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43,445
추천수 :
1,474
글자수 :
1,693,659

작성
22.08.10 22:00
조회
93
추천
5
글자
18쪽

7. 유피터 사무엘 외전-끝없이 자라는 아이

DUMMY

다음세대의 신이라 한들 태어남과 동시에 조직의 손길이 닿는 경우는 거의 없다지만 나는 그런 이례적인 존재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이 한때나마 인간을 경험할 때 나는 단 한 순간도 인간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기에 갈망을 몰랐다.

날 때부터 완전했으므로.


많은 어린 신들이 자신을 사랑해줄 부모,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그런 평범함을 쥐고자 발버둥 칠 때, 신이 인간이 되기를 갈망할 때 나는 이를 보고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미물이 되길 갈망하는 인간이 없듯이 인간이고자 하는 신도 없어야했다.

그게 옳았다.


그렇게 비참할 정도로 바닥을 드러내는 동포들 중에서 내가 독보적인 존재로 홀로 오롯이 존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거였다.


반세기를 넘게 살아왔음에도, 나의 10배가 넘는 시간을 걸어왔음에도 여태 유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부모를 그리워하는 한심한 작태엔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것들이 어찌 나의 동족일 수 있는가 하고.


내가 한 신화의 주신, 천공의 신 유피테르, 다른 말로는 제우스라고 불리는 존재의 환생임이 밝혀지자 조직에선 아직 어려 서열전조차 치루지 않은 내게 후견인을 붙여주었다.


그레고리 바실리예비치.

쌓아온 지식의 양이라면 현존하는 인간 중 그를 따라잡을 자가 없다는, 단순히 원로를 뜻하는 바벨의 현자가 아닌 진짜 현자로 불리는 그가 나의 후견인이 되어 교편을 잡았다.


“마코데모 원로. 마지막으로 묻겠네. 내가 정말 교육을 맡아도 괜찮겠는가?”

“괜찮습니다. 이미 「영생의 씨앗」은 심어졌으니까요.”


파격에, 파격에 다시 한 번 파격이 겹친 것.

인간을 경험하지 못한 신이, 서열전을 통한 가치의 증명 없이 후견인이 붙고, 마코데모 원로가 아닌 다른 이에게 ‘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교육의 후유증이라 할 수 있는 결핍에 대해, 존재를 유지하게 하는 집착에 대해 배우지 못했다.

그저 지식욕이란 형태로 분출될 뿐.


2년, 내가 그의 아래에서 그가 가진 모든 지식을 흡수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물론 모든 지식은 아닐 거다.

그는 철저히 선별된 지식만을 가르쳤으니까.


그럼에도 방대했다.

그렇기에 2년이나 걸렸겠지만.


망각이 없는 신에게 있어 단순 암기 과목은 지나가듯 듣는 정도로 충분했다.

수학과 같은 고차원적인 학문도 내겐 너무나 쉬웠다.


5살 아니, 이제 7살이 된 나는 그가 평생에 걸쳐 익힌 학문을 부정했다.

수업의 끝에서 그는 그날 씁쓸하게 웃었다.


“사무엘. 너는 그 아이와 많이 닮았구나. 어쩌면 형제 같은 관계가 될지도 모르겠어.”

“그레고리여. 내게 필요한 것은 부모가 아닌 후견인이다. 인간이 어찌 신의 아비가 되겠나. 인간이 어찌 신과 형제 자리에 놓일 수 있겠나. 인간의 한계를 넘은 그대라면 대부라 인정할 수 있을지 몰라도 티끌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과 관계를 맺으면 결국 양쪽 모두 상처받을 뿐이다.”


그는 좋은 후견인이었다.

좋은 대부인지는 몰라도 내가 만난 이들 중 가장 ‘어른’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지식의 샘에 물을 길어다줄 이들을 구해주었다.

하지만 그처럼 뛰어난 이가 없기에 반년 아니, 1주일 이상 교편을 잡은 이가 없었다.


“사무엘, 너는 정말 뛰어나구나. 진심으로...”


시간이 더 흘렀다.

더 이상 스승이 구해지지 않았다.

조직에서 내로라하는 현인들이 모두 나의 스승 자리를 거쳐 갔다.


“오늘은 더 이상 스승이 오지 않는 건가?”

“휴식이다. 3년 동안 달리기만 했으니 쉬는 날도 있어야지.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새로운 이들을 조달해주마.”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는 일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조용하군.”


정적이 흐른다.

늘 바삐 움직이는 세상이 오늘은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춰버린 것 같았다.


-나는 계속 이렇게 살게 되는 것인가?


언제나 숨 가쁘게 현재를 살아가던 나는 처음으로 현재가 아닌 미래에 시선을 던졌다.


지금은 그나마 배울 것이 있다.

하지만 이조차 얼마 가지 못할 것임을 안다.

나는 10년 안에 인간이 쌓아올린 모든 지식을 습득할 자신이 있었다.

이것은 오만이 아닌 확신이었다.


무, 이능, 예술과도 같은 끝없이 발전해야하는 것을 제외한, 여태까지 쌓여온 과거의 기록들을 모두 배우는 데 10년이면 차고 넘쳤다.


자부심을 느끼진 않았다.

당연한 것이기에.


자만과도 거리가 있었다.

당연한 것이니까.


다만 두려웠다.

그래. 두려웠다.


나는 현 상황에 대해 처음으로 진한 두려움의 감정을 맛봤다.


-10년 뒤의 나는 과연 어찌 되는가?


지금에야 배울 게 있다.

목마른 샘에 물을 길어줄 이들이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와.

시선을.

마주할.

이가.

적어진다.


계속해서.

키가.

커진다.


누구보다 빠르게 자라는 아이가 그 성장이 멈추는 일도 없이 영원한 시간을 살아간다.


-얼마나 남았지?


지금처럼 타인에게 지식을 배울 날이 얼마나 남았나.

나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나눌 이는 이제 얼마나 남았나.


처음에는 그저 형태가 닮은 인간이란 짐승과 같은 눈높이를 공유하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인처럼 거대한 짐승들, 현인이라고 불리는 이들과 같은 눈높이를 공유한다.


-이후에는?


높이 솟은 산과 창공을 비행하는 새와.


-그 이후에는??


허공을 유영하는 구름과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비와.


-그 이후에는!!


그 이후에는 어찌 되는가.

별들과 같은 것을 봐야하는가?

행성과 이야기하며 그렇게 어두운 우주를 표류해야하는가?!


“허억. 허억!!”


숨이 막혀왔다.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던 나는 급기야 숨을 쉬지 못해 꺽꺽댔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자라버렸고 너무 높은 곳은 공기조차 희박하여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다음세대의 신인 내가, 누구보다 완전에 가까운 내가 오지도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다 과호흡 증상으로 인해 꼴사납게 기절했다.

아무것도 없는 방안에서!


그것이 고독이나 외로움이라 부르는 종류의 것이라는 것을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그저 혼미한 정신 중에 생각했다.


과연 이보다 더 시간이 지난다면 어찌 되는가 하고.


내게 남아있는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이 세상에 나 혼자 남을 거라는 공포가 느껴졌다.

망망대해 한복판에 서있는 듯한 아득함이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어디로 가야 타인의 존재를 실감할 수 있는가.

차라리 나아가지 않고 멈춘다면, 날 뒤이어 따라오는 나와 같은 표류자를 만날 수 있으련만.


그제야 나는 걸음을 멈추어야만 함을 느꼈다.


-무어, 영원이란 본디 정적인 것이다.


“사무엘! 이번에는 좀 오래 갈 게다. 양자역학 분야의 권위자라는데 너도 이런 최신지식들도 익힐 때가 되었지!”


그가 찾아왔다.

새로운 지식을 들고서.

메마른 샘을 채우고자.


그렇다고 갈망하는 샘이 만족할 일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안하군. 오늘은 쉬겠다.”


나는 처음으로 그의 교육에 거절을 표했다.


“어... 그래! 그러렴! 쉬고 싶을 때는 쉬어야지!”


하루를 생각했던 휴식은 끝도 없이 길어졌다.


항상 배움에 목말라하는 나의 모습만을 봤던 그는 나의 이런 모습을 이해해주었다.

납득해주었다.

존중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멈춰 섰다.


침대에 누워 사색에 잠기는 시간이 길어졌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무슨 짓을 했기에 그분이!!”


이런 소식을 듣고 그레고리 원로가 찾아왔다.


“왜 그러나, 그레고리 원로. 교육에 대한 것은 완전히 내게 위임한 것이 아니었나?”

“당신이 다 망쳤어! 인류를 다스릴 신을, 자유의지를 박탈할 신을!”


그는 뭔가 계획이 어긋난 것처럼 굴었다.


“이보게, 마코데모... 그대의 거짓말을 사람들이 개처럼 숭배할 때마다 어떤 우스운 기분이 드는가? 응? 부디 내게 설명해주게.”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설마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겐가? 눈감아 줄 동안 건방 떨지 마시게. 그대가 지금 이렇게 숨을 쉴 수 있는 건 그저 그대가 여태 쌓아온 공과 한낱 동정심 때문에 불과하니.”


그에게 이런 일면도 있던가.

내 교육을 맡는 것조차 망설이던 그가 단호함을 보였다.


“이익! 이번에는 물러나겠습니다.”


그는... ‘대부’는 나를 기다려주었다.

믿음이나 기대라고 불리는 것.


내가 처음으로 느낀 기대라는 감정은 언뜻 버겁게 느껴지면서도 감미로웠다.

그래. 감미로웠다.


“대부여. 나 이외의 이들을 만나보고 싶다. 내 또래면 좋겠군.”


기대를 받으면 보답해야했다.

나는 오랜만에 침상에서 일어나 그에게 새로운 것을 요구했다.


“사무엘... 지금 나를 대부라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는 답을 아는 이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아마 내 또래의 이들은 나와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까?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약간의 단서만 얻을 수 있어도 충분하다.


영원을 버틸 단서를.


전 세계의 신들이 모이는 조직에서도 내 또래의 다음세대는 정말 몇 되지 않았다.

수세기를 넘게 살아온 몸만 큰 어린아이들이 수두룩할 뿐이다.


실제로 육체의 성장도 끝마치지 못한 나와 같은 이는 정말이지 적었다.


전령의 신의 환생, 미의 여신의 환생, 달을 삼킨 늑대의 환생.

마지막은 신이 아닌 신에 필적하는 마수였지만 상관없었다.

영원을 거니는 것을 같기에.


처음 만난 것은 미의 여신 프레이야의 환생이라는 소년이었다.

그 아이는 나와 동갑이었고 나와 다른 방법으로 이 무료한 세상을 견뎠다.


그는 다만 쾌락을 쫓았다.

아름다움을 담당하는 신인 그는 역으로 쾌락의 열렬한 신자가 되어 있었다.

인간이 신에게 기대듯 그는 쾌락에 모든 것을 바치고 자신을 이끌어주길 기대했다.


“즐겁나?”

“아무렴? 즐겁지!”


처음에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리 우리가 신이라지만 신체의 나이가 아직 어려 아이를 만들 수 없다.


“아이를 만드는 것도 아닌 행위에 무슨 의미가 있지?”

“나는 상대의 눈에 온전히 내가 담기는 게 좋아. 나만 바라보잖아. 너는 안 그래?”

“잘... 모르겠군.”


모르면 실행한다.

나는 추진력이 있는 편이었다.


내 나이 일곱에 처음으로 여인을 안았다.

생각했던 것만큼의 쾌락은 없었다.


“생각보다 별로군.”


남은 것은 그저 허무.


“그러신가요? 저는 좋았는데.”

“너도 망가졌군. 아동성애자인가?”


그래도 사람을 안으며 느껴지는 온기가, 영원에 대한 공포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시간을 버리는 것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어째선지 대부는 이러한 상황이 달갑지 않은 듯했다.


“이번에 만날 이가 있단다.”


그는 독자적으로 새로운 만남을 주최했다.


“스승이라면 거절하지.”


더 이상의 배움을 질렸기에 거절의 의사를 드러냈건만.


“이번에는 꽤나 흥미로울 거다. 어쩌면 네가 찾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속으로 염원해왔던 그런 이일지도 모르지.”


그는 차분히 나를 설득하였다.


“좋은 여행이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라면 좋은 만남도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니겠느냐.”


여행에 있어 만남은 필수적인 요소기에.

새로운 만남 없이 여행은 여행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


그 만남은 대부가 조직과는 별개로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주관한 만남이었다.


“그런가? 다만, 틀렸을 경우엔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나는 이제 기대를 받는 자에겐 책임의 무게가 놓인다는 것을 알았다.


전령의 신은 보잘 것 없었고 달을 삼키는 늑대는 신이 아니라는 것에서 오는 열등감에 찌들었다.


“쯧쯧쯧, 막내라고 들여놓은 것이 이토록 귀염성이 없어서야... 이번에는 특별하다. 여태 본 적 없는 케이스거든.”


이야기를 들어보니 확실히 이번 만남은 이전보다 특별했다.


이번에 만날 아이는 무려 남매가 다음세대로 태어난 유례없는 케이스로 내가 만나볼 아이는 그 중에서 남동생이라 했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내가 만난 이들은 모두 어딘가에 얽매여있거나 어떻게든 영원을 견디는 방법을 갈구하다 망가진 채로 영원을 구가하는 이들뿐이었기에.


그런 존재는 내게 해답을 주진 못했으니까.

존재에 대한 해답을.


“나, 나는 이코르야.”


-그런데 저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니, 애초에 나와 같은 신이 맞긴 한 건가?


수줍음이라니! 낯가림이라니!


우리와는 너무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누이의 뒤에 숨어 수줍게 인사를 건네는 그 애는 정말 인간처럼 보였다.


기댈 수 있는 부모가 있다는 건 이런 것인가?

평생을 함께 할 남매가 있다는 건 이런 것인가?


그 소년은 아예 자신이 신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했다.

그저 평범한 아이처럼 울고 웃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 이상의 존재는 신은 하지 못하는 걸 하는 존재가 아닌가 하고.

인간은 신을 이해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존재로 보지만 나에겐 인간이야말로 불가해한 존재였다.


-부럽군. 내가 경험하지 못한 걸 경험하는 저 아이가.


어쩐지 그 소년이 부러워졌다.

여태 단 한 번도 인간을 부러워한 적이 없었는데 인간만이 누리는 것을 누리는 그 애가 부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도대체 우리의 차이가 뭐기에...


나에게 부모는 없어도 그를 대신할 후견인이 있기에 부모는 이유가 아닐 것이다.


-그럼 역시 서로를 지탱해줄 남매가 있어서인가?


부럽다.

부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영원을 함께 할 동반자가 있음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언제든지 자신과 같은 곳을 바라볼 이가 있다는 건 과연 어떤 기분일까?


‘갖고 싶다.’


그게 내 인생의 첫 번째 ‘결핍’이었다.

그렇게 여태 잠잠했던 ‘영생의 씨앗’에 싹이 트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느낀 들끓는 욕망.

선명했다.

앞으로 남을 영원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이 순간만이 영원했다.


‘가져야 해!’


어떻게든 내 부족함을 채워야만 했다.

지식에 대한 갈망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아는 것은 많았지만 관계는 서툴렀기에 나는 최악의 방법을 택했다.

단순하고도 효과적이라고 생각되는 방법을 택했다.


인간들은 여자를 고를 때 더 아름다운 여인이 보이면 눈길을 돌린다고 배웠다.

남자를 고를 때도 더 좋은 조건의 사내가 보이면 연인을 바꾼다고 배웠다.

이 또한 그와 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쯧.”


일부러 그 애를 보잘 것 없게 만들었다.

무시하고 밀어낸다.

그래서 그의 누이가 그 애가 아닌 나를 선택하게끔 만든다.


가족이란 그렇게 성사되는 것이 아님을 그때의 나는 몰랐다.

어쩌면 나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를 보라고.

네가 동생으로 여기는 이는 이토록 보잘 것 없어서, 이 애가 선망하는 나는 이토록 찬란해서, 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꼭 쟤랑 친구가 될 거야!”

“그래. 우리 코르는 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어.

내가 아는 신들 중 어떠한 이도 감히 모욕을 참지 못했다.


그런데 저것은 어찌...


저건 더 이상 나와 같은 다음세대의 신이 아니다.

인간이다.

불가해한 존재다.


‘차라리 화를 내라. 이러면... 이러면!’


-갈망하는 내가, 몸부림치는 내가! 바보 같아지지 않은가!


어른인 채 하는 아이는 처음으로 아이처럼 분노했고 결국 선을 넘어버렸다.


코르라 불리는 소년에겐 성역이나 다름없을 누이의 공간을 침범하여 손대선 안 되는 것에 손을 댔다.


무시당할 때마다 훌쩍일 뿐인 그 애가 주먹을 움켜쥐고 파르르 떨었다.

우습다.

모욕을 당해도 주먹을 쥐고 감내할 뿐이라니.


“네가 뭘 어쩔 건가? 덤비기라도 할 텐가?”


그리고 목도했다.

신의 분노를.


“이게!!”


아이는 비호처럼 내게 달려들었고 무(武)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그 서툰 공격에도, 태양처럼 빛나는 그 눈에 몸이 굳어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곧 이어 찾아오는 죽음.

시야가 암전했다.


그리고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땐... 수술대 위에 있었다.


“진 건가? 내가... 졌다고?”


도발했다.

그리고 패배했다.

이 어찌나 꼴사나운 패배인지.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깨달음은 불현 듯 찾아왔다.


“내가... 죽을 뻔 했다고?”


죽을 수 있다.

나는 죽을 수 있는 거다.

신도 죽는다.

나는 불사가 아니다.


-영원을 끝낼 방법이 존재한다.


그것도 이렇게 어이없이 죽을 수 있는 것이다.


“으핳! 으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지만 나는 웃었다.

웃어보였다.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너무 간단한 해결방법이 존재함에도 이를 몰랐다.

조직에선 내 뇌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정밀검사를 진행했으나 그래도 좋았다.


내 또래면서도 나보다 강한 이가 존재한다.

영원을 끝낼 방법이 존재한다.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볼 이가 존재한다.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동등한 위치에서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이걸 대체 무엇이라고 부를까?

그러고 보니 그가 내게 무슨 말을 했더라?


-꼭 쟤랑 친구가 될 거야!


그래, 이건 친구일 것이다.


‘비록 안 좋게 헤어졌지만... 다음에는 내가 먼저 그를 벗이라 칭해야지. 다음에 만날 때는 내가 먼저 사과란 것을 해보아야지. 내가 아는 벗이란 그런 거니까.’


하지만 금방 다시 만나리라 여겼던 인연은 무려 13년이 지나서야 재회가 성사됐다.

그 사이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와의 만남은, 그 의미는! 결코 퇴색되지 않고 내가 닳고 닳아 티끌만 남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에도, 차라리 싸우다 죽어버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 때에도 나를 다잡아주는...


그래, 별처럼 빛났다.

나의 북극성...


그렇게 13년의 시간이 흘러 마침내 고대하고 고대하던 만남이 성사되었다.

그렇게 나는 별빛에 그림자가 든 옥좌에 앉아 그가 문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6 8. 무림으로 29 +2 22.09.10 80 3 11쪽
165 8. 무림으로 28 +2 22.09.09 73 4 12쪽
164 8. 무림으로 27 22.09.06 69 3 14쪽
163 8. 무림으로 26 22.09.05 70 3 12쪽
162 8. 무림으로 25 +2 22.09.04 78 4 16쪽
161 8. 무림으로 24(루미나 폰 덴브리던 외전) 22.09.03 73 3 16쪽
160 8. 무림으로 23 22.09.02 73 4 11쪽
159 8. 무림으로 22 22.09.01 80 4 16쪽
158 8. 무림으로 21 22.08.31 72 3 17쪽
157 8. 무림으로 20 22.08.30 74 4 14쪽
156 8. 무림으로 19 22.08.29 73 5 12쪽
155 8. 무림으로 18 22.08.28 76 3 11쪽
154 8. 무림으로 17 22.08.27 74 4 12쪽
153 8. 무림으로 16 22.08.26 81 4 13쪽
152 8. 무림으로 15 22.08.25 76 3 12쪽
151 8. 무림으로 14 22.08.24 78 4 15쪽
150 8. 무림으로 13 22.08.23 81 3 16쪽
149 8. 무림으로 12 22.08.22 85 6 18쪽
148 8. 무림으로 11 22.08.21 82 3 16쪽
147 8. 무림으로 10 22.08.20 84 4 20쪽
146 8. 무림으로 9 22.08.19 80 3 12쪽
145 8. 무림으로 8 22.08.18 82 3 12쪽
144 8. 무림으로 7 22.08.17 85 4 14쪽
143 8. 무림으로 6 22.08.16 81 3 14쪽
142 8. 무림으로 5 22.08.15 82 4 10쪽
141 8. 무림으로 4 22.08.14 91 3 12쪽
140 8. 무림으로 3 22.08.13 89 4 17쪽
139 8. 무림으로 2 +1 22.08.12 98 4 17쪽
138 8. 무림으로 1 22.08.11 102 3 17쪽
» 7. 유피터 사무엘 외전-끝없이 자라는 아이 +1 22.08.10 94 5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