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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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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93,659

작성
22.08.15 22:00
조회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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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8. 무림으로 5

DUMMY

그저 목소리일 뿐인데도 귓속으로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들어가는 느낌에 나는 재빨리 귓가를 털어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환상에 불과한 것인지, 손에 닿는 것이 없었다.


“너는... 관리자라도 되고 싶은 거야?”


나는 다시 한번 거리를 벌리며 물었다.

장자는 멀어지는 나를 쫓지도 않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쩌면 멀어졌다는 것도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

장자의 크기가 점점 불어나는 것 같았으니까.


“그럴 리가요. 허명을 뒤집어쓴 채로 종의 끝자락에서 발버둥치는 노예 따위... 부러울 리가 없지요. 다만 저는 보다 높을 곳을 향해... 신이 현상이라면 전 그 위에 있는 개념적인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그저 존재로서 기능하는 그런 존재 말이어요~”


그 말에 떠오르는 것은 현상보다 위에 있는 것.

이를 테면 이 우주를 구성하는 개념과도 같은 것들이었다.


“넌... 기원을 원하는 구나.”


이 말에는 그녀도 상당히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은 코르 군의 그 눈이 알려준 걸까요? 아니면 신 특유의 직감?”


장자는 더 이상 말끝을 늘이지 않았다.


“저는 말이어요. 지금 태어나고 있는 다음세대들이 너무 부러워요. 부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어떻게 날 때부터 기원을 갖고 태어날 수가 있죠? 저 드높은 천상, 아스가르드의 옥좌에 앉은 오딘조차 자신의 기원을 얻기 위해 평행세계의 자신들을 쳐 죽이다 결국 광신이 되었는데 말이어요.”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 들려왔다.


“뭐? 평행세계의 자신을 죽여?”

“모르셨나요?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어요.”


하지만 나에게는 중요했다.

그 말에 순간 DMZ에서 아인들의 왕국을 건설하고 있을 렌이 떠올랐으니까.

우화가 끝나고 갑자기 기원이 생겨난 렌이.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괜찮아야 하는데?!’


개화의 의식이 끝났을 때 고치 밖에서 자신이 토한 토사물 위에 처량하게 쓰러져있던 그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뭔가 신경 쓰이는 사람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래서 나와 무슨 대화를 하고 싶단 거지?”


나에게서 계속 정보를 캐내가는 장자에게 더 정보를 내어주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이쪽에서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시리우스로 장자의 목을 단번에 벨 수 있을 간격을 계산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예상과는 너무나 많이 벌어져있었다.


“조직에 첩자가 있습니다.”

“뭐?”


내가 이때 ‘뭐?’라고 답한 이유는 총 세 가지였다.


첫째, ‘어떻게 우리 조직에 첩자가!’

둘째, ‘네가 무림에 들어간 첩자인 것처럼 우리한테도 첩자가 있을 수 있지 않아?’

그리고 마지막 셋째...


‘그걸 왜 나한테 말 하냐!!!’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후후후, 당황한 얼굴도 참 귀여우시어요.”


내 경악어린 표정에 마치 ‘이 엄청난 음모를 듣고 제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놀람을 표하지 않을 수 없나보군요.’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장자.


이야기의 흐름 자체를 따라갈 수 없다.

지금까지는 그냥 다 장난이었던 걸까?


나는 그녀가 왜 나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도 없고 어이도 없어서 뚱하니 바라봤다.

이런 건 사절단의 대표를 맡은 유피나 다른 담당자에게 하는 것이 사리에 더 맞을 것이다.


‘잠깐만... 나한테 이야기하는 게... 맞나?’


나는 잠시 리버스 내에서의 나의 신분에 대해 한번 떠올려봤다.


엄마는 관리자와 유일하게 소통이 가능한 신녀로 신녀는 원로보다 계급이 높은 리버스 내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다.


아버지는 장자와 같은 위치인 원로로 원로가 된 순서는 가장 느리지만 적지 않은 세력을 쌓았다고 들었고 특히 한국은 아버지에게 배정된 영토로 한국의 왕이라고까지 불리는 인물이다.


그리고 코레 누나, 누나는 영원한 겨울을 견딜 수 있게 권능으로 식물들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현 인류의 식량을 책임지는 봄의 여신으로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나, 지금은 청명이라는 또 다른 불의 신이 생겼다지만 그 전까진 유일한 불의 신으로서 세계에 불을 제공하고 있었다.

청명이 대외적으로 활동하기 전까진 아마 내가 이 역할을 계속 맡을 확률이 높았다.


‘나 사실 엄청나게 중요한 인물인가?’


나 이외의 다음세대도 많지만 지명도가 가장 높은 것도 나고 만약 유피와의 결투가 정식 서열전이었다면 나는 새로운 서열 1위로 이번 사절단의 대표를 맡게 되었을 거다.


‘어, 엄청난 사실을 깨달아버렸어!’


-그 비슷한 깨달음은 이미 저번에 했었던 것 같은데... 자꾸 망각을 진행하니 결국 머리가...?!


나는 장자가 내게 이런 말을 하는 저의를 납득했다.


“그래서 그 첩자가 누구죠?”

“그건 소녀도 잘...”


장자는 옷소매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돌려 한껏 가련한 척을 했다.


“네?”


소녀는 개뿔이.

문득 저 뿔을 잡고 저 얄미운 얼굴에 무릎차기를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첩자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존재하여요.”

“그게 뭔데요?”

“다음세대를 현대에 적응 가능하게끔 만드는 커리큘럼. 교육이라고들 부르던가요? 이에 대해 뭔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시었는지요?”


확실히 평범한 보통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부류의 것은 아니다.


“그럼 나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한 이유가?”

“예. 코르 님이야말로 교육을 받지 않고 20세를 무사히 넘기신 분, 천형을 이겨내고도 미치지 않은 유일한 분이니까요.”


내 사회적인 위치 때문이 아니다.

그저 나라는 존재 그 자체에 가지는 호기심이다.


“그야말로 온전한 신이시죠.”


나를 보는 장자의 눈이 몽롱하게 풀려있었다.

마치 황홀한 것을 본 것 마냥 풀려있는 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눈빛이다.


‘꼭 마코데모가 유피를 볼 때처럼...’


그리고 가장 고귀한 이를 맞이하듯 내게 극진히 말을 높였다.


-각 원로는 자기만의 근원의 목적을 이룰 후보자가 있다더니, 그녀의 경우엔 그게 바로 너인 모양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좋을 대로 이용해주도록 해라.


‘목소리’는 여전히 성격이 나빴다.

장자만큼 나빴다.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이상의 방법을 찾을 수 없어서 교육이 계속 있는 거잖아. 나도 혼자서 그 간극을 극복하기가 어려웠는데...”


나는 목소리의 말을 무시하며 장자의 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건 바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


신과 인간의 간극.

나는 결국 내가 인간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했다.

또한 인간에게서 태어나 인간으로 자란 내게 있어 이는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교육은 지구의 희망인 다음세대에게 명확한 약점을 만듭니다. 그저 강자와의 싸움에서 밖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지 못한다거나, 특정 인물들에게만 집착하여 고립된다거나, 그저 즐거움만을 쫓는 부류도 있죠.”


하필이면 예시로 든 인물들이 다 내 주위 인물이다.


“그렇지만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 아냐? 하자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장자는 나를 지긋이 바라봤다.


“너 설마...”


나는 장자의 계획을 눈치 챘다.


“네. 그렇습니다. 전 오랜 세월 고민하였습니다. 정말 교육이 필요한 것인가, 신과 인간은 얼마나 다른가! 그리고 그 해답이 마침 제 눈앞에 계시네요?”

“넌... 미쳤어.”


난 자신도 모르게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데미안을 계속 데리고 있으며 교육을 받지 않게 할 작정이다.

어쩌면 청명까지도...


교육을 받지 못한 다음세대가 미쳐버리면 그 뒷감당을 할 자신이라도 있는 걸까?

가히 마코데모 원로에 버금가는 광기였다.


“지금은 그 대답만으로도 충분하여요.”

“이게 어떻게 첩자가 있다는 증거가 된다는 거야! 누가 무슨 이득을 취하려고!”


그녀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교육이 다음세대에게 약점을 만든다는 장자의 주장은 이해했지만, 이것을 첩자의 소행이라 보는 건 너무 앞서갔다.


첩자의 소행이라면 적대 조직에 이익이 된다는 말인데 이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다음세대가 교육을 받음으로서 가장 이익을 보는 것이 바로 리버스이기 때문이다.


다음세대를 약화시켜 리버스의 전력을 떨어트리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해봐도 말이 되지 않는 게 그럴 바에야 차라리 제대로 된 교육을 만들어 자신의 조직에서 온전한 다음세대의 신을 키워낸 다음 전력을 스스로 높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나는 이어질 장자의 답을 기다렸다.


“그건... 아직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어요. 이제부터 환술을 풀 터이니 지친 시늉을 부탁드리어요.”


잔뜩 궁금증만을 안겨준 채로 뭔 헛소리를 하는 거냐고 더 따지고 싶었지만 장자가 손바닥을 부딪침과 동시에 장자와 나 단둘뿐이 있던 공간에 미나와 유피가 나타났기에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허억~ 허억~ 허깨비랑 싸우는 느낌이야.”

“후우~ 육체적으로 힘들지는 않지만 정신적으로 지치는군. 파훼법이 뭐지?”


나는 그 둘의 눈치를 보다 똑같이 지친 척을 했다.

왠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어쩌면 나는 내 몇 안 되는 친구들인 그들이 나를 이해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다.


유피가 연회장에서 사람을 죽였을 때, 그 사실에 분노해 일어났을 때, 그들이 보인 시선은 분명 분노의 원인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의 그것이었으니까.

무얼 잘못한 건지도 모르고 날벼락을 맡게 된 억울함까지 담겨있는 시선이었으니까.


그런 나를 보고 장자는 마치 내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기분 나쁘게 웃었다.

그걸 보며 나는 생각했다.


역시... 이 염소와는 절대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다고!


“그럼 각자의 수준을 알았으니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해볼까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발랄하게 웃는 장자의 모습에 나는 그녀가 계약한 악마가 누구인지를 상기했다.

바벨의 34번째 악마인 푸르푸르, 기후를 조종하고 남녀 간의 사랑에도 관여하는 힘을 가지지만 그의 가장 큰 특징은 굉장한 거짓말쟁이란 것이다.


엘레나 쌤은 내게 푸르푸르는 진실만을 말하게 하는 주문을 걸지 않는 한 절대 사실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고 귀띔해준 바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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