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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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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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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7쪽

8. 무림으로 3

DUMMY

이 눈의 마력에는 어린애조차 예외가 아닌지 부끄럽다는 듯 볼을 붉히는 여자아이.

하지만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이건...?!’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던가? 그 아이의 눈 안에서 나는 보았다.

나만큼의... 어쩌면 나 이상일지도 모를 강대한 불의 기운을.


‘불의 신...!’


틀림없다. 이 여자아이는 나와 같은 불의 신이었다.

비록 그 성질은 달라도 의심할 여지없는 다음세대의 불의 신.

하지만 성급한 확신은 화를 부르기에 신중에 신중을 더하고자 나는 상태창을 열람했다.


[상태창]


1. 이름(Name) : 청명(Hestia)

2. 성별(Sex) : 여성

3. 종족(Species) : 신(올림포스)

4. 기원(Origin) : 화로(Vesta)

5. 권능(Warrant) : 화로의 여신(Vesta)(Rank:SS+), 성화(Torch)(Rank:SS)

6. 특성(Trait) : 팔방미인(Rank:B), 순수(Rank:C)

7. 소유 :

8. 계약 :

9. 기술 : 요리(팔선요리)(B), 도술(태평요술)(C), 매혹(어린 신을 향한 보호본능)(E)


[권능: 화로의 여신(Vesta)(Rank:SS+)]


「그대, 모두에게 따스한 화로의 여신이어라.

아이들의 성장을 즐거이 여기는 당신의 불꽃은 가정을 지키고 이에 영향 받는 이들을 수호합니다.


-제물을 바칠 때 당신의 불꽃을 사용하면 제물에 특별한 ‘향’이 깃듭니다. 신이라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향’이.」


인류가 그토록 염원하던 인류에게 영원한 불을 가져다줄 신이 여기에 있었다.


‘어린 신을 향한 보호본능. 이 아이도 가지고 있구나...’


나 이외에 이걸 가진 존재는 처음 봤다.


-너무 낙심하진 말거라. 본디 더 뛰어난 종일수록 유아기가 긴 법이니.


‘어린애 취급 좀 그만하지?’


나름 ‘목소리’는 위로를 해주려는 것 같았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킁킁! 그러게? 얘도 코르랑 비슷한 냄새가 나네. 뭐지? 이런 적은 처음인데... 내 코가 이상해진 건가?”


‘얘는 후각이 대체...’


같은 불의 신인 나만이 느낀 줄 알았던 기운을 미나의 뛰어난 후각으로 정확히 잡아냈다.


‘청명은 나와 같은 불의 신이니까 나와 비슷한 냄새가 나는 걸 이해하겠는데 남자애는 대체 뭐지? 설마 이 남자애도?!’


[상태창]


1. 이름(Name) : 데미안(Dionysos)

2. 성별(Sex) : 남성

3. 종족(Species) : 신(올림포스)

4. 기원(Origin) : 술(Vocatus)

5. 권능(Warrant) : 술의 신(Bacchus)(Rank:SSS), 광기와 자유(Riot)(Rank:SS+)

6. 특성(Trait) : 자유주의(Rank:B), 장인(Rank:A)

7. 소유 :

8. 계약 :

9. 기술 : 주조(S), 도술(태평요술)(C), 다예(B), 매혹(어린 신을 향한 보호본능)(A)


[권능: 술의 신(Bacchus)(Rank:SSS)]


「술이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발효되어 자연히 혹은 인공적으로 알코올을 가미한 음료를 뜻하는 걸까요?

당신은 무엇이든 술로 만들 수 있으며, 당신은 술로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만든 술은 만물이 탐하는 보물이며 당신이 빚은 술은 신마저도 탐하는 제물입니다.」


‘역시 이 남자애도 다음세대였어...’


그것도 둘 모두 주신의 자리에 아주 가까운 신이었다.

나는 그제야 이 고급스러운 주향(酒香)의 근원지를 찾았다.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 더 나아가서는 포도주의 신. 여기서 와인이라도 빚고 있었던 건가?’


포도주는 보통 숙성시키기 위해 오크나무로 만든 와인통에 담지만 그냥 담는 것이 아니다.

한 가지 필수적인 과정을 거친다.

그것은 토스팅(Toasting)이라 하여 와인통의 내부표면을 한 번 태우는 것.

이렇게 하여 와인에 바닐라 내지는 초콜릿의 고급스러운 향을 입힐 수 있다.


더욱이 오크나무는 드루이드가 신성시하는 나무, 참나무나 떡갈나무라고도 불리며 세계수 위그드라실 또한 거대한 오크나무이다.


드루이드들의 체향이 이와 가깝다.

왜 미나가 데미안을 보고 나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했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고작 체향 따위가 아니다.


‘비록 전생이지만 디오니소스와 헤스티아가 한 자리에 모이다니...’


참으로 우스운 우연이 아닌가.


헤스티아가 어떤 신이던가.

제우스 이전의 신들의 왕,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의 장녀로 태어나 주신이 되기 충분하지만 주신이 되지 않기를 선택한 여신이다.


또한 디오니소스는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나 주신이 되기 부족하지만 여신의 배려로 주신이 된 남신이다.


올림포스에서 주신의 격을 가진 신은 12주신을 뜻하는 황금의자(참고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명계의 신이기에 올림포스의 황금의자를 배정받지 못했다.)를 차지하는데 헤스티아는 화로 앞을 지킬 나무 의자면 충분하다며 디오니소스에게 이 황금의자를 양보해주었다고 한다.


이 둘에겐 함께 얽힌 이야기 말고도 재밌는 이야기가 많다.


우선 디오니소스의 이름의 뜻은 두 번(Dio) 태어난 자(nynos).

신왕 제우스와 테베의 공주 세멜레의 아들로 올림포스의 12주신 중 유일하게 반신에서 신의 자리에 올라간 이로 헤라의 질투로 산모의 세멜레가 죽자 제우스는 태아상태인 디오니소스를 자신의 허벅지 안에 꿰매 넣고 달을 채운다.

그렇기에 두 번 태어난 자.


‘일설에서는 페르세포네의 아이라는 말도 있지만...’


누나의 전생의 아들일 수 있다니 기분이 묘했다.

저승의 여왕이기도 한 페르세포네의 아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죽음과 재생의 신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제우스의 아내이자 올림포스의 여왕인 여신 헤라의 질투를 피해 여장을 하고 자랐다는 전승처럼 확실히 예쁘장하게 생기긴 했어.’


부모 중, 모(母)는 정확하지 않지만 부(父)만큼은 언제나 제우스로 고정이다.

그런 점에서 있어 유피와 닮은 것도 이해가 됐다.


‘얘는 짜증나게 굴어도 절대 머리는 못 때리겠다.’


어릴 적 유피와 싸워 머리를 깨트린 전적이 있는 나는... 그게 트라우마로 남아 이후 몇 년간 타인에게 제대로 힘을 쓰지도 못한 나는 이 아이의 머리를 함부로 쓰다듬는 것조차 못할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헤스티아(Hestia).

내가 매달 불을 담는 성물 베스타의 화로의 원주인이다.


대부분 형제관계에 있는 제우스 남매의 장녀로 가장 먼저 태어났지만 크로노스가 자기 자식들을 다 삼켜버려 막내인 제우스가 가장 늦게 태어났음에도 첫째가 된 것과는 반대로 가장 먼저 태어났음에도 막내가 되었다.


아테나와 아르테미스와 함께 3대 처녀신이기도 하며 성격이 상냥해 인기도 많지만 신화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를 무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장녀로서 그녀가 가지는 권리는 바로 ‘제물을 가장 먼저 받을 권리’이기에 때문이다.


신들의 왕 제우스조차 그녀보다 먼저 제물을 받진 못한다.

어떤 신에게 제물을 바치든 그보다 먼저 자애로운 화로의 여신께 번제(燔祭)를 드려야하는 것이다.


‘처녀신 하니까 갑자기 생각난 건데 3대 처녀신 중 둘이 아폴론 때문에 처녀로 남기로 선택했다지?’


헤스티아는 자신을 두고 포세이돈과 아폴론이 싸우자 처녀신이 되기를 선택했고 아르테미스는 자신의 연인 오리온을 오라비인 아폴론이 죽여서 이후 연애를 포기했다.


추가로 신인 것이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강의 신의 딸, 님프 다프네는 아르테미스를 동경하여 순결의 서약을 하였지만 하필 에로스의 화살을 맞은 아폴론의 첫사랑이 되어 그를 피해 달아나다가 결국 월계수가 되어버린다.


‘으... 일단 아폴론의 환생을 만나면 무조건 경계다. 엮여서 좋을 게 없어.’


사랑하는 여인의 이파리로 리라를 장식하고 사랑하는 여인의 잎으로 관을 만들다니... 나로서는 감히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영역이다.

심지어 아폴론의 사랑은 모두 실패하여 그 사랑을 받은 이는 모두 죽거나 불행해졌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다프네, 아폴론이 사랑한 소년 히아킨토스는 심지어 남자고, 카산드라...는 또 이 양반 때문에 그 사달이 났던 거잖아!’


이외에도 아폴론이 사랑하진 않았지만 아폴론을 사랑하여 해바라기가 되어버린 클리티아, 아폴론이 자신의 신수 까마귀의 말만을 믿고 바람을 핀다고 오해하여 그의 손에 죽어버린 코로니스.

참고로 까마귀는 원래 하얀 깃털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로 인해 벌을 받아 그 깃털이 검게 타버렸다고 한다.


아무리 정상이 거의 없는 올림포스의 신들이라지만 아폴론이야말로 가히 제우스에 비견되는 유일무이한 막장 신이지 않을까?


‘심지어 그 자식들마저....’


아폴론의 아들인 파에톤은 아폴론의 태양의 마차를 몰다가 대지를 불태워 제우스에게 벼락을 맞고 죽었고, 아폴론과 코로니스 사이에서 난 자식이자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는 사람을 너무 많이 살려서 또 제우스에게 벼락을 맞아 죽었다.


‘음... 역시 올림포스 인성 최강은 제우스 같다.’


자기 손자를 그리 죽이다니 아폴론이 포세이돈과 협력해 반란을 일으킨 것도 이해가 간다.

뭐, 그래서인지 반란이 진압되고도 벌을 1년밖에 받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제우스의 환생이 내 옆에 있네? 후우, 이번 생도 역시 글러먹은 건가? 다음 생애는 기린으로 태어나야지. 태어나자마자 180cm...’


-너란 놈은... 하아~ 변신이란 현재의 자신에 불만을 가질 때 비로소 성장하는 힘이니 더는 말하지 않으마. 그것이 너의 결핍이자 강함이 되어줄 것임을 알기에. 부족하지 않다면 성장할 수 없음이니.


‘목소리’의 말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전에 비슷한 얘기를 들은 것도 같은데... 네가 얘기했던가?’


언젠가 나에게 어린아이로 남아있어서 괜찮다고 말하던 ‘목소리’는 어린아이 같은 나에 대해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이젠 나의 성장에 대해 노래했다.

‘목소리’가 대체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나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저 부정 특성에 불과할 뿐인데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뭔가 불쾌한 생각을 하고 있군.”

“아냐, 그냥 네가 최고라고.”


유피는 무슨 독심술이라도 익힌 것인지 마치 내가 자신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미 안다는 듯 나를 불퉁하게 쳐다봤다.


“그거 아는가? 벗은 표정을 읽기가 너무 쉽다.”

“흠흠, 그것보다 유피, 미나 이리 가까이 와서 귀 좀 대봐.”


전생을 얘기하면 불리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기에 나는 작게 헛기침하며 화제를 돌렸다.

잠시 생각이 다른 데로 새긴 했지만 이 두 어린 신의 가장 특별한 점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부정 특성이 없어!’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것.

결핍이 없어 무언가에 집착할 것이 없는 아이.

어찌 보면 온전하다고 할 수 있는 어린 신의 등장에 나는 살짝 감동했다.


아마 유피와 미나가 이 둘에게 친절한 것은 본능적으로 어린 동족을 알아봤기 때문이 아닐까?


‘전생에 장녀(長女)였던 헤스티아가 지금은 여기 모인 이들 중 가장 어리다니.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이것도 신화를 따른 게 되는 거겠지.’


아마 이것도 환생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이리라.


나는 가까이 다가온 두 친구들에게 이 아이들의 충격적인 정체에 대해 작게 속삭였다.


“푸흐! 푸하하! 파하하하! 재미있군, 정말 재미있어! 벗과의 여행을 겸해 맡은 임무였는데 회수 임무란 이를 뜻하는 거였는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유피는 신으로서의 체통조차 잊고 파안대소하기 시작했다.

내가 귓속말을 하자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아닌 척 귀를 기울이고 있던 아이들은 그 호쾌한 웃음소리에 놀라 서둘러 귀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왜 웃는지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이건... 조금 놀랍네. 이렇게 친밀감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일까? 그나저나 무림의 영역에서 신이 태어나다니...”


무림에 오기 전 리버스를 통해 임무를 전달받긴 했으나 정작 회수할 대상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는데 그 회수 대상이 바로 눈앞의 이 어린 신들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뒤늦게 깨달았다.


“크게 이상한 것도 없지 않나. 신은 어디서나 태어날 수 있으니.”


다음세대는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태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리버스를 배척하여 대외적으론 불을 수입하지조차 않는다는 중국이라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원로가 무림의 첩자로 있는 것에 인력낭비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건 원로가 아니라면 하지도 못하겠어.’


그리고 어쩐지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

아무리 구조에 뜻을 두고 있다고 해도 이 두 아이들이 리버스로 간다면 ‘교육’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망가지겠지.’


유피나 미나처럼 어딘가 한 구석이 망가져버릴 거다.

교육의 목적은 결핍을 만들어내어 영생을 버텨내게 하는 거니까.


그야말로 자가당착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오직 망가진 것뿐이라는 생각에 의거한...’


나는 이 교육이란 것에 대해 처음 듣고 그 안에 담긴 어떤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세상은 언젠가 변하고, 영원한 것은 없으며, 만약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그건 분명 망가지고 깨져서 고쳐지지 않은 채 영원히 방치된 것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그게 영생을 누리는 첫 번째 방법이다. 그것들은 망가진 채로 영원하지. 다만, 네가 사용할 방법은 아니다.


‘목소리’의 말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쩌면 이 애들은 그냥 여기에 남겨두는 것이...’


나는 고개를 흔들어 떠오르는 생각을 지웠다.


‘아냐, 이건 생존의 문제니까.’


교육을 받지 않고 20살을 넘긴 내가 있다하더라도 이것은 오직 나만이 가진 특수성이다.

더욱이, 나도 그리 정상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참견할 문제가 아니야...’


내가 홀로 어떠한 결론에 도달할 때쯤 청명이란 이름을 가진 어린 불꽃(항상 어린 취급을 받다가 진짜 어린 아이를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은 미나가 들려주는 바깥 세계의 이야기에 홀린 듯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뒤늦게 자신의 본분을 떠올렸는지 후다닥, 우리를 안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곳엔 내가 그토록 염원하던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생각보다 권능을 다루는 것이 익숙한가보네. 청명도 불을 나눠둔 건가?’


하나같이 화기를 사용한 음식들이다.

우리는 집의 주인인 장자가 오지 않았음에도 먼저 수저를 들었다.

긴 여행에 상당히 허기가 졌기 때문도 있겠지만.


‘미친... 고작 향만으로 이 정도라고?’


그 향이... 입 안에 침이 고이며 뻐근해진다.


신에게 바치는 제물은 주로 제물을 불로 태우는 번제(燔祭).

신은 그 연기만을 취한다고 하던가, 맛도 맛이지만 우리에게 있어 향(香)이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였다.


따로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아도 향식만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나는 한국에서 사용하던 것에 비해 약간 긴 나무젓가락을 어색하게 까딱이며 빵과 만두의 중간 정도에 위치해 보이는 음식을 집은 뒤 소스에 찍어 크게 베어 물었다.


‘마, 맛있어!’


육즙이 뿜어져 나온다.

빵 부분은 촉촉한데 전혀 눅눅하지 않았다.

약간 매콤한 소스는 혹시 모를 느끼함마저 날려주고 이 맛은... 무언가 떠오르게 하는 맛이었다.


어머니의 손맛?

아니다, 이건 술이 떠오르는 맛이었다.


그래, 이것은 술안주로 술과 함께 먹을 때 더 빛나는 그런 음식이었다.

참고로 엄마의 요리는 형편없었기에 그리 좋은 기억이 없다.


‘그래도... 간은 조금 셀지도.’


식탁 위에 있는 모든 음식이 그랬다.

어쩌면 중국 음식의 특성인 걸지도 모른다.


‘술... 아니면 차라도 마시고 싶네.’


이를 눈치 챈 것인지 데미안이 아무 말 없이 잔에 붉은 빛깔의 포도주를 따라준다.

고맙긴 한데 어린애한테 일을 시키는 것 같아 기분이 좀 그랬다.


중국을 대표하는 기름진 음식들과 서양을 대표하는 씁쓸한 포도주는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궁합이 맞았다.


‘맛있다... 그런데 이 술하고 음식들, 대체 누가 준비한 거지? 청명의 불꽃을 사용해 장자가 요리하고 간 건가? 아니면 요리까지 이 애들이... 에이~ 설마 그 정도로 글러먹었으려고.’


그때 나는 이 음식을 만든 것이 누군지 명확히 확인했어야 했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미연에 방지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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