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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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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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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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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4
글자수 :
1,693,659

작성
22.08.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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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8. 무림으로 19

DUMMY

데미안은 최근 무척 기분이 좋았다.

어느 날 갑자기 청명이라는 여동생이 생긴 것도 좋았지만 한 번에 셋이나 생긴 형들의 존재는 그의 기분을 날아갈 듯이 만들었다.


청명은 소꿉놀이와 같은 걸 좋아했지만 데미안은 이를 아주 유치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한동안 술을 빚는 일에만 빠져있었는데 자신들과 같은... 하지만 훨씬 강한 형들이 무려 셋이나 늘어난 상황은 그의 신생에서 가장 기쁜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제우스의 환생이라는 유피(애칭을 허락받았다.) 형은 한눈에 보기에도 강했다.

어쩌면 데미안의 후견인을 맡은 장자보다 순수 전투력에서만큼은 우위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는 전율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분이 그리 좋지 못했다.

수련 중 막힌 부분이 생긴 것인지 형들이 이전과 같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조금 심통이 난 것 같다.


“데미안 오빠, 나랑 소꿉놀이하셔요~”

“싫다.”

“흥! 나도 흥이셔요!”


아이의 언어체계는 근처 어른을 닮아간다는 게 과연 맞는 말인지 청명은 장자의 특이한 말투를 괴상하게 닮아있었다.


“코르 오빠한테 갈 거예요! 데미안 오빠 따위 이제 필요 없는 거셔요.”


자신이 먼저 밀어내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끈덕기게 달라붙던 여동생이 처음 보여주는 반응에 데미안은 그만 벙쪄버리고 말았다.

안 그래도 기분이 꿀꿀한데 이런 취급까지 받자 데미안의 기분은 나락 저 밑바닥으로까지 떨어졌다.


그때, 데미안의 눈에 저 멀리 유피와 토론하다 빠져나와 청명과 어울려 소꿉놀이를 해주는 코르가 들어왔다.


‘흠. 이건 기회인가?’


그 모습에 데미안은 이것이 기회가 아닌지에 대해 생각했다.

최근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형들.


모든 관심을 빼앗긴 어린아이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복수를 할 기회...!’


그에게 남은 것은 복수, 그것도 차갑고도 비정한 복수뿐이었다.


데미안은 실로 잔혹하고도 비열한 복수를 계획했다.

자신이 아직 어리다는 것을 무기삼아, 어린아이의 순수를 방패삼아 그렇게 복수를 준비했다.

철저하게 계획된 모든 준비가 끝나고 데미안은 혼자 있는 그를 향해 걸어갔다.


“유피 형이여, 궁금한 것이 있다.”


그 이름은 유피, 데미안이 정한 첫 번째 복수 대상자였다.

그는 데미안의 동경이기도 했지만 복수에 예외란 존재할 수 없었다.


“뭐지? 아는 데까지는 대답해주마.”


말투는 딱딱했지만 그는 드물게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데미안의 말을 경청했다.

데미안은 그 말투가 꼭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가?”


데미안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유피의 당황하는 얼굴을 한껏 감상할 준비를 했다.

비록 술의 신임에도 나이를 이유로 아직 술을 마셔보진 못했지만 당황하는 그의 표정은 가히 극상의 미주와도 같으리라.


‘자, 대답해보시지.’


아이의 순수성을 깨트리지 않으며 어울리는 대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라!


“흠...”


유피는 잠시 데미안이 벌써 그런 것에 궁금증을 가질 때가 되었는지에 대해 고민하긴 했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대답 또한 빨랐다.

그것은 마치 칼과도 같았고 가히 섬전과도 같은 예기를 품고 있었다고 데미안은 느꼈다.


“삽입, 사정, 수정, 착상의 과정을 거치고 열 달이 지나면 아이를 출산한다.”

“그, 그런가...”


너무 빨라서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망각이 없는 신은 잠시 시간을 들이는 것으로 무슨 말을 들었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게 아니다! 이게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데미안이 바라는 답이 아니었다.

이런 반응을 원하지 않았다.


‘온갖 학술적이고도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부끄러움에서 벗어나다니...!’


유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준 것으로 형으로서의 모든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수련의 방법을 찾기 위해 자리를 떴다.


“과연 유피 형인가...”


그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데미안은 생각했다.

과연 자신의 동경의 대상이 될 만큼 그는 만만치 않았다.


‘첫 번째 복수부터 실패라니... 완벽한 계획이라 생각했건만.’


패배감이 데미안을 헤어 나올 수 없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려 했지만 좌절은 짧았다.


‘그래도 아직 패배한 것은 아니다.’


상대가 공격을 방어했을 뿐, 자신이 공격을 허용한 것이 아니기에 이는 무승부로 보아도 좋았다.

건강한 아이는 절망을 딛고서 성장하는 법.


‘비록 첫 번째는 실패했어도 아직 내겐 복수의 대상이 둘이나 더 남아있다.’


데미안은 짧은 좌절을 딛고 일어섰다.


“다음은 미나 형이군.”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여자처럼 생긴 미나라면 얼굴이 빨개진 채로 말을 더듬다가 울면서 도망가 버릴지도 모르겠다고 데미안은 생각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쫓아가 답을 요구할 것이다.


데미안은 스스로의 잔혹함에 순간 두려움마저 느꼈다.


‘복수는 복수를 부를 뿐...’


하지만 오늘의 복수는 포기할 수 없었다.


배분 상 가장 높은 대사형인 자신을 제치고 장자의 애제자란 위명을 가져간 미나의 죄는 깊고도 깊었으니까.

데미안은 그렇게 오늘을 마지막으로 이 영원한 복수의 굴레를 끊겠노라 가슴 깊이 다짐했다.


마침 장자와의 수련이 끝났는지 따로 떨어져있는 미나가 저기 있었다.

데미안은 그를 향해 달려갔다.


“미나 누나? 아니, 형이여! 아기는 대체 어떻게 생기는가!!”


순간 여성적인 외모로 인해 호칭에 혼동이 생기긴 했지만 빠르게 수정했다.


‘자, 당황해라! 당황한 모습을, 부끄러운 모습을 내게 보여라! 내 이를 복수의 달콤한 만찬으로 삼을지니!’


그의 신생 첫 번째 복수는 분명 꿈처럼 달콤하리라.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후우~ 데미안도 벌써 그걸 궁금할 나이가 됐구나.”


자신이 원하는, 생각했던 그런 반응이 아니었다.

아니, 그가 예상한 어떤 반응과도 달랐다.


“하긴 나도 데미안 나이 대부터 했으니까. 조금 느린 건가? 아니, 코르를 보면 빠른 걸지도...”


혼잣말을 이어가는 미나의 모습에 데미안은 이유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뭐냐! 대체 왜 내가 당장 이 자리에서 도망쳐야할 것 같으냔 말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본능의 외침을 무시하고 고집스럽게 자리를 지켰다, 대답을 기다렸다.


“아기는 말이야. xx를 x해서 xxxx하면 xxxx! xxxxxx!!!!! ───!!!!”


데미안은 미나의 설명을 듣는 내내 넋이 나갔다.


‘내, 내가 대체 무슨 말은 들은 것인가...’


하지만 데미안이 들을 정신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미나의 폭주는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미나는 이야기의 주제로 관심분야가 나오면 한없이 말이 많아지는 스타일이었다.


“역시 듣는 것보다는 실전이 좋지. 형이 도와줄까~?”


마침내 긴 설명이 끝나고 직접 해보지 않겠냐는 미나의 물음에 데미안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얼굴이 벌게진 채로 달아났다.


“흐음~ xxxxx는 역시 데미안한테 너무 빨랐던 걸까?”


미나는 그런 데미안을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이 무슨 말실수를 했나 고민했다.


“허억! 허억! 젠장!!!”


겨우 미나에게서 벗어난 데미안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실수를 책망했다.

여자 같은 외모에 속아 방심한 것이 그의 패인이었다.


“첫... 패배인가. 하하, 나도 아직 멀었군.”


결국 이렇게 끝나고 마는 것인가, 어떠한 복수도 성공시키지 못한 채로...

하늘은 왜 데미안을 낳고 루미나 폰 덴브리던을 낳았단 말인가!


첫 번째 실패가 좌절이었다면 두 번째 실패는 자책이었다.


미나는 데미안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한 것도 모자라 반격까지 훌륭히 성공시켰다.


꼴사납게 도망친 것은 자신...

결국 자신은 상대에게 보고 싶은 반응을 역으로 상대에게 보여주며 도망가고 만 것이다.


“데미안? 거기 엎드려서 뭐해? 넘어졌어? 상처 봐줄까?”


그때 위에서 따스한 말이 들려왔다.

위를 올려보니 수치로 벌게진 제 얼굴보다 따스한 기운을 품은 이가 그를 한껏 걱정을 담은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코르 형은... 청명과의 소꿉놀이를 하고 있지 않았나. 혹, 벌써 끝난 것인가?”

“아, 청명이 피곤했는지 금방 잠들어서. 방에 눕혀놓고 왔어.”


그래, 아직 천(天)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자신이 하늘을 버릴지언정 하늘은 데미안을 버리지 못한다.


포기를 입에 담기엔 너무 이른 것이다.

마지막 남은 단 한 번의 소중한 기회. 데미안은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코르 형이여, 코르 형은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아는가?”


그 질문이 끝나고 코르는 정확히 3초간 굳었다.


“혀, 형이 잘못 들은 거지...? 다, 다시 얘기해줄래?”


어찌나 놀랐는지 분명히 들었음에도 되묻기까지 한다.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물었다.”


얼굴이 빨개진다.

지금 그의 볼을 찌르면 손가락에 빨간 물감이 배어나오는 것이 아닌지 데미안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그, 그, 그, 그게!! 나,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하면...”


그래, 이 반응이다. 자신은 이 반응을 원했다.

마침내 원하는 복수를 달성한 데미안은 그제야 기쁨에서 우러나는 진실된 미소를 마음껏 지을 수 있었다.


“서로 사랑하면 생기는 건가?”

“그, 그게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미안! 장자한테 물어봐!”


결국 데미안의 계속되는 물음에 코르는 더 버티지 못하고 줄행랑을 쳤다.


“훗! 1승 1패 1무인가... 이번 복수극은 무승부로 치지.”


그 뒷모습을 보며 복수의 굴레를 끊기에 나쁘지 않은 결과였노라 데미안은 자찬했다.


“오늘은 축배를 들어야겠군. 요즘 들어 장자가 집에 잘 들어오지 않으니.”


데미안이 그렇게 지하의 주조실로 내려가 승리를 자축하며 축배를 들려할 때.


“음?”


술잔이 사라졌다.


“술은 어른이 될 때까지 안 된다고 했죠~?”

“부조리하다! 내가 술의 신인데! 마시지 않고 어찌 술을 빚으란 말인가?!”

“저를 부디 나쁜 어른으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결국 오늘도 음주의 꿈은 이렇게 끝나고 마는가...!


‘내가 술이고 술이 나일진대... 술이 데미안의 꿈을 꾸는가, 데미안이 술의 꿈을 꾸고 있는가. 결국 다 일장춘몽(一場春夢)일 뿐이구나.’


데미안은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벌써 충분히 잠을 자는지 눈을 반짝이는 청명이 있었다.


“히히히! 오빠, 또 술 마시려다가 스승님에게 혼나셨죠?”


마치 모든 사실을 안다는 듯, 으스대며 놀리는 것이 여간 얄미운 것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복수의 대상이 아직 하나 더 남아있었군.’


역시 무승부보다는 승리가 좋은 것 같다.

2승 1패 1무.

오늘을 기점으로 복수의 굴레는 끊어질 것인즉, 이로써 자신은 영원한 승리자로 남으리라.


“청명, 그대는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아는가?”


데미안은 청명에게 세상의 충격적인 진실을 알려주려 했지만-


“당연하죠! 황새님이 물어다주는 거잖아요!”


귀여운... 아니, 이제는 귀엽지만은 않은 여동생의 모습에 그 순수함을 조금은 더 지켜주기로 했다.


“그래. 잘 알고 있군. 아직도 소꿉놀이에 어울려주길 원하나?”

“흠! 오빠가 그렇게 원한다면 어쩔 수 없는 거셔요! 데미안 오빠가 ‘개’여요. 멍멍, 개!”


기억났다.

이래서 그는 청명과 소꿉놀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

아빠나 오빠 같은 정상적인 걸 빼고 항상 개나 고양이 같은 이상한 걸 시킨다.

소꿉놀이기에 현실에서 하기 어려운, 더 나아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을 해야 한다나?

아마 이것이 청명만이 가지는 소꿉놀이에 대한 철학이리라.


“하아~ 멍!”


결과는 그의 패배였다.

수년간 여동생의 어리광에 어울려주며 데미안은 이제 그럴 듯하게 개 흉내를 낼 줄 알았다.


‘큭, 그야말로 패배한 개꼴이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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