73 5 12쪽
155 8. 무림으로 18 22.08.28 76 3 11쪽
154 8. 무림으로 17 22.08.27 74 4 12쪽
153 8. 무림으로 16 22.08.26 81 4 13쪽
152 8. 무림으로 15 22.08.25 76 3 12쪽
151 8. 무림으로 14 22.08.24 78 4 15쪽
150 8. 무림으로 13 22.08.23 81 3 16쪽
149 8. 무림으로 12 22.08.22 85 6 18쪽
148 8. 무림으로 11 22.08.21 82 3 16쪽
147 8. 무림으로 10 22.08.20 84 4 20쪽
146 8. 무림으로 9 22.08.19 80 3 12쪽
» 8. 무림으로 8 22.08.18 82 3 12쪽
144 8. 무림으로 7 22.08.17 85 4 14쪽
143 8. 무림으로 6 22.08.16 81 3 14쪽
142 8. 무림으로 5 22.08.15 82 4 10쪽
141 8. 무림으로 4 22.08.14 91 3 12쪽
140 8. 무림으로 3 22.08.13 89 4 17쪽
139 8. 무림으로 2 +1 22.08.12 98 4 17쪽
138 8. 무림으로 1 22.08.11 102 3 17쪽
137 7. 유피터 사무엘 외전-끝없이 자라는 아이 +1 22.08.10 93 5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